퀵바

인디고스톰 님의 서재입니다.

한번 소드마스터는 영원한 소드마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인디고스톰
작품등록일 :
2022.10.31 22:19
최근연재일 :
2022.11.30 23:54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5,186
추천수 :
215
글자수 :
107,271

작성
22.11.15 23:55
조회
139
추천
6
글자
9쪽

13화

DUMMY

뭐에 홀린것같은 기분이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지금 상황을 더 정확하게 표현할 방법이 생각나질 않았다.


검기와 움직임이 모두 읽히고 있는 기분. 무력감이 몸을 짓눌렀다.


"헉, 허억."


"많이 지쳐 보이는데 끝인가?"


케이는 고개를 저었다. 동년배도 아니고 한참이나 어린 도련님과 이런 차이라니. 죽어도 인정 못했다.


체력이야 이미 바닥났지만, 오기가 몸을 이끌었다. 케이는 양 발을 넓게 벌려잡으며 검을 어깨에 걸었다.

더 늦기전 일격에 승부를 보기 위해서였다.


연무장에 무거운 침묵이 깔렸다. 케이 경의 의도를 알아차린 기사들은 숨쉬는 것조차 잊고 집중했다. 케이 경이 펼칠 비전 검술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걔중에서도 생각있는 몇몇은 혀를 찼다. 대련에서 목숨을 건 일격을 준비하다니, 너무 위험했다. 지금이라도 멈춰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들도 리처드의 표정을 보고는 멈춰섰다.

내내 냉정하게, 언뜻보면 지루하다는 듯 대련에 임하던 도련님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 차 있었다.



***



검술이라는 놈은 더는 새로울게 없었다. 인간이 검을 들고 휘두르기 시작한지 무수한 시간이 흘렀다. 수백, 수천년 동안의 연구가 내린 결론은 단순했다.


이제 더 뛰어난 검술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모든 검술이 서로를 모방하고 견제하며 성장한 결과 비슷한 형태를 띄게 변했다.

다루는 무기와 다루는 사람의 차이가 승부를 결정할 뿐이었다.


하지만 모든 검사들이 이 결론에 동의한 것은 아니었다. 괴짜들은 머리를 맞대고 더 뛰어난, 혹은 더 특이한 검술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른바 비전 검술의 시작이었다.


비전 검술을 알아보는 방법은 간단했다. 기묘한 기수식, 노림수가 느껴지는 자세같은 특이점들이었다. 바로 지금처럼.


'아직 한 수가 남았다 이거지?'


리처드는 삐걱거리는 손목을 내색하지 않고 검을 세웠다. 무리하게 움직인 몸이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성인식도 치르지 못한 '리처드'의 몸이 감당하기에는 그의 기량이 너무 높았다. 상대의 공격을 흘리기만 할 뿐 제대로된 일격을 날리지 못할 정도였으니까.


'그게 뭐 어때서. 아무리 상황이 나빠도 검으로는 질 자신이 없는데.'


눈이 쉬지 않고 움직이며 상대의 몸짓을 이해했다. 발끝에서 손끝까지, 모든 검술의 동작에는 의도가 깃들어 있다.

숙련된 달인이라면 모를까, 애송이의 의도는 너무 뻔하게 읽혔다.


"걱정말고 질러, 케이 경. 내 가슴이 꿰뚫리는 일은 없을테니까."


케이의 얼굴이 말없이 일그러졌다. 파르르 떨리는 눈매에서 기사의 마음이 전해졌다. 비전을 펼치지도 않고 읽혔으니 어지간히 경악한게 아니었다.


"계속 그러고 있을거야?"


정말로 읽혔을지, 아니면 단순한 심리전일지도 모른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고민하던 케이는 검을 내질렀다.


비전, 속여 꿰뚫기(Trickserei Stachel)


리처드가 숨을 그대로 삼켰다. 과집중에 들어간 동공이 검을 따라 움직였다.


과장되게 내리치는 가짜 참격, 의도적으로 검을 비틀어 매서운 바람소리를 낸다. 소리로 상대를 위축시켜 수비를 강요하기 위해서였다.


'심리전을 의도하다니 꽤 수준있는데?'


검을 눕혀 막는 시늉을 했다. 케이는 검이 서로 마주치는 순간 진짜 의도를 드러냈다.


스르릉!


두 검이 스치며 불꽃이 튀었다. 상대는 내리친 검을 그대로 눕히며 몸의 무게를 담아 찍어 눌렀다.


내려치기에서 연결되는 찌르기. 몸의 무게로 짖누르며 들어가는 공방일체의 필살기였다.

이 한 순간을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을지 엿보이는 완성도있는 비전이었다.


"아니?"


리처드는 의도를 읽고는 오히려 함정을 준비했다. 비전 검술은 다른 이름으로는 필살기라고 불렸다.

상대를 반드시 죽이는 기술.


'반대로 해석하면 상대를 죽이지 못하면 안되는 기술이지.'


몸에서 힘을 빼며 오히려 검을 회수하며 빈 공간을 만들어 낸다. 몸으로 압박해오던 상대가 갑자기 생겨난 힘의 공백에 균형을 잃고 허둥댄다.


이미 회수해둔 검은 몸과 함께 크게 한바퀴를 돌아왔다. 그 끝에는 전혀 준비되지 못한 상대의 뒷목이 있었다.


챙!


검으로 가볍게 내리치자 상대가 앞으로 쓰러졌다. 패배의 충격 탓이었다. 비전이 이렇게 간단하게 파훼된 이유도 있었겠지.


"잘 봤다. 지금껏 만난 기사들 중에서는 제일 좋았어."


리처드가 검을 거두며 물러났지만 연무장을 둘러싼 기사들 중 누구도 침묵을 깨지 않았다. 방금 본 싸움을 되짚어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



"아야야. 살살좀 주물러."


"아파도 참으십쇼. 그러게 누가 무리해서 움직이라고 했습니까."


무리하게 움직이느라 부어오른 손목이 불만을 토했다. 이렇게 혹사시키다가는 금방 고장나리라는 경고였다.

단련이 부족했고 성인식도 치루지 못한 몸은 너무 연약했다.


"제 발로 찾아와서 이 정도로 좋은 검을 가져와서 바치겠다는데. 대련을 피할 순 없지. 너도 한번 봐봐."


"크흠, 비싸 보이긴 합니다."


불에 비친 검신이 영롱하게 빛났다. 검이 아니라 예술품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였다. 손목을 주무르던 제이콥도 아닌 척 했지만 눈길이 자꾸 검을 향했다.


200년 동안 검술은 어떤지 몰라도 검은 놀랍게 발전했다. 마법사가 주조과정에 참여한다는 소문이 정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렇게 비싼 검을 겨우 대련으로 날려먹다니. 케이 경도 속 좀 쓰리겠군요."


"억울하면 이겼어야지. 어쩌겠어."


케이 경은 영혼이 빠져나간듯한 얼굴로 돌아갔다. 검을 내걸며 대련에 나설때의 자신감있는 얼굴과는 정 반대였다.

설마하니 술주정뱅이 도련님에게 지리라고는 상상도 못했겠지.


"흐흐흐흐."


케이 경은 들고다니는 검만 봐도 배경을 알만했다. 제 실력에 어울리지 않는 보물을 들려줄 정도로 잘난집의 아들일거다.

리처드가 승리를 만끽하는 사이, 문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도련님. 들리는 소문으로는 아주 좋은 승부였다고 하더군요."


"내가 일방적으로 두들겨 팬 것 뿐이야. 너무 일방적이라 재미는 없었을걸?"


집사는 부어오른 손목을 힐긋 보고는 미묘한 웃음을 지었다. 지금 든 생각을 굳이 입으로는 꺼내지 않겠다는 표정이었다.


"왜, 뭘 그렇게 봐?"


"하하, 도련님의 완승이 기꺼워 잠시 여운을 즐겼습니다."


능글맞게 웃은 집사는 가져온 물건을 내려놓았다.


쿵!


무지막지한 양의 편지였다.


"도련님에게 온 편지입니다. 비앙카 양이 고생을 많이 하겠군요."


"아직도 그렇게 많이 온다고?"


리처드의 말꼬리가 올라갔다. 연회나 초대는 모조리 거절해왔다. 이쯤이면 눈치없는 귀족들도 무슨 뜻인지 이해했으리라.

그렇다면 저게 다 도전장이란 말이었다.


"내 상대들이 그렇게 약했나? 지금 도전장을 보내는 기사들은 그대로 자신 있다는거 아냐?"


"크흠, 그게 꽤 복잡한 사정이 있습니다."


집사가 헛기침하며 겸연쩍게 웃었다.


"도련님의 결투를 직접 보지 않은 기사들 사이에 소문이 돌고 있다더군요."


"무슨 소리야?"


리처드 오크니의 소문을 접한 기사들은 다들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백작가에서 별별짓을 다 하는군. 그럴 시간에 실력이나 키울 것이지, 쯧쯧.


공명심에 눈이 먼 기사들이 리처드 오크니와 대결을 벌였다가 패배했다는 소식이 전해져도 크게 달라지는건 없었다.


-에잉, 못난 놈들 기사라는 것들이 금화에 자존심을 팔다니!


리처드에게 패배한 기사들이 입을 열자 오해를 절정에 다다랐다.


-리처드 오크니는 나이는 어릴지 몰라도 뛰어난 기사더군. 내 검술을 꿰뚫어보듯 움직이며 소름돋게 냉정한 판단을···.


-그만! 실망이요, 경! 백작가에서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기사가 명예를 버리게 만들다니!


-아니··· 그게 아니라 내가 진짜로 졌다니까.


-리처드 오크니, 이놈! 용서할수 없다! 내 명예를 걸고 이 비열한 행위를 멈추리라!


성인식을 치루지도 않은 애송이에게 동료 기사들이 패배했다고?


기사들은 오히려 전보다 더 많은 도전장을 보내왔다. 당연히 소문도 더 자극적으로 변해갔다.


-자네 그거 들었나. 오크니 백작가의 막내 도련님이 기사들을 금화로 매수하고 있다던데?


-그래? 내가 듣기로는 마법사를 부려서 세뇌시키고 있다던걸?


-얼씨구, 한술 더 뜨는구먼.


그 결과가 리처드에게 날아온 무수한 도전장들이었다.


"···그 놈들 싹 다 잡아다가 지하감옥에 쳐박아버릴까?"


"도련님!"


"농담이야."


웃기지도 않았다. 어딜 실력도 없는 것들이 내게 도전장을 내밀어.


손목을 주무르던 제이콥의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 넌 또 왜 그래.


"도련님, 나쁜 소문이 계속 번지고 있다면 문제가 될지도 모릅니다. 제가 방법을 찾아볼까요?"


"그런다고 되겠어? 다들 믿고싶은대로 믿을텐데. 게다가 넌 나서봤자 내가 시켰다고 더 안좋은 소문만 커질거야."


리처드의 눈이 아름답게 빛을 뿜어대는 검을 향했다.


"이번 기회에 검이나 좀 모아둘까?"


저택을 찾아와 문두드리는 기사는 넘쳐났다. 먹음직스러운 놈으로 골라 잡기만 하면 될 정도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한번 소드마스터는 영원한 소드마스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6 26화 22.11.30 101 8 10쪽
25 25화 22.11.29 67 5 9쪽
24 24화 22.11.28 72 7 9쪽
23 23화 +1 22.11.26 105 5 9쪽
22 22화 +1 22.11.25 92 4 10쪽
21 21화 22.11.24 116 6 10쪽
20 20화 +1 22.11.23 110 8 10쪽
19 19화 +1 22.11.22 123 7 9쪽
18 18화 22.11.21 113 6 9쪽
17 17화 22.11.19 116 8 9쪽
16 16화 +1 22.11.18 119 8 11쪽
15 15화 22.11.17 115 7 10쪽
14 14화 +1 22.11.16 125 6 9쪽
» 13화 +1 22.11.15 140 6 9쪽
12 12화 22.11.14 165 6 10쪽
11 11화 +1 22.11.12 172 7 10쪽
10 10화 +1 22.11.11 171 8 9쪽
9 9화 22.11.10 194 8 9쪽
8 8화 22.11.09 207 7 10쪽
7 7화 +1 22.11.08 230 8 10쪽
6 6화 +1 22.11.07 283 7 9쪽
5 5화 +1 22.11.05 319 9 9쪽
4 4화 +1 22.11.04 354 11 9쪽
3 3화 +1 22.11.03 410 14 9쪽
2 2화 22.11.02 535 14 9쪽
1 1화 +6 22.11.01 633 25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