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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로하
작품등록일 :
2019.01.01 03:16
최근연재일 :
2019.04.25 03:37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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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1,681

작성
19.02.18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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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잠자는 숲 속의 공주 3페이지

DUMMY

의료기구들로 가득한 침실.

방의 주인을 위한 것일까. 온도가 높아 상당히 따듯하게 느껴졌다.

이 방의 주인으로 보이는 은발의 여성은 침상에 앉아 작은 창문을 통해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


익숙한 발소리를 느낀 여성은 하늘로부터 문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엄마!”


문이 덜컥 열리고 여성과 닮은 은발의 작은 여자아이 아리스 발렌타인이 목소리를 높이며 들어왔다. 은발의 여성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던 아리스를 자신의 사거리에 들어오는 순간 들어 올리며 끌어안았다.


“아리스!!”


여성의 이름은 아리아 발렌타인. 아리스가 세상에서 가장 동경하는 사람이자

아리스의 어머니이며 발렌타인 가의 여 백작이다.

하지만 현재는 투병 중이었기에 업무를 할 만한 여유가 없으므로 대부분의 권한을

남편에게 양도한 상태다.


“오랜만에 보네. 아리스.”

“엄마는 매일 자고 있었으니까.”

“미안해. 하지만 엄마도 아리스를 보고 싶었어. 알지?”


적극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행동으로 대답하는 아리스.

그런 딸의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웠기에 아리아는 아리스를 격하게 끌어안으며 일어났다.


“엄마 일어나도 괜찮아?”

“괜찮을 거야. 많이 쉬었으니까. 게다가 침대에 누워있으면 심심한걸.”

“아델이 뭐라 할 것 같아.”

“아마 그러겠지? 그러니까 아델한테는 비밀이야?”

“응!”


두 사람은 서로의 새끼손가락을 걸었고 서로를 바라보고 웃으며

“약속.” 이라고 말했다.


“아! 맞아. 오늘 친구도 같이 왔어.”

“친구?”


아리스의 말에 의문을 품은 아리아는 고개를 들어 문 쪽으로 시선을 옮겼고

열린 문 사이로 숨어있는 주황빛을 발견했다.


“그러고 보니까 아델이 말했었지. 저 애야?”

“응. 이리나. 어서 와!”


아리스의 부름에 숨어있던 주황빛이 모습을 보였다.

활발한 아리스와 달리 얌전해 보이는 어린 아이다.

모습을 보인 아이는 고개를 숙여 아리아에게 인사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리나 프로이트라고 합니다.”

“예의바르구나. 아줌마는 아리스의 엄마야. 이름은 아리아 발렌타인. 잘 부탁해?”

“네.”


아리아는 몸을 조금 옆으로 옮겨 자리를 만들고 앉으라는 듯 이리나에게 손짓했다.

이리나는 아리아의 행동에 잠깐 머뭇거리다 결국 아리아의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


“아리스랑은 어떻게 만났니?”

“으음..”

“종이비행기가 날아가서 나무를 타고 올라갔는데 거기가 이리나의 방이었어.”

“역시 내 딸이야.”


발코니에서 만났었다는 그 사실을 전해야할까 고민했지만

그 고민을 무시해버리듯 아리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아리아는 그것을 혼내지 않았고 오히려 웃으며 아리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 맞아 아리스. 아델한테 부탁해서 쿠키 좀 가져다줄래?”

“쿠키?”

“응. 오랜만에 먹고 싶네.”

“알겠어.”


어머니의 부탁에 아무 불만 없이 아리스는 아델을 찾으러 나갔다.

그리고 이리나와 아리아 두 사람만 남게 되었을 때 아리아가 이리나를 자신의 무릎에 앉히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뭐니?”

“네?”

“왠지 모르게 그런 기분이 들었거든. 묘하게 눈치를 보고 있기도 했고.”

“아...그렇게 보였나요?”

“응. 맘 편히 말해도 돼.”

“아리스에게 말하진 않을 거죠?”

“약속할게.”


“아리스가 부러워서요.”

“아리스가? 어째서?”

“아리스한테는 아리아 아줌마가 있으니까요.

“나?”

“아줌마가 아리스와 있을 때는 딸을 사랑하는 엄마는 이런 사람인걸까. 하고 생각하게 돼서.. 조금은 부럽다고 생각했어요.”

“흐음. 이리나네 엄마는 어떤 사람이야?”

“엄마는 귀족이라는 신분에 엄청 집착하셔요.

그래서 제가 조금이라도 귀족답지 못한 행동이나 말을 하면 엄청 화를 내고 혼을 내요.

가끔은 엄마가 저를 싫어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렇구나. 혹시 이리나네 어머니는 귀족이 아니셨니?”

“네. 원래는 평민 출신이었다고 들었어요.”

“흐음. 그래서구나.”


모두 이해했다는 듯 아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리나. 너는 엄마가 너를 싫어한다고 생각하니?”“조금은요.”

“아줌마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거든. 아마 너희 어머니는 너를 엄청 사랑하고 있을 거야.”

“네?”


이리나가 믿겨지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대답했다.


“설마요. 사랑한다면 그렇게 혼내실 리가 없어요.”

“이리나의 어머니는 평민 출신이라고 했지?”

“네.”

“이리나의 어머니는 평민 출신이기에 알고 계실거야. 그 생활이 절대 편하지 않다는 것을.

그렇기에 자신의 딸은 그런 고생을 하지 않고 편히 살았으면 하는 부모의 마음에 그런 행동을 하셨을 거야.”


이리나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을 하자 아리아는 이리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이야기를 이었다.


“물론 그 행동이 절대 옳다는 것은 아니야. 일그러진 사랑의 표출이지.

이리나에겐 이리나 만의 인생이 있는데 그걸 무시하고 강요하는 행동이니 옳다고 보기는 힘들지. 그러니까 언젠가 이리나가 직접 말하는 거야. 자신에게는 자신의 의지가 있고 어머니의 사랑은 잘못되었다는 것을. 할 수 있겠어?”

“잘 모르겠어요.”


배시시 웃으며 아리아는 이리나를 끌어안았다.


“천천히 생각하렴. 조금 더 시간이 지나 조금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라도 늦지 않아. 그 전까지는 아줌마가 이리나의 편이 되어줄게.”

“힘내볼게요. 이야기 들어줘서 고마워요.”

“응원할게. 아. 혹시 괜찮으면 아줌마의 부탁 하나만 들어줄 수 있을까?”

“뭔데요?”

“사실 아줌마는 언젠가 여행을 떠나야 할 수도 있어. 만약 그렇게 되면 아리스 혼자 남게 될 거야.”

“아리스랑 같이 가면 안 되는 거에요?”

“아줌마도 그러고 싶지만 조금 사정이 있어서.. 그러지는 못해.

그래서 만약 아줌마가 여행을 떠나게 되면 아리스가 많이 힘들어 할 거야.

그럴 때 이리나가 옆에서 아리스의 힘이 되어 주었으면 해. 약속 해줄 수 있겠니?”

“그런 거라면..”

“부탁할게?”


아리아는 이리나와 새끼손가락을 걸며 약속했다.

그 얼굴이 조금 쓸쓸하고 슬퍼보였지만 어린 이리나는 그런 아리아의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엄마! 쿠키 가져왔어!!”

“오. 잘 했어 우리 딸.”


아리스가 돌아오자 아리아는 자신의 얼굴에서 슬픈 기색을 모두 숨겼고 평소의 밝은 얼굴과 목소리로 맞이했다.

그 후 아리아는 두 사람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이야기를 해주면서 시간을 보냈고

눈치를 채고 찾아온 아델에 의해 아리스와 이리나는 방에서 쫒겨나고 아리아는 강제로 휴식을 취하게 되었다.


“무리하지 마시라니까.”

“아하하. 엄마가 가끔은 딸을 만나줘야지. 안 그럼 얼굴을 잊어버릴지도 모르잖아.”

“스왈로님이 걱정하실 거에요.”

“그 사람이라면 오히려 자기만 놔두고 딸과 시간을 보내는 걸 질투하지 않을까.”


변하지 않는 장난스러운 태도에 메이드가 째려보자 아리아는 실없이 웃으며 미안하다고 전했다. 그 모습이 답답했던 메이드는 잔소리를 이어가려했으나 그 직후 갑자기 변한 아리아의 태도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리아의 혈색이 갑작스럽게 변했다.

가슴을 움켜잡고 고통스러워하며 숨을 헐떡였다.

기침조차 멈추지 않고 아파하는 모습에 아델은 크게 놀라며 아리아를 걱정했다.


“주인님!”

“아델..부탁이야 조용히. 밖에 아리스가 있어. 윽!..하아. 아델. 약이랑 물. 부탁할게.”


몸의 찢겨져 나가는 고통에도 그저 딸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아리아는 목소리를 억눌렀다.

그녀의 모습에 아델은 약을 가지러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아리스에게 이런 모습 보여줄 수 없어...”


----------------------------

그로부터 약 30분 정도가 더 흘러 두 사람의 체스시합이 끝이 났다.

결과는 그레이의 승리. 승패가 결정된 후에 발렌타인 백작은 정말로 아쉬워하는 얼굴로 집무실로 돌아갔다.


“학교는 어떠셨습니까?”

“별 일 없었어요.”

“그렇군요. 다행이네요.”

“그때 한 말 정말이에요? 저는 전혀 모르겠던데.”

“쉽게 알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아마 눈치 채는 것은 어려우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가요.”


원래 수업은 주 1회로 오늘은 그레이가 오는 날이 아니었다.

하지만 바로 전날 그런 일이 있었기에 아리스의 상태가 걱정되어 보충수업이라는 명분으로 그레이가 찾아온 것이다.

3일 연속으로 그레이를 볼만한 일은 지금까지 없었기에 지금의 상황이 아리스에게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역시 고서에 관한 일이 있다는 것은 신경이 쓰였다.


“상처는 괜찮으세요?”

“몸은 상당히 튼튼한 편이라서 말이죠. 아직 조금 아프긴 하지만 금방 나을 것 같습니다.”

“다행이네요.”


멀쩡하다는 듯 한쪽 팔을 들어 올려 알통을 만드는 흉내를 내며 그레이가 말했다.

아리스는 그런 모습에 조금은 안심하며 말을 이었다.


“고서는 언제나 그런 위험한 존재들 뿐 인가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별거 아닌 능력의 고서들도 존재는 합니다. 드라큘라가 특히 위험했을 뿐이죠.”

“그렇군요.”

“하지만 위험한 고서라 하더라도 이야기의 내용을 생각해본다면 약점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드라큘라의 경우 빛이 가장 큰 약점이라 할 수 있겠군요.”

“아. 햇빛에 닿으면 안 된다는 거요?”

“네. 이야기에는 그렇게 나오지만 실제로는 랜턴의 불빛조차도 드라큘라에게는 치명적이었죠.”

“그래서 그때 랜턴을.”

“뭐 그렇다 하더라도 그런 불빛으로는 완전히 없애지 못합니다. 고서가 말도 안 되는 회복속도를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때도 그냥 두었다면 아마 금방 상처를 회복해서 돌아왔을 겁니다.”

“역시 완전히 없애기 위해선.”

“네. 지워버려야만 합니다.”


자신의 눈앞에서 불타 재가 되어버린 드라큘라를 떠올리며 아리스는 살짝 꺼림칙한 듯

인상을 썼다.


“고서를 지우는 건 어떻게 하는 건가요?”

“방법 자체는 간단합니다. 형태를 가진 고서와 접촉한 상태에서 고서의 원본이 되는 페이지를 펼치고 그 원본의 이름을 외치면 됩니다.”

“그럼 그 때처럼 불타 없어지는 건가요.”

“네. 지워진 고서의 페이지는 불타버리고 다시는 밖으로 나오지 못합니다.”

“그렇군요.”


망설이듯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아리스를 달래듯

그레이가 말을 이었다.


“걱정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모든 것을 다해 아가씨를 지킬테니.”

“감사합니다. 선생님.”


고서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것은 고서가 사라지더라도 고서에게 입은 피해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만약에라도 고서에게 목숨을 잃는다면 고서가 사라지더라도 그 목숨은 되살릴 수 없다. 그렇기에 그녀가 그것을 걱정하는 것은 아닐까 싶어 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그레이는 아리스를 지키겠다고 아리스에게 약속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서 안심하는 마음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레이는 그녀의 태도에 살짝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것을 묻지 않고 조용히 넘기도록 한다.


------------------------------

“다녀왔습니다.”

“어서 오렴. 이리나.”

“아버지. 나와 계셨네요.”


집으로 돌아온 이리나가 인사를 하자 마침 나와 있던 이리나의 아버지. 이안 프로이트가 그녀를 반겼다.

코트에 중절모를 쓴 것을 보아 아마 외출을 준비하던 것을 보인다.


“어디 나가세요?”

“조금 산책이라도 하려고. 앉아서 일만 하려니 좀이 쑤셔서 말이다.”

“다녀오세요.”

“이리나.”


아버지에게 인사를 하고 자신의 방으로 가려던 이리나를 이안이 불러 세웠다.

이리나가 뒤를 돌아보자 이안이 조금 머뭇거리며 고민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버지가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었던 이리나는 웃으며 아버지를 안심시켰다.


“괜찮아요. 저도 가족이랑 같이 있고 싶으니까요.”

“그러니.”

“네. 정말로 괜찮아요. 게다가 수속이나 그런 것들 이미 다 끝났잖아요. 이제와서 후회하거나 하지 않아요.”

“미안하구나.”

“괜찮다니까요.”

“그럼 다녀오마.”

“조심히 다녀오세요.”


이안의 모습이 멀어지자 이리나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억지로 미소를 짓는 것에 괴리감을 느끼며 어두운 표정으로

자신의 방으로 향하던 중 갑자기 어느 방 앞에서 멈춰 섰다.

그곳은 이리나의 방이 아니었다.

이리나는 그곳의 문에 손을 짚고 멍하니 서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던 이리나는 문을 열지 않기로 마음먹고 자리를 떠나며

그 방의 주인에게 인사를 남겼다.


“다녀왔어요. 엄마.”

--------------------

“......”

“아~리스!”


고민하는 얼굴로 바닥을 보며 걷던 아리스에게 이리나가 평소처럼 팔짱을 끼며 다가왔다.


“이리나.”

“요새 왜 이렇게 우울해. 좀 웃고 다녀.”

“전엔 무표정 할 때가 제일 예쁘다더니.”

“응. 근데 무표정하니 귀염성 없어.”

“욕인지 칭찬인지 하나만 해줘.”


한결같은 소꿉친구의 모습에 긴장이 풀린 아리스는 잠시 고민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 있었다.

고민에 너무 빠지지 않고 평소대로 행동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저기 말이야. 아리스.”

“응?”

“오늘 끝나고 잠깐 시간 좀 내줄 수 있을까?”


왠지 모르게 쓸쓸하고 슬프지만 어쩐지 익숙한 목소리와 얼굴로 이리나가 말했다.

이런 모습은 한 번도 이리나에게서 보지 못했기에 의문이 생겨 아리스는 곧바로 질문했다.


“왜? 무슨 일 있어?”

“지금은 말 못해줘. 하지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


검지손가락을 입술 앞에 대며 이리나가 말했다.

지금은 더 이상 묻지 말아달라는 태도에 아리스는 잠시 침묵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항상 만나던 그 벤치에서. 기다릴게.”


평소와는 너무 다른 태도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오늘의 이리나에게선 평소의 활발함과 장난기는 보이지 않았고 진지함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아리스는 이리나가 했던 말을 머릿속으로 되새기며 의문을 품었다.


“기다릴게?”


아무 의미 없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그 말이 왠지 모르게 신경이 쓰였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지금은 알지 못했고

아리스는 학교에 도착하고 나서야 이리나가 그런 말을 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아쉽지만 프로이트 양이 전학을 간다고 합니다.”


아침 시간. 아리스의 반의 담당 강사는 교실에 들어오며 이리나를 앞으로 불러 세웠고

충격적인 사실을 발표했다.


“다들 미안. 집안 사정 때문에 전학가게 됐어. 지금까지 고마웠어.”


갑작스러운 소식에 다른 학생들은 당황하며 아쉽다는 마음이 담긴 메시지를 이리나에게 보냈다. 그리고 그녀의 가장 친한 소꿉친구는 그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

커다래진 눈동자로 이리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이리나...”


아침 일찍 전학소식을 발표한 이리나는 그 직후 집으로 돌아갔다.

그 탓에 아리스는 이리나에게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제야 아리스는 이리나의 기다린다는 말을 이해했다.

이리나는 아리스와 같은 반. 게다가 바로 옆자리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바로 만나서 전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리나는 기다리겠다는 말을 남겼다. 그 이유가 더 이상 옆에 있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아리스는 비어버린 자신의 옆자리를 멍하니 바라봤다.


“그럼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출석을 부르겠습니다.”


아리스의 머릿속은 이리나의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그 때문에 다른 무언가의 개입을 아리스는 쉽게 눈치 채지 못했다.

출석을 부르는 동안에도 아리스는 옆자리만을 바라보며 이리나를 떠올렸다.


“아리스 발렌타인.”


무슨 말을 하려던 걸까. 무슨 말을 전하려던 걸까.

생각해보면 요새 이리나가 이상하게 느껴지긴 했다. 장난을 치다 갑자기 진지해지고 이상한 을 하고, 언니나 동생 같은 얘기를 하고.

오늘 아침에도 이상한 얼굴을 하고.

종잡을 수 없을 만큼 이상했다.

그리고 그런 행동들이


“아리스 발렌타인? 오늘 안 왔나요?”


아리스에게는 너무나도 이상하고 너무나도 특별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리스는 이리나의 마지막 말을 머릿속으로 되새겼다.


[그럼 항상 만나던 그 벤치에서. 기다릴게.]


그 목소리를 머릿속으로 재생하며 아리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자가 바닥에 끌리는 시끄러운 소리에 시선을 출석표로 집중하던 강사는 소리의 방향으로 시선을 옮겼다.


“있었군요. 다음부턴 제대로 대답하세요.”

“아리스 발렌타인.. 오늘 조퇴하겠습니다.”

“네? 잠깐! 발렌타인양?! 아리스 발렌타인!!”


강사의 말에 때려 박듯 대답한 아리스는 교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이리나와의 약속의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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