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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제
작품등록일 :
2021.03.05 13:21
최근연재일 :
2023.08.04 00:57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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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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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6
글자수 :
218,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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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8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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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6화 – 부산 수복(2)

DUMMY

[현재 UN의 대괴수위원회는 ‘이계’를 인류의 적으로 규정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에선 사태 해결을 위해 SS급 헌터까지 지원하기로 약속했는데요,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 역시 이 SS급 헌터의 힘이란 것은 엄청나기 때문에......]


삑.


강운은 TV의 전원을 껐다. 어차피 어느 채널로 돌려도 이 이야기밖에 없었다.


3일 째다. UN이 ‘이계’를 적으로 선언하고 원정대 계획을 공표한 것이. 이미 한국의 헌터들은 준비를 마쳤다. 남은 건 외국에서 지원된 헌터들을 기다릴 뿐이다.


강운은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먼지 하나 없는 복도와 기다란 카펫은 주황빛 조명으로 물들어 있었다.


여기는 헌터 협회 울산지부의 내부. 원래는 소속 헌터나 간부만을 위한 침소였으나 강운은 S급 헌터임을 인정받아 이곳에 있을 수 있었다.


창가로 몸을 옮기자 거리엔 검은 물체들이 가득했다. 전부 원정 참여자들이 대기하는 군용 텐트였다. 보이는 것만 수백인데 건물 반대쪽에도 있을 테니 최소 천 단위의 헌터들이 모인 것이다.


물론 그들 대부분은 프리랜서 헌터로, 길드 소속 헌터들은 따로 숙소를 잡아 놓거나 전용 차량에서 대기하고 있을 것이다. ‘붉은 날개’ 길드 또한 근처 숙소에서 기다리다가 시간이 되면 강운이 합류하기로 정해놓았다.


“이계가 적이라...”


강운은 전에 보았던 영상을 떠올렸다. 갑옷 같은 흰색 외피를 가진 괴수가 했던 말. 이계의 용사들이 지구의 침공을 결정했다는 내용이 UN의 결정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일단 그놈은 용사가 아니야.”


이계가 정말로 침공을 결정하지 않았다고 확신할 순 없다. 강운이 이계에 직접 가본 적은 아주 잠시, 그것도 우연에 의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제주도에서 용사 ‘베오’를 만났을 때 같은 용사로서 느껴졌던 것이, 저 하얀 괴수에게선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적어도 저 놈이 용사가 아니라는 건 확실했다.


그리고 검은 용의 대장이 죽기 직전 언급한 마신의 존재까지 고려하면 저 괴수가 마신의 편이고, 지구와 이계가 제대로 접촉하기 전에 이간질하려는 의도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으로선 상황을 바꿀 수 없어.’


강운의 추측이 전부 사실이라고 쳐도 문제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SS급 헌터 베로니카가 그의 주장을 보증해준다 쳐도 UN을, 전 인류를 설득하는 건 힘들었다.


“뭐, 증거가 부족한 건 UN 쪽도 마찬가지일 테니. 갑자기 이계와 전면전을 벌인다던가 하진 않겠지.”


공식적으로 발표된 계획은 영국과 벨기에, 한국과 일본에 지원을 보내겠다는 것뿐이다. 강운이 아는 한 이계와 접촉하는 방법은 황금빛 균열뿐이니 진상을 파헤칠 시간은 충분한 것이다.


“무슨 혼잣말을 그렇게 하냐?”


창밖을 바라보는 강운의 뒤로 한 남자가 다가왔다.


“...조성일 씨.”


“그래. 계획은 잘 성공했냐?”


강운은 조성일과 저번 만남에서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결사의 스파도네를 원래 가야 할 주인에게 돌려주고 싶다고 자신은 말했었다.


“나진기한테 검을 전해주는 건 실패했습니다. 게다가...”


강운은 인벤토리(B)를 열어 건틀렛을 꺼냈다.


“오히려 이걸 받아버리고 왔습니다.”


“그거. 결사의 관티노군. 너 설마...”


“오해하진 마십시오. 걔가 빌려준 겁니다. 모든 괴수가 사라지는 날까지. 그리고.”


“그리고?”


“조금이라도 힘들다면 도와주고 싶었다는 두 번째 목표는, 그래도 해결하고 왔다고 생각합니다.”


조성일은 강운을 잠시 쳐다보다가 창문 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럼 됐다. 내가 신경 쓸 필요는 없겠네.”


“그렇습니까?”


말없이 구름과 지상의 헌터들을 번갈아 보던 조성일은 다른 주제를 꺼냈다.


“중요한 건 지금 부산을 되찾는 거지. 뭐 생각해둔 작전은 있나?”


갑자기 화제를 돌리다니. 말은 안 했어도 나름 나진기에 대해 걱정했던 모양이다.


“작전을 짜는 건 협회 쪽 일 아닙니까. 원정이 시작되면 제가 길드로 돌아가겠지만 전체적인 지휘는 또 협회에서 할 텐데요.”


“그건 그렇네.”


“......”


이야기가 끊어졌다. 역시 남자 둘이서 하는 잡담은 좀 어색했다.


뜸을 들이던 조성일은 이번엔 강운이 했던 혼잣말로 주제를 돌렸다.


“아까 오다 들었는데 이계랑 UN, 전면전이 어쩌고 하던 거. 무슨 고민을 그렇게 하고 있었냐?”


“그냥 이계가 선전포고를 했다는 게 어쩌면 모함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침공한 괴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다는 것도 좀 그렇지 않습니까.”


“대가리로 먹고 사는 양반들인데, 그 정도는 알고 있겠지 뭐. 나는 명확한 적에게만 신경 쓰는 게 집중하기 편하더라.”


강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사실 파악을 위해 이계를 탐방한다 해도, 지금은 부산을 수복하는데 집중해야 했다.


다음 전투를 생각하며 창밖을 바라보는 그들에게 또 다른 남자가 나타났다.


“조성일 헌터. 회의실로 갑시다.”


강운의 S급 승급을 맡았던 또 다른 심사관이자 S급 헌터, 백동현이었다. 스트레스가 잔뜩 쌓인 얼굴과 다크서클이 눈에 띄었다.


“지원이 이제 도착했나 보네. 근데 넌 괜찮냐? 피곤해 보이는데.”


“예. 독단으로 S급 하나를 늘려놓고 태평한 누구와는 달리 뒤처리가 바빠서 말입니다. 이렇게 시간이 남으시면 시말서 분량 좀 채워주시면 좋겠습니다만.”


“......”


조성일이 조용히 백동현의 등 뒤로 따라가자 남겨진 강운과 눈이 마주쳤다. 순간 백동현의 다크서클이 짙어졌으나 같은 S급 헌터를 향해 ‘최소한의 예의’를 담아 말했다.


“이제 곧 원정이 시작될 테니 그쪽 길드로 돌아가시죠.”


백동현과 조성일은 복도 너머로 사라졌다. 강운도 뒤따라 복도를 지나 협회 건물에서 나왔다. 프리랜서 헌터들 또한 낌새를 느꼈는지 대부분 텐트 밖에 나와 있었다.


“최상급 괴수가 10마리가 넘는다던데 괜찮으려나.”


“야. SS급 헌터가 셋이나 온다는 건 못 들었냐?”


“근데 우리는 SS급이 아니잖아. 우리 쪽으로 최상급이 올 경우도...”


대한민국에서 헌터가 생겨난 이후로 이 정도 규모의 원정은 없었다. 북적거리는 그들 사이로 묘한 긴장감이 돌았다.


붉은 날개 길드의 숙소를 향해 텐트를 지나가던 도중 강운의 핸드폰이 울렸다.


[10시까지 협회 뒤쪽으로 와. 제 1 공격대랑 기다리고 있음.]


우성이 보낸 메시지였다. 지금 시간은 9시 40분. 강운이 여유롭게 반대편으로 걸어가자 검은 승합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빨리 왔네.”


“어. 마침 밖에 나왔던 참이라.”


“일단 안으로 들어와.”


우성이 문을 열고 손짓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붉은 날개’ 최고 정예인 제 1 공격대가 보였다. 끝에는 제 1 공격대의 대장이자 길드장인 최성진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본격적인 원정이 시작된다고 공문이 왔네.”


“그럼 부산으로 이동하는 겁니까?”


“그래. 주요 길드들이 먼저 이동하고 일반 헌터들이 뒤따라오기로 결정됐네.”


최성진의 말이 끝나자 승합차는 부산을 향해 출발했다. 걸리는 시간은 1시간 정도. 강운은 검은 용과 싸웠던 일을 보고했다.


“대략적인 정보는 제 4 공격대 대장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마신 같은 건 역시 믿기 힘든 내용이군. 아니, 오히려 이런 시대에는 어울리려나?”


“저도 정확히 아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번 대규모 균열에만 언어를 구사하는 괴수가 둘. 거기다 대규모 전략까지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건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그 말이 하고 싶은 건가?”


“대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직급은 일반 길드원인 강운이 길드장과 토론을 하고 있었으나 불만이 있는 사람은 없었다. 제 1 공격대를 포함해도 S급 헌터는 이중에서 강운과 길드장인 최성진 뿐이었으니까.


강운이 이계에 관한 경험을 최대한 밝히지 않으며 입수한 정보를 전달하는 동안, 승합차는 부산 근처까지 도착했다.


“여기가 집결지네. 다들 내리게.”


광활한 평야에 올라서자 앞으로는 불타는 도시가, 뒤로는 다양한 헌터들이 보였다. 최소 중견 이상의 길드만 먼저 모인 만큼 무리마다 특색이 있었다.


‘조성일과 백동현도 있군. 저기가 협회 진영인가.’


다른 쪽엔 심사장에서 봤던 S급 헌터인 민광연도 보였다. 백호 길드 주위의 헌터들도 그에 밀리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저쪽은 대형 길드들의 자리인가 보군.’


갑자기 민광연이 고개를 돌려 그들을 쳐다봤다. 정확히는 강운 뒤의 최성진을 향해서.


“......”


둘은 서로를 잠시 노려보더니 동시에 시선을 돌렸다. 자신이 주도하여 S급으로 승급시킨 강운이 안중에도 없었을 정도로 둘 사이엔 일이 있었던 것 같았다.


“백호든 청룡이든. 결국 자기 잇속을 챙기는 집단일 뿐이야. 우리는 저 앞으로 가서 대기하지.”


길드장, 최성진은 대원들을 이끌고 평야의 앞부분으로 나아갔다. 원정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괴수들을 상대할 위치. 그쪽에는 외국인으로 보이는 헌터들도 가득했다.


“UN에서 보낸 지원 헌터구만.”


장비를 정비하는 그들 사이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강운이 그쪽으로 다가가자 그녀도 강운을 알아차렸다.


“헤이! 강운 씨......”


바로 미국의 SS급 헌터인 베로니카였다. 그러나 반갑게 인사하던 그녀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또 어딜 가려고. 원칙적으론 지금 자숙 기간인 거 잊었어?”


반쯤 공중에 뜬 한 남자가 베로니카 앞을 막아섰다. 파란색 전신 슈트 위로 수많은 장치가 장착되어 있었는데, 기능을 다 쓰긴 할까 싶을 정도로 복잡한 구조였다.


“어이없네. 내가 나가면 사고라도 칠까봐?”


“어. 그 사고 쳤던 곳이 바로 이 나라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강운이 가까이로 움직이자 남자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베로니카와 같은 미국의 SS급 헌터인 론 데미안이었다.


“하아... 진짜 이번 원정은 가만히 있어라. 사고 좀 치지 말고. 그리고 너도.”


론 데미안이 갑자기 강운의 앞으로 날아왔다.


“이상한 걸로 저 여자 꼬드기지 말고. 저번에도 같이 있었다면서? 무슨 일 생기면 니가 먼저 제지해.”


“딱히 꼬드긴 적은 없습니다만......”


베로니카가 내가 그만하라고 멈출 위인도 아니고 말이다.


“SS급 헌터이신 론 데미안 아니십니까?”


강운이 옆을 돌아보자 어느새 길드장이 와 있었다. 최성진이 능숙한 영어로 악수를 청하자 그는 얼떨결에 악수를 받았다.


“이번에 1열 12번에 배치된 ‘붉은 날개’의 길드장, 최성진입니다. 원정이 시작됐을 때 잘 부탁드립니다.”


“아... 그래. 우리는 장비 점검을 끝내러 먼저 가보도록 하지.”


론 데미안은 베로니카를 끌고 미국 쪽 진영으로 돌아갔다.


[이계에 대한 새로운 정보도 얻었으니 원정 끝나고 보죠!]


끌려가면서도 베로니카는 텔레파시를 보내왔다. 론 데미안이 순간 움찔한 걸 보면 내용이 도청당한 것 같은데. 베로니카가 허락을 받고 나올지 몰래 나올진 모르겠지만, 강운은 스마트폰으로 확인 답장을 보냈다.


“슬슬 다른 헌터들도 도착했군요.”


주위를 둘러보니 아까는 없었던 헌터들이 질서를 맞춰 모여 있었다. 뒤쪽엔 협회에서 봤던 프리랜서 헌터들까지 전부 도착하여 대기하고 있었다.


지지직- 지직-


때마침 신호를 보내는 소리가 들려왔다. 최성진이 협회에게 지급받은 무전기를 꺼내자 지휘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아. 현재 시각 11시 26분.]


[지금부터 부산 수복 작전을 시작하겠습니다. 무전기를 보유한 헌터는 소속 헌터들에게 지시를 전달해주시기 바랍니다.]


부산 수복을 위한 원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작가의말

이틀이나 늦다니... 최근 일이 있었다지만 이렇게까지 늦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이번 주말에 어떻게든 비축분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가능하다면 연참이란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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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3화 – 다시 지구로 23.02.16 168 3 12쪽
42 42화 – 이계 진입(3) 23.02.14 191 3 13쪽
41 41화 - 이계 진입(2) +2 23.02.12 217 5 12쪽
40 40화 – 이계 진입(1) +2 21.06.22 367 7 12쪽
39 39화 – 부산 수복(5) +1 21.06.07 400 9 13쪽
38 38화 – 부산 수복(4) 21.06.03 414 9 13쪽
37 37화 – 부산 수복(3) 21.06.01 454 9 11쪽
» 36화 – 부산 수복(2) +1 21.05.28 498 7 12쪽
35 35화 – 부산 수복(1) +1 21.05.24 580 9 12쪽
34 34화 - 대규모 균열(5) 21.05.19 610 10 11쪽
33 33화 – 대규모 균열(4) +1 21.05.16 603 10 12쪽
32 32화 – 대규모 균열(3) +1 21.05.13 630 11 11쪽
31 31화 – 대규모 균열(2) +2 21.05.09 643 12 13쪽
30 30화 - 대규모 균열(1) +2 21.05.05 668 13 13쪽
29 29화 – S급 헌터 +2 21.04.11 764 13 11쪽
28 28화 - S급 승급 심사(2) 21.04.08 716 13 14쪽
27 27화 - S급 승급 시험(1) 21.04.04 757 13 13쪽
26 26화 - 단련 21.04.01 779 12 14쪽
25 25화 – 귀환 21.03.20 808 15 11쪽
24 24화 – 종결 21.03.19 785 16 11쪽
23 23화 – 지옥도(6) 21.03.18 784 13 13쪽
22 22화 – 지옥도(5) 21.03.17 792 15 12쪽
21 21화 – 지옥도(4) 21.03.16 835 17 14쪽
20 20화 – 지옥도(3) 21.03.15 869 17 12쪽
19 19화 – 지옥도(2) 21.03.14 915 18 14쪽
18 18화 – 지옥도(1) 21.03.13 923 16 10쪽
17 17화 – 합숙 훈련(2) 21.03.12 966 14 11쪽
16 16화 – 합숙 훈련(1) +2 21.03.11 1,029 2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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