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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뇨기 님의 서재입니다.

시집가자, 귀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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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뇨기
작품등록일 :
2018.06.14 23:47
최근연재일 :
2018.06.29 09:00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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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수 :
59,244

작성
18.06.21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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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화

DUMMY

허겁지겁 뛰었던 탓에 학교에 금세 도착한 나는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정문으로 이동했다. 손잡이를 잡고 열려고 했지만 잠겨 있어서 덜컹덜컹 소리만 날 뿐, 움직이질 않았다.

후문도 똑같은가 싶어 이동했지만 결과는 매한가지였다.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 정문에서 가만히 생각하고 있자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바로 그쪽으로 고개를 돌려 누구인지 확인하니 학교 경비원 아저씨였다.

“학생, 지금 시간에 여기에 뭐 때문에 왔니?”

“그게 말이죠······ 수행평가 겸 숙제를 해야 하는데 교과서를 교실에 두고 왔어요. 그래서 가지러 왔는데 문이 잠겨서 있어서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서 여기 있던 거예요.”

미리 생각해둔 말을 말하니 경비 아저씨는 믿는 눈치였다.

하긴 거짓말이 아닌 일부의 사실만 말했으니까.

“그래? 그럼 잠깐 열어줄 테니 얼른 가지고 오렴.”

“네, 감사합니다.”

고개를 꾸벅 숙여 감사하다고 표현했다.

“어제 여학생도 그렇고 요즘 애들은 벌써부터 깜빡하는 게 많은가 보네.”

“아하하······.”

경비 아저씨의 지적에 멋쩍어서 손가락으로 볼을 긁었다.

그러다 경비 아저씨가 뭔가 떠올렸는지 손바닥에 주먹을 치더니 얘기해줬다.

“아! 어제 왔던 여학생도 너처럼 뭘 놓고 왔다고 해서 들여보내줬거든? 처음엔 아무 문제없다가 좀 시간이 지나니까 비명을 지르는 거야. 무슨 일인가 싶어 안으로 들어가니까 그 여학생이 뭐에 쫓기는 마냥 허겁지겁 뛰어서 돌아갔거든? 그러니 너도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학교에서 점심시간에 들었던 얘기를 말씀하시는구나.

“네, 알겠습니다. 조심해서 금방 찾고 나올게요.”

“그래.”

경비 아저씨의 충고를 받아들이고 정문을 통해 학교 안으로 들어오는데 성공했다.

일단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 열려있는 창문이 있는지 3학년 교실이 있는 1층 복도를 돌아다니며 창문을 하나씩 확인했다.

덜컹덜컹 소리만 나다가 겨우 하나 드르륵 자연스럽게 열리는 창문이 있었다.

그 창문의 위치는 후문 방향에 위치한 창문이다. 이 창문의 위치는 꼭 외워둬야겠다.

이제 교과서를 가지러 갈 겸 귀신을 만나기 위해 1학년 교실이 있는 3층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1학년 교실이 3층, 2학년 교실이 2층, 3학년 교실이 1층에 있는 것에 불만을 가졌다. 하지만 매를 먼저 맞느냐 나중에 맞느냐의 차이이며 고등학교 3학년은 수능 때문에 바쁜 시기이기 때문에 저절로 이해가 가서 불만은 사그라들었다.

어차피 나도 나중에 1층에서 수업을 받을 테니까.

쓸데없는 생각은 이쯤에서 그만하고 3층에 도착했다.

낮에 보았던 학교 복도의 풍경은 젊은 학생들이 청춘을 즐기기 위한 장소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에 반해 밤의 복도 풍경은 한 마디로 말하면 살풍경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오로지 어둠만이 득실대는 가운데 달빛이 비추는 곳만 조금 빛이 있을 뿐이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어둠이 짙어져 괴한들에게 끌려가기 십상인 느낌을 받았다.

그럴 일이 없다는 것은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몸은 괜히 긴장이 되어 침을 꿀꺽 삼켰다.

그 상태로 부가 목적이던 교과서를 가지러 가기 위해 교실로 들어갔다.

다행히 교실 문은 잠겨있지 않아 문을 열고 교과서를 쉽게 가져올 수 있었다.

부가 목적을 달성한 지금 주목적을 이루러 갈 차례이다.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복도로 나와 맨 끝으로 이동했다. 끝에서부터 차례대로 살펴봐야 놓친 부분이 없을 확률이 그나마 높았다.

총 9개의 반이 있어 1반부터 시작했다. 교실 문을 열어 안을 샅샅이 살펴보고 일부러 인기척을 내는 행위를 반복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면 경비 아저씨가 걱정된 나머지 올라와 나를 찾아서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 그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일정량의 속도를 내서 시간을 단축했다.

그 덕에 3층의 탐색은 일찍 끝났다. 탐색 결과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다.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기에는 아직 2층과 1층도 남아있으니 조바심을 내진 않았다.

곧바로 2층으로 내려가 3층에서 하던 작업을 반복해봤지만, 결과는 도둑이 집에 침입해서 훔치려는데 아무 것도 없었던 거와 같았다.

바로 1층으로 가서 탐색을 하고 싶었지만 경비 아저씨와 가까이 있기 때문에 갈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마지막 도박으로 옥상으로 가는 계단으로 향했다.

옥상은 3층에서 이어지는 계단으로 이어지는 곳에 위치했다. 보통 옥상은 학생들이 출입하지 못하게 잠가두어 인연이 없는 곳이다. 그러니 학생들의 발길도 뜸해져서 결국 올 일이 없었다.

도박이니 만큼 실패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이때가 아니면 기회는 없을 거 같아 그 도박에 크게 걸어보기로 했다.

또각또각. 유난히 더 크게 들리는 발걸음 소리. 계단과 계단 중간 사이에 있는 평평한 바닥은 창문에서 새어나오는 달빛이 비춰주고 있다. 그 곳에 내가 발을 내딛자 달빛이 그림자에 삼켜졌다.

그리고 바로 옥상으로 가는 계단을 쳐다봤다. 그 순간 들리지 않았던 귀신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듣자 나는 도박이 성공했다고 생각으로 이어졌고 곧바로 믿음으로 바뀌었다.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한이 맺힌 눈빛으로 날 쳐다보고 있는 귀신이 보인 것이다.

티끌 하나 없는 소복, 아름다운 윤기가 흐르는 검은 긴 생머리, 비록 한이 맺혀 차가운 눈빛이지만 웃으면 사람을 녹아내리게 만들 거 같은 눈동자.

이런 생김새로 보아 처녀귀신임에 틀림이 없어보였다.

“억울해······ 너무 억울해······ 내가 왜 이런 처지가 되어야만 하는 거야······.”

“뭐가 그렇게 억울한데?”

처녀귀신의 억울함 정도야 예전부터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한 번은 물어봐주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다.

“나를 버리고 다른 여자에게로 간 그 남자······ 용서할 수 없어··· 나만 억울하게 죽었으니까······.”

크으~ 역시 그런 건가. 귀신이 된 이유가 자신을 버리고 간 남자에게 한이 맺힌 까닭이 맞다니.

처녀귀신의 말에 속으로 심취했다.

좋아, 이거야, 이거. 처녀귀신의 전형적인 멘트!

뻔하고 전형적인 이유라고 말할 수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단순한 계기를 통해 엄청난 집념이 생겨 결국 귀신이 되고 말 정도의 힘이 있으니까.

“하지만 엄청 긴 시간이 지난 지금 그 남자는 죽고도 남지 않았을까?”

처녀귀신에게 너를 죽게 만든 원인인 그 남자는 진작 죽었다고 얘기했다. 그러자

“그런 건 이미 알고 있어. 하지만 그 남자가 죽었다고 내 한이 풀리는 게 아니야. 그러니 대신 너라도 좋으니까 죽어줘야겠어.”

처녀귀신의 한이 갈 길을 잘못 잡아 나에게로 향했다.

스멀스멀 다리가 보이지 않은 상태로 공중에 떠오른 상태로 이동했다. 그 광경에 나는 만난 것도 기적인데 불구하고 나를 해치려고 다가오는 것에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누가 보면 진성 변태인 줄 알겠지만 이건 순수한 사랑과 기적이 일어나 마음이 저절로 반응한 것뿐이다.

하지만 그래도 엉뚱하게 죽긴 싫다고 생각했으나 처녀귀신이 다가온다는 고조된 마음에 옛날부터 담아두었던 마음을 전했다.

“귀신아, 그럼 나한테 시집 와라.”

갑자기 뜬금없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머리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으니 의식의 흐름대로 갔다고 볼 수 있다.

처녀귀신은 내 말을 듣더니 다가오는 것을 멈췄다.

나는 처녀귀신의 반응을 살펴보고자 그녀를 뚜렷이 쳐다봤는데 그녀의 표정과 행동이 달라진 것을 볼 수 있었다.

한이 맺힌 눈동자가 갈팡질팡하며 시점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르고, 백자처럼 맑고 깨끗했던 피부는 노을빛을 받은 것처럼 순식간에 붉어져 고개를 숙이고, 공중에 떠오른 것이 바닥으로 내려와 뒤로 졸졸 움직였다.

“무···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당황했다. 딱 봐도 당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티가 났다. 그리고 여전히 눈을 마주치지 않고 땅바닥을 향했다.

“말 그대로의 의미야. 네가 그렇게 억울하면 내가 다 받아줄게. 그거까지 각오하고서 말하는 거야. 그러니 나한테 시집 와라, 귀신아.”

“······에?”

나의 일생일대의 고백에 처녀귀신의 대답은 곧바로 돌아오지 않았다.

몇 분, 아니 몇 시간이라도 기다릴 수 있었다. 그만큼 나에게 있어 중요한 일이니.

그렇게 10분의 시간이 지나자 처녀귀신이 입을 떼고 말했다.

“그건······ 무리에요······!”

나의 고백에 대한 대답을 한 뒤 소녀처럼 얼굴을 가리고 도망치려고 했다.

처녀귀신의 몸이 서서히 투명해지고 있었다.

“잠··· 잠깐만!”

어떻게든 붙잡고 싶어 손을 뻗어봤지만 처녀귀신 쪽이 더 빨랐기에 허공에 헛손질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된 이유도 말하지 않고 도망가다니······ 치사하잖아······.”

이렇게 내 일생일대의 처음으로 처녀귀신에게 고백한 사건은 이유도 듣지 못하고 거절한 상태로 끝이 났다.



거절 사건의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상태로 일단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충격에 헤어 나오지 못해 학교에 계속 있었다간 경비 아저씨가 걱정돼서 올라올 게 뻔하고 집에서도 걱정할 것이다. 물론 지수도 말이다. 그러니 태연하게 평소처럼 행동하자.

하지만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해 겉으로 태연한 척 하고 싶었지만 실상은 쉽지 않았다.

3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 경비 아저씨한테 인사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니까 경비 아저씨가 ‘무슨 일 있었냐.’라고 물어본 것이다. 분명 태연하게 행동하자고 마음먹었는데 얼굴에 다 드러난 모양이다.

나를 걱정해주는 경비 아저씨에게 괜찮다고 얘기한 뒤 집으로 돌아갔다.

사실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내가 어떻게 집에 돌아갔는지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방에 도착한 것이다.

침대에 벌렁 드러누워 아까 있었던 일을 곱씹어 봤다.

너무 성급했다. 이런 건 물론 사전에 계획해서 천천히 진행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 순간 감정에 맡겨 말을 내뱉은 결과가 이거다. 결국 거절당하고 만 것이다.

더 이상 떠올리기도 싫으니 그만 자야겠다.

도피행으로 선택한 것은 잠을 자는 것이다. 기분 나쁜 일이 있거나 우울한 일이 있을 때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한숨 푹 자고 나면 그 일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이불을 덮고 벽 쪽으로 몸을 돌려 자려던 순간 지수가 창문을 열고 내 방으로 들어온 소리가 들렸다.

“웬일로 이렇게 일찍 자고 그래?”

“······”

“내 말 무시하는 거야?”

“······”

“저기요?”

연이은 지수의 말에 대답하는 것조차 하지 않고 무시한 채 침묵을 유지했다.

“오호~ 그렇게 나오시겠다?”

이 정도까지 무시했으면 물러날 줄 알았지만 지수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승부욕이라도 발동한 듯 내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만 일어나고 내 얼굴 좀 봐봐!”

이불을 걷어치우고 억지로 내 몸을 돌려 자기를 향하게 했다.

“뭐야? 무슨 일 있었기에 침울한 상태야?”

“······몰라도 돼.”

“그렇게 섭섭하게 말할 필요는 없잖아.”

“······미안.”

지수는 평소 같지 않은 내 반응에 나지막이 한숨을 쉬고서 얘기했다.

“어렸을 때부터 봐왔지만 가끔씩 네가 이렇게 침울해 할 때가 있었지. 그 때는 보통 잘 풀려 금방 끝났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겠지? 네 반응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니까. 그래도 말이야, 너무 침울해 하지 마. 사람은 어떤 일이든 무조건 성공한다고 보기엔 어렵고 웬만하면 실패하기 마련이야. 하지만 실패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그 일이 다음번에 성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지. 그러니까 너도 한 번 실패했다고 이렇게 꽁해 있지 말고 다음번을 기약해서 다시 도전해봐. 알았어?”

그래. 지수 말이 맞아. 이제 겨우 한 번 실패했다는 이유로 포기할 만큼 귀신을 좋아했던 것을 아니잖아?

지수의 진심어린 위로에 모든 걸 잊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에서 벗어나 앞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응. 고마워, 지수야.”

“정 고맙게 생각하면 맛있는 거라도 한 턱 쏘던가.”

“알았어. 네가 먹고 싶은 거 있을 때 얘기해.”

“지금 그 말 나중에 철회하기 없기다?”

“응.”

“그래도 기운 차린 거 같으니 오늘은 이만 갈게.”

“그래. 내일 아침에 보자.”

“알았어. 숙제하는 거 잊지 말고.”

지수는 창문을 넘어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그래. 모든 걸 내팽개치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차근차근 하자. 처녀귀신한테는 계속해서 도전하면 되니까.

옛 속담에 이런 말이 있잖아, ‘열 번 찍어 아니 넘어가는 나무 없다’라고.

그 뒤 숙제를 마치고 개운한 마음에 처녀귀신에 대한 열의를 품은 채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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