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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빈 님의 서재입니다.

제가 신이라면 세상이 멸망할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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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빈
작품등록일 :
2019.12.19 20:19
최근연재일 :
2019.12.19 20:22
연재수 :
2 회
조회수 :
42
추천수 :
0
글자수 :
4,881

작성
19.12.19 20:22
조회
16
추천
0
글자
4쪽

신이 이렇게 귀여운 건가요?

DUMMY

나는 일 평생을 원망만 갖고 살아온 것 같다.

물론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을 것이다.

잘생기지 못한 외모,

똑똑하지 못한 두뇌,

형편없는 인간관계,

그리고 바닥까지 떨어진 자존감.

결국 돌아보면 순전히 나의 못남으로 인한, 아니 못난 주제에 더 나은 삶을 바란, 나의 잘못이다.


하지만 인간이란 그런 것이다. 만약 모두가 자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며 살아간다면,

그것은 유토피아가 아닌 철저한 디스토피아일 것이다.

모두는 완벽하지 않다. 모두가 무언가 결여되어 있다. 그런 가녀린 존재들이 아득바득 살아가며 일구어 놓은 게 오늘의 사회인 것이다.

만약 모두가 자신의 그릇됨을 탓하고 그 늪에 빠져 살아간다면, 모두가 나처럼 히키코모리인체 평생을 살았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신에 대한 원망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아니, 그렇게라도 남 탓을 할 수 있으니까 나는 여태껏 나 자신을 견디며 살아온 것이다.

하지만 이런 원망은 지금까지만 해도 무척이나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이었다.

그저 한 사회 부적응자의 한탄에 불과했다.


지금, 내 눈앞에 존재하는 신을 보기 전까지는.


그래, 사실 내가 어린아이가 응석 부리듯 해온 이 원망들이 모두 유효한 것이었다.

이 신이라는 작자가 나를 무책임하게 쓰레기처럼 만들어 놓고,

또 자신의 잘못에 의해 죽은 나에게 갑자기 자신의 직무를 떠넘긴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것을 받아들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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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게요."


"애초에 너에게 선택권은 없어."


아니, 아무리 신이라도 이거 권력남용 아니냐고.


"갑자기 반말하시네요?"


"나 신이 거든."


정말 제멋대로인 신이다.


"크흠, 아무튼. 한가람. 나이 22세. 대학생. 무직. 장기: 내 욕 밥 먹듯이 하기.

너, 여태껏 해온 내 욕들이 그냥 공기 중으로 사라진 줄 알았지? 전-혀 아니라고.

이래 봬도 나 신이야. 너희 인간들이 하는 모든 게 다 내 여기로 흘러 들어온다고."


신이 자신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린다.


"그래서 난 너에게 내 자리를 잠시 넘겨줄 셈이야. 네가 원망하는 신이라는 걸 너는 얼마나 잘할지 보자고.

잘하면 평생 넘겨줄 의향도 있어. 쉽게 말하자면, 지금은 비정규직이지만

네가 어떻게 하냐에 따라 계약직이 될 수 있다, 이 말이지.


이거, 전형적인 꼰대 대사 아닙니까?


"뭐, 일단은 네 죽음이 내 탓인 걸 쉽게 부정하기 힘드니까. 천국을 보낼 수도, 지옥을 보낼 수도 없다고.

사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매뉴얼 같은 것도 없어. 이래 봬도 신이라서, 나 실수 같은 건 진짜 드물다고.

그래서 일단, 임시방편이지만 내 자리를 맡아 줘야겠어."


"그렇게 주저리주저리 설명 안 해도 할 생각이었는데요?"


빠지직!


하늘에서, 아니 여기가 하늘이니까, 내 위에서 번개가 내리친다.


"너, 아무리 내가 이런 귀여운 여자아이 모습을 하고 있어도 일단 신이라고? 예의를 갖춰."


"으윽... 알겠다고요. 근데 도대체 왜 그런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신 님의 얼굴이 살짝 붉어지는 것도 같다.


"난 신이니까, 형태 같은 건 애초에 없어. 그저 너희들이 제일 동경하는 대상으로 보일 뿐이야."


분명 그렇긴 했다. 부드러운 흑색 생머리. 장난스럽게 살짝 올라간 눈매. 오똑하게 솟아오른 코에 어렴풋이 미소 짓는 것만 같은 입.

분명 나의 이상형이었다.

하지만...


"저는 좀 더 큰 가슴을 동경하는데요?"


"이 쉑히가!!!"


다시 한번 내 위에서 번개가 몰아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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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러려고 신을 원망한 건 아닌데요? 19.12.19 26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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