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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약과 님의 서재입니다.

무공 그렇게 쓰는 거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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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약과
작품등록일 :
2023.06.10 03:25
최근연재일 :
2023.07.21 01:31
연재수 :
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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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513

작성
23.07.21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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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

DUMMY

“저 새끼는 뭐야?”


도림 길드 소속이자 갓 일류 반열에 들어선 고수, 정하윤은 지금 상황이 굉장히 아니 꼬았다.

비록 지금은 하청 길드 소속이라지만, 도림에 있던 운송팀장 강진철은 그녀가 신세 졌던 사람이었다.

열심히 보급품을 나르고 있는 강진철 옆에서 가만히 빈둥거리고 있는 저 자식은 대체 뭐 하는 새끼일까.


“선배. 저 자식 뭐예요?”


보급품을 옮기느라 두 사람의 거리가 멀어진 틈을 탄 하윤이 조심스럽게 다가가 묻자, 그는 짐을 내려놓고서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답했다.


“신경 쓰지 마.”

“선배만 고생하고 있는데 어떻게 모른 척할 수 있어요.”


사실 스무 명에 가까운 운송팀 모두가 고생하고 있지만, 하윤에겐 강진철을 제외한 다른 이들의 사정은 알 바가 아니었다.

하윤이 다시 한번 물었다.


“혹시 선배네 길드장 아들?”


간혹가다 실적을 이유로 자식을 편한 부서에 꽂는 하청 길드장이 있다고 들은 적이 있다.

만약, 저 녀석이 그런 녀석이라면, 지금 당장 쓴맛을 보여줄 셈이었다.

도림 길드장도 아니고 하청 길드장의 아들이다.

한 수 가르쳐준다는 명목으로 두들겨 팰 수 있을 정도의 힘과 위치가 그녀에겐 있었다.

힘이 잔뜩 들어간 그녀의 말뜻을 읽었는지, 강진철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서라. 악소님의 손님이시다. 손댈 생각은 꿈도 꾸지 말아,”

“아, 악소님이요?”


정하윤은 일순간 뒷걸음질 쳤다.


“진짜 우리 길드의 그 악소님 맞아요?”

“도림의 악소가 두 명이 아니라면, 네가 생각하는 그 악소가 맞겠지.”

“···진짜인가 보네.”


동휘를 손봐주겠다는 생각은 저만치 날려버린 하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악소님이 손님으로 삼을 정도면 저 사람도 평범하진 않을 것 같은데, 옷을 보면 보통 사람처럼 보이는데.”


하윤이 동휘의 겉모습을 흘겨보며 품평하자, 강진철이 픽 웃으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헝클어트리듯 매만졌다.


“나도 몰라. 내가 아는 건 최대한 편의를 봐주고, 되도록 상처 하나 없이 무사히 돌려보내는 것이야.”

“그거 완전 과보호 아닌가요?”

“뭐, 나야 일이니까. 시킨 대로 따를 뿐이지.”

“에휴, 선배가 고생이 많네요.”


하윤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내저었다.

가뜩이나 쉬운 운송일에 다칠 상황이 몇 개나 된다고. 저토록 싸고도는 걸까.

강진철은 대답 대신 굳게 닫힌 문을 보며 물었다.


“보스는 아직도 안 나왔나?”

“네. 던전이 정리된 지 벌써 이 주가 지났는데 코빼기도 안 비치네요. 이번엔 좀 오래 걸리려나.”

“나올 낌새도 안 보여?”

“아직까지는요. 빨리 보스가 나와야 우리 팀이 다른 던전으로 이동하든지 여기에 자리를 잡든지 정할 텐데. 영 답답해요.”

“그래? 그럼 우리도 빨리 마무리 짓고 떠나야겠네.”


편하고 편한 운송팀 일에도 딱 한 가지, 목숨을 걸어야 할 일이 있었다.


그건 바로 보스 영격(迎擊).


침입자가 들어오고 나서, 일정 시간 동안 보스 방의 문이 열리지 않으면, 보스가 뛰쳐나와 침입자를 격퇴하는 던전의 특수한 현상.


보스는 멈추지 않는 폭주 기관차가 되어 모든 침입자를 말살시킨다.

이때 보스에게 어느 정도 피해를 주게 되면, 보스는 방 안으로 다시 퇴각하게 되며, 몸을 회복하면 다시 방을 뛰쳐나온다.


만약, 운송팀이 짐을 옮기던 중에 보스 영격이 발생한다면,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이미 보스의 정체가 밝혀져, 상응하는 레이드 팀이 맡고 있다면 좀처럼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지만. 그것이 선발대 팀이라면 그 위험도는 몇 배로 껑충 뛰어오른다.

거기에다 보스의 등급이 선발대 팀을 능가한다면.

상상도 하기 싫은 대참사가 벌어질 것이다.


하윤은 그럴 일 없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웃음을 터트렸다.


“괜찮아요, 괜찮아. 선발대 팀은 항상 던전 등급보다 높은 사람으로 뽑아서 오잖아요. 웬만한 녀석이 아닌 이상 큰 문제는 안 생길 거에요.”

“그럼 다행이지.”

“그리고, 선배도 일류 고수잖아요. 저보다 무공도 높으신 양반이 무슨 걱정이 그렇게 많아요?”


여차하면 이쪽에서 도와달라 할지도 모른다고 하윤이 말하는 사이, 그들의 곁으로 동휘가 다가왔다.


“팀장님. 저도 일 하겠습니다.”

“이동휘 헌터님. 업무는 저희가 다 끝내놓을 테니, 차 안에 들어가셔서 편히 쉬시면 됩니다.”

“아뇨, 저도 요 며칠 동안 차에만 있었더니 좀이 쑤셔서요.”


동휘는 지금 상황이 썩 달갑지 않았다.


‘낌새를 보니, 분명 뭔가 있는 것 같았어. 부탁? 아니면 거래? 그게 뭐든 간에 만약을 위해서 거절할 명분 정도는 있는 편이 낫다.’


나윤상의 의도를 모르는 이상, 과한 호의는 동휘에게 있어 그저 독으로 느껴질 뿐이었다.

그때, 두 사람 사이에 하윤이 들어왔다.


“마인드 좋은데요? 그럼, 저 좀 도와주실래요?”

“하윤아.”

“왜요. 선배. 기특하잖아요. 자, 그럼 이쪽으로 따라와요.”


행여나 강진철이 막을까 싶은 하윤이 잽싸게 동휘의 손목을 끌고 가자, 강진철은 멀어져 가는 두 사람을 보며 검지와 엄지로 미간을 짓눌렀다.


동휘를 데리고 간 하윤은 사람 몸통만 한 플라스틱 상자를 가리키며, 쾌활하게 말했다.


“자, 이걸 저쪽으로 옮기면 돼요.”

“이건···. 식료품인가요?”

“맞아요. 그동안 주구장창 말린 음식만 먹었더니 혀가 닳을 것만 같았는데. 이제 살맛 좀 나겠네요.”


따뜻한 음식이 기대되는지 하윤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음을 옮기자, 동휘는 상자를 들고 그녀의 뒤를 쫓았다.


“여기에 내려놓으면 돼요.”


보스 방문과 꽤 멀어진 곳에 상자를 내려놓자, 하윤이 단검을 꺼내 들어 상자를 개봉했다.

상자 안엔 식료품이 한가득 들어있었다.

그중에서, 부피가 꽤 큰 아이스박스를 발견한 하윤의 얼굴이 환하게 물들었다.


“앗, 이게 있네.”


아이스박스를 꺼내든 하윤의 곁으로 다가온 동휘가 물었다.


“이게 뭡니까.”

“뭐긴요. 던전 안에선 좀처럼 맛보기 힘든 거죠.”


더 이상 못 기다리겠다는 듯, 하윤이 아이스박스를 열자, 그 안을 들여다본 동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건 과일?”

“그냥 과일이라고 하면 섭섭하죠, 어디보자, 사과랑 바나나에 와! 샤인 머스켓이랑, 수박도 있네. 이번엔 길드에서 신경을 썼나 봐요.”

“그냥 평범한 과일 아닙니까?”


고당도에 브랜드까지 있는 과일이지만 시중에선 언제든지 구할 수 있는 평범한 과일일 뿐이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동휘의 말에 하윤의 표정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마치.


‘이 새끼가 지금 무슨 말을 씨불이는 거지?’


라는 말을 얼굴로 표현하는 것 같다.

하윤이 물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예? 이름이요? 갑자기 이름은 왜···.”

“뭐, 처음 보는 사이인데 야, 저, 너라고 불러주길 원하면 안 가르쳐주셔도 되고.”

“아, 이동휘라고 합니다.”

“제 이름은 하윤이에요. 정하윤. 그건 그렇고, 동휘씨. 혹시나 해서 묻는데, 장기간 레이드는 몇 번이나 뛰어보셨어요?”

“아직 한 번도···.”


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하윤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이해 못 할 수 있죠. 이번 던전 공략에 들어간 시간만 무려 두 달이에요. 제대로 된 보급 없이 말린 음식만 가지고 던전 안에서 두 달을 살면 사람이 어떻게 되는지 알아요?”

“글쎄요. 어떻게 됩니까?”

“잘 봐요.”


하윤은 잠시 말을 끊더니, 선발대 팀 들으라며 쩌렁쩌렁하게 외쳤다.


“보급품 중에 과일이 있다!!!”

“뭐? 과일?”

“과일? 과일이라고? 지금 과일이라고 했냐?”


과일이라는 말에 각자 개인 정비를 하던 선발대 팀의 눈이 무섭게 돌변했다.

마치, 등에 뱃가죽이 달라붙은 짐승이 신선한 고기를 발견한 눈빛이다.

그 짐승이 무려 여덟 명이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생각한 모두가 누구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있는 힘껏 달리기 시작했다.


“과일은 절대 양보 못 해!”

“고기! 따뜻한 밥! 시원한 물! 탄산! 그리고 신선한 과일!”

“으어어어어! 달려! 죽어도 달려!”

“나보다 먼저 손대는 놈은 죽인다! 세 번 죽인다!”


분명, 모두 손바닥만큼 작게 보였던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이 이곳까지 도착하는 데 걸린 시간은 대략 3초 남짓. 그야말로 광기에 휩싸인 몸놀림이었다.

알 수 없는 기백에 눌린 동휘가 뒤로 물러서자, 선발대 팀은 시체를 파먹는 좀비 영화처럼 상자를 둘러싼 채 과일을 파먹고 있었다.

동휘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그 참상을 지켜보았다.


“이, 이게 무슨.”

“봤죠? 이게 던전 안에서 과일의 위치에요.”

“과연···.”


동휘는 턱을 쥐고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대단하다.

바깥에선 흔하게 널린 간식거리가 던전 안에선 서로 죽일 듯이 싸우게 되는 보물 같은 취급을 받다니.

다만 걱정되는 건.


“그보다 괜찮습니까? 과일, 하나도 안 남을 것 같은데.”

“아아, 괜찮아요. 전 과일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그냥 오랜만에 던전 안에서 보는 과일이라 신기한 느낌이 들 뿐이죠.”

“오랜만? 잘 안 나오나 보죠?”

“아무래도 그렇죠. 괴혈병 같은 건 영양제로 해결하면 그만이고. 던전 안에서 먹기 힘들 뿐이지, 밖에 나가면 과일 같은 건 언제든지 먹을 수 있으니까요. 이런 건 보통 명절 같은 경우가 아니면 안 들어온다고 보면 돼요.”


오히려 이번이 좀 특수한 경우라고 하윤은 덧붙였다.


“원래는 요리 좀 도와달라고 하려 했는데. 저 모습을 보니 오늘 끼니는 필요 없겠네요.”

“그럼 제가 할 일은 더 없나요?”

“네, 아쉽게도요.”

“그럼, 팀장님에게 돌아가겠습니다. 저쪽엔 아직 할 일이 많아 보여서.”


동휘가 고개를 꾸벅 숙이자, 하윤은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만족스러운지 팔짱을 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이에요. 그 김에 우리 선배 좀 잘 부탁드려요. 요새 젊은 헌터들은 마흔이 넘은 일류 고수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던데, 그쪽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누굴 무시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그 선배가 누군데요?”

“누구긴요. 댁이랑 함께 온 운송팀장님을 말하는 거지.”

“네?”


동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강진철이 일류?

이상하다. 분명 그자의 아우라는.


그때였다.


“컥. 컥.”

“뭐, 뭐야. 몸이. 내공이.”

“수, 숨이. 안 쉬어져.”

“뭐야, 왜 이래.”


하윤은 당혹스러웠다.

자신을 제외한 과일을 먹은 선발대 팀 여덟 명 전원이 어째서인지 제 목을 움켜쥐고 연신 컥컥거리고 있었다.


동휘는 재빨리 그들의 용태를 살폈다.

숨 한 모금 넘어가지 않는 긴급한 상황. 선발대 팀원 중 한 명의 입을 벌려 입 안을 살펴본 동휘는 곧바로 맥을 쟀다.

불규칙적으로 뛰는 맥. 그리고 헌터라면 반드시 느껴져야 할 내공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 반응은.


“산공독이다.”

“산공독이라뇨? 그게 왜 여기에?”

“그보다 빨리 강진철 팀장을 불러주세요. 운송차 안이나 이번 보급품 중에 약품이 있을 수도 있어요. 응급조치는 해볼 테니까.”

“아, 알았어요.”


산공독을 대처하는 법은 전생의 기억에서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기혈을 뚫어주면 내공은 잠시간 잃더라도 호흡은 가능할 터.

생명은 지장 없을 것이다.

응급조치에 들어가는 동휘를 두고 하윤이 움직이려는 찰나.


쿵. 쿵.


검은 문에서 흘러나오는 무거운 울림소리.

재빨리 움직여야 할 하윤의 다리가 뻣뻣하게 굳었다.


“왜 하필. 지금?”


이 소리가 들리는 이유는 단 하나.

보스 방문이 열린다.

하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하얗게 질린 채 중얼거렸다.


“영격이 시작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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