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Rapiz 님의 서재입니다.

이상한 나라의 두번째 앨리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로맨스

Rapiz
작품등록일 :
2016.01.20 20:42
최근연재일 :
2016.02.04 18:58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2,249
추천수 :
14
글자수 :
58,276

작성
16.01.20 20:44
조회
276
추천
1
글자
8쪽

Prologue I - 그들의 사정

DUMMY

모든 주민이 잠들어 있는 고요한 원더랜드의 밤.

에메랄드빛 하늘도 솜사탕 같은 구름도 어둠에 가리어 보이지 않았고 알록달록 작은 사탕 같은 꽃들과 싱싱한 녹색 잎사귀도 잠에 취해 있었다.

커다란 달도 그날따라 구름에 가려 희미한 빛을 겨우 드러내고 있었고 작은 개울물 흘러가는 소리만이 정적을 깨트릴 뿐 이었다.



아직 채 동이 트지도 않은 어두운 새벽.

어둠 사이로 희끄무레하게 보이는 두 인영이 발소리를 죽인 채 어디론가 급히 걸어가고 있었다.


소녀가 품안에 손을 넣어 가죽 주머니가 잘 있는지 확인한 것은 벌써 다섯 번째였다.

그러고는 아직도 안심할 수 없다는 듯이 불안한 얼굴로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았다.

반면 함께 걷고 있는 소년은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만면에 기쁜 내색을 띠고 흥이 난다는 듯 발걸음을 재촉했다.


잠시 후 그 둘은 어둠속으로 사라졌고 더 이상 원더랜드에서 그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여느 날과 다를 것 없는 아침이었다.

하트 여왕 메리는 같은 시간 자리에서 일어났고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메뉴로 아침을 먹었다.

식당에 앨리스가 보이지 않았지만 종종 늦잠으로 인해 늦은 아침을 먹는 그녀이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식사 후 몸단장을 마치고 집무실에 들어섰을 때 비로소 그녀는 무언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집무실. 왕좌. 그리고 그 옆에는 당연하게 붉은빛으로 반짝이는 시간의 다이아몬드가 걸려 있어야 했다.

메리는 왕좌 옆 다이아몬드가 사라진 빈자리를 멍하니 바라보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는 새된 목소리로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해터! 해터를 불러와라! 어서!!”


여왕의 공포 섞인 외침은 마치 절규처럼 왕궁 안에 울려 퍼졌다.




여왕의 집무실.

침통한 표정으로 왕좌에 앉아 있는 여왕의 앞에 세 명의 가신이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얼굴로 침묵을 지키고 서 있었다.

이윽고 무거운 침묵을 먼저 깬 사람은 검은 실크 탑햇을 쓴 해터였다.


“시간의 다이아몬드를 도둑 맞았다는 것이... 무슨 말씀 이십니까.”

“말 그대로입니다. 범인은 아마도... 앨리스 인 것 같습니다... 다이아몬드와 함께 그녀도 원더랜드에서 사라졌습니다.”


괴롭다는 듯 눈을 질끈 감고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을 천천히 열어 여왕이 대답했다.

그러자 여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해터의 옆에 서있던 분홍 머리칼에 토끼 귀가 달린 소년 하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외치듯 말했다.


“그렇다면! 원더랜드의 시간이!”

“그렇습니다. 트위들 덤. 멈추어 버렸습니다. 원더랜드의 시간이...”


여왕이 감았던 눈을 뜨고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고 ‘트위들 덤’ 이라고 불린 토끼소년을 비롯한 세 가신은 경악한 표정으로 얼어붙었다.

잠시 후 그때 까지 묵묵히 듣고만 있던 트위들 덤과 똑같은 외모의 마지막 소년이 입을 열었다.


“현자님께도 알리셨습니까.”

“사람을 보냈습니다만 어쩌면.. 현자님께서는 이미 알고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 더 그의 충고에 귀 기울일 것을... 이 모두 부족한 저의 불찰입니다. 여러분 모두.. 아니, 원더랜드의 모든 주민을 볼 낯이 없습니다...”


여왕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고 그들은 순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여자의 비명 섞인 외침 같은 것이 들리는가 싶더니 금세 가까워졌다.


“여왕님! 여왕님! 큰일 났어요. 체셔가! 체셔가!!”


아름다운 외모에 걸맞지 않게 잔뜩 흐트러진 머리칼과 옷매무새로 나타난 그녀는 무서운 기세로 집무실에 달려 들어와 여왕의 발치에 넘어지듯 엎드렸다.


“공작부인! 무슨 일인가요! 무슨 일 이기에 공작부인답지 않은 이런...”

“체셔가... 체셔가... 사라졌어요! 앨리스와 함께 원더랜드를 떠난 것 같아요. 사라졌어요...”


창백한 얼굴로 미치광이처럼 울부짖던 그녀의 목소리는 이제 거의 흐느낌으로 바뀌어 있었다.


“체셔가...?”


여왕은 의아하다는 듯 한쪽 눈썹을 치켜 올리며 되뇌었다.

소란스럽고도 갑작스러운 그녀의 등장에 잠시 멍해 있던 해터는 금세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와 뭔가 생각하는 듯 하더니 곧 딱딱하게 굳은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그때까지도 엎드려 흐느끼는 공작부인의 어깨를 거칠게 잡아 채 일으켰다.


“다른 일은.. 혹시 다른 일은 더 없었습니까? 그가 뭔가 다른 짓을 더 하지는 않았습니까?”


거의 반쯤 이성을 잃은 상태로 흐느끼던 공작부인은 갑자기 몸이 일으켜지자 눈물이 범벅된 얼굴로 대답 없이 멍하니 해터를 바라보았다.


“공작부인!”


날카로운 여왕의 외침에 흠칫 놀란 공작부인은 문득 정신이 돌아온 것 같은 얼굴을 하더니 바로 시선을 아래로 떨구고 훌쩍거리며 애써 쥐어 짜낸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그들이 주민의 개인 시간을 훔쳐갔습니다. 아마도 주민 전부는 아닐 것 이라고 생각되지만... 제 요리사를 비롯한.. 일부 주민이 시간을 도둑맞은 것 같습니다...”


문득 해터의 얼굴을 바라본 트위들 덤은 그의 표정이 점점 분노로 일그러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해터의 암청색 눈동자가 서서히 호박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분노한 그를 달래기 위해 트위들 덤이 해터에게 손을 뻗는 것과 동시에 트위들 디가 입을 열었다.


“방법은 한가지뿐 이군요.”


트위들 디는 포켓에서 꺼낸 회중시계를 바라보며 만지작거렸다.

이윽고 잠시 뜸을 들이던 그는 모두를 바라보며 쓰게 웃음 짓고는 말을 이어갔다.


“애초에.. 그녀가 원더랜드로 오게 된 것도 제 탓입니다. 제가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아무 문제도 생겨나지 않았겠죠.”

“하지만...!”


뭔가 반박하려는 듯 입을 떼는 트위들 덤을 손으로 제지한 채 이번에는 여왕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이야기했다.


“원인이 어찌 되었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 이라는 것도 그 일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도 한명 뿐 이라는 것도 다들 알고 계시죠. 제가 책임을 지고 찾아오겠습니다. 두 번째 앨리스를.”


잠시 복잡한 얼굴로 트위들 디를 바라보던 여왕은 곧 결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용기 있는 결심에 감사드립니다. 그대에게는 힘들고 어려운 여정이 되겠지만.. 부탁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이쪽에서도 최대한 다른 방법을 강구해보도록 할테니 모쪼록 몸조심 하도록 하세요.”

“예. 폐하”


트위들 디는 여왕에게 가볍게 목례한 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트위들 덤에게 살짝 미소지어보이고는 그대로 집무실을 나갔다.


여왕은 그가 집무실 문 뒤로 사라지자 문득 생각났다는 듯 해터와 트위들 덤을 바라보며 말했다.


“혹시 그대들 중에서도 개인의 시간을 도둑맞은 사람이 있나요?”

“저는 도둑맞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도...”


그들의 대답을 들은 여왕은 다행이라는 듯 과장되어 보이는 한숨을 지어 보인 후 말했다.


“조금 불편하겠지만 일단 그대들의 개인 시간은 따로 흘려보내지 않고 정지 시키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아직까지는 일이 어찌 될지 모르는 것이니... 나도 일단은 나의 시간을 멈추어 두도록 하지요.”


그리고 잠시 말을 멈춘 여왕은 두 가신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띠어 보이고는 좀 더 나긋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혹시라도 개인의 시간을 사용하게 되거든 저에게 알려 주세요. 일단 제가 알고 있는 쪽이 나을 것 같으니. 그리고 현자에게 전언이 오면 그대들에게도 알리도록 하지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폐하.”

“알겠습니다.


트위들 덤과 해터가 목례한 후 자리를 떴고 여왕은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 그들이 나간 집무실 문을 한참동안이나 바라보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상한 나라의 두번째 앨리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 위태롭지만, 시작 (1) 16.02.04 135 2 14쪽
10 원더랜드와 첫 번째 앨리스 (4) 16.02.01 137 1 9쪽
9 원더랜드와 첫 번째 앨리스 (3) 16.01.28 154 1 13쪽
8 원더랜드와 첫 번째 앨리스 (2) 16.01.25 186 1 16쪽
7 원더랜드와 첫 번째 앨리스 (1) 16.01.24 237 1 11쪽
6 토끼 굴 속으로 (4) 16.01.20 203 1 13쪽
5 토끼 굴 속으로 (3) 16.01.20 244 2 10쪽
4 토끼 굴 속으로 (2) 16.01.20 138 1 12쪽
3 토끼 굴 속으로 (1) 16.01.20 254 2 11쪽
2 Prologue II - 그녀의 사정 16.01.20 285 1 13쪽
» Prologue I - 그들의 사정 16.01.20 277 1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