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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딕 님의 서재입니다.

천사가 사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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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딕
작품등록일 :
2021.07.26 19:45
최근연재일 :
2023.11.09 16:15
연재수 :
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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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01,857

작성
22.08.10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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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 - 10. 어린 양

DUMMY

"여기에 구멍을 내보라고...?"



그곳에서 강동욱이 망설이듯이, 민규하에게 말했다.



"소문으론 한가람의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한 것도 모자라, 양처럼 뿔이 돋아났다고 하던데? 그러니까, 그냥 작게 손가락 굵기 정도만 뚫어서 확인해보자~"



민규하는 또다시, 가슴에다 강동욱의 팔을 딱 붙였다.



"엇..."



그러자 어쩔 줄 몰라서 얼굴까지 빨개지는 강동욱.



'씨... 빨리 좀 해라...'



민규하는 갈라진 입술을 티 나지 않게, 질끈 깨물었다.



'지금... 지금이 기회라고...!'



학생회장과 학생들이 중앙 현관에 있는 그 괴물에게 정신이 팔린 지금,


선도부장이 저녁을 먹으러 매점에 간 지금,


바로 지금이 기회라면서,


약속된 시간보다는 이르지만, 지금 당장 한가람을 풀어주라고 박선녀와 정가영이 자신에게 신호를 보낸 것이다.



"손, 손가락 굵기 정도면 뭐, 상관없겠지."



강동욱이 벽에 손가락을 댔다.


치-이익


뜨거운 철판에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빈교실에 요란히 울리며,


벽면이 조금씩 녹아 들어가고 있을 때...



"헉... 헉... 선배님들 여기서 뭐 하는 거죠?"



1학년 여학생, 류수현이 교실 뒷문을 열며 강동욱과 민규하를 바라봤다.



"설마, 선배님들도 한가람을 풀어주려고요?"



류수현은 거친 숨소리를 목구멍으로 꿀꺽 넘기며, 말을 이어나갔다.



"... 뭐? 우리가 왜?"



뭐야? 왜 1학년이 우리 2학년 층 빈교실에...


아니. 그것보다, 방금 ‘선배님들‘도’ 한가람을 풀어주려고요?’라 말한 것 같은데?


뭐가 어찌 된 건지 모르겠지만, 민규하는 일단 아닌 척 시치미 떼는 게 좋을 같았다.



"그럼... 거기서 좀 나오시죠?"



류수현은 그 둘을 쏘아보면서, 퉁명스럽게 말했다.


민규하는 그런 어처구니없는 후배의 태도에 뭐라고 말하려다...



"안 나오면 다쳐요. 선배님들"



류수현의 양손에서, 불꽃이 일렁였다.


더불어 그녀의 피부도 마치 파충류처럼 녹색으로 변하면서.


머리에는 용에게 달려 있을 법한 큼직한 뿔이 돋아났다.



"요... 용!?"



강동욱이 그런 류수현을 보며 소리쳤다.



"경고했으니..."



류수현의 주변으로 도깨비불처럼 파란 불꽃이 피어올랐다.


강동욱과 민규하는 류수현의 모습을 보고, 부랴부랴 벽에서 물러섰다.


화륵!


류수현 주변에서 피어오른 파란 불꽃이, 한가람이 갇혀 있던 두꺼운 콘크리트 벽을 녹여내기 시작했다.



"우... 우리 이 교실에서 나가자."



강동욱은 잔뜩 일그러진 표정을 지은 채, 녹아내리는 콘크리트 벽을 보며 슬금슬금 교실 앞문으로 내뺐다.



'저, 저 새끼... 지금 나 버리고 튀는 거지?'



더더욱 마음에 안 드는 강동욱.


그래도 어떻게든 한가람을 구출하는 데 성공했으니.


이제 이런 찌질이와 사귀지 않아도 된다.


민규하는 그리 생각하며 강동욱을 뒤따라 교실 앞문으로 가려던 찰나,



"엇?!"



앞서가던 동욱이가 갑자기 넘어지면서, 어디론가 끌려갔다.



"뭐야?"



민규하는 끌려가는 동욱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저... 저건..."



녹고 있는 콘크리트 벽 뒤로, 길게 이어진 검은 줄기.


그 줄기가 강동욱의 다리를 낚아채어 끌고 가고 있었다.



"살려줘!!!"



강동욱은 주변에 있던 기다란 사물함을 두 손으로 부여잡았다.


끼-이익


하지만 기다란 사물함과 강동욱은 멈추지 않고 검은 줄기에 끌려가다가,


사물함이 책상에 걸려, 간신히 멈춰섰다.



"규... 규하야."



강동욱의 절규.


살려줘야 하나?


아니, 내가 살려줄 수 있을까?


민규하는 그 짧은 찰나에 고민했다.


자신이 뭣 때문에 한가람을 구출하고 싶은지.


자신이 뭣 때문에 답답한 화장까지 해가면서, 남자에게 꼬리 치고 있는지...


그래... 이건, 자신이 중학교 때 저지른 짓 때문이다.


그래서, 이 양아치 흉내 내는 아니꼬운... 아니. 그래도 내가 저지른 일과 비교하면, 강동욱은 귀여운 거지... 나에게 있어서, 그는 과분한 놈이었다.



"씨X"



민규하는 강동욱의 손목을 부여잡고,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한가람 선배! 저에게 했던 말과 다르잖아요!? 어서 저 선배들을 풀어줘요!"



류수현은 콘크리트를 녹이고 있던 파란 불꽃을 없애며, 벽 너머로 외쳤다.



"아아... 어린양들. 제가 돌아왔답니다."



녹아내린 벽 너머로, 한가람이 걸어 나왔다.



"맞아요. 복수에 연연하지 않기로, 학생회장의 독단적인 결정을 막기로, 검은 가면을 위하기로... 우리 귀여운 류수현 후배와 약속되어있었죠?"



한가람은 두 손을 모아, 깍지를 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전 이미 학생회장과의 선약이 있었답니다."



한가람은 천천히, 강동욱의 손목을 잡고 있던 민규하에게로 걸어갔다.


강동욱의 발목을 휘감은 검은 줄기는 어느새 사라진 상태였지만,


그 둘은, 양처럼 뿔이 돋아나 귀가 축 늘어진 한가람을 그저 두렵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학생회장은 제 심판을 눈감아 주신다고 했습니다. 그 대신에 자신을 위해 힘써 달라 했죠. 너무나... 자비로운 분이세요."



한가람은 검은 눈물을 흘렸다.


민규하는 한가람의 검은 눈물에, 눈을 질끈 감았다.



"민규하... 그렇게 두려워하실 필욘 없어요. 당신은 제게 용서받으려고 노력했잖아요? 그래서 전 당신은 죽이는 대신, 이 남자를 죽일 거예요."



한가람에게서 흐른 검은 눈물이 바닥에 고여, 이번에는 4마리의 거대한 검은 늑대로 변했다.



"참... 다행이죠?"



검은 늑대 중 한 마리가, 민규하가 손목을 잡고 있던 강동욱의 머리를 물어뜯었다.


치이익-


강동욱의 목에서 따스한 피가 분수처럼 뿜어졌다.


그 피를 온몸으로 받아드린 민규하는, 뒤늦게야 질끈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자! 그러면... 죄인들을 끌고 오세요."



그렇게... 민규하가 알고 있는 3명의 학생이 늑대에게 목덜미가 잡힌 채 끌려왔다.



"민규하... 아무리 노력해도 죄악은 없어지지 않아요. 그들이 제게 했던 짓은, 그 순수한 어린양을 밑도 끝도 없이 타락시켰습니다. 그래서 당신을 저와 함께하는 동반자로 삼죠."



늑대들은 한 명씩, 한 명씩, 한 명씩.



"잠... 잠깐..."

"엇!"

"살려..."



민규하 앞에서, 학생 세 명의 머리를 물어뜯었다.


민규하는 그저 손을 벌벌 떨며, 빨갛게 갈라진 입술을 떨며,


그 장면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이로써 전 안식을 찾았습니다. 만족해요. 학생회장님."



어느 틈에 교실로 들어온 학생회장, 김수찬.



"학... 학생회장! 당, 당신 미쳤어?"



류수현이 학생회장을 향해 소리쳤다.



"그럼 한가람은 1층 중앙 현관으로 가서 서진수와 인사 나누고 있어. 그도 동물처럼 모습이 변했으니 아마 말이 조금 통할 거야."



류수현이 소리치든 말든 학생회장은 그녀를 가볍게 무시하며, 한가람에게 말했다.



"당신의 뜻대로."



한가람은 머리를 가볍게 숙여 학생회장에게 인사한 뒤, 교실을 나갔다.



"원... 원래 세계로 돌아가면,.. 어쩌려고? 이들의 부모님들은..."



류수현은 바닥에 털썩, 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류수현 그리고 민규하, 너희 두 명은 왜 한가람을 말리지 않았지?"



학생회장의 감정 없는 목소리가,


여기저기 너부러진 사물함과 책상 그리고 머리가 떨어져 나간 시체 사이로 메아리쳤다.



"그... 그건... 설마 그렇게 다 죽일..."



류수현이 말하고 있을 때.



"그래도 싼 놈들이라서야."



민규하가 류수현의 말을 가로챘다.



"중학교 때, 우리 4명은 단지 용돈을 벌기 위해 한가람을 강제로 성매매시켰어. 아주 쓰레기 같은 짓이었지. 비록 난... 한 번 그렇게 하고 뭔가 잘못된 거 같아 발을 빼긴...... 아니. 나도 똑같은 새끼야. 나도 저렇게 목이 뜯겨 죽어야 하는데, 왜 죄 없는 동욱이가..."



민규하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채 울었다.



"그럼 넌 왜 한가람을 말리지 않았지?"



학생회장은 류수현을 바라봤다.


류수현은 학생회장의 메마른 시선에, 소름이 돋았다.


어딘가 잘못되었다.


무언가가 틀어졌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사람을 죽여?



"그게 지금 중요한 게 아니잖아...!"



류수현은 학생회장 앞으로, 녹색의 비늘 같은 피부를 들이댔다.



"말로 하면 안 됐어요? 아무리 죽을죄를 진 놈들이라도, 그러면 안 됐잖아요!"



류수현의 주위로 불이 하나, 둘 지펴졌다.


백지에서 피어오른 그윽한 매연과도 같이,


화륵!


매캐하고도 진하게, 대기를 불태웠다.



"쉿~ 진정하자. 수현아."



학생회장은 가까이 다가온 류수현의 귓가에 입을 대었다.



"나는 한가람이 ‘다른 누군가’의 편에 서서 우리들의 질서를 어지럽히기 전 최선의 선택 한 거야. 만약 ‘낌새’가 없었더라면, 나도 한가람을 그대로 가둔 채, 계속 지켜봤겠지."



학생회장의 속삭임에, 류수현은 깜짝 놀라 주위에 있는 불들을 꺼뜨렸다.



"한가람을 풀려나게 한 건 바로 너야, 류수현. 설마, 네가 검은 가면의 편에 선건 아니겠지?"

"그런..."



류수현의 용의 비늘 같던 피부가 서서히 인간의 피부로 돌아오기 시작하니,


그녀는 복도에서, 자신과 학생회장을 지켜보고 서 있던 학생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럼! 대화는 여기까지 하고..."



학생회장의 새하얀 입이, 류수현의 귓가에서 멀어져,



"선도부장. 이곳에 있는 시체 좀 치워줄래? 부탁할게."



이번엔 천장을 향해 말하자.


꿈틀꿈틀


바닥에 너부러져 있는 4개의 머리와 몸통들,


그리고 그 흥건한 피 웅덩이가 바닥으로 흡수되었다.



"우리 모두 검은 가면을 조심해야 하잖아? 그러니, 쉿!"



학생회장은 자신의 입에, 집게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류수현은 이런 학생회장의 모습에, 생전 처음 ‘공포’란 것을 느꼈다.



----------



양호실에서 나온 로젤리나는 김은지와 함께, 그 거구의 괴물이 있다던 중앙 현관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 이 정도 크기에 학교면 그래도 ‘어느 정도 사회를 이룩한 새장’에서나 볼법한 학교야."



로젤리나는 학교를 두리번거리며, 은지에게 말했다.



"오~ 그런가요?"



만약 고등학교에서 교환학생을 받으면 이런 느낌인가?


은지는 우리 희망 고등학교가 다른 세계에 소개되니, 기분이 은근 들떴다.



"뭐야? 은지 너 어디가?"



박현필이 은지와 로젤리나 쪽으로 달려오다가, 멈춰 섰다.



"지금 로젤리나씨가 중앙 현관 쪽에 있다던 괴물을 보고 싶다 하셔서 그곳으로 가고 있어."



은지의 말에, 박현필은 로젤리나를 바라봤다.



"지금 그 괴물을 없애려고 중앙 현관을 통제... 음... 그래도 로젤리나라면 학생회장이 허락해줄 테니, 같이 가자! 나도 그 괴물이 죽는 걸 구경하고 싶거든."



현필은 신난다는 듯이 목소리가 들떴고,


로젤리나는 다크서클 진 두 눈을 치켜뜨며 화들짝 놀라 했다.



"그 거구의 괴물이 죽는다고?"



천사는 쐐기총도 통하지 않는 괴물들.


특히 거구의 괴물이라 하면, 미사일이라도 있어야 한다 들었는데...


그냥 시도만 해보는 거겠지. 로젤리나는 생각을 얼른 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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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제 3장. 제국의 새장 22.08.15 25 0 12쪽
31 2 - 14. 날개 먹는 새들 22.08.14 22 0 12쪽
30 2 - 13. 내려온 절망 22.08.13 22 0 12쪽
29 2 - 12. 내려온 절망 22.08.12 28 0 12쪽
28 2 - 11. 어린 양 22.08.11 26 0 12쪽
» 2 - 10. 어린 양 22.08.10 23 0 12쪽
26 2 - 9. 새로운 사실 22.08.09 26 0 12쪽
25 2 - 8. 새로운 사실 22.08.08 26 0 12쪽
24 2 - 7. 첫 날개짓 22.08.07 24 0 12쪽
23 2 - 6. 첫 날개짓 22.08.07 26 0 12쪽
22 2 - 5. 잠재력 22.08.06 27 0 12쪽
21 2 - 4. 잠재력 22.08.05 28 0 12쪽
20 2 - 3. 전이된 학교 22.08.04 25 0 12쪽
19 2 - 2. 전이된 학교 22.08.03 25 0 12쪽
18 제 2장. 또 다른 시작 22.08.02 23 0 12쪽
17 1 - 16. 작은 새들 22.08.01 20 0 12쪽
16 1 - 15. 작은 새들 22.07.31 24 0 12쪽
15 1 - 14. 추적 22.07.31 19 0 12쪽
14 1 - 13. 추적 22.07.30 19 0 12쪽
13 1 - 12. 괴물 22.07.29 23 0 12쪽
12 1 - 11. 괴물 22.07.28 22 0 12쪽
11 1 - 10. 황금 22.07.27 22 0 12쪽
10 1 - 9. 황금 22.07.26 25 0 12쪽
9 1 - 8. 새장 속의 사람들 22.07.25 31 0 12쪽
8 1 - 7. 새장 속의 사람들 22.07.24 31 0 12쪽
7 1 - 6. 새장 속의 사람들 22.07.24 36 0 12쪽
6 1 - 5. 저택의 가면들 22.07.23 49 0 12쪽
5 1 - 4. 저택의 가면들 22.07.23 53 0 12쪽
4 1 - 3. 박사의 저택 22.07.23 69 0 12쪽
3 1 - 2. 박사의 저택 22.07.23 11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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