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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운이의 서재입니다.

이번엔 내 맘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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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운(話云)
작품등록일 :
2014.06.19 21:51
최근연재일 :
2014.06.24 15:00
연재수 :
8 회
조회수 :
181,081
추천수 :
4,601
글자수 :
32,670

작성
14.06.21 14:49
조회
18,793
추천
530
글자
8쪽

제이장 [자각]

이 글은 픽션입니다. 등장하는 주인공과 주변인물들은 모두 가상 인물이며, 시대적 배경과 등장하는 기업들은 현실과 다릅니다.




DUMMY

“학학헉헉.”

심장이 고장 난 것처럼 방망이질치고,

“끄허억. 끄허억.”

폐는 누군가 손으로 쥐어짜는 것처럼 따끔거린다.

“우읍.”

여기까지 오르면서 3번 정도 구토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또다시 속에서 역한 것이 올라왔다.

진정 몹쓸 몸이다.

정현태는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기 위해 나무를 붙잡고 조심히 바닥에 주저앉았다.

무려 한 시간을 걸어 올라왔다.

걷다 쉬다 걷다 쉬다를 반복했지만, 정현태 입장에서는 고난의 행군임에 틀림이 없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산책 수준의 언덕이다. 하지만 정현태에게는 에베레스트 산보다 높아 보이는 게 현실이다.

걸어온 길을 돌아봤다.

“망할.”

조금 전 떠나온 정류장이 가까이 보였다. 막상 죽을 힘을 다해 걸어왔지만, 얼마 못 걸었다는 증거다.

그때였다.

부우우웅~

길 저쪽 편에서 버스 한 대가 나타났다.

끼이익~

더군다나 버스는 한 시간 전에 정현태가 기다리고 있던 정류장에 멈춰 서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바로 저 버스가 읍내에 나가는 버스일 것이다.

누군가 버스에 오른다. 정현태는 버스에 오르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등짝을 때린 할머니라는 것을 알아봤다.

우우웅~

버스가 먼지를 일으키며 홀연히 사라졌다.

“아! 아아아아아아아악.”

정현태는 그만 벌렁 자빠져서 몸부림을 치고 말았다.

머릿속이 하얗다.

대체 저 할머니가 자신에게 무슨 원수를 졌다고 이런 거짓말을 했단 말인가?

울고 싶어졌다.

그렇지만 울지는 않았다.

‘인.간. 정현태. 이딴 일로 울지 않는다!’

하지만 정현태의 몸은 이미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학생 여기서 뭐혀?”

그때, 시커먼 얼굴이 눈앞에 나타났다.

“헉! 누, 누구세요?”

화들짝 놀란 정현태가 상체를 일으켰다.

얼굴을 들이민 사내도 그에 맞춰 몸을 뒤로 뺐다.

사내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건 내가 물어야 할 거 같은디? 자네 이 동네 사람 아니지?”

“네.”

“그봐. 그니께 내가 묻는 게 맞지.”

“동네 분이세요?”

“그려.”

“아.”

낯선 사람이 다른 사람 동네에서 몸부림을 치고 있다면 충분히 수상할 만 한 일이다.

멋쩍어진 정현태가 자리에서 일어나 몸에 묻은 흙을 털었다.

앞에 있는 사내는 40살이 조금 넘어 보였는데 농사일로 다져졌는지 구릿빛을 띤 탄탄한 근육을 가지고 있다.

얼핏 보면 덩치 때문에 위협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나마 생긴 것이 순해 보였기에 정현태는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전 지나가는 학생인데요.”

“기여? 근데 이 산은 왜 올라가? 여긴 등산로도 아닌디?”

“여기 넘어가면 큰길이 나온다고 해서요.”

“큰길?”

“네. 아까 저 아래서 어떤 할머니가 말씀해 주셨는데요.”

“할머니?”

“네.”

“혹시 등이 이렇게 고부라지진 않았고?”

“어? 맞아요.”

“자네 등때기도 때렸고?”

“보셨어요?”

“아니. 그렇게 맞은 사람 꽤 되지 아마. 근디 그 양반이 뭐랬는디?”

“읍내 나가는 버스 타려면 이 언덕 넘어서 큰길로 가라고요.”

“허허. 참. 믿을 걸 믿어야지. 여기 넘어가면 더 깊은 산으로 들어가는겨. 거기는 등산로도 아니어서 길도 음써 이 사람아.”

“네에?”

“믿을 사람이 따로 있지 노망난 할머니 말을 믿었는가? 허이구. 안타깝지만 오늘 막차는 저녁 7시에나 있는디. 한참 기다려야것네.”

사내는 고개를 설레 설레 흔들면서 가던 길을 갔다.

[이런 망할 놈! 누굴 노망난 할망구로 아나!]

할머니의 고함이 귓가에 메아리쳤다.

털썩-

정현태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만 주저앉고 말았다.

눈앞이 파래진다.

“뭐야. 이게.”

어처구니가 없다 못해 뺨을 한 대 후려 맞은 기분이랄까?

맞지도 않은 뺨이 얼얼한 기분이다.

억울하지만 하소연할 곳도 없다.

더군다나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랴.

결국, 치매 걸린 할머니의 말만 믿고 산까지 올라온 자신이 바보인 것을.

“아윽!”

급작스럽게 짜증이 올라오자 혈압도 덩달아 올랐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호흡도 가빠진다.

“흡흡.”

몹쓸 몸이다 보니 한번 발작을 일으키면 주체가 안 된다.

‘안 돼!’

하지만 그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어 버린 것이다.

발작이 일어나며 피가 빠르게 뇌로 쏠렸다.

몸이 부들부들 떨리며 자기 마음대로 움직인다.

“끄으으윽.”

갑작스럽게 쏠리는 피 때문에 지독한 통증이 몰려왔다.

그때였다.

눈앞에 푸른색을 띤 글자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낯선 글자다. 물론 뜻을 알 순 없지만, 글자라는 기분이 든다.

글자뿐만이 아니었다. 글자와 어울려 빙글 돌고 있는 이상한 도형들도 보인다.

정현태가 눈을 감은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 세계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글자와 도형들이 주변을 둥둥 떠다닌다.

마치 가상현실 게임이라도 하는 것처럼 그냥 그렇게 정현태의 눈앞을 떠다니는 것이다.

글자들은 정말 갑작스럽게 나타났다.

그랬기에 의심이 들었지만, 글자의 영향인지 정현태는 저도 모르게 글자의 존재가 믿어졌다.

놀랍게도 정현태는 자신의 집중력도 함께 상승하는 기분을 느꼈다.

아무래도 글자와 도형에서 뿜어 나오는 푸른빛 때문인 것 같았다.

그 때문인지 몸 또한 어느새 안정을 찾아갔다.

“허어.”

신기해서 손을 뻗어 봤으나 글자나 도형은 잡히지 않고 손이 그냥 통과해버린다.

어느 정도 냉정해지자 갑자기 푸른빛이 사그라지며 글자와 도형들도 사라졌다.

‘뭐지?’

기이한 현상이었다.

글자들을 다시 불러내기 위해 집중을 해봤지만, 나타나지 않았다.

이상했다.

조금 전 상황을 다시 떠올려 봤다.

발작이 일어나긴 했지만, 원인은 아니다. 글자가 나타난 건 혈액이 빠르게 순환하면서 뇌를 자극한 것 때문인 듯했다.

그렇다는 건 조금 전 글자들이 뇌의 활동으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이란 소리다.

물론 헛것일 수도 있다.

가끔 인간의 뇌는 환상을 만들어 내기도 하니까.

하지만 단순히 환상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느낌이 선명하다. 또한, 한편으로 글자와 도형이 낯익게 느껴지기도 했다.

순간 정현태의 뇌리에 번뜩하고 생각이 든다.

‘그 책!’

그래.

그 책이다.

10억짜리 의뢰를 받아서 찾아낸 책. 그 책에서 본 글자와 도형들이 분명하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자세를 바로잡은 정현태는 허리를 꼿꼿이 세운 다음 호흡을 가다듬었다.

왠지 조금 전 글자들을 다시 불러올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모든 감각을 뇌에 집중했다.

처음엔 잘되지 않았다.

주변이 산만하고 몸이 간질거리기만 했다.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모든 기운을 머리에 집중해 봤다.

그러자 주변 소리가 조금씩 작아졌다.

지저귀는 새소리도 바람에 흔들리던 나뭇가지 소리도.

몸이 나른하다. 살짝 부는 찬바람에 오싹함도 느껴진다. 그리곤 따끔한 느낌이 난 후 마치 어떤 통로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주변이 빠르게 어두워졌다.

그리곤,

파악~

밝은 빛이 폭사 되었다.

넓은 공간이었다.

빛으로 이루어진 공간.

처음 보는 공간이었지만, 거부감은 들지 않았다.

마치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놀라울 따름이었다.

정현태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에는 푸른빛과 황금빛을 띤 글자와 도형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조금 전 본 그 글자와 도형들이다.

공중에 붕 하고 뜬 기분이다. 넓은 공간의 중앙. 모든 게 빠르다. 주변을 도는 글자도, 자신의 몸이 둥둥 떠서 도는 것도. 정신이 없다.

세상이 너무 빨리 돈다.

아찔함과 함께 중력이 느껴진다.

순간 무언가 정현태의 몸을 쑥 잡아당겼다.

“헉!”

그리곤 눈이 떠졌다.

현실로 돌아온 것이다.

어느새 주변은 서서히 어두워지고 있었다.

‘이런 제길.’

시계를 보니 오후 5시 30분을 가리키고 있다.

‘망할.’

정현태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휘청-

“어흑!”

너무 오래 앉아 있었는지 다리가 저렸다.

‘잠시인 거 같았는데, 대체 몇 시간이 지난 거야?’

시계를 확인해 보니 대략 2시간은 넘은 거 같다.

다리를 주무른 정현태가 서둘러 산에서 내려갔다.

잘못하다간 오늘 막차를 놓칠 수도 있다.


작가의말

연재 하는 날은 아니지만 연재 시작 기념으로 오늘도 올려 봅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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