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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릴리 (Shanghai L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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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글
작품등록일 :
2018.10.29 01:30
최근연재일 :
2019.02.28 09:27
연재수 :
155 회
조회수 :
18,081
추천수 :
463
글자수 :
566,779

작성
19.02.13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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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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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7쪽

Ⅸ. 1946년 봄~ 1950년 6월 (5)

DUMMY

상하이 릴리Shanghai lily



글- 소리글




제141회



Ⅸ. 1946년 봄~ 1950년 6월 (5)



도쿄, 1950년 6월



1950년 6월 중순, 도쿄 GHQ 미 입국 비자visa 담당 데스크.


“헐리우드에 진출하는 영화배우의 매니저 신분으로 미 입국 비자를 신청했군요?”


비자 담당관이 서류를 보면서 질문했다.


“그렇스무니다.”


비자 담당관이 시선을 들어 비자 신청자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대륙낭인 나가노 토시오 교수께서 영화배우 셜리 야마구치(야마구치 요시코)의 매니저라구요?”


각오했다는 듯 비자 신청자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지금 미국에는 일본 붐이 일고있스무니다. 셜리 야마구치 뿐만 아니라 많은 일본배우들과 일본 영화감독이 미국영화계에 진출했스무니다. 나는 그들 몇 명의 미국 활동을 돕게 될 것이무니다.”


비자 담당관의 입가에서 비웃음의 그림자가 미세하게 일어났다가 사라졌다.


“나가노 토시오 씨, 당신에게 미 입국 비자를 발급할 수 없습니다. 이유는, 중국에서의 당신 전력에 있습니다. 당신은 위험한 인물이니까.”


비자 신청자 나가노 토시오가 허리를 펴고 가슴을 폈다.


“호오, 그렇스무니까, 역시... 하아, 알겠스무니다. 마아, 이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절망했스무니다. 당신이 이곳 책임자로 앉아있을 줄을 어떻게 알았겠스무니까. 미국은 나하고 인연이 없나보무니다. 비자 담당자가 당신인 한 이 사람, 나가노 토시오의 미국 행은 불가능이겠지요.”


비자 담당관이 나가노 토시오의 서류를 소리나게 덮었다.


“그러면, 이만 나가주시죠, 대륙낭인 나가노 토시오 교수님.”


나가노 토시오가 작심한 듯 말했다.


“예. 일어나겠스무니다. 물러나기 전에... 혹시... 진정따, 라는 이름을 들어봤스무니까?”


나가노 토시오의 서류를 밀쳐내던 비자 담당 데스크 여성의 손이 떨렸다.


“아실 것이무니다.”


나가노 토시오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 사람은... 당신이 그 사람을 어떻게...”


비자 담당관의 목소리가 떨렸다.


나가노 토시오는 보다 여유있는 자세로 설명했다.


“5년 전, 1945년 8월 10일, 황공하옵게도 천황폐하께오서 연합군에게 항복하실 뜻을 밝히신 바로 그날이무니다. 8월 10일 그 날 나는 중국 군통 요원 진정따에게 체포되었스무니다. 군통 감옥에 갇히게 되었는데, 진정따는 군통 위원장 다이리戴笠의 보좌관이었스무니다. 전쟁이 끝났는데도 진정따가 소냐 브론슨 씨를 찾으러 다니지 못한 이유를 알려드릴까요? 간단하무니다. 나를 직접 취조하느라고 너무 바빴던 것이지요.”


비자 담당 데스크 여성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소냐 브론슨이었다.


“내가 그에게 체포되기 전까지는 그가 나의 포로였스무니다. 나의 포로로 끌려다니면서 진정따가 나에게 물었스무니다. 김요섭이라는 한국 독립군을 아느냐고. 내가 웃었지요. 왜 웃었을까요?”


“김요섭이 아니라 고사카 다츠오였으니까.”


“알고 있네요. 알게 되었군요. 대단하무니다, 고사카 다츠오의 정체를 알아냈다니.”


“진정따 씨는...”


나가노 토시오는 고사카 다츠오에 대하여 더 할 말이 있었다.

1946년 3월 초순, 도쿄 역전에서 본 고사카 다츠오의 모습에 대하여. 그리고 그 해 동리진에서 그 소란을 일으키고 돌아오던 정산호에서 있은 일에 대하여.


그때 나가노 토시오는 고사카 다츠오의 심장을 쏘아 맞힐 수 있는데도 어깨를 쏘았고, 배 난간에 앉아있던 고사카 다츠오는 그 충격에 호수로 떨어졌다.

심장을 맞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만하면 충분히 사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바로 옆에 누군가 있다가 구출해내는 그런 극적인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그런데 1946년 3월 초.

나가노 토시오는 히로히토천황의 친동생인 다카마쓰친왕이 총재로 있는 ‘귀국동포원호처’의 일원이 되어 ‘거처가 없는 귀국자’들을 돌보고 있었다.

3월 초 그때, 귀국동포원호처 청사가 있는 도쿄 역전 광장에서 얼핏 낯익은 사내 하나를 목격했다. 어깨를 웅숭그리고 지나가는 왠지 낯익은 사내.


-고사카 다츠오?


달려가보았는데 그는 사라지고 없었다.

귀국동포원호처의 구제 난민 명단에도 그의 이름은 없었다.


그런 얘기도 소냐 브론슨에게 들려주어야 했는데 그녀는 나가노 토시오의 안면 바로 앞에 견고한 유리막을 꽝 막아놓고 있었다.


소냐 브론슨에게도 나가노 토시오에게 밝힐 수 없는 의문 하나가 있었다.

상해를 떠나올 때 공평로마두에서 본 그 사내, 어깨를 웅숭그린 난민의 움직임, 일본인 귀국자인 듯한데 왠지 낯설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한 그 사내, 거리가 멀어서 확인할 수 없었던, 거리가 조금만 더 가까웠어도 다가가 보았을... 그러나 정산호에서 죽었다는 사람... 그래서 확인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사람... 그 사내, 그러나 김요섭이 아닌 고사카 다츠오일 따름인 그 사나이...


소냐 브론슨은 나가노 토시오에게 추궁하듯이 물었다.


“진정따 씨는...”


나가노 토시오는 고사카 다츠오의 얘기 한자락쯤은 자기 가슴에 묻어두어도 상관 없겠다는 생각을 순간적으로 했다.

그런 생각은 소냐 브론슨도 마찬가지였다.

나가노 토시오가 말했다.


“아아, 진정따... 내가 지금 그 얘기를 하려던 참이무니다. 중국의 나비, 중국의 영화황후 후디에胡蝶가 다이리의 정부라는 사실은 알고 있스무니까? 판요우셩潘有聲의 아내인 후디에가 다이리의 딸을 낳았다는 사실도 알고 있스무니까? 1946년 3월 후디에는 남편 판요우셩과 이혼을 하무니다. 그 소식은 곧바로 일선에서 작전 지휘 중이던 다이리에게 전해졌스무니다. 나무나 반가운 나머지 다이리는 후디에를 만나러 상하이로 가게 되무니다. 악천후인데도 헬리곱터를 띄우게 되무니다.“


“진정따 씨는...?”


“다이리의 보좌관이잖아요. 진정따는 소냐 브론슨의 행방이 궁금해서 죽을 지경이면서도 다이리 옆자리를 비울 수 없을 정도로 바빴지요. 장제스의 오른팔인 군통 위원장, 중국 권력 서열 2위 다이리의 보좌관이었으니까요. 곁을 떠날 수가 없는 것이무니다.”


“악천후였다면, 헬리곱터는...?”


“작전 현지에서 상하이로 가면서 왜 난징(남경)을 거쳐서 갔는지 의문이무니다만, 다이리를 태운 헬리곱터는 난징과 마안산시馬鞍山市의 중간 지점인 반챠오板橋(판교), 자금산紫金山 뒤편인 반챠오 상공에서 추락하고 마무니다. 악천후 때문이라는 말도 있고, 자금산에 숨어 있던 공산군의 포격을 받아 격추되었다는 말도 있스무니다. 생존자는 없었스무니다. 다이리도 진정따도... 아무도... 없었스무니다, 생존자는... 아무도... 브론슨 씨?... 소냐 브론슨 씨?... 울고있스무니까?... 나는 이만 일어나도 되겠스무니까? 호오, 정말 우시무니까?... 이만 물러나겠스무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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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Ⅺ. 황혼의 릴리 (4) -상하이 릴리 완결- +2 19.02.28 211 6 10쪽
154 Ⅺ. 황혼의 릴리 (3) 19.02.28 112 3 9쪽
153 Ⅺ. 황혼의 릴리 (2) 19.02.27 117 3 8쪽
152 Ⅺ. 황혼의 릴리 (1) 19.02.26 118 3 9쪽
151 Ⅹ. 한국 6•25전쟁 (10) 19.02.25 115 3 11쪽
150 Ⅹ. 한국 6•25전쟁 (9) 19.02.23 120 3 7쪽
149 Ⅹ. 한국 6•25전쟁 (8) 19.02.22 139 3 8쪽
148 Ⅹ. 한국 6•25전쟁 (7) 19.02.21 112 2 7쪽
147 Ⅹ. 한국 6•25전쟁 (6) 19.02.20 140 3 7쪽
146 Ⅹ. 한국 6•25전쟁 (5) 19.02.19 117 2 7쪽
145 Ⅹ. 한국 6•25전쟁 (4) 19.02.18 103 3 8쪽
144 Ⅹ. 한국 6•25전쟁 (3) +2 19.02.16 124 3 8쪽
143 Ⅹ. 한국 6•25전쟁 (2) 19.02.15 126 3 7쪽
142 Ⅹ. 한국 6•25전쟁 (1) 19.02.14 161 2 10쪽
» Ⅸ. 1946년 봄~ 1950년 6월 (5) 19.02.13 140 2 7쪽
140 Ⅸ. 1946년 봄~ 1950년 6월 (4) 19.02.12 98 3 7쪽
139 Ⅸ. 1946년 봄~ 1950년 6월 (3) 19.02.11 114 2 7쪽
138 Ⅸ. 1946년 봄~ 1950년 6월 (2) 19.02.09 111 2 8쪽
137 Ⅸ. 1946년 봄~ 1950년 6월 (1) 19.02.08 131 3 8쪽
136 Ⅷ. 상봉, 그리고 작별 (4) 19.02.07 124 2 11쪽
135 Ⅷ. 상봉, 그리고 작별 (3) 19.02.06 122 2 10쪽
134 Ⅷ. 상봉, 그리고 작별 (2) 19.02.05 112 2 9쪽
133 Ⅷ. 상봉, 그리고 작별 (1) 19.02.04 137 2 8쪽
132 Ⅶ. 싼뎬수이三点水와 띠챠오敵僑 (23) 19.02.02 147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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