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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미아 님의 서재입니다.

잡담


[잡담]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완독했습니다.

베를린에 입성하고... 한번은 길을 가는데 갑자기 맞은편에서 남자애 하나가 튀어나오더라고. 손에 기관단총을 들고서. 어린 독일시민군이었어. 이미 전쟁도 끝나가는 판인데. 그때가 전쟁 막바지였거든. 나는 손이 이미 기관단총에 가 있었어. 여차하면 발사할 준비가 돼 있었지. 아이가 나를 보고는 눈을 끔벅끔벅하더니 ‘앙’ 하고 울음을 터트렸어. 그러자 글쎄, 웃기지도 않게 나도 눈물이 나는 거 있지. 빌어먹을 기관단총을 들고 서 있는 그 아이가 어찌나 짠하던지. 나는 재빨리 아이를 무너진 건물의 개구멍으로 밀어넣었어. 아이를 숨겨주고 싶었거든. 하지만 아이는 내가 자기를 죽이려는 줄 알고 기겁을 했어. 그때 내가 모자를 쓰고 있어서 내가 여자인지 몰랐을 텐데도 내 손을 덥석 잡더라니까. 아, 그럭는 엉엉 흐느껴 우는데! 나도 모르게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어. 아이가 너무 놀라 말을 못하더군. 어쨌든 전쟁은 전쟁이었으니까... 그래, 나도 뭐라 할말을 잃었어. 전쟁 내내 그토록 증오하던 독일놈인데! 아무튼 사람을 죽이는 건, 명분이 옳든 그르든 할 짓이 못 돼. 역겨운 일이지. 더구나 전쟁이 끝나가는 막바지에는...


-일비나 알렉산드로브나 간티무로바, 상사, 정찰병. p.521-


현실은 때로는 그 어떤 픽션보다 감동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줬습니다. 비록 아마추어에 취미수준이기는 합니다만, 나도 이런 감동을 주는 글을 쓰고 싶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좋은 책입니다. 아직 읽지 않으신 분이 계시다면 한번쯤 읽어보셔도 될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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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제목 작성일
3 잡담 | 조만간 새 글로 찾아뵐 수 있을 것 같네요 17-11-24
» 잡담 |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완독했습니다. 16-07-22
1 잡담 | 아무래도 선택을 잘못한 듯 싶다. *2 16-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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