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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 님의 서재입니다.

에텔월드 Ethe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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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hkia00
작품등록일 :
2020.05.11 23:53
최근연재일 :
2020.05.1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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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05.12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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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 시궁창(1/2)

DUMMY

내 이름은 리넬 아이비안. 평범한 프리랜서 헌터다.


수백 년 전. 인류가 유일신이라고 믿어왔던 ‘광휘’의 민낯이 세상에 드러나고 마침내 3명의 영웅이 그 기만자의 날개를 뜯어냈을 때, 세계는 변화를 맞이했다.

광휘의 권능이 온 세상에 녹아들었고 인류는 그것을 ‘마력’이라고 불렀다.

처음에 사람들은 이것이 축복인 줄만 알았다. 진짜 신께서 우리 손으로 가짜를 끌어내린 상이라고 여겼다.

마력은 사람들에게 영원한 젊음을 선물했으며, 재능에 의해 결정되는 고유력과 달리 누구나 ‘마법’이라는 이적(異蹟)을 펼칠 수 있게 해주었다. 광휘가 사라진 세상에 마력은 새로운 종교로 발돋움했고, 인류는 새로운 신을 섬기는 광신도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인류가 한창 마력의 은총에 취해있을 때, 재앙은 시작되었다.

광휘로부터 해방된 마력은 자유를 얻은 기쁨에 몸서리쳤고, 이내 ‘대공명’이라는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게 된다.

과유불급(過猶不及)

대공명은 신의 은총이 너무 지나친 나머지 발생한 비극이었다.

일정면적에 일정농도 이상의 마력이 모이면 그들은 자연히 스스로 진동했고,

인간의 영혼이자 마력을 담는 그릇인 ‘에테르’는 함께 공명하여 모든 생명체의 영혼을 붕괴시켰다.

영혼이 붕괴된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들은 운 좋게 살아남더라도 이성을 잃은 마물이 되어버렸다.

그 대공명을 막지 못해 발생한 마물들로부터 시민들을 지키는 수호자가 바로 우리 헌터인 것이다.





...라는 것은 이미 옛말이다.

오늘날, 이 거대한 도시국가 큐리오시티(Curiocity)에서 드물게 총기와 전투마법 사용을 허가받은 그들은 용병이나 다름없었다. 괴수로부터 사람들을 지켜야 할 총구는 경쟁 길드를 향했고, 대공명으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통제권은 대공명의 부산물을 장악한 길드의 배를 불려나갔다. 수백 년전, 광휘의 죽음과 함께 등장한 마물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겠다는 사명감 하나로 똘똘 뭉쳤던 이들. 그들은 이제 이 세계를 좀먹는 필요악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나는 그 시궁창같은 세계에 발을 담그고 있었다.


"너무 생각이 많으시군."


어느 외진 골목의 주점에서 한 남자의 가래 끼인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그 사실을 더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 냄새나는 입좀 다물어. 코가 썩어버릴 것 같으니."


내가 눈앞의 남자에게 말했다.


"크크큭, 까칠하긴. 어때 아가씨? 이제 들어볼 맘이 생기셨나?"


남자가 깍지낀 손으로 턱을 짚으며 말했다. 깊게 눌러 쓴 후드 사이로 그의 입고리가 호선을 그리는 것이 보였다.

나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손에 쥔 푸른빛의 돌을 이리 저리 살폈다.


"놀랍군..."


나는 작게 침음을 흘렸다.

대공명은 인류에게 마물화라는 재앙을 남기는 대가로 유용한 부산물 남긴다.

내가 보고있는 것이 바로 그 부산물인 에텔석, 그 중에서도 최상급의 파편이었다.

그 용도는 대공명 방지 토템부터 각종 마법물품, 일반적인 생활용품, 심지어는 컴퓨터까지 활용될 정도로 아주 다양했다.

그렇게 흔하다는 에텔석이지만, 지금까지 이만한 물건을 구경해 본 적은 없었다.

파편부터가 지니고 있는 마력량이 어마어마했다. 정확한 감정을 받아봐야 알겠지만, 만약 이정도의 마력이 외부마력으로 대기중에 존재했더라면 대공명이 족히 세번은 발생했을 것 같았다.

나는 슬쩍 남자의 눈치를 보았다. 남자는 여전히 턱을 괸 채, 음흉한 미소로 나와 눈을 맞추었다. 과연 거절할 수 있겠냐는 표정이었다.

쯧.

나는 가볍게 혀를 차며 시선을 피했다.

내 주머니가 사정이 가벼운 건 어찌 알았는지.

나는 불과 30여 분 전, 헌터용품가에서 사냥준비를 하고있었다. 그 때 후드를 뒤집어 쓴 남자가 다가오더니 말없이 나에게 파편을 슬쩍 보여주었고, 흥미가 있으면 따라오라고 말했다.

딱 봐도 합법적인 이야기를 나눌 것 같진 않았지만, 스치듯 보았던 그 영롱한 푸른 빛은 내 맘을 흔들어놓기에 충분했다.

나는 그가 허튼 짓을 한다면 쏴죽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서 그를 따라나섰다. 뭐, 그는 웃어넘겼지만.

아무튼 이렇게 나는 지금 그의 앞에서 속으로 에텔석의 값을 매기고 있다.

내가 벙어리마냥 입을 꾹 다물고 있자 참다못한 남자가 결국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정도의 에텔석을 온전한 상태로 얻을 수만 있다면 분명 돈좀 만질거라고!"


남자가 검지와 엄지를 비비며 돈을 쏳아내는 제스쳐를 취하며 말했다.

그의 말이 맞았다.

만약 이 정도 품질의 에텔석 수 킬로만 돈으로 바꿀 수만 있어도 당분간 놀고먹어도 되겠지.

하지만 나는 그의 말을 그다지 귀담아 듣진 않았다.

어차피 이정도의 에텔석을 볼 수 있는 곳은 정해져있었다.


"하! 대형길드라도 털자는 건가? 아님 큐리오시티 국립연구소? 그깟 푼돈 만지자고 30도 못 산 인생을 당신이랑 종치라고?"


나는 그의 자살에 동참할 생각이 없었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터무니없이 무모했다. 내가 그에게 지적한 것은 2가지였다.

전자는 헌터들을 적으로 돌리는 것이었다.

대형길드의 금고를 털면 이 나라에서 난다 긴다하는 최정예 헌터들과 그 하청길드들이 전부 내 목숨을 노릴것이다. 물론 그들의 자본 특성상 뒤가 구린 물건일 테니 쇠고랑 찰 걱정은 없겠지만, 반대로 말하면 검은 돈이니 암흑가를 통해서만 처분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만약 성공하더라도 대형 길드에게 금방 꼬리를 잡힐 것이 뻔했다. 그리고 대형길드가 경찰을 매수할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후자는 이 나라의 권력에 도전하는 것이다.

아마, 아니. 분명히 이것이 전자보다 더 미친 짓이다.

내 앞의 남자와 내가 살아 숨쉬는 이 땅은 보통 땅이 아니다.

무한개발도시 큐리오시티(Curiocity).

광휘를 쓰러뜨린 3명의 영웅 중 하나가 세운 나라로써. 광휘의 죽음 이후로 '나라'라고 불릴 만한 세력은 이곳을 포함해 두 곳밖에는 없었다.

이 나라의 존재로 인해 '이너(Inner)'와 '아우터(Outer)'라는 지리적 개념이 생겨났을 정도로, 큐리오시티는 세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이 나라의 보고(寶庫)인 국립연구소를 턴다? 과연 그곳에 발을 들일 수 있을지 의문일 뿐더러, 운 좋게 훔치더라도 이 나라의 모든 권력이 우릴 죽이기 위해 달려들 것이다. 전자와 반대로 이번엔 나라가 헌터들을 용병으로 고용해 우리를 죽이려 들 수도 있다.


"더 들어볼 가치도 없군."


시간낭비였다. 나는 남자에게 파편을 던져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리 내가 돈이 궁해도 그렇지, 리스크를 따지기 이전 애초에 범죄였다.

나라고 해서 딱히 헌터로서의 막중한 사명감을 가진 것은 아니었지만, 한 번 이름 아래에 빨간 줄이 생기고 나면 다시는 양지에 발을 들일 수 없다. 그 깟 몇푼 벌자고 쇠고랑 차는 건 사양이다.


"허어? 설마 실력에 자신이 없는 건가?"


남자가 떠나는 나를 향해 도발했지만, 나는 녀석을 가볍게 무시했다.

고작 돌쪼가리 하나에 혹해 이름모를 낯선 이를 따라왔다는 것이 수치스러웠다. 나는 애써 붉어지는 얼굴을 외면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만약 이런게 쏟아져 나오는 광맥이 있다면?"


우뚝-


야릇하게 귀를 휘감는 말에 내 발이 멈춰섰다.


"그리고 아직 아~무도 광맥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분명 불쾌한 가래끓는 소리였지만, 어째선지 지금은 너무나도 달콤하게만 들렸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머리속에서 계산기가 정신없이 돌아갔다.


철컹-!


계산이 끝나자 머리속에서 현금인출기 소리가 울려퍼졌다.

가늠조차 되지 않는 천문학적인 숫자를 마주하자 손이 벌벌 떨려왔다.


꿀꺽-


침넘어가는 소리가 고막을 때렸다.

그것은,

그것은 거절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액수였다.

나는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밀굴(謐掘)을 하겠다는 건가...?"


씨익-


그는 말없이 나에게 웃어보였다.


"밀굴도 범죄이긴 매한가지 아닌가?"


내가 어이없다는 듯이 말하자 그가 곧바로 되받아쳤다.


"정말 솔직하지 못한 아가씨구만, 이미 속으로 계산 끝냈잖아? 이정도면 50년 씩이나 빵에서 썩어도 이득일 텐데?"


윽.

정곡을 찔렸다.

확실히 터무니 없는 금액에 흔들리긴 했지만, 아직 그의 제안을 승낙 한 건 아니었다.

밀굴은 엄연한 범죄다. 이는 광맥에 주인이 없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일반적인 에텔석 채굴과정은 이러했다.


1. 대공명이 멈추고, 대기중의 마나가 비활성화되면 여러 프로스펙터(탐색꾼)들이 에텔석 광맥을 찾아나선다.

2. 프로스펙터가 광맥을 찾으면 해당 구역을 길드에게 돈을 받고 광맥으로 안내한다.

3. 프로스펙터로부터 광맥을 넘겨받은 길드는 이를 지키며 협회의 관련 부서로부터 채굴권을 취득한다.

4. 채굴권을 발급받으면 길드가 마이너(광부)를 투입하여 에텔석 채굴을 시작한다.


채굴되는 에텔석의 등급이 높을수록 협회에서 더 높은 세금을 걷는데다가, 많은 전문인력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니만큼, 채굴권은 대형길드 외에는 구경할 일이 없었다.

후드남은 그런 큰 돈을 감당할 여력이 없으니 밀굴(謐掘)을 하겠다는 심산이었다.

확실히 밀굴은 여러모로 편리한 돈벌이였다.

주인없는 광맥을 찾아 채굴을 하고, 해당 광맥과 동급의 에텔석이 채굴되는 다른 광맥의 채굴증명서를 허위로 제출하면 그만이었다. 규모가 조금 있는 길드에게 주머니에 돈 몇 푼 찔러주고 증명서를 구하면 뒤탈도 없었다.

이처럼 밀굴은 이 바닥에서 흔한 일이었고, 밀굴단의 호위로서 프리랜서 헌터는 인기가 좋았다.

때문에 남자가 처음 밀굴을 제안했을 때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일전에도 몇 번인가 밀굴 제의를 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전부 거절했지만.


하지만 나는 후드남의 제안만큼은 쉽사리 쳐내지 못하고 있었다.

가늠할 수 없는 막대한 자릿수가 내 판단을 흐려놓고 있었다.

내가 우물쭈물하자, 그가 메모지에 무언가를 적으며 말했다.


"뭘 그렇게 튕겨, 이미 다 넘어와 놓고선... 정 꺼림칙하다면... 자, 받어!"


그는 마저 적은 메모지를 나에게 건넸다.

메모지에는 후드남의 연락처로 보이는 것이 적혀있었다.

나는 그것을 그대로 받지 않고 그를 도발했다.


"내가 당신을 신고하면 포상금이 얼마나 나올까?"


"신고해서 받아 본 적은 있고?"


"....."


"자꾸 떠보지 마쇼. 준비는 다 되어있다니까? 아가씨는 몸만 와, 몸만."


그가 내 도발을 능글맞게 웃어넘겼다.

자신을 시험한다는 것을 바로 알아챈 것이다.

배짱이 두둑한 것을 보니, 프로가 분명했다. 신고한다고 그리 쉽게 검거될 것 같진 않았다.


"이틀 주지. 그동안 천천히 잘 생각해봐. 혹시 몰라, 아가씨가 나를 다시 찾게 될지? 키킥!"


메모지를 흔들어대며 말했다.

흔들리는 메모지와 한 장의 백지수표가 겹쳐보였다.

그래, 그래.

만약을 대비해서 나쁠 건 없지.


"...일단 받긴 하겠지만, 내가 널 찾는 일은 없을거다."


나는 메모지를 가로채 바지주머니에 쑤셔넣었다.


"키키킥! 그건 모르는 일이지."


재수없는 놈.

나는 후드남에게 중지를 세워보이며 가게를 나섰다.

녀석에게 너무 시간을 많이 뺏겼다. 오늘 안에 사냥의뢰를 끝마치려면 서둘러야 했다.

그렇게 나의 발걸음은 도시 속 폐허로 향했다.


작가의말

“날 모욕할 셈인가! 날 돈으로 사려고 하는 겐가!”

라고 꾸짖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돈이었다...


2020-05-12 일부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2020-05-13 일부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2020-05-14 내용을 대폭 수정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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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2. 시궁창(2/2) 20.05.14 25 0 28쪽
» 1-1. 시궁창(1/2) 20.05.12 54 0 12쪽
1 프롤로그 +1 20.05.12 33 0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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