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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앵무의 글공간

엘프세계에 정착한 한식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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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앵무
작품등록일 :
2019.11.09 14:08
최근연재일 :
2020.02.20 07:00
연재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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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0
추천수 :
52
글자수 :
43,157

작성
20.02.17 03:18
조회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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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2화. 미식가 아네모네(3)

DUMMY

다음 날 아침.


아네모네는 근처 민박집에서 하룻밤을 묵고 밖에 나갈 채비를 하였다.


‘어제 입던 옷이지만, 머리는 이정도면 되겠지?’


왠지 모르게 그녀는 오늘따라 외관에 더 관심을 쏟았다.


‘화장이 잘 받아야 할 텐데······.’


마치 맞선을 보려는 듯 거울을 몇 시간이나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렇게 화장대 앞에서 오랫동안 앉아있었다.


‘오늘 점심에 그가 내놓을 요리는 뭘까?’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요리에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기대감이 커졌다.


그런 궁금증이 점점 커질 무렵, 체면에 맞지 않게 배꼽시계가 울렸다.


꼬르륵.


“············.”


혹여나 누가 들은 이가 없을까 아무도 없는 방을 두리번거리다 어제 시장에서 샀던 밤참을 꺼냈다.


‘어제 그 라멘집 맛있었지.’


아네모네는 어제 시장에서 한 아주머니의 채소라멘을 먹고 꽤 가성비 있고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말린 버섯과 채소로 우려낸 감칠맛이 일품이었어.’


그렇게 식사를 마쳤던 아네모네는 가는 길에 샀던 버섯 샐러드 볼을 꺼내 놓았다.


‘노릇하게 갓 구운 버섯의 맛을 음미하는 게 더 맛있었겠지만······.’


오늘 아침으로 미리 사두었던 것이었기에 이미 식어 맛이 없을 것 같았다.


음식은 자고로 따뜻할 때, 아니 바로 만들었을 때 먹어야 제 맛 아니겠는가?


‘버섯만 열 엘리멘탈로 데우는 게 좋겠군.’


그렇게 아네모네는 주문을 읊더니 《리히트》마법으로 버섯을 따뜻하게 데웠다.


버섯에서 흘러나오는 미세한 온기와 풍미가 샐러드를 조금 먹음직스럽게 만들었다.


드레싱은 오리엔탈 소스.

아네모네는 드레싱을 뿌리고 포크를 들어 샐러드를 찍었다.


샐러드 내용물을 보니 친숙했던 요리재료가 하나 눈에 띄었다.


“이건······ 두부인가?”


일전에 난민심사, 그리고 황실요리경연대회에서 선보였던 이세계의 식재료였다.


류금수 그가 이곳에 온 뒤로 이 나라 《엘리시온》 전역에 퍼지게 된 마법의 식재료.


두부가 요정들의 식탁에 올라가자 요정음식의 가짓수는 가짓수가 훨씬 많아졌다.


두부 본연의 그 담백함과 풍부한 단백질로 인해 음식의 선택지가 넓어지고, 식탁이 더욱 풍부해진 것이다.


최근에 《아웃스타그램》, 《페어리북》, 《마이튜브》 등 SNS의 음식 카테고리에서 유행하고 있는 음식이 「두부 스테이크」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가 오고 많은 것이 바뀌었었지.”


그녀가 말한 그대로였다. 지금 샐러드에 뿌린 드레싱도 그가 가져온 「간장」이라고 하는 이세계 소스로 만든 것이다.


이 간장도 역시 요정식탁에 있어서 또 하나의 혁명이었다.


그 미묘한 짭쪼름한 식감으로 장을 담가 숙성시켜 음식의 풍미를 더욱 끌어올렸고,


거기다 상당히 많은 음식에 조화가 잘 이루어지면서 요정식탁에 빠르게 스며들었다.


특히 드워프 요리중 하나였던 만두와의 조화는 금상첨화였다.


평소 검은향초열매나 식초베이스의 기름 소스에 찍어먹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말이다.


아네모네는 그렇게 다 사용한 나무포크를 내려놓았다.


“잘 먹었군. 맛은 그럭저럭.”


식사를 마친 아네모네는 쓰레기를 정리하려던 순간 샐러드 그릇을 보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혁명을 일으킨 그였는데 이세계 열풍이 그렇게 빨리 사그라들다니.


‘아무리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실 마음 같아선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 방송팀과 연결해서 그를 홍보해줄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


‘나는 미식가야. 그런 사사로운 감정에 내 입맛을 좌우하면 안 되지.’


그가 내놓은 요리를 맛보고 솔직하게 평가한다.


맛없는 집은 맛이 없다, 맛있는 집은 맛이 있다.

그 평가를 칼럼으로 옮기는 것.

그게 전부였다.


그리고 오늘 그가 내놓을 요리는 왠지 모르게 이번에도 맛있을 것 같았다.


과거에도 그랬듯.

이번에도 그녀를 놀래킬 심산인 게 틀림없었다.


그런 확신이 들었다.

이세계의 요리는 그만한 가치가 있었으니까.


‘시간이 슬슬 됐네. 어서 가봐야겠군.’


아네모네는 입맛을 다시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네모네는 드디어 나갈 채비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챙기고 숙소 밖으로 나섰다.


체크아웃을 하자 그녀의 발걸음은 점차 가벼워졌다.


‘오늘 그가 내놓는 요리. 무엇일지 기대가 되는 걸?’


울창한 숲속에 잔잔히 스며드는 햇살을 맞으며 그녀는 시장으로 향했다.


시장을 지나 뒷골목으로 돌아서니 어제 있었던 아름다운 자태의 한옥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자신이 첫 손님인 듯 했다.

풍경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 한복차림의 아마릴리스가 그녀를 맞이해주었다.


“어서오세요~. 아, 아네모네 씨?”

“어제 말한 대로 왔어요.”

“네, 한 분이시죠? 자리로 안내해 들릴게요.”


노란 머리의 엘프는 그녀를 텅 빈 식당의 중앙 자리로 안내했다.


“주문은 뭘로 하시겠어요?”

“오늘 류금수 씨가 보여주겠다고 하던 신 메뉴요.”

“네. 신메뉴 하나. 알겠습니다~. 아저씨! 수제비 하나요!”

‘수제비?’


처음 듣는 음식 이름에 귀가 솔깃해졌다.


“네. 금방 만들어드리죠.”


류금수는 말끝나기가 무섭게 뚝배기를 집어 들어 불판 위에 올렸다. 그러곤 기름을 두리고 거기에 미리 썰어놓은 버섯, 감자, 호박을 넣어 기름에 볶아준다.


어느 정도 노릇하게 익었으면 미리 우려 둔 육수 한 국자를 퍼 담아 육수를 끓인다.


보글보글 소리를 내며 채소가 익어가는 사이에 의문의 반죽을 냉장고에서 꺼낸다.


‘냉장고에서 반죽을? 미리 숙성시켜둔 건가?’


아네모네는 잠자코 자리에서 주방을 지켜보았다.


류금수는 보자기에 담긴 1인분의 반죽을 꺼내 왼손에 얹었다.


그리고 남은 오른손으로 반죽을 잡아 재빠르게 뚝배기에 뜯어넣기 시작했다.


“············!”


그의 손에서 뜯어진 수제비는 뚝배기 안으로 송송송 들어갔고, 여기에 국간장과 다진 마늘을 넣어 맛을 잡아주었다.


그것으로 모자랐는지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추었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들깨가루를 듬뿍 넣어 수제비가 익을 때 까지 푹 끓이면 완성!


“버섯들깨수제비입니다. 맛있게 드시지요.”

“버섯들깨수제비?”


처음 보는 요리에 아네모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류금수가 내놓은 음식은 다름 아닌 버섯들깨수제비.


음식을 내려놓는 순간, 뚝배기에서 강렬한 향이 아네모네를 덥쳤다.


‘이건······!’


후추향과 강렬한 들깨의 고소한 풍미가 코 안으로 느껴졌다.

이 강렬한 향에 식욕이 더욱 돋워졌다.


“들깨가루를 썼군요.”

“네. 고소하고 쫄깃한 게 맛있을 겁니다.”

“거기다 검은향초열매라············.”


꿀꺽.

아네모네는 순간 침을 삼켰다.

아까의 강렬한 후추의 향 때문이었을까?


‘식욕을 돋우는 역할로 검은향초열매 가루를 쓰다니. 새롭진 않지만. 뭐, 이게 정석이긴 하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맛.

아네모네는 나무숟가락을 들어 한 숟갈 떠보았다.


들깨가루를 많이 사용했는지 조금 걸쭉한 느낌이 들었다.


‘뭔가 농후한 스프처럼 보이는군.’


그렇게 숟가락에 수제비를 얹어 한입 먹어보았다.


‘아아············!’


농후한 들깨의 고소한 맛, 거기에 쫄깃쫄깃한 한 수제비 반죽의 식감이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그리고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서 어떤 음식이 스쳐 시나갔다.


이건, 이건.


“우리나라의 「뇨클링」이란 음식이랑 조금 유사한 요리군요.”

“뇨클링?”


뇨클링이란, 요정제국의 파스타 요리로, 새알심처럼 파스타를 만들어 수프에 곁들여 먹는 요리다.


감자와 밀을 섞어 만든 감자반죽으로 만드는 것이 보통이다.


수제비와의 차이점이라면 수제비는 바로 육수에 반죽을 뜯어 투하하지만, 뇨클링은 새알심 반죽을 끓인 뒤 기름에 한번 구워준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런 요리가 있군요. 나중에 한번 맛보러 가야겠습니다.”


류금수의 말을 뒤로 하고 아네모네는 시식을 계속했다.


‘이 버섯도, 누룽열매도, 애카박도 한번 기름에 볶아서 그런가 맛이 더 깊어졌어. 거기다 들깨가루의 고소한 맛과 자글자글한 입자 식감이 재밌어. 무엇보다······’


이번엔 수제비에 김치를 얹어 한입 먹어보았다.


‘······이 김치와의 조화는 그야말로 환상의 궁합이야. 고소 담백한 수제비와 정반대의 매콤 깔끔한 김치는 정말 잘 어울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류금수가 있는 힘껏 뜯어낸 수제비 반죽은 그 모양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 다른 식감을 내서 먹는 게 재미있었다.


어느 것은 부드럽고, 어느 것은 쫄깃하고, 그런 불규칙한 식감이 음식의 맛을 다채롭게 만든 것이었다.


‘맛있어. 정말 맛있어.’


그녀의 숟가락은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숟가락을 멈춘 건 다름 아닌 드러나 버린 뚝배기 바닥이었다.


그러자 그녀는 살짝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바뀌었다.


‘다 먹어버리고 말았군.’


하지만 이내 아네모네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잘 먹었습니다. 맛있었어요.”


긴장감 있게 이를 지켜보는 엘프 자매는 마음 한 켠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맛있던 거지?’

‘다행이다.’


맛을 평가받는다고 하니 긴장하고 있던 류금수 역시 긴장이 조금씩 풀려갔다.


‘이 세계의 입맛에 가장 맞을 것 같은 요리를 먼저 내놓은 게 다행인 것 같군.’


유일하게 긴장감 없이 바라보던 건 아마 데라였을 것이다.


『당연한 결과인 것을. 호들갑 대기는.』


아마 그의 요리에 대한 무한한 신뢰감 때문이었으리라.


아네모네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 요리, 이런 종류만 있는 것은 아니죠?”

“네. 아무래도 이 나라 요정들은 매운 맛에 크게 친숙하지 않다보니 입맛에 잘 맛을 것 같은 들깨수제비부터 나온 겁니다. 이밖에도 국물의 베이스나 반죽에 따라 김치수제비, 얼큰수제비, 메밀수제비, 감자수제비 등등 그 종류는 재료에 따라 무궁무진하지요.”


류금수는 말을 이었다.


“수제비는 다른 고장에선 뜨더국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다른 고장이란 북한을 의미한다.


“반죽을 뜯어 육수에 넣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지요. 수제비 역시 손으로 접어 만든다는 의미에서 그 이름이 유래된다고 들었습니다. 만드는 방식은 큰 차이가 없으니 이곳에도 비슷한 요리가 있는 것이겠지요.”

“나중에 기회되면 뇨클링도 한번 드셔보세요. 그것도 꽤 맛있거든요.”

“네, 어디 한번 기회되면 맛보러 가겠습니다. 허허.”


아네모네는 맛있게 먹은 값을 치르고 인사를 하며 밖으로 나섰다.


“그럼, 오늘 맛본 느낌 그대로 칼럼을 써서 올릴게요. 기대하셔도 좋아요.”

“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와주세요. 다양한 이세계 요리를 보여드릴테니까요.”

“뭘요. 그럼, 가볼게요.”


그렇게 아네모네는 류금수 일행과 인사를 나누고 공항을 향해 택시에 몸을 담았다.


그녀는 이제 비행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아카이브》 칼럼을 쓸 생각이었다.


그렇게 비행선에서 타자를 치다가 문득 아침에 했었던 재미있는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아네모네는 손목에 차고 있던 《미라클 워치》를 통해 어디론가로 전화했다.


이미 오랜 구면 사이인지 손목시계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조금 반가운 기색이 느껴졌다.


『아, 아네모네 씨. 오랜만입니다.』


“응. 잘 지냈어? 네메시아.”


『저야 뭐 잘 지내고 있지요. 그래서 용건이 뭡니까?』


그러자 아네모네는 단도직입적으로 그에게 말을 건넸다.


“내가 재미있는 방송 소재를 하나 갖고 있는데. 어디 추진해볼 생각 없어?”


『네? 방송이요?』


작가의말

많이 늦어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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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3화. 아침 식사(1) +1 20.02.18 95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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