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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작아요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 속 다크 히어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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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작아요
작품등록일 :
2022.10.31 19:57
최근연재일 :
2022.11.07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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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684

작성
22.11.04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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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송곳니

DUMMY

아델라 아르비옌.

그녀는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검은 늑대’에 지원했다.

가시밭길이 예정된 선택이었다. 검은 늑대의 입단 시험은 날고 기는 천재들도 벌레처럼 죽어나가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견뎌냈다. 어차피 포기해봤자 자신을 기다리는 건 오명으로 더럽혀진 가문 뿐이었다. 탈출할 수 있는 지옥과 그렇지 못한 지옥. 그건 누구나 전자를 선택할 만큼 쉬운 선택지였다.


약간의 운이 따르긴 했지만···아델라는 결국 검은 늑대로 인정받게 되었다.

그토록 갈망하던 새 삶을 얻게 된 것이었다.


‘···그마저도 제게 사치였다는 건가요?’


아델라는 반쯤 체념한 듯 눈앞의 상황을 바라본다. 시련을 함께 이겨낸 동료 중 하나가 저주로 몸부림을 치고 있다.

마수화 저주.

그녀는 그 저주가 어떤 건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여기서 살아남겠다는 건 미련한 욕심이겠죠.’


물론 곁에는 루크가 있었다.

루크 프로하츠카라는 남자가 시련에서 보여준 것은 세상에는 상식을 초월하는 천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만큼 그가 가진 재능은 대단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승산이 보이지 않았다.


절망적이게도 하이드 또한 뛰어난 실력을 가진 검사였고, 더군다나 마수화 저주에 걸린 인간은 평소보다 격이 한 단계 이상은 오른 듯한 강함을 보였다.

그런 괴물을 루크가 이길 수 있을까?


적어도 아델라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재능과 강함은 다르다.

결국 재능은 위로 올라갈 가능성일 뿐이니까.


‘···어차피 명예를 찾기 위해 걷기로 한 길.’


그녀는 차분히 자신이 이루고자 했던 목표를 되새겼다. 명예로운 이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뜻을 펼치지 못하고 죽임을 당하게 생겼다.

···그렇다면 차라리.


“루크 공. 마침 제가 저 저주에 대해 잘 알고 있어요. 마수화, 라고 하더군요. 마수화가 진행되는 사람은 평소와 격이 다른 강함을 보인다고 해요. 대신 이성을 잃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공격하는 괴물이 되지만요.”

“···.”

“저희 둘로는 승산이 없어요. 제가 발을 묶을 게요. 마수화를 했다고는 하나 전투 방식은 이전과 같기에 유의미한 시간을 벌 수 있을 거예요.”


하늘이 내려준 재능으로 영웅이 되고자 하는 남자라도 살려 보내자.

마음 같아서는 어릴 적 보았던 동화 속 영웅이 되고 싶었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그게 얼마나 허무맹랑한 바램인지 알고 있다. 꿈을 꾸는 건 어린 시절만으로 충분하다.

그녀는 그런 각오로 검을 뽑아 들었다.


“루크 공이 보여준 검술은 훌륭했어요. 기회가 생기면 어찌 그런 괴물을 홀로 무찌른 것인지···묻고 싶었을 정도로요. 저는 잠깐이지만 함께 합을 맞춘 동료들과 싸웠는데도 간신히 혼자만 살아남았거든요.”


그녀도 나름 ‘엘리트’로 칭송 받으며 탄탄대로를 걸어왔던 사람이다.

실력만큼이나 보는 눈이 괜찮았고, 그런 눈에서 이 남자는 가히 ‘하늘 위에 하늘’이라 부를만한 재능이다.

그런 이의 일대기에서 ‘죽을 뻔했지만, 같은 기수의 희생으로 살아남음’이라는 문장 하나를 자신이 추가한다.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적어도 더러운 아르비옌의 여식으로 불리다 죽는 것보다는 찬란한 최후였다.

그러나 그런 결의는···.


“무슨···?”


오래가지 않아 깨지고 말았다.

진작에 도주해서 일대기를 그려나갈 영웅이 여전히 곁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혹시 검은 늑대를 동경하거나 좋아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나?”


그런 영웅이 뜬금없는 질문을 던진다.

그녀는 잠시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본심을 내비췄다.


“···다들 그런 낭만 하나만으로 입단을 결정하지 않나요?”

“그럼 이 구절을 알겠군. 자신보다 강한 적을 만난 늑대는 송곳니를 드러내나, 개새끼는 배를 뒤집어 깐다. 나는 개새끼가 되고 싶진 않아.”


루크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단검 두 자루를 꺼내든다. 분명 레이피어를 다뤘던 것 같았는데.


“···저도 좋아하는 구절이지만, 허망하게 죽으면 무슨 의미가···!”


그녀는 멍청한 선택을 하려는 영웅을 설득하려고 했지만.


깡!

금속과 금속이 부딪히는 소음이 그녀의 말문을 틀어막았다.

공기를 찢어 가르듯 휘둘러지는 하이드의 롱소드가 짧은 단검 한 자루에 막힌다.


“내가 허망하게 죽는다라···농담에 소질이 있군.”


루크가 웃는다.

그는 과감하게 상체를 숙이더니 단숨에 마수화 하이드와의 거리를 좁힌다.

아무리 루크라고는 해도 너무 무모한 선택이었다.


물론 1대1 대인전 기준으로 보면 예리한 판단이었으나.


‘···마수화는 시전자의 피부를 단단하게 해.’


괜히 ‘마수화’가 아니다.

아델라의 상식이 맞다면 루크의 단검은 하이드의 피부를 뚫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입을 놀리기보다 조금이라도 그를 돕기 위해 검을 뽑았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판단은 하이드가 휘두르는 검의 경로를 막는 것. 그것으로 루크가 이 위기에서 살아나갈 기회를 창출하려는 의도였다.


“히끽···!”


그러나 그런 의도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단검이 마수화 하이드의 복부를 꿰뚫고 들어간다. 공격하려던 하이드가 고통에 몸을 움츠린다. 그 짧은 순간에 정보를 얻은 아델라는 판단을 바꾼다.


‘···그렇다면 차라리!’


자신의 상식이 깨져버리는 순간이었지만, 감상에 빠질 여유는 없다. 그녀는 곧바로 검로를 틀어 하이드의 목을 노린다.


깡!

그러나 그녀의 그런 검은 바위에 부딪히기라도 한 듯 둔탁한 소리를 낼 뿐이었다.


“···?!”


그녀의 롱소드가 튕겨져 나가는 동시에 하이드가 검을 든 팔을 움직인다.

대상은 아델라.

공격을 회피하기엔 무리가 있는 타이밍이었다.


“···쯧!”


루크가 아델라의 복부를 걷어찬다.

그리고는 쥐고 있던 단검을 역수로 쥐고는 그대로 하이드의 턱을 찔러넣는다.


‘···!’


아델라는 내장이 터져나가는 듯한 고통에도 신음을 흘리지 않았다. 거기에는 그녀의 초인적인 인내심도 한몫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두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광경이었다.


‘···대체 왜?’


어째서 자신이 휘둘렀을 땐 바위처럼 단단하던 피부가 루크의 단검에는 맥없이 뚫리는 것일까.

무기의 재질이 달라서?

그럴 리는 없다.

아델라의 롱소드도, 루크의 단검도 특별할 것 없는 보급품일 뿐이다.


그렇다면 남은 건 하나.

무기를 휘두르는 사람의 차이.

그것 말곤 명백한 차이를 설명할 수 없었다.


“크, 크아악!”


머리에 검이 꽂혔다. 열에 아홉은 무조건 즉사하고, 천운이 따라야 치명상으로 끝나는 일격이었다. 아무리 마수화가 진행된 사람이라고 해도 무시하지 못하는 피해인 것이다.

그래서일까.

마수화 하이드는 비명을 흘리며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


마족이 또 무슨 함정을 준비한 것일까.

하이드의 주변으로 지독한 마기가 치솟는다. 루크 역시 위화감을 감지했는지 다급하게 뒤로 물러난다.


그때였다.


“이런 시펄놈이, 어딜 귀하신 우리 신입님들한테 수작을 부려?”


어디선가 몸집이 작은 소녀가 모습을 드러내더니 그대로 하이드의 머리를 후려갈긴다. 그것만으로도 하이드의 몸뚱이가 반동으로 수십 미터는 날아간다.


“어휴, 더럽게 딱딱하네.”


소녀가 주먹을 탁탁 털면서 날아간 하이드를 노려본다. 그와 동시에 거대한 얼음창이 빠른 속도로 소녀의 옆을 지나간다.

표적은 멀리 날아간 하이드.

거대한 얼음창은 그를 짓뭉갤 기세로 정확하게 꽂힌다.


“그러게. 도구를 쓰라고 했잖아.”


이어서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야, 클록. 이런 건 손맛을 봐야 해. 안 그러냐?”


소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친근하게 루크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아델라는 상황을 멍하니 바라보다 그제야 그들이 누군지 깨달을 수 있었다.


‘···검은 코트?’


검은 늑대들이었다.




///




‘···뒈질 뻔했네.’


설마 마족이 이중저주까지 걸어올 줄은 몰랐다.

분명 ‘송곳니’의 개입이 없었으면 아델라의 배려를 무시한 판단을 두고두고 후회했을 것이다. 물론 죽고 난 후엔 그러지 못하겠지만.


‘분명 마력폭탄 패턴이었지?’


한계까지 궁지에 몰린 적이 스스로 자폭하는 저주. 그걸로 몇 번 죽어봐서 알 수 있다. 조금만 늦었어도 진짜 죽을 뻔한 것이다.


‘그나저나 송곳니?’


검은 늑대는 10개의 부대로 운용되고, 부대마다 특색이 존재한다.

송곳니의 경우는 이름에 걸맞게 강적을 주로 제거하는 데에 특화되어 있었다. 그러니까···내가 가고 싶은 부대 중 하나라는 뜻이었다.


“그래서 우리 똘똘이는 이름이 뭐야?”


체구가 작은 소녀가 건방지게 내 어깨에 손을 올린다. 상대방의 정체를 모르는 이들은 무례하다고 생각해서 불쾌해했을 테지만.


‘···클로에인가?’


성격이 원래 이러니 그러려니 이해해 주기로 했다. 친해지면 또 진국인 녀석이니까.


“루크. 루크 프로하츠카다.”

“으음~, 이름도 곱네고와.”


클로에가 꿀 떨어지는 눈빛으로 부담스럽게 쳐다본다. 그 시선을 피하고자 고개를 돌리니 아델라와 시선이 맞물린다.

‘보고만 있지만 말고 도와줘.’ 라는 의미로 몸짓을 하려는 순간.


“···!”


아델라는 못 볼 것을 봤다는 듯 고개를 확 비튼다.


‘···원래 이렇게 매정한 캐릭터였나?’


뭐, 누구라도 섣불리 클로에 같은 여자랑 엮이려고 하진 않겠지.


“신입 좀 적당히 괴롭혀.”

“왜애, 어차피 약속도 했다며?”

“무리로 합류하기 전까진 아니다. 게다가 우리가 개입한 사실을 들키면 리더가 뭐라 할 거고.”


클로에를 닮은 남자.

보나마나 마법사인 클록이겠지.

내가 ‘송곳니’로 들어가고 싶은 이유 중 하나였다. 그는 6레벨, 그러니까 6서클을 가진 유능한 마법사였으니까.


“쓰읍, 그건 좀 그렇긴 해. 그럼 환영식은 미루기로 하고···아, 너희도 우리가 개입했다고 꼰지르면 안 된다?”

“···아, 알겠어요.”


아델라가 대신 답해준다.


“그리고 루크 너는 무리와 합류하면 바로 송곳니로 와. 괜히 이상한 놈년들한테 꼬리치지 말고.”

“···?”


아까부터 느끼는 건데, 클로에가 이상할 정도로 내게 집착한다.

물론 강자를 자주 전담해서 싸우는 부대 특성상 인재난이 심한 건 알지만···이건 뭐라고 해야 할까.


‘···같은 부대로 6개월은 굴러야 저런데.’


그전까진 같은 늑대로 취급도 안 해준다. 툭하면 막말하고. 뭐, 잘 해주니 좋긴 하다만.


“저기···질문이 하나 있어요.”


그 때 조용히 상황을 보던 아델라가 입을 연다.


“뭔데?”

“소속하는 부대는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건가요?”

“어? 그야 그렇지. 보통은 부대만의 특징을 설명하고 마음에 드는 곳으로 가게 되어 있어. 물론 얘는 우리 부대로 올 거 확정이야. 본인이 뭐라고 해도 발언권 없어.”


상당히 뻔뻔한 발언이다.

물론 불만은 없다.

나로서도 송곳니는 환영이니까.


답변을 들은 아델라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클로에를 올려다본다.


“그럼 저도 데려가 주세요. 아직 부족하기 해도 밥값은 할 자신 있어요.”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지금까지 아델라가 자진해서 송곳니로 들어간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인재난에 시달리는 클로에가 협박에 가까운 강요로 들어가는 것은 몰라도.


‘···얘가 왜 이러지?’


그 이유를 고민해보는 것도 잠시.

어디선가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잘못봤나?’


피곤해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하이드와의 전투는 물론이고 제법 긴 거리를 걸어왔으니까.

물론 이제부터는 진짜 걷기만 하면 돼서 별 걱정은 없었다.




///



그 시작 접선지.


“···오.”


검은 늑대의 제4부대 송곳니의 31대 부대장 ‘휴즈’.

그는 해마다 순번을 정해 떠맡기는 지루한 업무를 술이라도 마시며 보내는 중이었다. 그렇게 한 병 두 병 마시며 ‘새끼 늑대’와 일탈을 보내는 부대원을 어떻게 골려줄지 고민하던 그가 이내 씨익 웃었다.


“이야, 저거 감이 꽤 괜찮네?”


부대원인 클로에가 과한 집착을 보이는 새끼 늑대가 자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물론 웬만한 시력으로는 보지 못할 거리인지라 곧바로 고개를 돌렸지만.


“꼬맹이가 저러는 이유 알겠어.”


그렇게 감탄하던 휴즈가 이내 실실 웃기 시작했다.


“그 병신들 골려주기 딱 좋아.”


계속되는 징징거림에 지친 상부의 약속 하나로 오랜만에 들어온 ‘진짜배기’를 날로 먹은 상황이다.

분명 그치들이라면 배가 아파서 미치려고 하겠지.

휴즈는 예상치 못한 안줏거리에 낄낄대며 세 번째 술단지의 봉인을 뜯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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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합류 22.11.03 46 2 15쪽
2 입단 시험 22.11.02 48 3 11쪽
1 루크 프로하츠카 22.11.01 72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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