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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스키위 님의 서재입니다.

전뇌생명체가 버튜버하는 소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제스키위
작품등록일 :
2022.05.25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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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8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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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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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3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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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버튜버-

DUMMY

채널 딥-다크.

본래는 괴담이나 오컬트 쪽 이야기를 다루는 채널이었지만 우연히 올린 딥웹 탐방 영상이 흥하고 나서 아예 노선을 딥웹 탐방 유튜버로 바꿔버린 채널.

그러한 채널에 아무리 봐도 내 이야기를 담은 영상이 올라와 있는데.

에이, 설마 내 이야기가 올라와 있겠어?

반신반의하며 확인한 영상의 내용은 내 머리를 쥐어뜯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딥웹에서 발견한 정체불명의 사이트를 탐방할 건데요. 오늘은 조금 특이한 주제의 사이트를 가져왔습니다. 혹시, 버츄얼 유튜버라는 단어를 아시나요?"


이때까지만 해도 인터넷은 넓으니 버츄얼 유튜버란 단어를 쓰는 사람이 또 있구나, 그런 희망 회로를 돌릴 수 있었다.

곧이어 등장한 화면을 보기 전까지.


"우연히 랜덤 서칭을 통해 접속한 이 사이트. 알 수 없는 문자열로 가득합니다. 흰 바탕에 뜻 없는 문자들이 가득한데요. 간간히 손상된 이미지 파일이나 재생되지 않는 오디오 파일들만이 가득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딥웹에 널린 의미를 알 수 없는 사이트처럼 보이지만, 스크롤을 아래로 계속해서 내리다 보면 주위와는 달리 아무런 파일이 없는 텅 빈 공간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곳에 적혀있는 건 다소 생소한 단어입니다. 네. 버츄얼 유튜버라고 한글로 쓰여있는 거, 보이시죠?"



나잖아.

내가 머무는 그 쓰레기장이잖아.

도대체 거길 어떻게 발견한 거야?

랜덤 서칭으로 내가 머물던 공간을 발견할 확률이 얼마나 낮은데?


그래.

인터넷과 그 공간이 연결되어 있던 이상, 언제든지 누군가가 내 아지트에 들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들킬 줄은 몰랐지.

머리를 벅벅 문지르며 소리없는 아우성을 지르고 있으니, 정말 숨기고 싶었던 게 낱낱히 까발려진다.


"이 버츄얼 유튜버라는 단어만 들었을 땐, 정확히 무슨 뜻인지 추측하기 힘든데요. 아마도 가상의 유튜버를 뜻하는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증거로, 버츄얼 유튜버 아래에는 아마도 캐릭터 설정으로 보이는 문구가 간략하게 적혀져 있습니다. 어느 날 인터넷 공간에 홀로 발생한 생명체..."


내가 써둔 설정을 담담한 말투로 읽는 것부터 미치겠는데, 다음에 영상에 나타날 게 무엇인지 떠올리면 손이 벌벌 떨려온다.

지금이라도 그만 보고 어서 도망쳐야 하나?

그래, 지금이라도 그만 보고...


"아래쪽에 이렇게 2D 일러스트가 하나 있는 걸 봐선, 이게 아마도 여기서 말하는 버츄얼 유튜버란 것의 일러스트가 아닐까요? 그런데, 이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건 사람이 손으로 그린 그림이 아니라,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여러 이미지들을 합쳐서 만든 사진입니다. 마치 기계가 만든 것 같은 모습인데요. 그래서일까요? 저는 이 그림을 살펴보다 보니 오싹한 기분이 자꾸만 들었습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절 놀라게 한 건 이 아래에 존재하는 첨부파일이었습니다."


안돼.

보지 마.

보면 안돼.


"이 사이트에 있던 다른 망가진 파일과는 달리, 이 파일은 놀랍게도 다운로드 받을 수 있었는데요. 다운로드 받은 파일의 확장자를 통해, 저는 이것이 3D 편집 프로그램으로 열린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그렇게 3D 편집 프로그램을 사서 파일을 열어보니, 기괴한 형체가 그 안에 들어있었습니다. 보이시나요?"


악!

아아악!

아악!


죽여!

차라리 날 죽이라고!

이 빌어먹을 딥-다크라는 유튜버는 전뇌 생명체를 어떻게 하면 죽일 수 있는지 너무나 잘 아는 것 같다.

도대체, 도대체 왜 하필 저 타이밍에 내 아지트를 발견한 거냐고.

화면에 보여지는 내 초창기 아바타의 모습은, 마치 교통사고로 불타서 피부가 녹아내린 사람과 비슷했다.

저 빌어먹을 개자식이 그렇게 묘사했으니 그렇게 보이는 거겠지.


아니.

저 모습엔 다 사연이 있는데.

맨 처음 초창기에 점토를 주물럭거리듯 데이터를 다루다 보니 데이터가 제대로 고정되지 않고 자꾸만 흘러내려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시절의 모습이다.

지금은 데이터를 고정하는 법을 깨우쳐서 저런 일은 없는데, 왜 하필 저 시점의 아바타를...!


"더욱이, 저를 소름 돋게 한 건 기괴한 아바타 옆에 매달린 이것이었습니다. 보이시나요? 여러분은 이게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 맞다.

저건 그러니까.


"제 눈에는 아무리 봐도 올가미처럼 보입니다. 네, 마치 자살을 하려는 듯 천장에 올가미가 매달려 있던 것입니다. 정말 소름 돋지 않나요?"


저건, 갑자기 현타가 와서 멘탈이 잠깐 터졌을 때 만들었던 거다.

진짜 타이밍 레전드네 진짜.


"이러한 사이트를 만든 의도가 도대체 무엇일까요? 또한, 저런 아바타를 만든 이유는 또 무엇이고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완전히 넋이 나간 채로 영상을 보고 있으니, 어느덧 영상은 끝이 났다.

슬며시 댓글창을 보고 있으니 예상대로 아바타가 소름 끼친다는 반응이 참 많다.

그렇지만, 댓글들 중 일부는 예리하게 진실을 꿰뚫고 있었다.


[ㅇㅇ]

-누가 3D 아바타 제작중이던 거 아님? 뭔가 프로젝트의 일부 같은데.

ㄴㄹㅇ 이거 같음. 아마 미대생이 졸업작품 만들던 걸 훔쳐본 게 아닐까요?


[구독 누르면 100만원 생김]

-사실 진짜 전뇌생명체일수도?

ㄴ저게 진짜면 왜 저렇게 아바타를 못만드는데 ㅋㅋㅋㅋ

ㄴ똥손인가보지 ㅋㅋㅋㅋ


댓글들을 보고 있으니 열불이 속에서 올라오는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댓글창으로 손이 가지만, 중요한 문제가 있다.

나, 아직 유튜브 계정을 만들지 않았다.

제대로 유튜버 활동을 하려면 유튜브 계정을 만들어야 할텐데 이것도 따로 준비해야겠네.

뭐, 그렇게 어렵진 않을 거다.

은행이나 비트코인에 비하면 유튜브의 보안은 상당히 낮아서 내가 쓸 계정을 하나 만드는 것 정도는 쉽다.


똥 밟았다.

그렇게 생각하고 마저 찾던 TTS나 찾으려 했지만, 내 시선에 영상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버츄얼 유튜버 탐방, 제 2편]


버츄얼 유튜버 탐방, 2편?

흘깃 내가 본 영상의 조회수를 살펴보니 알고리즘이라도 잘 탔는지 구독자 수에 비해 높은 조회수다.

그렇다면 유튜버가 2편을 만드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데, 2편이라면 나 말고도 다른 버튜버를 찾은 건가?

그렇게 생각하며 2편을 확인했지만, 그러한 게 아니었다.


"안녕하십니까. 딥-다크입니다. 오늘은 여러분이 궁금해 하신 사이트들을 다시 탐방할 건데요. 댓글로 가장 많은 요청이 있었던 버츄얼 유튜버 탐방입니다. 그럼, 가 보시죠."


다시 한 번, 내가 아바타를 만드는 모습을 관음하려 온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를걸?

영상의 시간을 보니 첫 번째 영상이 올라오고 4달 뒤의 영상인데, 이때 쯤이면 지금의 아바타를 거의 다 완성한 시점이지.

후후, 달라진 내 모습을 보고 놀라워 하기나 해라.

그렇게 생각하며 이번에는 여유롭게 영상을 관람했지만, 유튜버가 집중한 건 아바타가 아니라 다른 것들이었다.


"다시 방문한 페이지는 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텅 비어있던 공간에 정체를 모를 코드들이 잔뜩 쓰여져 있는 모습, 보이시죠?"


그러고 보니, 포토샵을 분해하고 치우는 게 귀찮아서 그냥 쓰레기장에 방치했었지.

그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겐 저렇게 보이려나?

그런 생각을 하며 영상을 보고 있으니, 이 유튜버는 기괴한 집념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제가 지인 프로그래머에게 이러한 코드들에 대해 물어보니, 편집 프로그램들의 소스 코드처럼 보인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 이 부분의 코드들은 포토샵의..."


아니, 뭔 소스코드를 추적해서 원본이 무슨 프로그램이었는지를 알아내는 거야?

진짜 집념 하나는 끝내주네.

쓸모없는 추적은 빨리 그만두지.

그러한 마음으로 무료하게 영상을 보고 있으니, 마침내 지루한 추적이 끝나고 아바타 쪽으로 영상의 초점이 이동한다.


"...그리하여, 제가 내린 결론은 이 페이지를 만든 제작자는 상당한 코딩 능력을 지닌 프로그래머라는 겁니다. 이 페이지에 남아있는 흔적들은 각 편집 프로그램에서 장점만 떼어와서 자신만의 편집 프로그램을 만들려는 시도가 아니었을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좋아, 이제 아바타를 확인하겠지.

내 귀여운 아바타를 보고 감탄하란 말이야.

그러한 마음으로 영상을 지켜봤지만, 유튜버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내 예상 밖의 것이었다.


"전보다도 훨씬 발전된 아바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뭔가 엄청 공을 들인 것 같은데, 제 취향은 아니어서 잘 모르겠네요."


망할 놈.

자기 취향은 아니어서 잘 모르겠다고?

그런 흑역사를 봐놓고서 이런 모습을 보면, 인간적으로 좀 감탄사 정도는 나와야 하는 거 아냐?

마음속 한켠에 새로 생겨난 살생부에 유튜버의 이름을 적어두고, 나는 불쾌해진 기분으로 댓글창을 확인했다.


[히키가야 키리토]

-오, 아바타 좀 이쁜데요? 만약 정말로 유튜버로 데뷔하면 구독할지도?(웃음)

ㄴ애니프사는 과학입니다 ^^

ㄴ말투 봐 개극혐


[안정환]

-확실히 코딩 실력은 엄청난 것 같네요. 학생 실력은 아닌 것 같고, 어딘가의 실무자의 취미 생활일 수도?


음, 당연히 아바타는 이쁘지.

내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었는데.

댓글을 살펴보며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으니, 예상보다 일찍 존재를 들킨 게 그리 나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대로 유튜브 사이에서 일종의 도시괴담 비슷한 식으로 입소문을 타다가 데뷔를 한다면 이목을 끌어모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문득 썩 괜찮은 아이디어가 하나 떠오른다.

이 나쁜 유튜버에게 복수도 하고, 입소문에 더 장작을 집어넣을 방법이.


좋아, 한 번 그렇게 해볼까?

계획을 세운 난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인터넷 안으로 다시 다이빙한다.

우선 TTS부터 얻어야 이 계획을 진행할 수 있으니까.


#


그는 오늘도 유튜브 소재를 찾기 위해 딥웹을 뒤지고 있었다.

지난 번에 버츄얼 유튜버를 찾은 건 좋았지만 그 이후로 별다른 소득이 없으니 참.


"...버튜버인지 뭔지로 영상 하나 더 만들까."


버튜버를 다룬 영상만 조회수가 높은 걸 보니, 다시 버튜버를 소재로 영상을 하나 만들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럼, 다시 한 번 그 사이트를 확인해 볼까?

남자는 그렇게 생각하며 그 사이트를 확인해보려 했으나 존재하지 않는 주소라는 알림을 보고선 눈살을 찌푸린다.

다른 대부분의 딥웹들처럼 여기도 사라진 건가.

남자가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던 그때, 팝업창 하나가 떠오른다.


[버츄얼 유튜버]

-찾았다.


찾았다?

그보다, 팝업창의 이름이 뭔가 이상한데?

버츄얼 유튜버라면, 설마 그 사이트의 주인이 내게 보낸 메시지인가?

남자가 그러한 생각을 품은 순간, 팝업창은 다시 닫혀버렸다.


"...설마."


문득 남자의 머릿속에 딥웹을 탐방하다 컴퓨터를 해킹당한 사람들이 사례가 떠오르고 남자는 황급히 컴퓨터를 종료하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자신 컴퓨터가 멋대로 움직이더니 바탕 화면에 낯익은 모습이 하나 나타난다.

그때, 그 사이트에서 봤었던 아바타의 모습이다.

이게 어째서 내 바탕화면에 있는 걸까?

뭔가에 홀린 것처럼 남자가 조심스럽게 마우스를 아바타에 가져다 댄 순간.

눈을 감고 있던 아바타가 갑자기 눈을 뜨더니, 갑자기 스피커에서 애니풍의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초상권 침해에요."


초상권 침해?

남자가 그 뜻을 이해하기도 전에 바탕화면에 나타난 아바타가 사라지더니, 컴퓨터가 다시 원래대로 되돌아온다.


"하하, 하..."


내가 꿈을 꾼 건가?

남자는 마치 귀신에 홀린 듯한 기분이었지만,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은 꿈이 아닌 게 분명하다.

어째서 그 사실을 확신 하냐고?


방금 전 있었던 일들이 녹화된 동영상 파일이 바탕화면에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웹캠으로 녹화된 화면까지 추가되어서.


작가의말

버튜버는 거꾸로 해도 버튜버라는 놀라운 사실을 다들 알고 있었나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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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튜버- +3 22.06.13 250 9 12쪽
3 -버버- +3 22.06.10 255 8 8쪽
2 -버- +2 22.06.05 297 9 8쪽
1 작고 귀여운 전뇌생명체 +3 22.06.04 442 1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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