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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단톡방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개벽S
작품등록일 :
2022.12.17 21:28
최근연재일 :
2023.01.01 21:19
연재수 :
5 회
조회수 :
1,857
추천수 :
41
글자수 :
23,420

작성
22.12.18 22:58
조회
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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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2쪽

등록소(1)

DUMMY

인생은 ABCD다.

A man

Birth

Choice

Death


사람은 태어남과 동시에 수 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가고, 결국엔 죽는다.

살아가면서 어떤 선택을 하냐에 따라 인생은 크게 뒤바뀐다.

남 부럽지 않게 떵떵거리며 살 수도 있고, 초라하게 살 수도 있다.

그래서 내 인생의 모토는 '후회할 선택을 하지 말자'인데....


"한 순간의 그릇된 선택을 해버린 것 같은데."


필터를 거쳐 지금 심정을 순화해서 내뱉었다.

방금 전, '마탑에 입장하시겠습니까?' 라고 나온 멘트에 귀신에 홀리기라도 한 듯 '예'를 선택해버렸고, 눈을 잠시 감았다 뜨니 영문도 모를 장소에 끌려와버렸다.


거대한 광장, 동서양이 혼합된 느낌의 건물들.

공식 축구경기장 몇 개를 합쳐 놓은 듯한 규모.

게다가 확연히 눈에 띄는 것은 사람, 괴물의 모습을 한 이종족들이 한데 어우러져 지나다니고 있다는 것이었다.


'영상 속의 장소다.'


신들의 단톡방, 줄여서 신톡방.

멤버 중 한 명인 정령왕이 찍어서 올린 그 광경 그대로.

이게 꿈이 아니라면 난 그들이 말하던 '마탑'을 와버린 것이다.


웅성웅성.


군중들의 이목이 어느 한 군데에 집중된다.

고개를 돌려, 그 쪽을 바라보니 어느 세 명이 내 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고.

마치 모세의 기적처럼 군중들이 양 옆으로 자리를 비켜주고 있는 모습이었다.


"ㅡ찾았어요!"


투명하고 푸르스름한 바다의 색을 머금은 것 같은 긴 머리의 존예가 세상 활짝 웃으며 나를 향해 뛰어왔다. 내가 어버버하고 있는 찰나, 그녀는 두 팔을 활짝 벌려서 내 품에 폭하고 안겨서 얼굴을 가슴팍에 부비었다.


"방장님, 방장님! 드디어 오셨군요!"


최근 MBTI라는 성격유형 검사가 유행 중이었다.

내가 추측컨대, 이 정령왕이라는 여자는 분명히 ENFP가 틀림없을 것이다.

떨어져 달라는 내 요청도 무시하고 계속 품에 안겨서 조잘대는 것 좀 봐.


"실물은 처음 보는 군. 내가 누군지 알겠나?"

"....무신?"

"그래. 반갑다."


속으로 생각했다.

이 미친 잘생김은 뭐지?

같은 남자인데도 순간 설렘의 감정을 느꼈다.

그 때, 또 다른 존잘이 내 옆에 오더니 위아래옆을 유심히 관찰한다.


"뭐야, 너 정말 유일신 맞아? 왜 이렇게 약해보이지?"

"드래곤 로드, 방장님께서 말씀하셨잖아요. 힘숨찐 컨셉을 좋아하신다고요."

"그렇긴 한데. 정말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하나도 없어서."

"내가 살던 중원에서는 반박귀진(返朴歸眞)이라는 경지가 있다. 지극히 높은 무공을 이룩하여, 무공을 익혔음에도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게 되는 경지를 말하는 거지. 무려 유일신이나 되는 사나이인데 진짜 범인(凡人)처럼 보이게 하는 것 쯤이야 어렵지 않은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한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그런데 진짜 평범한 인간일 수도 있잖아? 그럼 쓸모가 없는데."

"무려 '유일신'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계신 분이 평범한 인간일 리가 없잖아요! 안 그래요, 무신? 당신이 말한 그 반박귀진이라는 경지를 두르고 있는 거에요."

"흠, 그런데 이렇게나 기를 제한할 수 있단 말인가."


한 번의 잘못된 선택이 죽음으로 향하는 길이 될 수 있단 말이다.

그러니까, 제대로 된 선택을 해야한다.

후회하지 않도록.


"만약 인간이면 어쩔거냐, 드래곤 로드."

"그럼 죽여야지. 감히 5년 동안 우리들을 농락한 거잖아."

"음. 다소 방법이 과격하지만, 5년 간 기만한 죄는 무겁지."

"으으, 그래도... 평화가 좋지 않을까요?"


난 직감했다.

오픈카톡방에서 하던 것처럼 '컨셉질'을 해야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이 미친 놈들이 날 정말 죽일 수도 있겠다고.


"셋이 한꺼번에 덤벼봐도 좋아."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상큼한 미소와 함께 도발성 메시지를 날렸다.

내 말에 신톡방 멤버들은 잠시 움찔하더니, 눈빛이 차분해졌다.


"내가 말했었지? 철저하게 인간처럼 행동하며, 연기하고 있다고. 너희들도 거기에 동참해주기로 했잖아. 그런데 내 뜻을 거역하겠다면 얘기가 달라지지. 데리고 다닐 필요가 없어지니, 다 죽여줄게."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리고 오픈카톡방에 들어가, 채팅방 삭제하기 버튼을 눌렀다.


[주의! 한 번 삭제한 채팅방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정말 삭제하시겠습니까?]


"내가 이 채팅방을 삭제하면 너희 어떻게 될 것 같아?"

"......"

"......"

"......"


뭐가 어떻게 되긴.

그냥 채팅방 없어지는 거지.

하지만 신톡방 멤버들은 잔뜩 긴장한 기색을 보였다.

난 그들을 향해 피식 웃어보이며, 스마트폰을 다시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상상에 맡길게. 그리고 너희가 자발적으로 채팅방에서 나가도 결과는 똑같아."

"......"

"......"

"......"


주변을 둘러본다.


"보는 눈이 많으니, 장소를 옮길까."


*


마탑, 입장대기존.


우리는 지금 모험가의 요람(adventurer's cradle)에 위치해있었다.

말이 거창하긴 한데, 마탑의 호프집이랄까?

크래커 한 접시와 생맥주를 시켜놓고 도란도란 앉은 우리.


분위기가 무척 무거웠다.

그도 그럴 게, 방금 전까지 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고.

세 명 역시 나의 거짓말에 홀랑 넘어가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게 언제까지 통할 리가 없어.'


세상 살아가는데 진실만을 말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도 없다.

현명하게 살기 위해서는 나를 위해, 상대방을 위해 때때로 적당한 거짓말을 할 수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건 선의의 거짓말이라거나 절대로 들통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경우다.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는다.'


내가 방금 했던 거짓말은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이다.

조만간 뻔히 들통날 개수작.

아까는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나도 모르게 거짓말을 쳤지만.

지금이라도 빨리 진실을 고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판단이 섰다.


"죽을 각오하고 솔직히 말할게."


세 명의 이목이 내게 집중됐다.

맥주 잔여물인지 침인지 모를 액체가 목으로 넘어가며 목젖이 꿀렁거렸다.


"나 사실 평범한 인간이야. 아까는 무서워서 허세부린거고. 정말 미안하게 생각해."


세 명이 서로를 바라본다.

잠시 침묵이 지속되더니, 정령왕이 입을 열었다.


"정말이에요?"

"그래."

"컨셉 아니시죠?"

"진짜 평범한 인간이야. 기만해서 미안했다. 죽이려면, 아프지 않게 죽여줘."


드래곤 로드와 무신을 번갈아봤다.

무신은 두 눈을 감은 채, 팔짱을 끼더니 침음성을 흘렸다.


"정말 인간이었다니...."

"타, 타임!"


드래곤 로드가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그럼 어떻게 마탑에 대해서 그렇게 잘 알고 있는 건데!"

"뭐가?"

"마탑의 생리(生理)를 훤히 꿰뚫고 있다는 듯 말했잖아!"


살짝 벌려진 입.

휘동그레진 두 눈.

드래곤 로드는 정말 놀라고 있는 모양새였다.

그건, 무신이나 정령왕 역시 마찬가지.


"그건 이상하군. 확실히, 지구에 사는 평범한 인간이라면 마탑에 대해 알 리가 없다. 그런데 방장 너는 마탑의 지배구조나 생활양식, 흑막의 존재까지 알고 있었지."


.........


얘네들 진짜 뭐라는 거지.

그거야 '컨셉질'에 적당히 어울려준건데.


"그냥 대충 지어낸거지."

"그럴 리가 없어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확실히 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특히나, 마탑에서 저희를 포함한 몇몇 신급 생명체 외에는 절대로 모를 오대주(五大主)의 존재와 이름까지 정확하게 알고 계셨잖아요."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방장은 본인 스스로를 유일신(唯一神)이라 칭하고 탑의 꼭대기에 올라가봤고, 마탑 정복자라는 칭호를 얻었다고 했다. 실제로 5년 전, 마탑에는 누군가가 마탑을 정복했다는 메시지가 울려퍼졌지."


얘네들 진짜 미쳤나?

내가 그냥 급조한 설정을 말한 것 뿐이었는데.

애초에 이렇게 신뢰할 근거가 있었으면 처음에 만났을 때는 왜 의심하고 죽이려고 했던거냐고?


"미안해요. 사실 우리끼리 입 맞춰서 놀리려고 했던거였어요. 그런데 갑자기 일이 커지는 바람에.... 설마 진짜 인간이라고 말씀하실 줄은 몰랐어요. 농담이시죠?"

"진짠데. 아니, 그것보다 내가 말한 마탑 설정이 진짜라고? 너희들이야말로 농담하는 거 아니야?"


내 말이 진실이라는 것이 그들에게 도달했을까.

세 명은 허탈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저마다 얼이 빠진 표정을 했다.

어쨌거나 난 진실을 말했고, 내 마음은 홀가분해졌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가 남았다.


"시발, 그건 그렇고 결국 여기서 생을 마감하겠구나."

"왜?"

"왜긴 왜야. 힘이라곤 하나도 없는 내가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겠어?"

"나가면 되지."

"응?"

"언제든지 본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는데. 마탑에서 나가야겠다 생각해봐."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마탑에서 퇴장하시겠습니까?]


"엥?"

"다시 들어오고 싶을 때는 반대로 들어가볼까? 하고 마탑을 떠올리면 돼. 방장 알고 있는 거 아니었어?"

"맞아요."

"이, 이거 누구나 다 가능한거야?"

"초대장을 받은 자만 가능하다."

"난 그런 거 받은 적이 없는데?"

"받았다고 하지 않았나. 5년 전에 단톡방에서 언급했었다."

"내가?"

"그래. 방장 네가 직접 말했다. 그래서 그런가보다 했었고."


솔직히 기억 안 난다.

워낙 개소리를 많이 씨부렸으니까.

어쨌거나 지구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미소가 지어졌다.


"나 그럼 지구로 돌아갈게."

"아니, 왜!"

"여기서 죽기 싫으니까."


드래곤 로드가 발끈했다.


"방장은 절대 안 죽어!"

"그래요! 방장님은 저희가 지켜드릴게요!"

"동감이다."


"그리고 공무원 합격했으니까 한 턱 크게 쏜다고 했었잖아!"

"맞아요! 오늘을 손꼽아 기다렸다고요."

"동감이다."


"너 저번에 친구랑 먹었다고 올렸던 삼겹살이라는 거 먹어보고 싶다고 했는데 사준다고 했어!"

"삼겹살 저희도 먹어보고 싶어요!"

"동감이다."


..........


"얘들아."

"뭐."

"네."

"그래."


난 미간을 꾹꾹 눌렀다.


"난 너희들이 지구에 사는 줄 알았고, 사람인 줄 알았지. 아니면, 너희가 지구로 올 수 있어? 그럼 내가 삼겹살 10번이라도 사줄게."

"그건."

"무리죠?"

"음."


"왜? 드래곤 로드 정도 되면 차원이동도 가능하지 않냐. 게다가 애초에 너희 그럼 스마트폰이라는 걸 어떻게 가지고 있는데?"

"마탑에 스마트폰 팔아. 나 얼마 전에 바꿨잖아."

"와, 모델 뭐에요?"

"우주10. 요금제 무제한인데 한 달에 10코인만 주면 돼. 48개월 할부야."

"......아, 음. 그, 그래요?"

"나도 슬슬 스마트폰을 바꿔야 할 때가 왔는데, 추천 좀 해줬으면 좋겠군."


뭔가,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구에는 왜 못가는데."

"마탑이 생기고 난 이후로 마탑을 제외한 다른 차원이나 행성 간 이동은 불가능해졌더라고. 안 그래도 방장 너한테 물어보려고 했지. 알 것 같아서."

"저도 몇 번 시도를 해봤는데 역시나 무리더라고요."

"어쩔 수 없더군."

"삼겹살은 못 사주겠네, 그럼. 아무튼, 그 동안 즐거웠다."


[마탑에서 퇴장하시겠습니까?]


*



카톡!

카톡!

카톡!

카톡!


드래곤 로드 : ㅇㄷ

드래곤 로드 : 아ㅏ니, 어디 감?

무신 : 방장, 설마 우릴 두고 지구로 귀환한건가?

정령왕 : ( ˃̣̣̥᷄⌓˂̣̣̥᷅ ) 돌아와요 방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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