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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단톡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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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S
작품등록일 :
2022.12.17 21:28
최근연재일 :
2023.01.01 21:19
연재수 :
5 회
조회수 :
1,865
추천수 :
41
글자수 :
23,420

작성
23.01.01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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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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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등록소(4)

DUMMY

"드시지요."


머그컵에 담긴 따뜻한 차.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차를 한 모금 마시니 기분이 좋아졌다.

등록소의 원래 주인장, 라이너스를 따라 들어온 등록소 내부는 생각보다 훨씬 넓었다.

밖에서 봤을 때의 크기는 정말 지하철 역 신문가판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지만 내부는 그래도 한 15평 정도는 되어 보였고, 앤티크 풍의 고물들이 목재 선반에 진열되어 있다.


"좋은 찻잎을 쓰시네요! 이렇게 깊은 풍미가 느껴지는 차를 마탑에서 마셔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 했는데, 운이 좋네."

"만족해주셔서 영광입니다, 위대하신 정령왕이시여."

"저야 말로 이런 차를 맛 볼 수 있어서 영광이에요, 라이너스."


둘은 서로 구면인 듯 자연스럽게 담소를 나누었다.

그 때 잠시 자리를 비웠던 포이가 과자를 한껏 담은 접시를 내 앞에 놓아둔다.


"이것도 먹어요, 형!"

"고마워, 포이."

"헤헤. 그런데 깜짝 놀랐어요! 설마 형아가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던 예언서의 '진짜'셨다니! 항상 그러셨거든요. 진정한 마탑의 주인이 조만간 나타날거라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난 F급이라니까? 그 예언서인지 뭔지에서 말하는 놈이 나인줄 어떻게 알아."


과자 한 조각을 먹으며 시크하게 답했지만.

사실 내심 속으로는 지금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모험가로 전직하면서 얻은 스킬 두 가지가 딱 봐도 범상치 않기 때문.


· 정복자의 위엄(유일)

- 설명 : 반경 50미터 이내의 모든 생물체를 1분 동안 '제압'상태로 만든다. (1일 1회 제한)

· 한계돌파(유일)

- 설명 : 스킬의 숙련도가 한계에 도달하면 등급이 한 단계 상승한다. (유일 등급 제외)


등급 체계에 대해 잘은 모르겠지만.

추정컨대, 마탑은 다른 일반적인 체계를 따라가는 듯 했다.

F가 제일 낮은 것이고 단계가 높아질 수록 E, D, C.... 이런 식으로.

그리고 유일 등급은 문자 그대로 하나밖에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당신밖에 없습니다."

"뭐?"

"이걸 봐주시겠습니까?"


돌돌 둥글게 말려있는 낡은 양피지가 식탁 위에 놓여졌다.

라이너스는 내게 손짓을 했다. 열어보라는 뜻이라는 것을 깨닫고, 양피지를 열어젖혔다. 난 깜짝 놀랐다. 빛바랜 양피지 속에는 한 남자의 모습이 그려져있었는데, 그건 분명 '나'였으니까.


【태초의 모험가, 진정한 마탑의 주인이 재림할 것이니.】


"방장님이잖아요!"

"아니 분명 내가 맞긴 한데, 뭐냐 이거?"

"역시! 방장님은 위대한 분이셨어요 꺄악!"


내 옆에 딱 달라붙어서 예언서라 말했던 양피지를 보더니, 꺅꺅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난 거추장스럽게 치대는 정령왕을 잠시 밀어 떨어트리고 침을 꿀꺽 삼켰다.


"선생님은 이 예언서를 어디서 얻으셨죠?"

"그런 과분한 호칭은 부담스럽습니다. 라이너스라고 불러주십시오. 그리고 예언서는 5년 전, 한 줄기의 찬란한 빛과 함께 하늘에서 떨어졌습니다. 누군가가 마탑을 정복했다는 메시지가 울려퍼졌던 그 날에 말입니다."

"........"

"그 이후, 저는 언젠가 예언서의 말대로 진정한 마탑의 주인이 나타날 것이라는 말을 굳게 믿고 기다렸습니다. 바로 모두를 궁금증에 빠트렸던 '정복자'가 나타날거라고."

"그게 저라고요?"

"예. 확실합니다."


난 머리를 헝클였다.

라이너스는 5년 전 마탑을 정복한 사람이 나고, 5년 만에 다시 나타난 거라고 믿고 있었는데 그 때의 나는 아쉽게도 한국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때였고, 난 마탑 자체를 처음 와본다.


"라이너스."

"예."

"아쉽지만 전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5년 전이라면 전 한국이라는 곳에서 뭐 빠지게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고, 마탑이라는 곳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게다가 제일 중요한 건 마탑을 오늘 여기에 처음 와봤다는 겁니다."

"하, 하지만..."

"그리고 당신이 찾는 그 분은 태초의 모험가라고 했죠? 근데 전 방금 모험가 등록을 끝마친 따끈따끈한 새내기에요. 게다가 등급은 최하위인 F급. 여길 보고, 저길 봐도 예언서에 나온 생김새만 닮았을 뿐입니다. 그리고 저 흔하게 생긴 얼굴이에요. 안 그런가요?"

"으음."


라이너스가 침음성을 흘렸다.

일단 정보가 필요하다.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내가 정복자 특전을 받았다든지, 개쩌는 스킬 두 개를 획득했다느니 그런 개소리를 씨부렸다가 하루 아침에 존나 쎈 놈들한테 비명횡사를 할 수도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정령왕이 지켜준다고는 했지만 내 몸은 내가 간수해야지.


"아무튼 포이 덕분에 모험가 등록은 잘 마쳤네요. 맛있는 다과를 대접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저희는 이만 가볼게요. 그럼, 이만."

"아. 가, 같이 가요. 방장님!"


그렇게 등록소를 빠져나가려는데.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라이너스가 외쳤다.

내가 걸음을 우뚝 멈추어서 뒤를 돌아보았다.


"당신이 정말 아무것도 아닌 F급 모험가라면, 어째서 정령왕 씩이나 되는 거물이 당신에게 어쩔줄 몰라하며 쩔쩔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인지요."


이거 뭐라고 대답해야 하냐?

내가 잠시 고민했다. 솔직히 정령왕이 나를 따르는 이유는 단순히 사람 좋아하는 댕댕이 스타일에다가 나랑 5년을 함께한 친분이 있어서가 전부가 아닌가? 더 깊숙이 들어가면 삼겹살도 줬겠다, 부방장도 시켜줬겠다.... 아 몰라, 시발.


내가 가만히 대답하지 않고 있자, 라이너스가 "아!" 하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호탕하게 웃기 시작했고,


"그렇군! 제가 감히 유희를 방해하려했습니다! 사죄드리지요."

"예?"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럼, 건투를 빌겠습니다!"


라이너스가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나와 정령왕이 등록소의 문을 열고 나가자,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살짝 들려왔다.

뭐라고 하는지는 잘 안 들렸다.


- 할아버지 무슨 말이야?

- 내가 보기엔 말%^#$% 듣던 #$%#$%을 $%^$%^ 것 같구나.

- #$%%?

- #^$#%&$%#단다.


"방장님?"

"왜."

"힘숨찐이 무슨 뜻이었죠?"

"갑자기 왜?"

"네?"

"응?"

"아무것도 아니에요."


카톡!

카톡!


카톡이 울렸다.

단톡방인줄 알았는데 엄마였다.


엄마 : 너 이 새벽에 어딜 간거니?

엄마 : 주방에 또 이건 뭐야, 뭘 해먹었길래 설거지 거리가 이렇게 산더미니?


난 대충 둘러댔다.


나 : 잠시 친구들 만나러 나왔어요

나 : 그릇들은 배고파서 삼겹살 좀 구워먹었는데 나중에 집에 가서 치울게요. 놔두세요.

엄마 : 엄마한테 말을 하지. 그럼 해줬을텐데. 집에는 언제 올거야?


고민됐다.

지금 바로 그냥 들어가버릴까?

어차피 드래곤 로드랑 무신도 볼일이 있다고 했으니.


그 때.


카톡!

카톡!

카톡!


드래곤 로드 : 이 몸 등장 ㅋㅋ

드래곤 로드 : 어디셈?

드래곤 로드 : (궁금 이모티콘)

드래곤 로드 : 5

드래곤 로드 : 4


미친놈.


나 : 이제 등록소에서 나옴

드래곤 로드 : ㅇㅋ


어깨에서 감촉이 느껴졌다.

뒤돌아 보니 어느새 드래곤 로드가 지척까지 와있었다.


"깜짝이야! 언제 온거냐?"

"방금."

"뒤에 있었으면 말을 하지."

"순간이동해서 온 건데?"


아, 그래.


"무신도 이제 곧 온대."

"볼일은 다 봤냐?"

"응. 너희들은 뭐하고 있었어?"

"모험가 등록이요. 저는 옆에서 구경했고요?"

"오호. 그렇구만."


잠시 후, 무신도 도착했다.


"미안하군, 조금 오래 걸렸다. 그나저나 방장. 모험가 등록을 마쳤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

"응."

"축하한다. 그럼 혹시 스킬 가챠도 했나?"


스킬 가챠?

그건 또 뭔 소리지.


"뭔데 그게."

"모험가 등록만 막 하신거라 아직 스킬이 없으실걸요? 중앙광장으로 가야해요."

"그렇군! 방장님의 첫 스킬이라.... 잘 나왔으면 좋겠군."


내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으니, 정령왕이 설명했다.


"마탑에 입장한 외부인은 모험가로 등록한 후에 1층으로 입장하기 전, 최초 1회에 한해서 중앙광장에서 무료로 스킬을 한 개 획득할 수 있어요. 스킬 등급은 랜덤이고요. 초보 모험가를 위한 서비스? 라고 할 수 있죠."

"오호. 그래서 가챠구나."

"뭐, 잘 나와봤자 D등급이지만. 별로 기대는 하지마, 방장."


드래곤 로드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무신도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반응을 보아하니 별로 좋은 스킬을 얻는 경우는 없나봐.


"그럼 오늘은 스킬만 얻고 해산할까."

"엥? 나 이제 왔는데?"

"잘 시간 다 됐잖아. 그리고 집에 가서 설거지해야 해. 늬들이 먹은 거."

" 떼잉, 쯧쯔. 지구에 갈 수 있었으면 내가 설거지를 해줬을 텐...."

"그렇게 아쉬우면 설거지 거리 여기로 들고 올까?"

"........뎃?"


드래곤 로드 반응이 꼴받아서 진짜 집에서 설거지 거리와 퐁퐁, 수세미를 들고 왔다.

정령왕이 하급 물의 정령을 소환했고, 드래곤 로드 혼자서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난 그 모습을 흡족하게 바라보다가, 중앙광장 쪽을 쳐다봤다.


"저 쪽으로 가면 되나?"


정령왕이 답했다.


"네! 제가 안내할게요, 방장님!"

"그래. 안내해, 부방장."


그 순간, 프라이팬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탱-그랑.


드래곤 로드가 우리 쪽을 바라보았다.

매우 당황한 얼굴로.


".....부....방장?"


당황한 건 무신도 마찬가지였다.


"그, 그게 무슨 소리인가? 부방장이라니?"

"헤헤. 방장님께서 제 충심이 갸륵하다며 부방장을 시켜주셨답니다?"

"아,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드래곤 로드가 퐁퐁 묻은 손가락으로 스마트폰을 켰다.

그리고 입을 쩍 벌렸다.


"미친! 진짜 분홍왕관을 달고 있잖아?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바, 방장! 그런 중대한 사안은 미리 공지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어느새 드래곤 로드와 무신은 내게 찰싹 들러붙었다.


"방장아!"

"방장!"

"아, 좀 떨어져. 하루짜리 임시 부방장이니까."


아니 도대체 부방장이 뭐라고 얘네들까지 이렇게 매달리지?


"하, 하루짜리였구나. 휴우."

"그래도 부러운 건 어쩔 수 없군...."

"아무튼 나 스킬 뽑고 올게."

"같이 가! 나 거의 다 했어."


3분 정도 시간이 흐르고, 설거지가 끝났다.

그래서 집에 그릇을 놔두고 다시 와서 중앙광장으로 향했다.


*


중앙광장에는 포탈이 있었다.

모험가들은 이 포탈을 통해서 탑을 오른다고 들었다.

그리고, 최초 1회에 한해서 마탑 시스템의 권한으로 영구 스킬 한 개를 준다고.


웅성웅성.


단톡방 멤버들의 등장에 또 다시 웅성거린다.

사람들은 우리들을 위해 길을 터주었다.


"근데 도대체 저 사람은 정체가 진짜 뭐야?"

"그러게."


어딜가나 주목 받는군.


우웅-.


포탈 앞에 서자,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도전층에 입장하시겠습니까?]

[알림! 모험가에게 1회에 한해서 랜덤으로 영구스킬을 지급해드립니다. 지금 당장 사용해보시겠습니까?]


"오, 저 사람 스킬 뽑나봐."

"완전 뉴비였나보네?"

"스킬 뽑기 오랜만인데 구경이나 한 번 해볼까."


어느새 광장에는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다.

나는 옆에 있는 정령왕에게 물었다.


"내가 스킬 뽑는거 저 사람들이 구경도 할 수 있어?"

"네. 허공에 크게 떠요. 은근히 재밌답니다."

"뭐? 진짜?"


그러거나 말거나.

일단 시작해볼까.


[스킬 뽑기를 사용합니다.]

[정복자 특전이 적용됩니다.]


"응?"


뭐야, 특전?

또?


"정령왕, 이거 보여?"

"네? 뭐가요?"

"다른 사람들한테 보인다며."

"스킬 카드 뽑는건 보이죠. 아, 위에 시작됐어요."



허공 위로.

5장의 커다란 카드가 뱅글뱅글 돌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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