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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멜론 님의 서재입니다.

신이 내린 투자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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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멜론
작품등록일 :
2023.09.12 16:47
최근연재일 :
2023.09.1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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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1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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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0.스탁 닷컴의 전설.

DUMMY

#스탁 닷컴의 전설.


스탁 닷컴에 전설적인 트레이더가 있다.


스캘퍼, 즉. 초단타 트레이더로 데뷔해 20거래일 수익률 21890퍼센트를 달성.

초기자본 100만원을 약 2억 2천만원으로 만들며 그 이름을 알린 트레이더.

필명 [매매황제엄봉식]


매매기간 동안 시장 변동성이 컸다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단 20거래일. 즉, 한달의 시간동안 20000퍼센트가 넘는 수익률을 보여준 건 놀라운 실력이었다.

당연히 스탁 닷컴과 증권사 주관으로 개최한 실전투자대회 100만원 클럽에서 압도적 1위를 달성했으며 총수익금으로 상위 클럽인 3000만원 클럽의 1위 수상자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더욱 놀라운 건 그의 나이와 경력이었다.

스탁 닷컴의 인터뷰에서 공개하기를 그의 나이는 스무 살로, 올해 초 처음으로 계좌를 개설한, 아직 1년차도 되지 않은 트레이더였다.


다만 고작 여기서 그쳤다면 스탁 닷컴의 ‘전설’이 되지 못한다. 변동성 장세에 운이 끝내주게 좋았던 트레이더 정도로, 20000퍼센트가 넘는 수익률도 그저 해프닝으로 끝이 났을 것이다.


이후에 그가 보여준 재능은 가히 독보적이라 할만 했다.

분단위, 초단위로 증권시장의 살을 발라내는 초단타 트레이더로서의 능력 뿐만 아니라, 시황을 읽는 능력과 자본 운용에서도 독보적인 재능을 보였다.


1억내지 30억 정도의 자본을 데이트레이딩, 혹은 단타트레이딩 용으로 운용하는 남다른 그릇과 배짱을 보여줌과 동시에.

단타로서 운용할 수 있는 액수를 벗어난 잉여 자본을 시황에 맞추어 스윙이나, 장기적 가치투자 관점에서도 자산을 경이롭게 운용하는 재능을 보였다.


그리하여 10년만에 개인자산 10억달러를 달성하며 시장에서의 졸업을 선언하곤 사라진다.


#


“으아악-! 드디어 끝났다.. 씨발 좆 같은 거!”

캄캄한 방, 곳곳에 가득한 건 날파리가 웽웽거리는 쓰레기 봉투와 부숴진 모니터 따위였다.


오늘부로 트레이더로서의 삶 자체를 청산하기로 했다. 컴퓨터 본체와 모니터를 박살낸 것도 그로 말미암은 행동이었다.


혹자는 방구석에서 마우스나 딸깍딸깍 거리며 돈을 번다며 트레이더가 번 돈을 ‘날먹’이라고 폄하하지만, 이건 정말 모르는 소리였다.


트레이더로서의 삶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좆 같다.

트레이더에게 개장開場은 곧 개전開戰이다.

핏물대신 피같은 돈이 줄줄 새어나오는 전쟁터란 말이다.


언제든 벌 수 있다는 건, 언제든 잃을 수 있다는 말을 동시에 의미했으며.

주가의 변동 폭에 따른 마음고생은 분명 비용에 포함되어야만 한다.


그래, 나 엄봉식.

초등학교 때부터 이름을 말할 때마다 거짓말 치지 말라는 말부터 들었던 나 엄봉식!

서른 살의 나이로 10억달러를 벌었다.

하지만.

아무런 대가 없이 이룬 게 아니라는 말이다.


거울에 비친 몰골은 처참하다는 말로도 모자랐다.

서른 살은 요즘같은 120세 시대에는 젊은 청춘이었으며 피부 미용기술과 바이오, 헬스케어계에 혁신이 일어난 지금에 이르러선 ‘젊은 이’라는 단어가 부족함이 없는 나이란 말이다.

그런데 이 몰골은 뭐란 말인가.

리버스 투블럭이라는 말이 적합한 추악한 머리에, 곳곳에 자리한 주름과 망가져버린 피부.

가느다란 팔다리에, 올챙이처럼 툭 튀어나온 배.

정말, 망가질 대로 망가진 모습이었다.

축 늘어진 아랫도리에 피가 안 모인지도 몇 년이 되었을까. 달고 살다시피 하여 이제는 내성이 생긴 두통은 또 어떻고.


“어쩌다 이렇게 된 거냐.. 나.”

처음. 투자에 재능이 있다는 걸 깨달았을 시절 대학교를 자퇴하고 방구석에 틀어박혀서 미친 듯이 매매했다.

그냥 보였다.

매수와 매도의 정확한 타점이 그냥 보였다는 말이다.

내가 사면 저점이고, 내가 팔면 고점이며. 내가 고른 테마는 급등 테마였다.

돈을 벌 때마다 도파민이 쏟아져 나왔다. 이 세상에서 ‘돈을 버는 재능’을 지녔다는 건 엄청난 일이었고. 나는 매매에 중독되었다.


처음 목표는 딱 100억, 100억만 벌고 은퇴하자 마음 먹었다.

그리고 단 3년만에 100억을 벌었다. 운도 좋았고, 실력도 따라줬다.

하지만 중독은 참 무서웠다.

수천 수억이 오가는 매매를 밥먹듯이 하다보니 일종의 매매에 중독된 상태였고 사람이 살아온 관성도 무시하기 쉽지 않았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그래, 딱 1억달러. 1억달러만 벌고 손 털자. 1억달러짜리 졸업장 멋지게 받고 로열라이프 즐기자고.”


그렇게 3년. 중간에 2번 정도 깡통을 차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여하튼 1억 달러를 벌었다.

이 때 까지만 해도 회생 가능성이 있었다.

머리털이 우수수 빠져서 듬성듬성 하긴 해도, 약 먹고 치료 잘하고 부분 가발좀 쓰고 흑채좀 잘 뿌리고, 피부과 가서 성실히 관리도 받고 하면 복구가 가능한 수준이었다.


다음이 문제였다.

뭐랄까, 트레이더로서 출사표를 던졌으면 기왕지사 정점을 찍어보고 싶었다. 아직 20대이기도 했고 지금껏 쌓아온 경력도 있으며 매매에 자신감도 붙었으니 말이다.

투자서적에 실리는 해외의 전설적인 트레이더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었다.

“1조.. 아니, 10억달러. 10억 달러만 찍고 손 털자. 진짜로.”


정말 과거로 가면 뜯어 말리고 싶다.

이 때부터는 정말로 파국이었다.

1년차에 깡통을 찼다. 씨발.

1억달러를 10억달러로 불리는 건 정말로 다른 차원의 이야기였다.

자본은 커지면 커질수록, 큰 관성을 지녔으므로 불리는 게 쉽지가 않다.

당연히 시선은 파생상품을 위시한 고레버리지 고리스크 상품들로 돌아갔고.


고작 1년만에 1억 달러중 대량 9900만 달러를 청산하게 되었다.

그래 그 당시였다. 머리털이 전부 빠지고, 아랫도리까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 시점이.


다만 돈그릇이 비워지는 일이 있어도, 그릇이 깨지는 일이 없다고 했던가!

팬데믹과 자원 문제, 그리고 그로 말미암은 여러 지정학적 위기가 줄줄이 터지며 전 세계 금융계에 거대한 위기가 찾아왔고.

위기는 곧 기회가 되었다.

마지막 도전에 성공했다.

미국에서 양적완화라는 명목하에 미친 듯이 쏟아내는 눈먼 돈을 운 좋게 빨아먹으며 마침내 10억달러를 손에 쥐게 되었다.

(일반 주식 매매 뿐만 아니라 옵션질과, 고 레버리지 선물 및 가상화폐 매매를 병행했다.)

변동성이 심해 발라먹을 게 많을 때는 사흘 동안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던 때도 있었다.


그러니까 요는-! 진짜 존나게 힘든 인생을 살아왔다 이 말이다.


다만 10억달러를 벌기 위해 거의 매일을 컴퓨터 앞에 앉아서 화면만 쳐다봤으니 다른 취미를 가져봤을 리도 없다.

그리하여 돈을 벌기만 했지 써본 적도 없다.

오마카세는 고사하고 허구헌날 배달음식만 시켜먹어 방구석에서는 썩은 내가 진동하고 키보드와 마우스는 기름기로 번들거렸다.

연애? 그게 뭔데. 매매하느라 야동도 안본지 한세월이거늘.


하지만, 지나간 과거 따위는 이제 되었다.

왜냐면 나 엄봉식. 이제부터 새 인생을 살 거니까.

총 자산이 10억달러에 도달하자마자, 2주일에 걸쳐 모든 포지션을 청산하고 자산의 대부분을 미국채나 금 등 비교적 안전자산에 속하는 자산들로 전환해두었다.

이제부터 로열 라이프를 살 거다.

사치, 유흥, 향락! 뭐 그런 거 다 할거다.

씨팔 지금까지 좆같은 인생이었다! 나 엄봉식의 해피 라이프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내가 누구? 10억달러 자산가.”

그렇게 거울을 보고 결의를 다지자는 의미에서 양 손으로 뺨을 착! 하고 두드리는 순간.


“어라.”


머리가 핑 돌았다.

의식이 흐릿해지고, 시야가 빠르게 움직인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의식을 잃었고.


그렇게 죽었다.

일평생 돈 한번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채로.

10억 달러라는 거대한 자산을 십년 넘도록 얼굴 한 번 못본 머나먼 친척에게 넘긴 채로 말이다.

사인이야 모른다. 아마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몸뚱아리였던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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