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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공(蒼空)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백상
작품등록일 :
2020.09.04 16:09
최근연재일 :
2020.09.04 18:00
연재수 :
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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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4,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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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602

작성
20.09.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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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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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제1장(第一章). 남궁세가(南宮世家)의 젊은 가주(家主)(1)

DUMMY

그는, 지금 그에게 있어서 상당히 익숙한 곳이라고 할 수 있는 세가 내의 가장 거대하고 웅장한 건물 안에 있는 집무실(執務室)에서, 훤하게 트인 고급의 유리창을 통해 조용히 아래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남궁청우(南宮靑牛). 이제 그는 이 남궁세가의 새로운 가주(家主)인 것이다. 그것은 그가 지금 이곳 화려(華麗)한 가주의 집무실에서 마음대로 자유롭게 머무를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입증되고 있는 사실이었다.


이제 그의 나이 스물한 살. 대개의 경우 그와 같은 젊은 나이에 그렇듯 중요한 지위에 오르게 된다면, 거기에서 파생되는 그 권력(權力)에 대한 득의함과 커다란 명예(名譽)에 대한 자부심으로 마음이 들떠있게 되기 쉬울 것이다.


그러나 왠지 그는 지금 그러한 위치에 오르고도 그다지 즐거워하는 기색(氣色)이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 중대한 지위에서 짊어지게 될 상대적인 무거운 책임감에 짓눌려 있는 것 같은 모습도 아니었다.

지금 그 집무실의 내부에서 세가 내의 무수한 건물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그의 시선에는, 다소 지루한 듯한 기색이 어려 있었다.


그렇다면 어이없게도 그는, 지금 천하(天下)의 모든 사람들이 하나같이 선망(羨望)의 대상으로 삼고 있을지도 모르는 이 남궁세가의 가주라는 지위에 대해서, 정말로 거의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는 말인가?


한참 동안 그렇게 목석(木石)처럼 서서 멍하니 아래쪽을 내려다보고 있던 남궁청우가, 문득 한 차례 장탄식을 토하면서 서서히 신형(身形)을 돌렸다.


“제기랄, 이건······, 이건 그야말로······, 심각한 문제로군!”


그와 최고급의 자단목(紫檀木) 탁자 하나를 사이에 두고 칠 척(七尺)이나 되는 키에 우람한 몸집을 가지고 있는 청년(靑年)이 하나 시립하고 서 있었는데, 일순 느닷없는 남궁청우의 혼잣말에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예? 아니, 뭐가 그리 심각한 문제라는 말씀이십니까?”


남궁청우는 그 우람한 몸집의 청년의 듬직해 보이는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가 이렇게 되물었다.


“가우왕(賈牛王), 너는······, 너는 정말로 모르겠다는 말이냐?”


청년 가우왕은 더욱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어 대답했다.


“예, 가주님. 제가 감히 어떻게 가주님의 마음을 헤아릴 수가 있겠습니까?”


남궁청우는 잠시 눈을 가늘게 뜨고서 가우왕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다가, 이윽고 다시 말했다.


“가우왕! 너는 혹시 지금 내게 다시 반말을 하고 싶어진 것이 아니냐? 너는 원래 나이가 나보다 많은데다가 외사촌 형제이니, 그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되겠지?”


가우왕의 나이는 확실히 남궁청우보다 많아서 지금 스물일곱이었다.

가우왕은 그와 같은 말을 듣자 즉시 안색이 붉어지며, 그 자리에 부복을 하고서 대답했다.


“아닙니다. 소인이 감히 어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겠습니까? 가주님께서는 소인의 주인(主人)이신데, 어찌 감히 나이를 따질 수가 있겠습니까?”


남궁청우는 그를 내려다보면서 다시 추궁했다.


“하지만 너는 아무래도 나의 외사촌형제이니 뭔가 특권(特權)을 누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가우왕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다가, 고개를 쳐들고 남궁청우를 올려다보며 대답했다.


“그거야······, 전 이미 그러한 특권을 누리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지금 이렇게 가주님을 가까이에서 모시고 있는 것만 해도 그러한 특권이 아닙니까?”


남궁청우는 그 가우왕을 마주 바라보다가, 문득 고개를 돌리고 주위를 왔다 갔다 하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흥! 네 녀석은 낯짝도 두껍군. 하지만 자기의 분수를 알고 또 솔직하다는 점에 있어서는 제법 봐 줄 만한데······. 그러나······.”


남궁청우는 갑자기 신형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다시 가우왕의 얼굴을 내려다보면서 말을 이었다.


“네 녀석은, 내가 방금 겨우 그와 같은 말을 했다고 해서 내 앞에 무릎을 꿇었는데, 그것은 지금 내게 아부를 하자고 하는 것이냐?”


가우왕은 이에 계속해서 그의 얼굴을 마주 바라볼 수가 없어서, 다소 붉어진 안색으로 고개를 숙이면서 대답했다.


“아부를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가주께서 그렇게 보셨다면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제가 지금 이렇게 가주님께 아부를 한다고 해서 그것이 그렇게 잘못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남궁청우는 잠시 눈살을 찌푸리고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윽고 고개를 돌리고 다시 왔다 갔다 하면서 말했다.


“정말로 형편없는 녀석이군 그래. 정말로 형편없는 녀석이야······. 네 녀석은 그래, 그와 같은 아부가 모든 부정(不正)의 근원(根源)이 된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는 말이냐? 흥! 하지만 네 녀석의 나에 대한 충성심(忠誠心)이 제법 그럴 듯해 보이니, 네가 만약 지금 즉시 일어선다면 그것으로 용서해 주기로 하지.”


남궁청우이 이어 다시 고개를 돌렸는데, 어느새 가우왕은 몸을 일으켜 아까처럼 시립하고 서 있었다. 미처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취한 행동 같았다.

남궁청우는 그것을 보고 막 말을 끝맺으려다가 말고, 다시 눈살을 찌푸리며 못마땅한 듯이 말을 이었다.


“어쨌든 네 녀석은 정말로 교활하고 눈치 빠른 녀석이야. 내가 용서해 준다고 하자마자 이렇게 금방 일어나는 꼴이라니······. 실로 너와 같이 덩치 큰 녀석이 우둔하다고 하는 세상의 말은 하나도 믿을 게 없다고 할 수가 있지.”


가우왕은 그 말에 다소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받았다.


“가주님은 제게 있어 주인이시니, 가주님께서 저를 용서해 주시겠다고 하시면 저로서는 그 이외에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제가 더 이상 무슨 다른 생각을 하겠습니까?”


남궁청우는 여전히 다소 못마땅한 듯이 안색을 붉히면서 손을 내저었다.


“좋아. 그와 같은 얘기는 실로 낯 뜨거운 것이므로, 이제 그만 하기로 하지.”


이어 남궁청우는 다시 아까처럼 조용히 생각에 잠기려는 듯, 신형을 돌리고 창밖을 내려다보며 섰다.

그것을 보고 가우왕이 질문했다.


“가주님, 저어······, 아까 그 심각한 문제라고 하는 것은 대체 어떤 것입니까?”


남궁청우는 즉시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더니, 이어 천천히 그쪽으로 다시 신형을 돌리면서 되물었다.


“너는 정말로 어떤 문제인지 모르고 있다는 말이냐?”


가우왕은 다소 어리둥절해져서 대답했다.


“예, 사실······, 그렇습니다.”


남궁청우는 이에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 그렇다면 아까 미리 그렇게 말했어야지. 나는 오히려 네가 그 문제를 알고 있으면서도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말하여, 나를 우습게 여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가우왕은 이에 더욱 어리둥절해졌다. 남궁청우는 그를 향해 다소 냉소적인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가우왕, 너는 누구지?”


가우왕은 멍한 표정이 되어서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저는 가주님의 수하(手下)인 가우왕이 아닙니까?”


남궁청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 말은 그게 아니라······. 그러니까 너는 나의 외사촌이고, 나의 외삼촌인 백호당주(白虎堂主) 패검(覇劍) 가백령(賈百齡)의 아들로서 나에게 온 만큼, 지금 너의 직책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가우왕은 이에 다소 흠칫하여 긴장하며 대답했다.


“그야······. 저의 직책은 특별히 임명된 내호위(內護衛)이지요.”


남궁청우는 다시 물었다.


“그 내호위의 임무는 무엇이지? 너의 아버지인 패검 가백령, 가(賈) 나리의 호위를 하는 것인가, 아니면 이곳에 와서 그저 놀기만 하는 것인가?”


가우왕은 약간 안색이 굳어져서 대답했다.


“저의 임무는 물론 가주님을 보호해 드리는 것입니다만. 혹시 저에게 무슨 잘못이라도 있습니까?”


남궁청우는 이에 일순 쾅! 하고 자신의 앞에 있는 탁자 위를 주먹으로 내려치며 크게 소리쳤다.


“정말로 너의 말대로 나를 보호하는 것이 너의 임무라면, 지금 내가 어떤 고민에 빠져 있는지 그런 것조차 몰라서야 말이 되겠느냐 하는 것이야! 너는······.”


남궁청우는 턱을 치켜들고 가늘게 뜬 눈초리로 가우왕을 싸늘하게 노려보면서 다시 차갑게 말을 이었다.


“너는 내가 만일, 그 심각한 고민에 못 이겨 마침내 자살이라도 한다면, 그럴 경우에는 대체 어쩔 작정이라는 말이냐?”


가우왕은 일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내심 어처구니가 없어 하며 중얼거렸다.


'당신이 심각한 고민에 못 이겨 자살을 한다구? 아마 세상이 다 바뀐다고 해도 결코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가우왕은 어렸을 적에 남궁청우와 자주 어울려 놀았고 또 거의 함께 자라나다시피 했다. 따라서 대단히 낙천적(樂天的)이었다는 것으로 기억(記憶)되는 그의 성격에 대해서, 비단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에 있어서도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 남궁청우라는 사람은 현실(現實)의 문제에 대해서 지나칠 정도로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결코 그와 같은 고민 등으로 인해 자살할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지금에 이르러서는 제발이지, 남궁청우가 정말로 그처럼 현실에 대해서 좀 더 진지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가우왕은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던 상태였다.


하지만 비록 이치에 맞지 않는 점이 있다고 해도 가주의 말을 정면으로 반박할 수는 없는 일이다. 가우왕은 다소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숙이면서 대답했다.


“알고 보니 제가 그만 저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주의할 테니, 가주님께서 그 심각한 문제에 대해서 가르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에 남궁청우는 예의 그 가느다란 시선을 하고 다시 확인하듯 물었다.


“너는 정말로 나의 그 심각한 고민에 대해서 알기를 원하느냐?”


가우왕은 벌겋게 변한 얼굴로 대답했다.


“예. 가주님의 고민사항에 대해서 아는 것이 저의 책무입니다.”


남궁청우는 잠시 가우왕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시선을 돌리면서 손가락으로 창밖을 가리켰다.


“저 아래쪽을 보아라.”


남궁청우는 다시 고개를 돌리면서 물었다.


“뭐가 보이느냐?”


가우왕은 어리둥절해 하다가 대답했다.


“글쎄요, 저의 눈에는 그저 본가(本家)의 건물들만이······.”


남궁청우는 다소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저 건물들의 안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냐?”


가우왕은 즉시 대답했다.


“그야······. 본가에는 당연히 많은 식솔들이 살고 있지요.”


남궁청우는 가우왕을 바라보다가, 가벼운 탄식을 터뜨렸다.


“바로 그 점이 나의 심각한 고민거리인 것이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남궁청우는 그를 향해 말했다.


“지금 너도 보고 있는 바와 같이, 이 가문(家門)에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있고 또한 그들은 모두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니냐? 앞으로 그들은 내가 하는 행동에 따라서 울고 웃겠지?”


가우왕은 말했다.


“그거야 당연한 일 아닙니까.”


남궁청우는 그를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리면서 장탄식과 함께 다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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