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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

인류 최후의 기계 혹은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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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
작품등록일 :
2020.07.11 06:14
최근연재일 :
2020.07.19 06:00
연재수 :
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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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추천수 :
3
글자수 :
5,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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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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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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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1. 두 사람 (1)

DUMMY

최근, 알람보다 정신이 먼저 깨어날 때가 있다.


눈꺼풀은 열리지 않는데, 전원이 들어온 게 아니라서 그런 것 같다.


그러면 문득, 다른 기계들도 이러한 경험이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의심을 살까 봐 물어보진 않았지만,


‘내가 인간이라서 이러는 걸 거야.’


라 생각하며 스스로를 안심시키기만 했다.



곧 매번 들리는 알람과 전원이 들어오며 눈꺼풀이 열린다.


동양인의 피부색, 흑발의 평범한 외모, 170 정도 되는 키, 그리고 귀에 고정된 콩나물처럼 생긴 작은 음성전송장치.


이러한 모습이 캡슐 문 앞에 비친다.


예전의 모습과 다를 바 없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캡슐의 시스템은 내 손과 발의 묶인 족쇄를 풀어주고 캡슐의 문을 열어주었다


내가 ‘0711’이라 쓰인 캡슐 밖으로 나오면, 캡슐은 땅속으로 들어가 어디론 가로 이동한다.


난 단지 다시 일터로 향할 뿐이다.



“우리는 고등생물보다 더욱 완벽한 생명을 꿈꾼다”



캡슐에서 벗어나면 가장 먼저 듣는 소리, 도시 내에선 십 분마다 한 번씩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이들은 세밀한 작업을 담당하는 기계를 인간의 모습으로 제작한다.


미소, 슬픔 등 모든 감정 표현까지 재현하는데, 보기는 썩 좋지 않다. 이것을 과거의 인류는 불쾌한 골짜기라고 불렀던 것으로 기억한다.


거기다가 그들은 ‘인문학’을 연구하기 위해 ‘사회화’까지 프로그래밍했다.


그것에 관해서 여러 독특한 모습이 있는데, 무슨 상담 모임도 가진다. 기계들이 말이야.


난 그것을 확인해보기 위해 인간형 기계들끼리 '외상 후 스트레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에 참여한 적이 있다.


물론 그 스트레스도 중앙시스템이 프로그래밍한 것이다.


정말 웃기지도 않아. 스스로 스트레스를 만들어서 나누다니,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들은 생명체가 되고 싶은 모양이다.


다만 그것이 인류에 대한 질투로 변했고 결국, 인류를 멸망시켰다고 난 생각한다.



『디본 북서쪽 바이러스 관리소에서 생존한 호모 사피엔스 2종 발견, 담당자 처리가 요구됨』



그런 상황에, 살아있는 인간이라니?


난 어떻게든 그곳으로 향해야 했다. 여기는 기계들이 살아있는 인간에 대해 어떤 나쁜 짓을 해도 이상한 곳이 아니니까.


하지만 무턱대고 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에, 난 먼저 일터, 『중앙 시스템 보안 관리소』로 향했다.


거기서는 현 상황을 좀더 자세하게 알 수 있다.



기계처럼 개조된 나의 몸은 좋은 점도 있다.


뛰어도 지치지 않는데, 10km 를 뛰는데 1분 30초가 걸리더라.


일터는 3분이면 도착하는 거리였다.


이러한 탓에 도시에 기세등등한 건물은 있어도, 특별한 이동수단은 없다.


그래서 그런지, 공기는 정말 좋다. 내가 과거에 살았던 도시보다 훨씬 말이야.



내 일터, 『중앙 시스템 보안 관리소』에 도착했다.


창문없는 정사각형의 검은 건물이었고, 들어가면 수백 개의 문이 위 아래로 뻗어있다.


내 자리는 0711호, 70층에서 11번째의 방이다.


문 앞에 이르자, 소식이 있을 때마다 안내해주는 ‘이드’라는 홀로그램 AI 녀석이 등장한다.


축구공 모양인 이 녀석은 푸른 빛과 함께 나타나는데, 간만에 소식 거리를 들고 왔다.


물론 이미 내가 아는 그 소식이다.



“0711호, 보안을 확인할 요소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바이러스 관리소 쪽 문제랑 연관이 있겠지?”


“디본이 세워진 이래로 처음입니다.”


“뭐가?”


“영장류가 침입한 일이요”



내색하지 않았고, 심지어 알고 있지만, 숨이 턱 막혔다.


디본은 올해에 백 주년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인류문명이 멸망한 지 이리도 오래되었는데, 난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일까?


어쩌면 그 대답을 지금 도시 내에 침입한 인간에게 들을 수도 있다.


어떻게 해서라도 그들을 만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일터의 문을 열면, 사람 하나 들어갈 작은 공간과 작은 버튼 하나가 보인다.


들어가 문을 닫으면 어둠 속에서 작은 버튼만 야광으로 빛나는데, 버튼을 누르면 홀로그램 컴퓨터가 사방에서 나타나 방안을 가득 채운다.


난 곧바로 바이러스 관리소 쪽의 상황을 조사했다.


두 인간이 발견된 바이러스 연구소는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뛰어가면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이드, 인간들의 행동반경이 파악돼?”



이드가 내 방 중앙에 등장했다.


"아직 파악 중에 있습니다."


"어떻게 도시 안으로 들어왔는지 모르겠군. 방어 시스템이 뚫렸나?"


“모든 전력이 차단됐을 때 들어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력 기계들은 자는 시간대라 0711호도 몰랐겠지만, 근래 '불분명 전력차단'이 있었습니다.”


“정전이 있었다고? 예전에도 그런 사례가 있었나”


“0711호가 일을 시작한 이래로 처음입니다.”


“자연적인 이유로 정전될 가능성은?”


“불가능합니다. 디본 시스템은 무한한 핵융합 에너지가 도시 중심부 지하에 있으며, 수백 개의 최첨단 안전장치와 함께 작동합니다. 그 기술력은 백 년 전 인류가 개발했던···”



이드는 지금까지의 역사를 쉼 없이 나열하기 시작했다.



“아, 알았다. 자연적이지 않다면 외부의 방해가 있었겠네.”


"원시생물은 정전을 일으킬 능력이 없습니다."


"동물들이 우연히 정전을 일으킬 가능성은?"


"그런 나비효과가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그럼, 계획적인 접근이라는 거야?"


“불가능합니다. ‘기계의 원칙’에 따르면, 도시 밖에는 그러한 지능을 가진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니, 하지만···”



아뿔싸, 큰 실수를 할 뻔했다.


잠시 난 말을 멈추었다.


기계들은 실수를 불량으로 생각한다.


그 실수는 프로그램화되지 않은, 계획 밖의 실수를 말한다.


물론 사회화를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실수가 있는데, 그것은 대개 다른 보조 기계들이 미리 피드백을 준비해둔다.


이를테면, 한 기계가 계산을 실수하여 오류가 발생하면, 그 오류는 준비된 피드백으로 당장 복구된다.


그리고는 그 기계는 말한다. '실수했지만 운이 좋았네.'


하지만 계획에 없는 실수는 불량이라 판단하고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


만약 그런 실수를 내 팔이 일으키면, 난 내 팔을 불량품인 것처럼 곧바로 잘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 몸 전체가 폐쇄처리 될 거니까.


그런데, 그러한 실수에 ‘기계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도 포함된다.


누가 만들어놓은 체계인지 모르겠지만, 이것 때문에 기계가 기계답게 유지되는 것 같다.


하지만, 오늘 일어난 사건으로 분명해졌다.


그 기계의 원칙은 틀렸고, 누군가 밖에 있다.


난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렇다면 우연히 원시생물에 의해 일어났거나 불량이겠네. 직접 가서 조사해야겠어. 불량이라면 곤란하잖아.”


“바이러스 관리소 말인가요? 하지만 그밖에도 다른 업무들이 많습니다.”


“방어 시스템에 허점이 있다면 그게 더 우선이야.”



잠시 이드는 침묵했다.


이때, 난 정말 오랜만에 긴장감을 느꼈던 것 같다.



“업무 관련 임시 외출은 3시간밖에 허용되지 않습니다. 늦지 마시길 바랍니다.”


"인간들의 모습이 여기로 전송되면 나한테 알려줘. 내 계획을 중앙 시스템에 보고했으니, 곧 여기로 답장이 올 것 같아."


"알겠습니다."



이드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난 그 자리를 벅차고 일어났다.


보안 관리소에서 나오면, 출근할 때와 전혀 다른 횅한 도시가 눈 앞에 펼쳐진다.


인간형 기계들은 사회화 시간이 아닌 이상 모두 자기의 자리에서 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론 같은 형태의 기계들은 나를 주목하고 있다.


물론 그들에게 눈이 달린 건 아니지만, 그냥 그렇게 느껴진다.


난 북서쪽을 향해 뛰어갔다.



그때, 내 음성전송장치에 신호가 들어왔다.



“0711호”



이드의 목소리다.


음성전송장치를 살짝 건들자 내 시야에 이드가 나타났다.


“중앙시스템으로부터 도시내에 침입한 호모 사피엔스의 모습이 담긴 메일이 시스템 명령과 함께 우편함에 도착했습니다."


"명령? 사진과 함께 보여줘"


"네. 행여나 이들을 발견하면 즉시 생포 후 '해체 및 분석' 조치하라는 중앙시스템의 명령입니다.”



그리고는 내 시야에 한 사진이 보인다.


정말로 살아있는 인간 둘이었다.


그 둘은 손잡고 어딘가에 뛰어가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흑발의 동양인이었는데, 한 사람은 20살 혹은 18살의 청년으로 보인다.


한 사람은···


맙소사, 어린 아이다.


단발에 작은 리본으로 귀엽게 양갈래 머리를 한 소녀였다.


나이는 10살? 아니, 9살도 안 되어 보인다.


나는 그 청년과 어린 아이를 '해체 및 분석'을 할 수 없다.


어떻게든 살려야 했다.


작가의말

이제 막 큰 틀이 만들어진 작품이라,

당분간은 느리게 업로드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속도를 올려보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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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0. 십 년째 20.07.11 52 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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