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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부자가 인맥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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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글몽
작품등록일 :
2024.02.01 20:58
최근연재일 :
2024.03.01 17:20
연재수 :
1 회
조회수 :
20
추천수 :
0
글자수 :
4,399

작성
24.03.01 17:20
조회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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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인생은 무엇일까.

DUMMY


고등학교 3학년.

인생의 갈림길에 서 있는 순간이다.


지금껏 살면서 부족함을 느껴본 적 없다.

단, 무료함은 많았다.


거기다가 난 교과서로만 공부했어요.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라고 말하는 부류기도 했다.

모든게 쉬웠다.


'따분해.'


부모님에게 난 말 잘 듣는 아들, 흔히 말해서 엄친아.

그런 내가 이제부터 일탈을 시작하려고 한다.



#



계기라.


무엇이 계기일까 곰곰히 떠올려본다.


"야. 김희찬."


'무엇을 해야 재밌을까..'


"야! 김희찬!"


'진짜...뭘 해야..'


"김희찬!"


툭. 툭.


"어?"

"뭐하냐? 아까부터 불렀는데 듣지도 않고."


친구놈이 잔뜩 짜증이 섞인 말로 내 어깨를 툭툭 친다.


"그랬냐?"

"요즘 왜 그래?"


친구는 나보고 평소답지 않다며 걱정까지 한다.


"글쎄. 뭘 해야 재밌을까 싶어서."

"왜 이래? 사춘기냐?"

"사춘기...인가?"


나도 왜 이런지 모르겠다.

곧 대학교에 입학할 생각이면 맘이 부풀어올라야 정상 아닌가?

설레고, 막 들뜨고, 그런거 말야.


근데 난 전혀 그렇지 않았다.

대학교에 입학하지도 않았는데도 벌써 어떤 생활을 하며, 앞으로 일이 어떻게 흘러갈 지 뻔해 눈에 보인다.


"하아..모르겠다. 나도. 재미난 걸 하고 싶어."

"이새끼는 배부른 소리 하네? 넌 이미 붙은 외국 대학교만 몇 개냐? 거기다가 정시로도 원하는 학과 다 골라갈 수 있잖아. 당연히 국내는 생각도 안하겠지만."


친구놈이 기가찬 듯 웃는다.

알아.

너가 봐도 웃기지?


그치만 현재 내 인생 최대 고민은 그거였다.

너무나 쉬운 난이도.

뭘 해도 쉽고, 그래서인지 뭘해도 즐겁지가 않은거.


'아, 이게 청춘인건가? 질풍노도의 시기?'


친구들과 대화를 나눠봐도 소용 없다.

저들은 나의 고민에 공감하지 못한다.

하기야..


그러다가 한 친구놈이 필터없는 웃으겟소리를 한다.


"야! 그렇게 심심하면 자퇴하고 그 뭐냐...흙수저들이나 한다는 알바인생이나 살아봐. 유튜브 보니깐 뭐 딸배인생? 그런것도 좀 하고. 노가다도 하고. 크큭..저새끼가 저러고 있으면 폼 좀 나겠다."


"오..그거 어떠냐? 인방 BJ도 하면서 후원 감사해요 뿌뿌뿌! 너가 이러면 형이 좀 후원 좀 해줄게!"


"희찬이가 귀찬이 모드로 가더니만 헛소리가 늘어가네. 푸핫! 근데 진짜 재밌긴하겠다. 재벌3세가 때려치고 알바나 하면!"


한 놈을 시작으로 여러 친구들이 괴상한 말들을 내뱉는다.

요즘 유튜브가 유행이라더만.

다들 이상한 헛소리가 늘었다.


그치만 그 헛소리가 내 맘의 심금을 울렸다.


"겁나 재밌겠는데?"


나의 한마디에 분위기가 싸해진다.


"야아. 희찬이 요즘 아프다. 건들지 말자."

"그,그런 것 같네. 하하."

"쟤 좀 이상하긴 해. 좀 냅두자."

"저거 미친놈이라 진짜 할지도 몰라. 어우, 난 감당 안돼."


친구들은 뻘줌한 표정을 지으며 슬그머니 뒤로 물러간다.

하지만 난 그때부터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겁나 멋있잖아? 돈이 필요하지 않은 아르바이트생. 간지다. 거기다가 사회경험은 플러스.'


나는 뭐에 꽂혔는지, 그때부터 어떻게 하면 합당하게 대학교도 가지 않고 아르바이트 인생을 살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



"엄마 나 이제부터 막 살래!"


라고 말하는 걸 상상해 봤다.


"흠, 정신과 교수님부터 만나 보겠네."


말해 뭐해.

아버지께서는 당연히 경영학과나 금융 관련 학과로 진학하길 원한다.

그리고 만나는 모임 사람들에게도 벌써부터 어떤 과정을 밟고, 어떤 미래를 살 지 자랑하신다.


원래 부모님 나이가 되면 자식 자랑으로 사신다고 한다.

이미 첫째형부터 다섯째까지 모두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물론 아버지 발끝에도 못 미치지만.


아버지는 곧 졸업을 앞둔 내게 큰 기대를 가지신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할까하고.


'실망감이 크시겠는데?'


하지만 남자는 자고로 한번 마음 먹은 일은 끝까지 밀어 붙여야 하는 법이다.


그전에.

일단 넷째 누나한테 먼저 말을 꺼내보기로 한다.


똑.

똑.


"들어오지마."

"어."


역시나.

냉정하다.

자기 방에 발조차 들이밀지 못하게 하는 저 성질머리.


다시 심호흡을 하고선.


똑.

똑.


"밖에서 용건만 말해."

"잠깐 누나 보고 얘기하고 싶어."


진지하게 말하자, 그제서야 누나가 방문을 열어주었다.


"누나 시간은 금인거 알지. 준비할 논문도 있고, 수업 준비도 해야하고 바뻐."

"어.."


넷째누나는 예전부터 이랬다.

항상 강조하는건 효율성.

어떻게 하면 시간을 금같이 쓸까 철두철미하게 계획하며 살았다.


이런 숨막히는 성격 탓인지 넷째 누나를 가까이하는 형제는 없다.

차갑고 냉정하고.

그럼에도 고민이 있을때면은 넷째 누나를 먼저 찾을 수 밖에 없다.

가장 객관적인 말을 해주거든.



#


"하고싶은 말이 뭔데?"


누나가 눈빛을 쏘아붙히며 물었다.

뿔테안경을 치켜올리며 의심의 눈빛으로 보니 꼭 조사받는 기분이다.


"후...좀 더 동생을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면 안돼?"

"굉장히 따뜻해. 널 사랑하는 마음으로 묻는거야."


아주 기계적인 말투.

하지만 저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고 있다.


누나가 딱딱하긴 해도 오글거리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그래서 나만 넷째누나랑 친하게 지내나보다.


"눈빛만 보면 날 쏘아 죽일 것 같애."

"사랑스런 눈빛을 쏘기엔 논문 마감일이 밀려 있어. 지금도 3분이 지났어."


얼마나 지났다고 초시계를 쳐다보고 있다.

저러니 국내 최연소 교수가 됐지.


"어이구. 알겠어. 너무 놀라지 말고 들어?"

"어."


누나는 미동도 없이 곁눈질로 초시계만 확인한다.


"나, 자퇴할꺼야."

"...."


고민끝에 겨우 입을 뗐다.

넷째 누나는 잠시 말이 없더니 초시계를 잠시 덮어두었다.


"현재 19살 8월달. 자퇴라. 다음 계획은?"

"사실 자퇴라기보다 대학교를 가지 않을 생각이야."


"그리고? 어떤 의미있는 시간을 보낼거지? 그리고 그 시간의 커트라인은?"

"1년. 딱 1년 동안만 사회 경험을 해보고 싶어. 책에서만 배우는 인생 말고. 진짜 실전경험 말야!"


"후회하지 않겠어? 네가 지금 계획하는 모든 일들이 가치없는 무의미한 1년이 될 수 있다고 해도?"

"후회는 할 수도 있겠지. 그치만 내가 가치있다고 믿는거야."


말이 끝나고 정적이 흐른다.

말이 계속 없으니 속이 타들어간다.

대체 어떤 말을 하려고 저리 뜸들이는거지?


"동생."

"...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어?"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너가 머리가 부족한 놈도 아니고 계획이 있겠지. 다만, 후회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으니 보험정도는 가지고 가야겠지? 아버지를 설득하려면?"

"....그것까지도 이미."


"그럼 뭘 고민해. 가. 아버지한테."

"어. 고마워."


대답이 끝나자마자, 누나는 손을 휙휙 젓더니 빨리 꺼지라는 사인을 보냈다.

살짝 짜증이 났지만 어쩌겠어.

내 얘기 들어줬으니 참아야지.


'넷째누나가 저 반응이면...'


사실 넷째누나를 찾아간 이유가 또 하나 있다.

그건 가족 중 유일하게 아버지와 흡사한 성격을 가졌기에 대응책을 찾고자 찾아갔었다.


'보험이라..아버지가 신뢰할 수 있을만한 보험이면 그정도로 충분하겠지.'



#



졸업을 앞두고.



그간 아버지를 설득시키려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몇 번의 고비가 있었지만, 그건 변명을 잘해서 넘어갔다.


왜 해외 대학을 선택지에 넣지 않느냐.

국내에 가서 어떤 루트를 밟은 지 체크해본 것이냐 등등.


다행히도 국제 환율 이슈때문에 두달 동안 집을 비우셔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꼼짝없이 대학교에 입학했을거다.


드디어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

서재로 가는 길동안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냥 여기서 그만할까? 아버지가 화나실텐데?'


아버지에게 대학교 미진학은 그야말로 아버지 얼굴에 똥칠하는 격일 것이다.


'두렵다..'


아버지가 어떤 말을 할까.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눈을 질끔 감고 서재문을 열었다.


"왔니? 희찬아. 아버지가 되어서 신경을 못 써 미안하구나."

"아,아버지."

"그래. 서 있지 말고 앉아라."


아버지가 인자하게 웃으신다.

세상 따스한 미소로 맞아주시니 더 말이 안 떨어졌다.



#



집사님이 아버지와 마실 차를 내오셨다.

따뜻한 차 안에 비친 고뇌하는 나의 모습.

먼저 무슨 말로 운을 띄워야할 지 고민이다.


"고민 있어 보이는구나. 희찬이. 이런 모습 의외인데? 뭐가 생각대로 안되니?"

"그게요.."


손가락을 괜히 꼼지락거린다.

말을 해야하는데.

왜 말이 안 나오는거냐고.


"남자가 자기 의견 피력 하나 못하면 사내가 아니랬지? 아빠는 그런 모습 싫다. 무슨 말이 됐건간에 자신있게 말해야 한다."

"저,정말 그래도 될까요?"

"버벅거리지 말고."

"예!"


아버지가 여유롭게 차를 들이키신다.

아버지의 교육은 항상 이랬다.

늘 당당하고.

자신있게.

대신 그 선택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책임질 준비는 됐으니깐 아버지 말대로 자신있게 말하자.'


그리고.

제 자리에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소리쳤다.


"아버지! 저 대학교 안가고 알바인생 할래요!"

라고..



#



"쿠어..코...콜록...콜록...퀙...!"


너무 자신감 넘친 모양이다.

조리있고 논리적으로 말하려던게 순간 단전에서 끓어오르는 무언가때문에 근본 없이 말을 내뱉어 버렸다.


그래서 아버지는 지금 사경을 헤매고 계신다.


"쿨럭..쿨럭..."

"아,아버지 여기 차가운 물 드세요."


차를 잘못 들이키신 건지 계속 기침만 퍼부으신다.

얼굴까지 새빨개지셨다.


"콜록...뭐,뭐라고? 희찬아. 너 방금 뭐라 그랬니?"

"그,그게요. 저 1년 동안만 사회경험을 해보고 싶습니다."


난 아버지의 등을 두드리면서 말을 재정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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