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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근이 님의 서재입니다.

신체강화병사, 회귀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근근이
작품등록일 :
2023.03.08 15:17
최근연재일 :
2023.04.23 03:49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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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42

작성
23.04.1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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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비발디 후작가

DUMMY

나는 다음 날 점심이 되기 전에 필릭스가 지내고 있는 곳으로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매우 작은 문제이기는 하지만.


내 스승에게 숙소에서 나오지 말라고 한 게 시작이었다.

나가지 말라는 말을 스승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왜 못 나가게 하는 거냐, 제자야!”


“···스승님, 진지하게 묻는 겁니까?”


“그래! 나도 숙소에 계속 있으니 답답하고 좀이 쑤시다! 몇백 년만에 세상으로 나왔는데 숙소에 있으라니! 숙소라니!”


“스승님의 지금 모습은 눈에 띕니다.”


“얼씨구, 웃기는 소리하네. 본인은 저번에 들어보니 아예 여기 있다고 소리를 지르고 다녔으면서. 이 스승은 그러지 말라고? 그게 양심이 있는 거냐? 없는 거냐?”


“······.”


사실이라서 할 말이 없네.


그러나 안되는 건 안 되는 거다.

단호하게 말을 해야 한다.


“스승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안 됩니다. 잘 못 하다가 정체를 들키시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모습을 숨기고 있으면 되지. 이 스승이 마음먹고 몸을 숨기면 알 수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지.”


아, 맞다.

스승님도 소드 마스터였지.


윌리엄 대처만 ‘그림자’라는 기술을 갖고 있는 건 아닐 거다.

분명 스승만의 은신 기술이 있을 거다.


나중에 배워야겠다.


“···스승님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말리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조심해주십쇼.”


“걱정하지 말거라. 제자야. 좀 전에 말하지 않았느냐. 내가 마음먹고 숨으면 찾을 수 있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아.”


스승님의 호기로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숙소를 나섰다.


필릭스가 어젯밤에 돌아가기 전에 미리 말해주어서 찾아가는 게 어렵진 않을 거다.


‘결정을 끝내면 피에몬테 시장의 저택으로 와주게.’


그가 말한 장소는 못 찾아가는 게 이상한 곳이다.

아무래도 왕실의 기사라서 그런지 피에몬테의 시장이 편의를 많이 봐준 듯하다.


난 피에몬테의 대로를 따라 피에몬테 시장의 저택으로 향했다.

시장의 저택은 집이라는 생각보다는 공원이라고 생각될 만한 크기를 자랑했다.


쇠창살로 된 정문과 그곳을 지키는 도시 경비병이 아니었다면, 그곳이 공원인 줄 알았을 것이다.


필릭스가 저택의 도시 경비병을 말을 해두었는지, 내가 누군지 밝히자마자 나를 저택 안쪽으로 안내했다.


“오거 살해자 윌리엄이십니까? 이족으로 오시죠.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오거 살해자’라는 말이 부담스럽게만 들렸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어제 내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름 앞에 붙는 ‘오거 살해자’라는 칭호가 다른 인간들이 나를 쉽게 보지 못하게 만들 거다.


그렇게 밖에서는 병사를, 저택 안의 사용인을 따라가자 필릭스를 만날 수 있었다.


“이렇게 빨리 볼 수 있을지 몰랐네. 그래 결심은 내렸나?”


“결정하기 전에 몇 가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아, 조건을 더 자세히 알아보려는 건가?”


필릭스의 눈이 좁아진다.


불만을 느끼고 있는 걸까?


“하하, 장난일세. 정색하니 내가 당황스럽네. 그려. 질문? 그래 뭐든지 해보게.”


아, 아니었네.


필릭스는 나를 긴장하게 했다가 맥이 탁 풀리게 했다.

나를 들었다 놨다 한 거다.


이런 거 싫은데.


누군가 내 감정이나 느낌을 조종할 줄 안다는 건 꺼림칙하다.

마치 주도권을 빼앗기는 느낌이다.


“···예, 그럼 제일 먼저 필릭스 경의 가문을 알고 싶습니다.”


어차피 의무는 내가 원하는 만큼 뒤로 미뤄 준다고 했다.

하지만 필릭스의 배경 정도는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가 누군지도 모르고 기사 작위를 받을 수는 없으니.


“역시 그 질문이 제일 먼저 나올 거라고 예상했네.”


그의 입장에서는 제일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할 테니 당연하다.


하지만.

나를 조종한다는 느낌을 받아서일까?


경계심이 들었다.


“질문에 답해준다고 말했으니 말을 해줘야겠지. 나는 필릭스 비발디. 비발디 후작가의 차남일세.”


“그렇군요······.”


잘 알지는 못해도, 비발디 후작 가문이면 몇 번 스쳐 지나가며 들어봤다.

몰락하고 있는 가문은 아니다.


다만.

내가 들어볼 정도면 뭔 일이 있기는 한데.


혹시 모르니 스승이나 용병 길드에도 물어보자.

특히 용병 길드에서는 금패 용병이 물어보는데 그냥 가라고 하지는 않을 거다.

다른 곳도 있으면 수소문이라도 해보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자.


“다른 질문도 있습니다. 저에게 동료 한 명이 있습니다. 제게 기사 작위를 제안하신 이유가 뭡니까?”


“그거야 자네가 무덤에서 보여준 기사도를 보고 작위를 주기로 결정한 거······.”


“고작 그런 걸로 귀족이 처음 보는 용병 나부랭이에게 기사 작위를 주신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정말 그런 이유로 기사 작위를 제안하신 거라면 거절하겠습니다.”


난 불경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필릭스의 말을 끊었다.


안 그래도 조종당한 느낌이라 찜찜한데.

어디서 어물쩍 넘어가려고 하는 건지.


이번 질문은 필릭스의 의도과 관련된 질문이다.

내가 분명히 납득할 수 있어야만 한다.

필릭스에게는 민감할 수도 있겠지만.


뭐 어때?

내 사정도 아니고.


라고 생각하며 필릭스 비발디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도 내 눈을 응시했다.

서로가 침묵하며 분위기가 차가워졌다.


“대답하기 싫으시면 전 돌아가겠······.”


“하하하, 왜 이리 급한가? 내 잠시 당황해서 그랬네.”


아마 거짓말일 거다.

나를 응시하던 표정은 그게 아니었다.

내 속마음을 꿰뚫어 보려는 표정이었지.


“흠흠. 살아 돌아왔을 때부터 의심은 하고 있었기는 했는데. 어제 술을 마시며 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확신하게 됐지. 자네는 마나를 다룰 줄 안다는 사실 말이야.”


뭐? 술에 취한 척하며 일부러 과장도 섞어서 말했는데?


“자네가 소멸시킨 언데드는 왕실 기사단의 부단장도 몇 수만에 죽일 수 있는 언데드였어. 그런 자··· 아니, 언데드를 아무리 운이 좋다고 해도 다치지도 않고 소멸시킬 수는 없지. 내 말이 틀렸나?”


“······.”


난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가 말하게 놔둬야 한다.

어디까지 예측하는지 알아내야 하니까.


“그래, 자네는 거짓을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진실을 말하지도 않았어. 자네는 마나를 다룰 수 있지? 그래서 오거를 토벌할 수 있었던 거야. 마기침식 지역에서도 아다만티움도 채광해서 살아 돌아올 수 있었던 거고. 이것도 내가 맞지?”


필릭스는 내가 침묵하고 있는 게 아픈 곳을 찔렀다고 생각한 듯하다.

의기양양해서 자기 말을 쏟아낸다.


“그래도 자네가 운이 좋았던 건 맞아. 오거를 토벌하고 그 언데드를 죽이는 건 자네가 만약 오러를 다룰 수 있다고 하더라도 거의 불가능하니까. 자네의 실력은 그 지옥같은 무덤에서 살아 돌아옴으로써 어느 정도 알 수 있지.”


그건 내가 마나 아머를 갖고 있다는 건 모르니까 하는 말이다.

마나 아머가 없으면 진작에 죽었을 거다.


“만약 자네가 나의 기사가 되어준다면 내가 필요로 할 때 한 번만 도와주면 되네. 물론 어디서 주웠는지 모르는 마나 하트말고 우리 가문의 마나 하트를 전수해주지. 열화판이기는 해도 윌리엄 자네에게 충분히 도움이 될 걸세.”


내게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이미 더 좋은 게 있다.


일단 말을 정리해보자.


첫째, 필릭스는 내가 오러를 다룰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둘째, 오히려 마나 하트를 미끼로 날 끌어들이려고 한다.


그러나.

이게 질문에 대답이 되지 않는다.

그는 말을 교묘하게 돌려서 답을 회피하고 있다.

마치 내가 실력이 좋아서 영입하려고 하는 것처럼.

비발디 후작가에는 뛰어난 기사들이 많이 있다.


제일 뛰어난 기사가 확실하지는 않아도.

적어도 내 실력 정도는 되겠지.


난 필릭스의 속마음에 다른 목적이 있다는 걸 확실히 알았다.

또 말을 돌린 것을 보아 그 목적이 내게 말할 수 없거나, 기사가 되어야 말해줄 수 있는 내용이겠지.


나는 그의 목적에 대해서 고민하며 턱을 쓰다듬었다.

필릭스는 자신의 제안에 고민하는 걸로 보일 것이다.


“꼭 지금 대답하지 않아도 되네. 어제는 길게 이야기하지 못했으니. 천천히 생각해보게 하지만. 이건 알아두게 이건 자네에게 일생일대의 기회라는 걸.”


“예, 감사합니다.”


귀족에 대한 예를 표한 후에 저택을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바로 용병 길드로 향했다.

난 아직 납득할만 이유를 찾기 못했기 때문이다.


그가 말해주지 않는다면 내가 찾아봐야지.


필릭스 비발디에 대해서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정보 얻기 위해서는 정보 길드로 향하는 게 맞겠지만.

비공식적인 단체라 어딘지도 잘 모르니 꿩 대신 닭으로 용병 길드에 물어보려는 거다.


대로를 벗어나 용병 길드 쪽을 들어섰다.

줄 서서 기다리지 않고 바로 길드 내부로 들어갔다.

금패 용병은 빠른 입장이 가능한 덕이다.

건물 안에서도 대기하는 시간은 거의 없이 지부장 프란체스카를 만날 수 있었다.


집무실 안으로 들어갔을 때 그는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프란체스카는 내가 갑자기 들어와 업무를 방해했음에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이게 지위의 맛인가?


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을 때.


“무슨 일 때문에 찾아오셨죠? 오거 살해자 윌리엄.”


“집무 중에 죄송합니다. 제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아닙니다. 안 그래도 좀 쉬려고 했습니다. 편히 물어보세요.”


“혹시 비발디 후작 가에 대해서 알고 계신 게 좀 있습니까?”


“비발디 후작가라······. 다른 왕국에서 오셨다고 하니 잘 모르실 수도 있겠군요. 샤르데냐 왕국의 유력 가문 중에 하납니다. 제가 알기로는 국왕파 귀족이라고 알고 있죠.”


그래서 필릭스가 왕실 기사단에 있을 수 있었나 보다.


깊은 내용을 아는 건 없나?

내부 사정 같은.


“피에몬테에 있다 보니 비발디 후작가 이름이 자주 들려서 그러는데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흠. 워낙 유명한 가문이라 자주 들었을 수도 있지만. 아마 후계자 경쟁 때문일 겁니다.”


“꽤 치열한가 봅니다.”


“요즘 비발디 후작가의 가주인 알베르토 비발디가 나이 때문에 오늘내일··· 크흠. 건강이 좋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후계구도는 아직 정확히 정해두지 않아서 격화되는 것 같습니다. 총 셋이 경쟁하기는 하는데 특히 장남과 삼남 사이에 경쟁이 치열하죠.”


“장남과 차남이 아니라요?”


“아, 필릭스 경이요? 그는 일찌감치 후계구도에서 밀려나서 기사 작위를 받고는 왕실 기사단에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 이번 의뢰에서 얼굴을 보셨을 수도······.”


“예, 봤습니다.”


프란체스카와 대화하니 필릭스의 의도가 어느 정도는 보인다.

그는 일찌감치 밀려난 비발디 후작가의 가주가 되고 싶은 것이리라.


그래서 힘이 필요한 것이고.

필릭스가 생각하는 내 실력으로는 비발디 후작가 후계구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 캐보자는 생각에 난 바로 말을 이었다.


“그런데 필릭스 경은 왕실 기사단에서 입지가 어느 정도입니까?”


“아, 자세하기는 알지 못하지만. 이번 임무에 뽑힐 정도로 왕실 기사단에서 실력 좋기로 소문이 났습니다. 그래서인지 다른 동료 기사들과도 사이가 좋구요.”


예상이기는 하지만.

설마 그는 후계구도에 왕실 기사단을 개입시키려는 건가?

그건 위험하다.


잘 못 했다가는 오히려 역으로 위험해질 수 있다.

프란체스카의 말을 듣고는 내 미간이 좁아지고 있다는 걸 스스로 느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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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형과 동생 23.04.16 1,087 16 11쪽
35 비발디 영지 23.04.14 1,213 17 12쪽
34 수련 +1 23.04.13 1,329 26 11쪽
33 야시장 +2 23.04.12 1,445 28 11쪽
» 비발디 후작가 +2 23.04.11 1,530 30 12쪽
31 스승과 제자 +1 23.04.10 1,587 33 11쪽
30 진 흑색 심장 23.04.08 1,906 38 11쪽
29 제자 +4 23.04.07 1,918 43 12쪽
28 밖으로 +3 23.04.05 1,933 41 12쪽
27 빈센조 +3 23.04.04 1,988 46 12쪽
26 제자 +5 23.04.03 1,994 43 11쪽
25 고기 방패 +1 23.04.02 2,063 41 11쪽
24 빈센조의 무덤 +1 23.04.01 2,237 47 12쪽
23 비밀 의뢰 23.03.31 2,186 44 11쪽
22 오크 +1 23.03.30 2,255 53 12쪽
21 대련 +2 23.03.29 2,391 51 11쪽
20 샤르데냐 왕국 +2 23.03.28 2,609 49 11쪽
19 검은 악마 +2 23.03.27 2,683 59 12쪽
18 갑옷 +3 23.03.26 2,770 54 12쪽
17 던전 +2 23.03.25 2,802 57 11쪽
16 엘로이즈 +2 23.03.24 2,777 57 12쪽
15 절도 +4 23.03.23 2,827 53 11쪽
14 저녁식사 +4 23.03.22 2,903 54 12쪽
13 초대 +4 23.03.21 3,050 5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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