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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근이 님의 서재입니다.

신체강화병사, 회귀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근근이
작품등록일 :
2023.03.08 15:17
최근연재일 :
2023.04.23 03:49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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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157
추천수 :
1,986
글자수 :
210,342

작성
23.04.01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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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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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글자
12쪽

빈센조의 무덤

DUMMY

난 의뢰 장소인 토리노라는 영지에 도착했다.

토리노는 피에몬테와 샤르데냐 왕국의 왕도 사이에서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는 영지다.


도시가 아닌 영지라고 해도 많은 상단이 쉬었다가 가는 덕에 영지치고는 큰 덩치를 가지고 있다.


난 토리노에 도착한 다음 제일 먼저 숙소부터 잡았다.

의뢰 시작일보다 하루 일찍 도착한 이유에서 였다.


난 일부러 그 영지에서 비싼 숙소를 여러 곳 돌아다녔다.

이번 의뢰에 참여하는 다른 용병들은 금패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금패 정도의 용병들이라면 허름한 숙소에서 묵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왜 금패 용병들이 있는 곳에 묵으려고 하냐고?


난 2년 동안 용병 생활을 했지만, 일거리를 물어오거나 용병 사이에서 떠도는 정보수집은 다 불바이가 했다.

그래서 아는 게 평소 알고 지내는 용병이 아주 적다. 아니 없다.


그나마 최근에 만난 오드 일행이나, 핀 일행은······ 지금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것 같다.


어쨌든.


나는 혹시나 내가 모르는 금패 용병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 여관 이곳저곳을 돌아다닌 것이다.


물론 내가 빈센조의 무덤에 관해서는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빈센조의 무덤은 직접 들어가 본 건 현재로서는 나밖에 없으니까.


그러나 내가 모르는 게 하나 있다.


내가 죽기 전에는 브린의 특수부대가 들어갔던 곳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번에는 샤르데냐 왕국이 먼저 알게 됐는지.


그것을 전혀 모르고 있다.


그럼 왕실의 정예 기사에게 들어야지 왜 금패 용병들을 찾아다니냐고?


기사들은 아마도 토리노 영주의 협조를 구해 내성에서 경계병들로 둘러싸여 있을 것이다.

그곳에 낮에 들어가는 건 의뢰를 들어가기도 전에 쫓기는 신세가 될 것이다.


그런 이유로 거긴 밤에 들어가기로 했다.

지금은 해가 지고 있는 저녁 시간이라 시간이 남았다.


그래서 정보수집도 하고 시간도 떼울 겸해서 온 것이다.

나도 기대는 크게 하지 않았다.


‘편안한 잠자리’라는 술집을 겸하는 여관으로 들어섰을 때였다.


“어서 옵쇼!”


주인장으로 보이는 이가 인사를 해왔지만, 대충 받아주며 재빨리 안을 살폈다.

마침 저녁 식사시간이라 자리는 인간들로 꽉 차있었다.


용병으로 보이는 인간들로 몇 보여서 나가지 않고, 자리가 한 눈에 보이는 자리로 가서 앉았다.

주인 혼자 운영하는 곳은 아니었는지, 여급이 내게 다가왔다.


“뭘로 주문하시겠어요?”


“스튜랑 맥주 한 잔.”


난 여급의 얼굴을 보지도 않고 짧게 주문했다.

내 시선은 출입문 쪽을 바라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청력은 용병들로 보이는 이들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그들은 주변은 소란스럽게 식사를 하고 있는 다른 인간들과 다르게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드디어 내일이지?”


“그렇죠. 긴장이 되기는 하네요. 빈센···그 분의 무덤이라니. 어떤 보물이 있을지.”


한 쪽은 나이가 지긋한 노인의 목소리였고, 다른 한 쪽은 젊은 여자의 목소리였다.


“너무 기대하지는 말게. 보물이 나온다고 해도 보물을 우리에게 주려고 하지는 않을 테니.”


“전 그래도 괜찮아요. 같은 검을 다루는 검사로서 그를 존경하니까요. 그분의 무덤에 들어가 보는 것만으로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군. 그런데 혹시 좀 아는 것이 있나? 내일 의뢰에 대해서. 갑자기 불려 와서 난 전혀 아는 게 없어.”


노인의 말에 내 집중력을 다음에 들려온 여자의 목소리에 쏟았다.


“저도 자세한 내용을 아는 것은 아니지만.”


“아니지만?”


“샤르데냐 왕국에 누군가가 정보를 흘린 게 아닐까 싶어요.”


“빈센······그 무덤의 위치를? 미리 알았으면 자신이 가보면 되지. 왜 넘기겠어. 그런 정보를.”


“그거야 저도 모르죠.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일 수도. 그리고 애초에 카더라 라서. 믿을 만한 정보도 못돼요.”


용병들 쪽에서는 카더라 정보라고 인식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난 다르게 생각했다.

빈센조의 무덤에 대한 정보는 아마도 브린이 흘렸거나 샤르데냐 왕국에게 주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그런 정보를 왜 샤르데냐 왕국에게 주었을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이외의 내가 주목할 만한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여자는 빈센조의 추종자라도 되는지 그를 칭송하기에 바빴고, 그녀의 일행이나, 안면이 있는 사이로 보이는 노인은 그녀의 말을 받아주기에도 급급해보였다.


나는 그 용병들에게 관심을 껐다.

그리고는 이미 식어버린 스튜와 미지근한 맥주를 얼른 먹었다.


왜냐하면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이미 밤이 다 되어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 *


탓탓탓.


난 토리노 내성의 벽을 타고 올랐다.

아니 정확하게는 두 다리로 뛰어올라갔다.


어떻게 벽을 두 다리로 뛰어 올라 가냐고?


그 불가능해 보이는 걸 윌리엄 대처가 해냈다.

그는 ‘쾌속’이라는 기술을 벽을 타는 것에도 응용할 수 있다고 하며, 그 방법을 자신의 심득에 자세히 적어두었다.


나도 수련 말고 실전에서 사용해보는 것은 처음이지만.

꽤 열심히 수련을 한 덕에 밤에 몰래 내성 벽을 타고 올랐다.


그리고는 병사들과 기사의 이목을 피해 내성 깊숙이 들어갔다.


병사들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기사들의 이목은 어떻게 피했냐?


바로 ‘그림자’라는 심득의 기술을 사용했다.

그림자는 수면과는 반대로 자신의 기척을 숨길 수 있게 해준다.


내 안의 마나를 이용한 방법으로 극한까지 수련한다면 수면으로 잡아내기 어렵다고 한다.

난 그림자를 극한까지 수련하지는 않았지만 기사들의 이목을 속이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쾌속의 응용기술과 그림자를 이용해 내성의 안으로 들어가 기사들의 기척을 찾았다.

아직은 저녁시간이 지난 지 오래되지 않아 잠을 자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때였다.

내성 삼 층에서 이 층으로 내려왔을 때, 왕실 기사로 판단되는 인간들의 대화소리가 방문을 넘어 들려왔다.


“파비오 경. 나 아무래도 잠이 오지 않을 거 같소. 허허.”


“후후후. 이해합니다. 내일 무덤에 들어가는 게 기다려지는 게지요.”


“그렇소. 하아. 내일 그분의 무덤에 들어간다는 게 꿈만 같게 느껴지오. 설레어서 잠들 수 없을 것 같소.”


“저도 내일이 기대됩니다. 미켈레 경.”


여기 오기 전에 그 여자 용병도 그렇고, 저 기사들도 그렇고.


아무래도 샤르데냐 왕국의 소드 마스터라서 그런지 이 왕국 안에서는 빈센조의 명성이 자자하다고 느껴졌다.


파비오와 미켈레라는 기사들의 쓸데없는 이야기가 지겹게 느껴질 때쯤에 드디어 내가 관심가질 만한 주제가 나왔다.


“그런데 그 중요한 정보를 누가 주었는지 알고 계십니까? 미켈레 경.”


“흠흠. 이거는 나도 내 친우가 왕실 회의에 서기관으로 들어가서 아는 건데······.”


미켈레 경이라는 기사는 괜히 뜸을 들였다.


“그러지 마시고 이야기해주십쇼. 제가 돌아가면 저희 집으로 초대하겠습니다.”


“아 그럼···큼큼. 그 하녀 중에 모니카라고 하던 하녀가 있던데······.”


“아아,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제가 조치를 취해놓지요.”


“고맙소. 파비오경. 그럼 본론 말 하겠소. 브린에서 넘겨주었다고 합니다.”


“브···브린? 그 나라가 왜 우리 대 샤르데냐 왕국에 그런 정보를 넘긴다는 말씀··· 아니, 당연히 우리 왕국에 넘기는 게 당연하기는 합니다만 그게······.”


“괜찮소. 우리들끼리인데 뭐 어떻소? 사실 브린은 거의 뭐 사실상 기사는 천대하는 나라라고는 하는데. 뭐 여하튼 중요한 건 자신들에게는 별 필요 없는 정보지만 우리에겐 굉장히 중요하지 않겠소? 그걸 우리에게 넘겨주어 나라 사이의 외교관계를 돈독히 하고자 함이 아닌가 생각하오.”


“아~ 그런 뜻이! 역시 미켈레 경의 혜안은 뛰어나십니다. 후후후.”


“뭘 이정도 가지고 그러시오. 허허허.”


외교관계?


완전히 틀렸다고 할 수 는 없지만, 그렇다고 정답은 아니다.

나라 사이의 관계는 서로에게 바라는 게 있을 때에만 뭔가를 주고 또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아낸다.


샤르데냐 왕국이 브린에게 뭘 줬는지, 또 왜 내가 죽기 전과는 다르게 무덤의 위치를 알려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내가 알 수 있는 건 여기까지였다.


그 대화 이후로는 두 기사는 모니카라는 하녀의 이야기로 대화주제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에이, 고귀한 척은 다하더니. 쯧쯧.


난 속으로 혀를 차며 내성을 빠져나갔다.

들어올 때처럼 나갈 때도 어렵지는 않았다.


* * *


다음 날 나는 약속된 장소로 정확한 시간에 나갔다.


장소는 토리노 영지 외곽의 나그네 숲으로 들어가는 입구.


난 그 입구에서 길로 따라가지 않고, 왼쪽 나그네 숲으로 들어갔다.

종이에는 나무에 표시된 것을 따라가라고 했으나, 숲으로 들어가니 인기척이 들려서 표시를 보지 않고 쭈욱 들어갔다.


쩔끄덕. 쩔끄덕.


풀 플레이트 메일에서 나는 소리는 역시나 신체강화병사들에게는 너무나 쉽게 들린다.

기사들도 굳이 조용할 필요도 못 느끼는 것 같았지만.


기사들 가까이 다가갔지만, 그들은 날 본 척도 하지 않았다.

기사는 딱 10명.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번 의뢰를 맡은 용병 윌리엄이라고 합니다.”


내가 한쪽 무릎을 꿇으며 예를 표하자 그제야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윌리엄? 또 그 소드 마스터와 이름이 같네. 물론 그분에게는 상대로 안 되는 기사지만.”


“······예, 그렇습니다.”


“뭐 잘 부탁하네. 비밀 의뢰라고 긴장하지나 말게 어차피 그대가 할 일은 별로 없을 거야. 그만 가보게. 그대와는 이야기를 길게 하고 싶지 않으니.”


“예, 알겠습니다.”


난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곤 한쪽에 모여 있는 용병들에게로 다가갔다.

용병들은 스무 명 정도 되어 보였다.


“오, 또 다른 용병이 한명 왔구만. 얼굴은 처음 보는데? 새로운 금패 용병인가?”


어제 젊은 여자 용병과 대화하던 노인 용병이었다.


“저는 은패 용병입니다. 이번 의뢰를 성공하면 금패를 받기로 했죠.”


“아! 그럼 그 오크 학대···아니, 오거 살해자 윌리엄이구만. 만나서 반갑네. 난 ‘관록의’ 비토리오라고 하네. 짧게 리오라고 불러도 되네.”


“반갑습니다. 리오씨.”


금패 용병이라 그런지 별명이 있었다.

또 나처럼 오크 학대자 같은 별명이 아니었다.


그렇게 난 리오를 시작으로 난 다른 용병과도 인사했다.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한가닥하는 금패 용병들이었지만.


그들은 내게 관심이 많았다.

비록 그 관심이 내 실력보다 내 학대 때문이긴 했지만.


난 마지막으로 여자 금패 용병과 인사했다.


“반가워요. 오거 살해자 윌리엄. 전 ‘붉은 섬광’ 케이틀린이에요. 편하게 이름만 불러줘도 되요.”


“잘 부탁드립니다. 케이틀린 씨.”


난 인사를 끝내내자마자 움직여야 한다는 기사들의 말에 그들을 따라서 걸었다.


이쪽으로 가면 길이 험한데.


기사들은 자신의 나라 영토인데도 제대로 정찰을 하지 않고 들어오는 것 같았다.

그들은 굳이 험한 길로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서는 다른 길로 가자고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나중 일이긴 하지만 나한테 ‘흑색 심장’ 뺐기는 것도 열불이 터질 텐데, 굳이 처음부터 그들 자존심을 긁고 싶지는 않았다.


헉헉헉.


그렇게 기사 본인들도 굳이굳이 힘든 길을 걸어 도착한 곳은 이층짜리 건물이 들어갈 만한 동굴 입구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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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형과 동생 23.04.16 1,089 16 11쪽
35 비발디 영지 23.04.14 1,215 17 12쪽
34 수련 +1 23.04.13 1,331 26 11쪽
33 야시장 +2 23.04.12 1,447 28 11쪽
32 비발디 후작가 +2 23.04.11 1,532 30 12쪽
31 스승과 제자 +1 23.04.10 1,589 33 11쪽
30 진 흑색 심장 23.04.08 1,908 38 11쪽
29 제자 +4 23.04.07 1,920 43 12쪽
28 밖으로 +3 23.04.05 1,935 41 12쪽
27 빈센조 +3 23.04.04 1,990 46 12쪽
26 제자 +5 23.04.03 1,996 43 11쪽
25 고기 방패 +1 23.04.02 2,065 41 11쪽
» 빈센조의 무덤 +1 23.04.01 2,241 47 12쪽
23 비밀 의뢰 23.03.31 2,190 44 11쪽
22 오크 +1 23.03.30 2,258 53 12쪽
21 대련 +2 23.03.29 2,394 51 11쪽
20 샤르데냐 왕국 +2 23.03.28 2,612 49 11쪽
19 검은 악마 +2 23.03.27 2,686 59 12쪽
18 갑옷 +3 23.03.26 2,773 54 12쪽
17 던전 +2 23.03.25 2,805 57 11쪽
16 엘로이즈 +2 23.03.24 2,780 57 12쪽
15 절도 +4 23.03.23 2,830 53 11쪽
14 저녁식사 +4 23.03.22 2,906 54 12쪽
13 초대 +4 23.03.21 3,052 5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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