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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근이 님의 서재입니다.

신체강화병사, 회귀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근근이
작품등록일 :
2023.03.08 15:17
최근연재일 :
2023.04.23 03:49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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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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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42

작성
23.03.27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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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검은 악마

DUMMY

던전 입구는 닫혀있었다.

난 닫혀있는 입구를 바라봤다.


내가 던전 입구를 닫고 들어왔나?


급하게 들어왔지만 기억난다.

나는 던전 입구를 닫지 않았다.


그럼 누가 닫았다는 뜻이네.


꽂아뒀던 아다만티움 롱소드를 꺼냈다.

그리고 마나 아머를 작동시켰다.


촤라라라락.


마나 아머가 내 몸을 뒤덮었다.

던전의 입구를 걷어찼다.


콰쾅!


던전의 입구가 산산조각이 나서 비산했다.

동시에 입구에 가로막혔던 기척이 느껴졌다.


이곳을 포위하고 있는 방식.

익숙하지만 조금 다르다.


신체강화병사는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적의를 드러내고 있으니.


맞서야겠다.


두 손으로 롱소드를 잡은 채 던전 입구 밖으로 나갔다.

던전의 밖은 이미 해가 지고 있어 노을이 드리우고 있었다.


그들은 모습을 숨기지도 않고 던전 입구를 에워싸고 있었다.

전열에는 커다란 방패로 방패벽이 세워져 있었고, 그 사이사이에는 창이 삐쭉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또 그 뒤에는 궁수들이 활시위를 당긴 채 대기하고 있다.


정석적이지만 가장 효과적인 진형.


브레인 친위대.


브린의 지배기구 브레인의 군대다.

이들은 브린의 특수부대가 아니라서 신체강화된 병사는 없지만, 브레인의 공식적인 손과 발을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이곳은 포위됐다. 정체를 밝히고 투항하라.”


뭔가를 밝고 올라선 듯 높은 키의 브레인 친위대의 장교가 나에게 외쳤다.

내가 가만히 쳐다보자 겁먹은 것이라 생각했는지 장교는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외쳤다.


“우리는 브레인의 친위대다. 지금이라도 투항한다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어서 투항하라.”


싫은데.


난 땅을 박찼다.


퉁. 콰쾅!


굳건하던 방패벽이 맥없이 부서지고 무너졌다.


“공격하라! 적은 그래봐야 한 명······.”


스걱. 툭.


전투에서는 장교를 먼저 죽이는 게 상식이다.


나에겐 별 차이는 없겠지만.


피융!


마치 하나의 화살이 쏘아진 듯한 소리지만.


모든 궁수의 화살이 쇄도했다.

굳이 피하지 않았다.


팅. 티팅.


마나아머가 어렵지 않게 화살을 튕겨낸다.

튕겨내는 광경을 직접 눈으로 보며 내 마음에 남아있던 일말의 걱정도 사라졌다.


그래, 설마 딸 주려고 만든 건데 불량품으로 만들었겠어?


속으로 한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화르륵. 퍼펑!


라는 소리와 함께 몸이 잠깐 휘청거렸다.


마법이다.


다른 생각하는 사이에 마법 공격을 받았다.

하지만 마나 아머는 마법 공격도 견뎌냈다.


비록 마나가 도려낸 듯 사라지긴 했지만.


죽기 전의 자신이었다면 살아남지도 못했을 공격이었다.

그래도 그 공격에 내 몸은 다시 긴장감을 되찾았다.


펑! 퍼펑!


재차 날아오는 마법 공격에도 쉽게 피했다.


“풀 플레이트 메일을 입고 저런 움직임을······.”


“그럴 시간 있으면 한 번이라고 더 쏴!”


브레인 친위대는 내 움직임에 넋을 잃었다.

외견상으로 보기에는 맞춤 제작한 갑옷으로만 보일 테니 저렇게 생각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나는 새 갑옷에 성능 확인도 했고, 이제 어느 정도 적응도 했다.

이제 이놈들을 평화롭게 만들어줘야겠다.


자, 다 같이 죽어서 평화로워지자.


‘평화 가즈아!’


내 의지에 마나가 화답하며 내 검은 롱소드에서는 짙은 오러가 피어났다.


“젠장. 오러다!”


방금까지 질서정연하던 친위대 진영이 눈에 띄게 흔들린다.

그것을 본 장교들이 마법 영창을 서둘렀다.

난 마법 영창이 끝내게 그냥 두지 않았다.


그대로 방패벽으로 달렸다.

방패벽은 내가 다가가자 오히려 단단해진다.


상관없다. 아니, 더 좋다.


단단해진 방패를 밟아 뛰어올랐다.

순식간에 치솟은 난 친위병 머리에 착지하며, 그대로 쾌속.


퉁! 콰직.


친위병의 목뼈는 부러졌고, 장교들이 모여 마법 영창하는 곳으로 공간이 접혔다.


“흐히히익.”


“어떻게 여기까지······.”


장교들이 놀라 뒷걸음질 쳤다.


‘많이 놀랐니? 헤헷.’


다정하게 걱정해주는 마나와는 달리 난 그들을 오러를 머금은 롱소드로 벴다.


스걱. 스걱.


하나하나 착실하게 정확한 자세로.


털썩.


장교들은 전부 쓰러졌다.

그나마 지휘할 사람이 사라진 것이다.


장교 한 명이 죽었을 때와는 여파가 달랐다.

좀 전에 침착하게 대응하는 모습은 사라지고, 친위병들은 무기를 버리고 도망쳤다.


‘평화를 준다는 데 왜 거절하는 거야? 앙!’


마나를 일이 귀찮아진 상황에 짜증이 난 듯 으르렁거렸지만.


난 그저 롱소드를 고쳐잡을 뿐이었다.


쾌속.


퉁. 서걱.

퉁. 서걱.


“도······망쳐! 저건 악마야!”


“검······은 악마다!”


친위병들이 허둥지둥 대며 달리다가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려 하다 또 넘어지고.

그 넘어진 친위병을 다른 친위병이 밟고.


아비규환이 따로 없다.


다들 흩어져 다른 곳로 도망치면 되는데 꼭 먼저 가는 친위병으로 따라 도망치는 걸까?


공포다.

저들은 공포에 질려서 전혀 이성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는 거다.


그저 인간 몇이 죽었을 뿐이고.

목이 떨어졌을 뿐인데.

공포에 질려서 도망치는 거다.


어쩔 수 없다.

내가 도와줘야지.

공포에 떨지 않게.


난 다시 한번 발을 박찼다.


그렇게 많은 친위병이 쓰러졌을 때 내 까만 롱소드에 피어난 오러가 빛을 잃었다.


아직 살아남은 친위병이 한 명 남아있지만 보내줬다.

그 친위병은 공포에 질려서 이성을 잃은 듯한 표정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공포를 전염시켜줄 병원체가 필요했다.

그래서 놔줬다.


저 친위병은 돌아가서 퍼뜨려 줄 거다.

검은 악마에 대한 소문과 그 공포를.


* * *


나는 달렸다.


이미 숨은 턱 끝까지 차올라서 헐떡였지만.

다리를 너무 혹사한 탓에 덜덜 떨렸지만.


그래도 달렸다.


입대할 때만 해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어릴 적부터 체격이 좋았던 나는 브린의 중앙군으로 입대했을 때 브레인의 친위병으로 뽑힐 수 있었다.


정예병으로 꼽히는 곳에 뽑힌 덕에 다른 동기들로부터 부러움을 받을 때는 기분 좋았다.

또 힘든 훈련을 받으면서도 브레인의 친위병이라는 이름이 그 훈련을 버틸 수 있게 해줬다.


나보다 새파랗게 어린놈이 마법에 재능이 있다고 장교로 와서 거들먹거려도 그러려니 했다.

평민인 내가 친위병이 아니면 마법사는커녕 마법사 머리카락도 못 봤을 때니까.


그런데 지금은 후회가 됐다.


괜히 입대를 와서.

괜히 열심히 해서.

괜히 던전 매복에 자원해서.


나의 머릿속에는 후회로 가득 찼다.

언뜻 검은 악··· 그것의 투구가 떠올랐지만.


고개를 흔들어 털어냈다.

그래도 떠오르면 스스로 따귀를 때렸다.

그렇게라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처음 그 검은 악···아니, 그것과 마주쳤을 때는 그냥 기사겠거니 했다.

아무리 상대가 기사라도 숫자는 우리가 더 많고 장교들은 마법사였으니 잘 버티고만 있는다면 충분히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호기롭게 투항을 권유하던 성질 개 같던 매복대장이 목이 잘린 건 그래도 괜찮았다.


어차피 죽이고 싶은 이였고, 또 침착하게 다른 장교가 지휘를 이어받아 그것에게 화살을 퍼부었으니까.


그런데 그때서부터 조금씩 잘못됐다.

화살을 미동 하나 없이 받아낸 것이다.


그 수십 발의 화살을.

그때까지만 해도 ‘아 존나 비싼 갑옷을 입었네. 신분 차이 시발.’ 이러고 있었다.


그런데 장교들의 마법 공격도 막아낸 것이다.

몸이 좀 흔들린 것 같기는 했지만, 그것에게는 아무런 타격도 없어 보였다.


그것마저도 다음 공격부터는 전부 피해냈다.

도저히 사람의 움직임이 아닌 몸놀림으로.


그래도 믿었다.

거들먹거리는 건 꼴보기 싫지만 그래도 마법사니까 다른 대안이 있을 줄 알았다.


또 그게 아니었다.


악몽이 시작됐다.

마법 공격을 이리저리 피하기만 하던 그것이 화가 났는지, 들고 있던 검은 소드에서 뭔가가 흩날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말로만 듣던 오러인가?’


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나의 몸은 다르게 반응했다.

지겹게 받은 훈련 덕분이었다.


“젠장. 오러다!”


내 외침에 다른 친위병들이 흔들리기는 했지만 이내 자세를 다잡았다.

이대로 무너지면 다 죽는 거니까.

우리가 전열에서 버텨주면 저 빌어먹을 장교 놈들이 해결해줄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또또 아니었다. 시발!


그것은 내 쪽으로 달려왔다!


난 방패를 더 단단하게 잡았다.


죽더라도 브레인의 친위병으로 죽기 위해서.

비겁하게 도망치다가 죽지 않기 위해서.


하지만.


그것은 내 방패를 밟고 뛰어올랐다.

그 모습은 마치 악마의 모습과 같았다.


차마 입 밖으로 내뱉을 수는 없었지만.


그때.


퉁! 콰직.


생전 처음 들어보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지만 그 소리가 뭔지 아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옆을 봤을 때는 동료 이반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이반의 머리는 어깨 사이에 파묻혀 있었다.


이반과 눈을 마주쳤다.

이미 다 망가져 사람의 그것이 아닌 그가 눈을 깜박였다.


끔뻑.


히이이익!


난 그때부터 공포에 질렸다.

뒤를 돌아봤을 때는 장교들은 그것에게 모두 목이 떨어져 나갔었다.


장교의 머리는 의문이 가득 찬 채로 입을 뻐끔거렸다.


뻐···금 뻐······끔.


나······ 죽었어?


장교가 입 밖으로 내뱉지는 못했지만,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히히히히히히히히익!


방패고 뭐고 다 내팽개쳤다.

다른 것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난 무조건 살아남으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래야 보고를 할 수 있으니 제일 먼저 도망쳐도 된다는 지시를 받았다.


제비뽑기로 당첨된 것이지만.

그러니 난 도망쳐도 된다.


그래서.


달렸다.달렸다.달렸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그것이 따리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런데.


또또또 아니었다.


제발······.


그것은 우리의 뒤를 쫓아오며 다가왔다.


퉁. 서걱.

퉁. 서걱.


일정한 시간으로 소리를 내며.

그러나 그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너무 무서워서, 말로 하면 진짜로 그것인 것 같아서 말하지 못했지만.

그것은 악마였다.


“도······망쳐! 저건 악마야!”


“검······은 악마다!”


아니! 누가 말한 거야? 시발.


퉁. 서걱.

퉁. 서걱.


그것이 화가 났는지 소리의 간격이 점점 빨라지고 더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더 빨리 달렸다.

최고 속도로 달리고 있지만 더 빨리 달렸다.


그런데 좀처럼 일정하게 들리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돌아간 건가? 돌아갔겠지? 그렇게 죽였는데 아무리 그래도 지쳤을 거야 그렇지? 맞지? 맞아맞아 무조건이다. 돌아갔다 갔어. 이제 조금만 쉬자. 엉? 갔는데 뭘.


난 그렇게 생각하며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뒤를 돌아봤다.


또또또또!

아니었다!

시발시발!


그것이 있었다.

내 바로 뒤에 있었다.

고개를 모로 꺾은 채 서 있었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풀썩!


제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이 자리에서 죽는구나.


무릎을 꿇었다.

두 손을 모았다.


그리고 빌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무릎 꿇고 두 손을 모은 채 한참을 빌었다.


그렇게 계속 빌고 있을 때.


“상급 병사 닉. 닉! 정신 차려!”


누군가의 목소리 들려 고개를 들었다.


그것은······없었다.


주위를 둘러봤다. 여러 개의 침상이 놓여있는 걸 보면 숙소나 의무대다.


의무대?

내가 언제 의무대에 왔지?


“상급 병사 닉. 정신이 좀 드나? 난 조사관 파비안 일세. 그래서 그 뒤는 어떻게 됐나?”


“그······ 뒤?”


“그래, 검은 악마······.”


“말 하지마!”


난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것을 말해서는 안 된다.


“진정하게 왜 그러나?”


“말 하지마! 그것에 대해서 말 하지마! 도망쳐야해!”


난 일어나 도망치려고 했지만, 주위 다른 이들이 나를 붙잡았다.


“닉! 자네 도대체 뭘 본 거야? 뭘 봤길래!”


“놔! 난 가야해. 도망가야해!”


한동안 의무실에서 닉의 공포에 질린 목소리만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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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샤르데냐 왕국 +2 23.03.28 2,612 49 11쪽
» 검은 악마 +2 23.03.27 2,687 59 12쪽
18 갑옷 +3 23.03.26 2,773 54 12쪽
17 던전 +2 23.03.25 2,805 57 11쪽
16 엘로이즈 +2 23.03.24 2,780 5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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