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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평 님의 서재입니다.

저승 삼국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방만호
작품등록일 :
2018.05.09 21:09
최근연재일 :
2018.05.18 14:13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3,281
추천수 :
24
글자수 :
58,910

작성
18.05.09 21:20
조회
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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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0쪽

제1화 관우, 저승에 오다

저승 삼국지




DUMMY

관우가 저승으로 온다!


소식이 알려지자 저승의 황제 옥황상제가 기거하는 옥황궁은 크게 진동했다. 상제는 문무백관들을 보며 비통하게 말했다.

“천하의 영웅 관우가 여기 저승으로 온다니 짐이 어찌 가만히 앉아만 있을 것인가. 친히 마중을 나가리라.”

그러자 신하 하나가 공손히 나와서 말했다.

“폐하, 천부당만부당하옵니다. 그깟 무장 하나가 저승에 온다고 해서 폐하께서 친히 마중을 나간다는 것은 법도에 없는 일이옵니다. 부디 통촉하여 주옵소서.”

“짐 또한 법도에 없는 일임을 잘 알고 있도다. 허나 관우는 살아서는 천하의 영웅이요, 죽어서는 관성대제(關聖大帝)가 아닌가. 짐이 친히 마중을 나갈 것이니 그리 알라. 여봐라!”

상제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짐이 삼도천으로 행차할 것이니 속히 채비를 갖추어라!”

황제의 명령에 내시가 나와서 허리를 굽히며

“예이-.”


삼도천(三途川).......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이루는 넓은 강이다. 서양에서는 요단강이라 부르기도 하고. 이승에서 죽은 자는 저승사자와 함께 배를 타고 이 삼도천을 건너 저승으로 오게 된다.


옥궁에서 삼도천까지는 장장 500리-.

흰색, 검은색, 빨간색, 파랑색, 노란색의 5마리 저승 준마가 끄는 황금수레를 타고 상제는 길을 떠났다. 그리고 그 뒤를 문무백관이 줄지어 따랐다.


저승에는 밤과 낮의 구분이 없다. 하루 이틀 나흘 사흘 같은 시간도 없다. 오늘이 영원이고, 영원이 오늘이다. 시간이 없는 곳, 그곳이 바로 저승이다.

그러나 공간은 있다. 시간은 없지만 공간은 있다. 왜냐하면 저승에 온 넋들이 여기저기 모여 살아야 하니까. 그래서 강도 있고, 산도 있고, 마을도 있고, 집도 있고, 길도 있다. 비록 이승처럼 그런 뚜렷한 공간은 아니지만 저승도 넋들이 살아야 하기에 공간은 있는 것이다.


두둥!

삼도천에 상제의 황금수레가 멈췄다. 상제는 황금수레에서 물끄러미 삼도천을 응시했다. 그의 표정은 복잡하고 착잡하게 보였다.

“아직 관우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게냐?”

내시에게 물었다.

“그러하옵니다. 관우를 데리러 간 저승사자의 배가 아직 보이고 있지는 않사옵니다.”

“오호라, 참으로 비통하구나.”

상제는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도원의 굳은 결의가 참으로 그지없구나. 천하통일의 큰 뜻을 이루지 못하고 이리 먼저 저승에 오게 되다니 이 어찌 비통한 일이 아니겠는가?”

상제는 그렇게 영웅 관우의 죽음을 비통해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폐하, 저어어기, 저승사자의 배가 보이고 있습니다. 바로 관우를 데리러 갔던 그 저승사자이옵니다.”

“그러냐? 관우가 곧 오겠구나.”

상제는 또 한숨을 내쉬었다.


이윽고.......

삼도천의 누런 물결을 가르며 천천히 움직이던 배 한 척이 저승 땅에 도착했다.


첨버덩!


배에 훌쩍 뛰어내리는 기골이 장대한 사내 하나.......

키는 9척 장신이요, 얼굴색은 잘 익은 대추 빛깔 같고, 삼각의 긴 수염은 배꼽까지 내려와 있었다.

바로 운장 관우다.


그리고 묵묵히 그 옆을 지키는 또 다른 사내. 관우의 아들 관평이었다.


얼마나 억울하고 원통했던 것이었을까.

오나라 장수 여몽의 계략에 빠져 사로잡힌 후 손권의 명으로 관우는 바로 처형되었다. 보통 사람의 경우라면 바로 저승사자를 따라 삼도천을 건넜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관우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혼령으로 무려 100일 동안 이승 곳곳을 헤매고 다녔다. 관우의 혼령을 본 이승사람들은 모두 기겁했다. 특히 여몽은 관우의 혼령에 시달리다 결국 비명횡사하고 말았다.

그러나 우주의 법칙을 어찌 관우 혼자 무시할 수 있을까. 관우는 결국 저승 행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죽은 자가 삼도천을 건너 저승으로 가는 것은 만고불변의 법칙이니까.


저승의 황제 옥황상제가 친히 마중을 나온 것을 본 관우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상제 앞에 나가서 엎드려 절을 했다.

“불초한 운장 관우가 옥황상제를 뵈옵니다.”

상제는 약간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관우의 억센 손을 붙잡았다.

“짐은 오래전부터 그대 한수정후 관운장을 이곳에서 보고 있었도다. 그런데 여기서 이렇게 결국 만나게 되니 짐은 참으로 기쁘면서도 마음이 착잡하도다.”

관우는 감격했다.

“폐하, 한낱 무부에 지나지 않는 소신을 이렇게 친히 영접해주시니 신 몸 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모든 사람이 빈부귀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여기 저승으로 와야 하는 것이 만고불변의 법도임을 경도 잘 알 것이다.”

“그러하옵니다.”

관우는 머리를 숙였다.

“비록 이승에서 큰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하나 그 또한 운명이니 너무 슬퍼하지 말지어다. 이제 모든 것을 다 잊고 여기 저승에서 편히 지내기를 바라노라.”

“황공하옵니다, 폐하-.”

관우는 다시 땅에 엎드려 절을 올렸다.


상제는 관우에게 한수정후의 작위를 그대로 내렸다. 그리고 옥궁이 있는 황도(皇都)에 황금집을 하사해 살게 했다. 그렇게 관우는 아들 관평과 부하 주창, 요화와 함께 저승생활을 시작했다.

이승에서 평생 전쟁터를 활보했던 관우....... 수저를 든 날보다 언월도를 든 날이 더 많았고, 따뜻한 방바닥보다는 말 위에서 보낸 날이 훨씬 더 많았다.

그런데 이곳은 저승.......

더 이상 전쟁도 없고, 죽여야 할 적도 없다. 그러기에 슬픔도 기쁨도 걱정도 없다.


저승 생활을 시작한 관우가 받은 첫 번째 충격은 밥을 먹지도 물을 마시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이냐? 시간이 꽤 지난 것 같은데 배가 고프지도 않고, 목이 마르지 않구나.”

관우는 당황한 얼굴로 아들 관평을 봤다. 관평은 아버지의 말에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아버님, 당연한 이치가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몸이 없는 혼령입니다. 몸이 없으니 밥을 먹을 필요도, 물을 마실 필요도 없는 것이지요.”

관평의 말을 듣고 나니 관우는 갑자기 허탈해졌다.

“그렇구나. 눈에 보이는 이 몸이 진짜 몸이 아니구나.”

관우는 손으로 눈에 보이는 자기 몸을 만졌다. 그러나 잡혀지는 게 없다.

“장군, 언제까지 이렇게 하는 일 없이 탱자탱자 놀고만 있어야 합니까?”

옆에 있던 주창이 짜증을 냈다.

“그러게 말이다. 이게 지옥이지 무슨 지옥이 더 있겠느냐?”

관우는 삼각수염을 쓰다듬었다.

“장군, 밖에 나가 저승의 서울구경이라도 한 번 해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요화가 눈을 반짝이며 제안을 했다. 관평도 고개를 끄덕이며

“좋은 생각입니다. 아버님, 밖에 구경이라도 한 번 나가보시지요.”

그러나 관우는 고개를 흔들었다.

“어린애도 아니고 무슨 구경이냐. 난 바둑이나 둘 것이다.”

“정 그러시다면- 저희들끼리 나가 보겠습니다.”

관평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주창과 요화도 함께 일어났다. 그렇게 세 사람이 밖으로 나가려하자

“그렇게 다 나가면 난 누구와 바둑을 둔 단 말이냐?”

관우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관평이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그런 어버지를 바라봤다.

“그러지 마시고 저희와 함께 나가시지요.”

주창과 요화도 간청했다.

“장군, 함께 나가시지요.”

“뭐, 정 그렇다면. 흐음-.”

관우는 헛기침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낮과 밤이 없는 곳, 그러나 늘 밝은 곳, 저승은 그랬다. 관우와 그 일행은 저승의 황도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거기에는 이승처럼 길도 있고, 집도 있고, 밭도 있고,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다 관우는 한 장면을 보고 발걸음을 멈췄다.

“아니 저기 사람들이 농사를 짓고 있지 않느냐?”

그랬다. 산 밑의 넓은 들에 곡식이 자라고 있었고, 농부로 보이는 사람들이 그 곡식을 거두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저건 분명히 농사를 짓고 있는 것입니다.”

주창이 말했다. 그러자 요화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참으로 이상합니다. 여긴 저승이라 밥을 먹을 필요가 전혀 없는데, 어찌 농사를 짓는지 참으로 이상합니다.”

“참으로 해괴한 일이다.”

관우는 혀를 끌끌 찼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뒤에서!

“이거 관운장 아니시오?”

그 소리에 관우는 뒤를 봤다. 어떤 젊은 선비 하나가 미소를 지으며 관우를 보고 있었다. 아주 낯이 익은 얼굴-. 관우는 잠시 기억을 더듬었다.

“가만있자- 이게 누구시더라......”

대체 저승에서 관우를 알아보는 이 젊은 선비는 누구인가?


선비는 관우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관운장이 맞구려. 운장, 날 벌써 잊으신 겁니까? 이거 섭섭합니다.”

“허어, 이거 많이 본 얼굴이긴 한데-.”

관우는 선비를 응시하며 한 참을 생각했다.

“나 곽가요, 곽가!”

“곽가?”

관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일찍이 장군과 허도에서 몇 차례 바둑을 두지 않았습니까? 세월이 많이 지났다고, 또 저승에 왔다고 이렇게 이 사람을 잊어버리다니 참으로 통탄할 일입니다. 하하하-.”

선비는 그렇게 껄껄 웃었고, 관우는 비로소 그 가 누구인지 알아챘다.

“봉효 곽가로군! 이승에 있을 때 원소의 잔당을 치러 갔다가 병으로 죽었다는 말을 들었었는데, 결국 여기서 보는구려.”

그랬다. 지금 관우 앞에 나타난 이 젊은 선비는 바로 조조의 핵심 참모로 그 재능을 다 펴보지도 못하고 일찍 요절했던 곽가였다.

“저기 복숭아꽃이 볼만하고 그 아래 제법 쓸 만한 평상이 있으니 그리로 가십시다.”

곽가는 웃으며 손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개구라 역사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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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 삼국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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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잠시 연재를 중다한다는 죄송한 말씀을 드리며 18.05.23 105 0 -
14 제13화 여포, 우회해서 황천을 건너다 +1 18.05.18 140 2 9쪽
13 제12화 하북군단과 강동군단 18.05.17 144 0 10쪽
12 제11화 관우의 자만심 18.05.16 139 1 9쪽
11 제10화 저승의 군웅할거 18.05.15 160 1 11쪽
10 제9화 관우, 언월도를 잡다 18.05.14 167 1 8쪽
9 제8화 양수와 예형 18.05.14 161 2 11쪽
8 제7화 여포의 배신 18.05.11 180 1 11쪽
7 제6화 첫 공성전 18.05.10 227 3 8쪽
6 제5화 반간계 18.05.10 209 1 10쪽
5 제4화 서량의 좀비군단 18.05.10 238 3 9쪽
4 제3화 여포, 출격하다 18.05.09 275 2 10쪽
3 제2화 저승 천하대란 18.05.09 320 3 11쪽
» 제1화 관우, 저승에 오다 18.05.09 414 2 10쪽
1 프롤로그: 지옥의 문이 열리다 18.05.09 498 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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