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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늬마로의 책방!

나는 지구를 지키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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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늬마로
작품등록일 :
2018.11.07 13:44
최근연재일 :
2018.11.07 14:30
연재수 :
1 회
조회수 :
2,407
추천수 :
29
글자수 :
2,095

작성
18.11.07 14:30
조회
2,359
추천
29
글자
5쪽

1. Prologue.

DUMMY

그 남자의 시작은 아주 심플 했다.

평화로운 세상을 살던 어느 날 흔치 않은 사고를 당했고 그 사고는 그를 알 수 없는 묘한 곳으로 인도했다.


<1층>


“꺅. 괴, 괴물이다! 괴물이야. 엄마야!”


괴수를 처음으로 마주했던 남자는 단지 살고 싶었다.

그랬기에 그는 죽음을 피해 미친 듯이 공동(空洞)을 뛰어다녔다.

물론, 고래고래 지르는 고함은 덤이었다.


크르륵?

그래서였을까, 1층의 거대한 괴수는 메뚜기처럼 폴짝대는 남자에게 흥미를 느꼈고 그 결과 남자는 죽음보다 더한 삶도 있다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괴수의 고문에 만신창이가 되어 3일 만에 죽은 것이 바로 그 남자의 첫 번째 죽음이었다.


*


<아직도 1층>


100번의 죽음에 이르렀을 때.

남자는 포기라는 걸 생각하며 도망과 반항을 멈추었다.

그리고 그는 깎여가는 자신의 감성을 느끼며 눈물을 흘렸다.


“흑흑. 제, 제발. 그냥 나를 진짜로 죽여줘!”


*


<계속 1층>


300번째 죽음.

무덤덤하게 찢기고 씹혀지며 어느새 남자는 냉철하게 적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파란 독기를 눈으로 뿌리며.


“······젠장.”


*


<아주 평생 1층>


500번째의 죽음.

어느 날, 그에게 버프라는 변화가 찾아왔다.

오러를 운용할 수 있게 만드는 그 효과를 보며 남자는 눈을 번쩍였다. 오랜만에 투쟁심을 발휘하는 그의 눈이었다.


콰직.


“씨발. 어떻게 해도 안 되는 놈은 안 되는 게 인생이구나!”


그렇게 남자는 익숙했던 좌절을 다시 한번 경험했다.


*


<이젠 새로울 것도 없는 1층>


600번째.

남자의 눈이 환희로 물들었다.


- 괴수는 상처를 회복할 수 없다.


남자가 깨달은 커다란 희망의 정체였다.

아주 오래전에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삶의 욕망이 꿈틀대는 걸 느끼며 남자는 모처럼 크게 웃었다.


“크하하하. 상처가 남아있다면 어떻게든, 언젠가는······.”


그렇게 남자의 시간은 또다시 흘러갔다.


*


<여전한 그곳>


쿠오오.

거대한 함성이 공동을 울리고 연이어 천년의 고목과도 같은 거대한 크기의 꼬리가 휘둘러졌다.


붕.

그 공격은 석조 바닥에 깔린 잔돌을 모조리 일으킬 정도로 강한 풍압을 뿌리며 사위를 압박했다.

꼬리가 제자리를 찾으며 공격자의 전면이 모습을 드러냈다.


온몸을 수많은 상처로 뒤덮은 거대한 괴수.

반쯤 찢어진 목과 날아가 버린 한쪽 날개가 상당히 눈에 띄었다.

뭉개진 한쪽 발과 꼬리로 간신히 거구를 지탱하고 있는 녀석은 한쪽 눈마저 잃은 상태였다.


- 드래곤!


20m가 넘어가는 거대한 크기의 괴수는 현대인, 특히 판타지에 심취한 누군가라면 상당히 눈에 익을 법한 외모를 하고 있었다.


그런 괴수를 상대로 아슬아슬하게 외줄을 타는 남자.

검은 머리에 붉은 타이가 유독 눈에 띄는 그는 예의 수백 번의 죽음을 겪은 바로 그 남자였다.


잿빛 슈트가 온통 흙투성이인 그의 전신은 성한 곳을 찾기 힘들었고 땀에 전 먼지투성이의 머리칼은 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괴수의 공격을 피해 드넓은 공동을 뛰어다녔는지 선명하게 말하고 있다.


“지금이야, 고양아! 뒤를 쳐!”


남자가 소리치며 괴수를 향해 몸을 날렸다.

녀석의 꼬리 공격이 끝나는 시점을 절묘하게 파고든 타이밍.

그의 외침에 반응한 그 무엇도 드래곤의 뒤에서 나타나 녀석을 향해 달려들었다.

눈으로 좇기 어려울 정도의 스피드를 보이는 자그마한 그림자.


찰나의 순간 남자의 입가에 확신에 찬 미소가 걸렸다.

괴수의 후위를 노린 공격과 전방의 남자가 괴수에게 도달하는 시간은 거의 동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그래! 이제 놈이 몸을 돌리기만 하면 승부를······.’


남자의 눈빛이 살짝 떨린다.

결정적인 순간에 찾아온 긴장은 어쩔 수 없는지 그의 목울대 역시 크게 출렁였다.

그때, 괴수의 거구가 뒤를 향해 서서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됐다!!’


속으로 환호성을 지른 남자는 두 눈을 반짝이며 집중력을 세웠다.

이제 끝장을.


- 틱. 짝!


본다?

남자의 집중은 전혀 생각지 못한 소리에 산산이 조각났다.

공격에 걸맞지 않은 소리. 양손으로 모기를 잡을 때나 들을법한 그 소리는 지금 이곳에서, 이 타이밍에 나오면 안 되는 거였다.


‘이런 젠장.’


덥석.

남자의 몸이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녀석의 아가리에 안착했다.

반쯤 남자를 물고 있는 드래곤이 눈을 반달로 휘며 표정을 만들었다. 눈동자가 정확히 자신의 입에 물린 남자를 향해 있다.


아마도 웃음, 혹은 비웃음.


콰직!

그 남자, 서지호의 999번째 도전은 그렇게 아쉽게 마무리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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