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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어쩌다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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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05.1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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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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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0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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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집에서 좋은 꿈 꿔!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지명, 상호, 사건, 단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일반 팬들도 공연을 보고 친구들과 뒤풀이까지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뭔가 공허하고 ‘현타‘를 느끼는데, 직접 공연을 한 당사자는 오죽할까.

이온은 배우로서 캐릭터에서 빠져나오는 법을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다.

그런데 콘서트를 끝내고 숙소에서 혼자 멀뚱히 있을 때 허전함을 달래는 법이나 월드투어를 돌고 귀국한 후 혼자 있는 시간의 외로움을 견뎌내는 것에는 좀처럼 적응이 되질 않았다.

그래서 누나·매형과 열심히 빌딩을 알아보러 다니고, 이온의 넷튜브 부채널 ‘온리마이온’을 전담하고 있는 영재와 서울의 어지간한 부촌은 다 돌아다니며 살 집을 탐문했다.

공허함과 외로움을 느낄 틈도 없이 뭔가에 몰두하기 위해서.


“그냥 아까 그 집 계약해!”


영재가 짜증을 부렸다.

해도 해도 너무했다.

집을 장만하는 것이 장난도 아니고 꼼꼼히 따져보는 것은 좋은데, 부동산 블로그를 운영할 것도 아니면서 온갖 군데를 다 돌아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돈도 많은 놈이.....!”

“많긴 뭐가 많아. 돈 벌어서 다 세금으로 빠져나가는데.”

“반대로 말하면 세금 많이 내니까 그 만큼 많이 번다는 거 아냐.”

“많이 못 번 다니까.”

“시끄럽고. 평생 살집 구하냐? 어차피 연예인 사는 데는 다 그 동네가 그 동네잖아.”

“눈탱이 맞아서 밤탱이 될 일 있냐?”

“설마 연예인한테 사기 치겠어?”

“호구 잡힐 수도 있지.”

“암튼, 진짜 집 보러 다니는 거 넷튜브에 올리려고?”

“네가 편집을 어떻게 하는가에 달렸겠지.”

“악플 엄청 달릴 것 같은데......”

“왜?”

“돈 자랑하는 것 같잖아.”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처음으로 집 장만하는 건데, 응원이 아니라 악플이 더 많을까?”

“연예인들 집 공개하면 악플 많이 달리는 모양이던데?”

“그런 연예인은 집 팔아먹으려고 광고성으로 공개하는 거잖아. 대체로 사람들은 출세했다고 축하해주지 않냐?”

“악플하고 반반일 걸?”

“그럼 올리지 말자.”

“그건 그 거고. 돈도 많은 놈이 무슨 전세야 전세는. 걍 대출 적당히 끼고 사버려. 매형이 CB은행에 이야기해서 잘 해준다면서.”

“누나가 부어놓은 청약이 있어. 이번에 집 사면 청약 부은 거 아깝잖아.”

“아휴! 증말 한 대 치고 싶네. 있는 것들이 더 하다니까. 누군 영끌 해도 이번 생에 집 장만 할까 말까한데......”

“속으로만 생각해 오디오 다 들어가잖아.”

“하여간 귀까지 밝아 자식이....”

“자꾸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확 네 얼굴 팬들한테 공개한다? 얼마나 대단하다고..... 사람들이 알아보기는커녕 못 생겨서 실망할 걸? 볼 것도 없는 주제에.”

“평범한 거하고 못 생긴 거 구분 못하냐?“

“넌 명백히 후자야.”


이온의 넷튜브 부채널 ‘온리마이온‘도 몇 달 사이에 70만 명 구독자를 찍었다.

주로 일상 브이로그와 취미생활, 운동 같은 콘텐츠를 8~10분 정도 편집해서 올리는데, 이온만 등장하는 것보다 가끔 촬영하는 영재의 목소리까지 함께 들어간 영상이 조회수가 높았다.

현실 친구 둘이 티키타카 하는 것이 은근히 재미있다는 반응이 많았다.

어쨌든 이온이 집을 보러 다니는 것을 촬영하고 넷튜브 채널에 올리려는 이유는 사생팬이나 홈마들 때문이다.

일산 아파트 단지로 찾아오거나 서성거리는 팬들 때문에 누나뿐만 아니라 아파트 주민들에게도 본의 아니게 민폐를 끼쳐왔다.

이사한다는 사실을 알려야 더는 일산 집으로 찾아가지 않을 터.


“아무리 둘러봐도 한남동만한 곳이 없어.”

“21억짜리 말하는 거야?”

“응.”

“근데 좀 낡지 않았냐? 집 구조도 좀 골 때리던데?”

“그래서 싸게 내놓은 거래잖아.”

“21억이 싼 거냐?”

“유엔빌리지 부촌 이미지를 보면 그렇지.”

“현금으로 사버리게? 청약통장 어쩌구저쩌구 진상떨었잖아.”

“미쳤냐? 일단 전세로 살아보고.”

“펜트하우스급도 아니고 뭘 전세로 살아. 나중에 큰 집으로 이사 가기 전에 집값도 오르겠지. 명색이 유엔빌리지인데.”

“돈 아껴야 돼.”

“아, 또 왜! 부자자식아!”

“돈 더 모아서 신사동 빌딩 살 거야.”

“오올~ 우리 이온이는 계획이 다 있었구나~”

“주접 떨지 말고. 오늘은 이만 철수. 가서 차 빼와.”

“내가 니 시다바리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재빨리 차를 가지러 달려가는 영재다.

월급 주는 사람 말 거슬러서 좋을 것 하나 없으니까.

이온이 잠정적으로 결정한 한남동 유엔빌리지 빌라는 비교적 초입에 위치한데다가 지어진지도 꽤 오래되었고 집안 구조가 예전 유행하던 방식이다.

사람마다 호불호가 조금 갈릴 것 같은 구조로 되어 있다.

급매가 아님에도 시세보다 조금 저렴하게 나온 이유다.

유엔빌리지는 강남이나 강북 모두 움직이기 편하고, 주변 고급빌라 단지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지역보안이 좋은 편이다.

연예인에게 사생활 보호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그래서인지 유엔빌리지는 높은 시세에도 철저한 보안 시스템을 갖춰 많은 연예인과 셀럽들이 거주한다.

유엔빌리지 초입은 자치회에서 운영하는 공동경비가 상주한다.

또한 빌라 별로 자체 경비원이 있으며, 아파트보다 가구수가 적어 보안이 더욱 뛰어나다.

이온이 점찍은 빌라는 펜트하우스급 최고급은 아니다.

지하2층~ 지상 4층 규모 건물에 전용면적 40평(49평형)으로 모두 5세대가 거주하는 소규모 고급빌라다.

그럼에도 독특한 설계와 화려한 인테리어 그리고 한강 조망 등 고급 이미지에 걸맞은 모습을 자랑했다.

한남동 빌라는 대체로 50평형에 30억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21억 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매물로 나와 있었다.

그렇다고 문제가 있는 매물은 아니다.

매형이 혹시나 몰라 꼼꼼하게 확인을 다 해봤기에 믿을 수 있었다.


- 부자는 돈을 벌기 위해 대출을 받고, 가난한 사람은 돈을 쓰기 위해 대출을 받는다.


부자들은 재산을 늘리려면 빚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잘 알기 때문에 더 부자가 된다는 말이다.

이온은 매형을 통해 CB시민은행으로부터 시중금리보다 매우 저렴한 금리로 15억 원 상당의 대출을 받았다.

대출금리를 너무 싸게 주다보니 받을 수 있는 최대치의 대출을 받았던 것.

확실히 부자와 고소득자에게 은행 문턱은 문지방이 있나 싶을 정도로 낮다는 걸 또 다시 실감하는 이온이다.

빌라 대금을 지불하고 남은 FLEX-A 전속계약금은 MMDA와 매형이 추천하는 주식에 넣었다.


“어떻게 MMDA 이자가 대출이자보다 높을 수가 있는지.....”

“처남은 신용도가 매우 우수해서 그래. 소득 수준도 최상위권이고. 넣은 돈도 십억 단위잖아.”


사실 대출 이자보다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자신이 있다면 당연히 대출을 받아야 한다.

일종의 투자형 부채다.

사실 이온에게는 빚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가운 존재다.

지금의 수익이 꾸준히 이어진다는 전제가 붙겠지만.


“지난번에 신사동에 봤던 건물은 팔렸대요?”

“아직 안 나갔을 걸. 왜?”

“아웃도어와 이온음료 광고모델 재계약 확정 됐어요. 학습지 광고는 불발 됐네요.”


이온의 광고모델 몸값은 매년 억 단위로 계약금이 인상되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1년 앰버서더 재계약 제시금액이 9억 원이다.

올해에 비해 2억 원이 한꺼번에 뛰어 올랐다.

영화 두 편에서 열연을 펼친 덕에 각종 연말 영화시상식 신인상을 예약해 둔 상황이고, 여름에 진행된 퀀텀 점프 월드투어 역시 전 회 매진을 기록하며 월드스타의 면모를 과시한 한편 업계에서 이온의 모델 발탁을 놓고 물밑에서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광고업계에서 이온을 톱급으로 올려놓기 시작했다.

이온은 9월 초순 현재 8개의 광고에서 49억 원 모델료 수입을 거둬들였다.

가을·겨울 내보내는 광고들까지 포함하면 올 한 해 70억 원 가량의 광고 매출을 기록했다.

광고 수입만 놓고 보면 국내 연예인 10위권에 들어가는 매출이다.


“내년에는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남미 쪽 광고도 몇 편 더 찍을 것 같기도 해서.... 부담 없이 빌딩을 살 수 있을 것 같긴 해요.”

“대출 안 끼고 사려고?”

“세금 납부할 돈 빼놓고, 최대한 대출을 줄여보려구요.”

“알겠어. 지금부터 협상을 해도 계약과 대금 완납은 또 그 만큼 시일이 걸리니까. 미리 그쪽과 협의를 해볼게.”

“부탁해요.”

“새로 이사 가기로 한 집은 마음에 들고?”

“전면 리모델링 공사를 하기로 해서 입주는 한 달 정도 후에나 가능할 것 같아요.”

“내가 자주 들여다 볼 테니까 처남은 영화 준비에 집중 해.”

“그래주면 고맙죠.”


돈이 돈을 버는 건 줄로만 알았다.

막상 돈 버는 것을 직접 경험하고 자산운용사가 직업인 매형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하고 보니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돈은 벌 줄 아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 같았다.

부자라고 해서 무조건 돈을 버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이온은 매형과 함께 서울과 수도권 일대 빌딩을 50 군데 이상 직접 둘러보고 매물 정보도 꼼꼼하게 살폈다.

그런 빌딩에 투자를 한다고 해서 나중에 손해를 보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고, 더 중요한 것은 리모델링 등에 투자할 여유자금이 있는가, 시세가 오를 때까지 약간의 손해를 감수할 수가 있는가, 각종 비용과 세금을 감당할 수가 있는가 등이다.

3~5년 보유하고 시세차익으로 5억 벌었다고 번 것이 아니다.

실제 빌딩을 매입할 자금으로 다른 것에 투자했으면 그 몇 배를 벌었을 수도 있으니까.

특히 젊은 부자인 경우 부동산에 투자해서 잃게 되는 기회비용도 따져봐야 했다.


“내년부터는 희소성 투자 가령 그림이나 보석, 레어 아이템에 대해서도 조금씩 공부하면서 투자해보려구요.”

“내가 도와줄게.”


연예인이 레어 아이템에 투자한다는 것이 웃기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런데 유명 운동화 브랜드 한정판을 구입한 나이온이란 월드스타가 월드투어에서 그 신발을 신고 공연을 다닌 후에 몇 년 묵혀 놨다가 몇 후 경매에 내놓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몇 십만 원짜리가 몇 천 만원 더 나아가 몇 억으로 돌아올 수가 있다.

미국의 유명한 힙합 아티스트가 신었던 낡은 운동화가 경매에서 무려 20억 원에 팔린 일화도 있으니까.


“제가 술은 잘 안 마시는데, 해외에서는 희귀 위스키나 와인에도 투자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외국에서는 희귀 위스키나 자동차가 슈퍼리치들 사이에서 비싼 가격에 거래돼. 우리나라는 아니야. 그 부분은 신중하게 접근하자고.”

“몇 십 억짜리는 아니더라도 나중에 누군가에게 선물을 할 수도 있으니까 매형이 와인이나 샴페인 종류로 적당히 좀 알아봐 주세요.”

“그럼 나도 이슬씨하고 맛볼 수 있는 거야?”

“빨리 가족이 되세요.”


하하.


심준영이 어색하게 웃었다.

뜸을 오래 들이는 것 보면, 연애와 결혼은 다른 모양이다.

이온은 자신이 독립해서 집에 홀로 남겨질 누나를 생각해서 이른 시간에 두 사람이 결혼식을 올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드라마 촬영 때까지 여유 있으니까 신사동 건물 매입 건에 대해서 언제든지 저와 상의하셔도 되요.”

“알겠어. 이슬씨랑 저녁 먹기로 했는데 처남도 같이 가지?”

“두 분이 오붓한 시간 가지세요. 저는 파주 넘어가서 훈련이나 할랍니다.”


이온은 매형과 리모델링 공사 중인 유엔빌리지 빌라를 함께 방문하기로 약속하고, PB센터를 빠져나왔다.

곧장 파주 액션아카데미로 이동해 CBO맥스 오리지널 한국드라마 <밤은 말이 없다> 액션 트레이닝을 받았다.


✻ ✻ ✻


유엔빌리지의 고급빌라 리모델링 공사까지 마치고 드디어 입주 날이 찾아왔다.

파주 액션아카데미에서 열심히 액션 트레이닝을 받고 해가 질 즈음에 새로운 집에 도착했다.

집 구조 자체가 꽤나 요상했지만, 다르게 보면 개성적이어서 실내 인테리어를 자주 바꾸지 않아도 쉽게 질릴 것 같진 않았다.

확실히 보안이나 외부인 출입면에서 비싼 값어치를 했다.

이제는 더 이상 아파트 단지 내 주민들에게 민폐가 되는 일이 벌어질 것 같지 않아 그것만으로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들었다.


“여기가 전용면적이 몇 평이라고?”

“40평.”

“구조가 뭔가 울룩불룩 계단도 곳곳에 있고 웃기긴 해도, 넓어서 좋네. 리모델링도 잘 된 것 같고.”


만족스러운 품평을 늘어놓는 누나를 보니 이온 역시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계약부터 리모델링 전반에 대해 매형이 발 벗고 나서서 도와줬다.

마치 집사라도 되는양 이온 남매보다 더욱 세심하게 따졌다.


“이온아~ 일루 와서 봐봐. 야경이 진짜 끝내준다.”

“누나, 잠시만.....”


굿펠라스 친구들에게서 연이어 전화가 왔다.


- 오늘 이사 갔다며! 부르지 그랬어. 도와줬을 텐데.

“말이라도 고맙다.”

- 진짜야.

“한창 촬영 중에 무슨 이사를 도와. 암튼 전화 걸어줘서 고맙다.”

- 냉장고는 결정했냐?

“응.”

- 주소 남겨. 내일 중으로 보내라고 할 테니까.

“땡큐.”


이후로 여사친 삼인방도 축하 전화를 걸었다.

FLEX-A 대표부터 임원진 그리고 소속사 선후배들까지 전화를 걸고 축하를 전했다.

평소 알고 지내는 배우들, 동료 아이돌, 비보이 선배들까지 연락이 왔다.

다들 집들이 선물을 해주겠다고 아우성이다.

특히 FLEX-A와 굿데이뮤직 관계자들은 아예 살림살이를 다 장만해 줄 기세다.

코스닥 우회상장과 1+1 계약 때문에 조금이라도 환심을 사려는 속셈으로 읽혔다.

이온은 대부분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럼에도 거의 사정하다시피 매달려서 일부 가전제품을 받기로 합의를 봤다.

친구들과 연예계 동료들도 세탁기부터 커피머신까지 이것저것 자신들이 사주겠다고 하는 통에 따로 리스트를 만들어야 했다.


“니들은 아무것도 하지 마. 나중에 집들이 할 때 먹을 술이나 좀 사오던가.”


로드매니저 송재호와 스타일리스트 동생들도 살림을 사주겠다고 해서 이온은 짐짓 성을 냈다.

돈벌이도 시원찮은 주제에 영앤리치인 이온의 살림살이를 챙기는 것이 가당찮았기 때문이다.

이온이 좀 더 챙겨주면 챙겨주었지.

동생들은 그저 휴지나 집들이 선물로 사오면 족할 뿐이다.

암튼 침대만 이온이 직접 발품을 팔아가며 자신에게 딱 맞는 브랜드와 제품을 구입했고, 중요 가전제품부터 간단한 식기까지 이곳저곳에서 이사 선물로 채워졌다.


“아참! 이온아 떡 돌려야지.”

“이 동네도 그런 거 하나 몰라.”

“그래도 모르잖아. 어차피 너 빼고 4세대 살아서 많이 준비하지도 않았어.”


이온은 누나가 사온 떡을 들고 빌라 경비를 제일 먼저 찾아갔다.

그리고 이사떡을 돌려도 되는지 확인했다.

안타깝지만 이온이 직접 대면하고 떡을 돌릴 순 없었다.

경비가 대신 방문해서 떡을 전해주기로 했다.

떡을 돌리는 일도 거의 없지만, 그런 일이 있을 때는 경비가 대신 처리해 준다고 한다.

이웃 간에 삭막한 느낌은 있었지만, 그것이 이곳에 룰이라고 하니 따를 수밖에.


“새집에서 좋은 꿈 꿔. 처남.”

“무섭다고 새벽에 누나한테 전화하지 말고.”


누나와 매형이 늦게까지 집안 정리를 도와주고 일산으로 돌아갔다.

말 그대로 혼자다.

드넓은 거실에 우두커니 서 있자니 뭔지 모를 허전함이 밀려왔다.

마치 1만 석 규모의 아레나 콘서트를 마치고 고양된 흥분감과 쾌감이 꺼져버리고 일순간 공허함이 찾아왔을 때와 비슷한 감정이랄까.

영화나 드라마에서 배역을 연기하고 나면 그 투사 후유증이 일순간에 꺼지지 않는다.

며칠이고 몇 달이고 잔향이 남거나 심할 경우 캐릭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괴로워하기도 한다.

그런데 아이돌 활동은 후유증이라고 할까 잔향이라고 할까 그런 것이 일순간에 훅 하고 꺼지고 사라져버린다.

마치 신기루 같기도 하다.

그 기분도 매우 불편하다.

월드투어를 떠나기 전 가수와 스태프들은 몇 달을 준비한다.

그리고 수 천 수 만 명이 들어찬 공연장에서 3시간 동안 열과 성을 당해 노래하고 춤추고 또 말하고 까분다.

관객들은 그런 이온에게 엄청난 환호성과 박수 그리고 애정을 보낸다.

그런 공연을 모두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면, 불과 몇 시간 전에 있었던 그 공연장의 뜨겁고 행복했던 체험이 차갑게 식어간다.

고양된 기분을 밀어내고 허무함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그리고 다음날이거나 그 며칠 후 또 그와 똑같은 일을 겪는다.


공허함.


공연 직후 그런 감정이 들지 않더라고, 나중에라도 반드시 만나게 되는 감정이다.

모든 가수들과 공연예술가들에게 찾아오는 감정이며 일종의 후유증이다.

이온의 친구인 최단비 역시 매번 무대에 서고 또 무대가 끝난 다음 겪는 감정이다.

이런 감정이 지나치면 후유증으로 남는다.

바로 외로움이라는.

배역 투사 후유증 못지않은 심리적 공황상태를 유발할 수가 있다.


‘산 넘어 산이구나.’


외로움이란 녀석이 내면 깊숙한 곳에서부터 슬금슬금 기어 나오려고 한다.

이온은 괜히 독립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절레절레.


이사 온 첫날부터 허우적거릴 감정이 아니다.

그런 감정 역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배우이자 아이돌 가수로서 짊어져야 할 숙명 같은 거니까.


작가의말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됐습니다. 행복한 한 주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PS. 송호연님, 카츠h2님 후원감사드립니다. 성실히 연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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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 이온이 좀 그만 굴려라! (1) +9 22.02.03 3,498 122 17쪽
224 Free Agent...? (5) +12 22.01.29 3,793 142 15쪽
223 Free Agent...? (4) +9 22.01.28 3,618 137 17쪽
222 Free Agent...? (3) +9 22.01.27 3,634 142 18쪽
221 Free Agent...? (2) +14 22.01.26 3,639 153 19쪽
220 Free Agent...? (1) +7 22.01.25 3,691 136 16쪽
219 조총수 : 부제 - Mercenary. (6) +15 22.01.24 3,766 146 19쪽
218 조총수 : 부제 - Mercenary. (5) +9 22.01.22 3,650 141 16쪽
217 조총수 : 부제 - Mercenary. (4) +14 22.01.21 3,683 147 18쪽
216 조총수 : 부제 - Mercenary. (3) +8 22.01.20 3,817 139 18쪽
215 조총수 : 부제 - Mercenary. (2) +16 22.01.19 3,818 157 17쪽
214 조총수 : 부제 - Mercenary. (1) +17 22.01.18 3,887 149 19쪽
213 나름 귀한 경험을 한 것 같아... +11 22.01.17 3,892 139 16쪽
212 Goodfellas. (4) +8 22.01.15 3,974 147 17쪽
211 Goodfellas. (3) +9 22.01.14 3,906 13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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