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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완 님의 서재입니다.

격투게임이거든요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현대판타지

완결

린완
작품등록일 :
2018.05.10 21:36
최근연재일 :
2018.08.10 01:12
연재수 :
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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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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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26,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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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02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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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3) 11. 콤보 브레이크 예선(3)

DUMMY

'내가 유리해. 해볼 만 하다.'


소연은 자신감을 내보이며 가면을 쓴 의문의 마술사. 진을 선택했다.

자신은 여러 번 경기를 치르고 와서 적당히 손이 풀렸지만 상대는 그렇지 않다.

자신은 본래 긴장을 하지 않는 성격인 데다가 조금 전 친구들과의 대화로 한층 더 여유를 갖게 되었지만, 상대는 전 세계에서 주목하고 있으니, 부담이 없을 리가 없었다.

상대는 계산형 플레이의 정점이다. 그렇다면 정석에서 벗어난 기괴한 플레이를 펼친다면, 그리고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정석을 섞기까지 한다면, 그의 계산을 방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기괴한 플레이라면 자신이 있었다.


선생에게서 여러가지를 전수 받은 소연이지만, 그녀가 가장 자신 있어하는 분야가 바로 상대가 온전히 자신의 플레이를 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 이었다.

심리전의 한 부분이기도 한데, 일반적이지 않은 행동을 섞어가면서 상대가 함부로 자신의 움직임을 예측하지 못 하게 하는 테크닉이 바로 그것이었다.


'허점을 드러내며 상대에게 공격을 강요한다'

'하나의 패턴만 고집하여 상대에게 그 패턴을 심어주고, 결정적인 순간에 배신한다'

'불리한 순간은 상대가 자신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순간이다'


소연은 선생의 가르침을 떠올린다.

그런데 선생이 지나가듯 했던 말이 같이 떠올랐다.


'조커엔 조커가 나설 거니까'

'너희는 쩌리를 처리해 줬으면 해'


나는 이길 수 없다는 것인가? 그럴지도 모르겠지.

하지만, 아무튼간에 말이야. 이기지 말라고는 안 했잖아?

그러니까 선생님. 이겨버려도 상관 없겠죠?


원 컬러인 검정색 진과 붉은색의 2P 진이 동시에 인사를 건네고, 레디 싸인이 들어갔다가 호쾌한 성우의 목소리가 경기장에 울린다.

액션!


소연의 붉은색 진이 먼저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같은 캐릭터를 고른 마이클은 바로 붉은 진을 추격해 날아올라, 왼손 짤짤이로 소연이 가드를 올리게 만든다.


'아무런 소환물도 없는 진이 대뜸 공중으로 점프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인데. 이걸 보자마자 바로 대처하네. 이런 건 계산 범위 안이란 거냐?'


짤짤이로 인해 고도에 차이가 발생하여 마이클의 검정 진이 먼저 착지 한다.

소연의 붉은 진이 공중에서 무언가 내밀 찬스가 찾아온다. 하지만 이 각도는 위험하다. 강력한 대공기를 가진 진이니까, 어설프게 뭘 내밀었다간 되려 카운터 당하고 말 것이다. 그런 소연의 예상대로 검정 진의 대공기가 반 박자 이후 들어온다.


'아냐. 반박자가 아니라, 내가 뭘 내밀 시간을 주고, 동시에 뭘 내밀었어도 카운터 칠 수 있는 시간 만을 준 거야!'


검은 진이 대공기 이후 다른 기본기를 이어나갔고, 그 공격 들을 차례차례 막다 보니 어느새 소연의 붉은 진은 구석에 몰려 있었다.

기본적으로 리치가 길고 경직이 높은 진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구석 몰기 루트!

검은 진은 마지막 연계 기본기 이후 물건을 소환했다. 그리고 즉각적인 올려 베기.


올려 베기.

지팡이 속에 숨겨진 칼날을 꺼내 위로 올려 베는 모션의 이 기술은 진 답지 않게 리치가 짧은 대신 판정이 매우 좋은 편이었다.

물건을 소환하고 올려 베기를 사용하는 검은 진을 보고, 소연은 목덜미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마이클 조셉은 매 순간 이기는 수 만을 선택하지. 아니, 필승의 수만 둔다고 해야 하나?'


선생이 회의 자리에서 꺼낸 말이었다.

그 말을, 직접 맞붙은 이 순간이 와서야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부분을 놓칠 리가 없는 정인성 해설이 재빨리 설명을 덧붙였다.


"방금 저거 보셨습니까? 저 올려 베기?"

"네? 그냥 물건 소환하는 기술의 후 딜레이 줄이려고 사용한 것 아니었나요?"

"아닙니다. 아니죠. 후 딜레이를 줄이려면 앉아 왼손 같은 기술로 캔슬하는 것이 보통이죠. 저 올려 베기는, 자신이 물건을 소환하면서 생긴 자신의 불리 프레임을 보완하는 동작인 것입니다."

"불리 프레임을 보완한다?"

"네. 쉽게 말씀드리면 물건을 소환하는 그 순간 상대방이 유리해진 겁니다. 상대에게 칼자루가 쥐어진 것이죠. 물건을 소환한 후 딜레이가 생겼으니까요. 하지만 즉각적으로 빠르고 강하지만, 사정 거리가 매우 짧은 올려 베기를 사용해서, 그 불리한 순간을 막아낸 겁니다."

"제가 옳게 이해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미래에 투자를 하고. 투자하느라 불리해진 현재의 구멍을 메꾸기 위해 일용직을 뛴 셈이라고 보면 될까요?"

"오. 재미있는 비유군요. 그리고 적당한 비유였습니다. 물건을 소환해서 잠시 뒤의 상황을 유리하게 만든 대신 당장, 지금이 불리해 졌죠. 하지만 적이 그 불리한 틈을 타서 공격해 온다면, 되려 공격한 쪽이 피해를 입게 만들었어요."


김인구 해설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경기에 집중하려 했다. 하지만 정인성 해설의 설명은 아직 끝이 아니었다.


"제가 저 올려 베기를 언급한 이유가 무엇인지 아시겠습니까? 시작부터 지금까지 마이클 선수의 플레이가 모든 상황을 고려해서 짜여진 설계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체스를 두는 것 처럼요!"

"설계라구요? 상대가 언제 어떻게 움직일지 알고 설계를 한단 말입니까?"


사실 당장 지금 본 경기 만으로 판단을 내린 것은 아니었다. 선생과 함께 하면서 마이클 조셉이란 선수에 대해 연구하는 것을 듣고 난 후 눈으로 확인한 덕분에 내릴 수 있는 가설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구구절절 설명할 시간은 없다. 경기는 순식간에 지나가니까.


"아직 경기는 초반 입니다. 하지만 마이클 선수가 왜 유명한지는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저 선수는 인간의 수준을 벗어난 계산을 한다고 말합니다. 체스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경우의 수를 전부 계산할 수 있다면, 격투게임에서 벌어질 경우의 수 또한 계산하지 못할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그런가요?"


김인구 해설은 조금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그의 반응은 현실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 이었다. 체스야 그렇다 쳐도, 격투 게임 같이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대전 게임에서 상대의 모든 움직임을 예측하고, 계산하고, 그것으로 설계를 짠다?


경기는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처음 구석에 몰린 이후로 소연은 제대로 된 반격 한 번 하지 못한 채 구석 압박에 시달렸고,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한 라운드를 내주게 되었다.

소연은 혀를 깨물며 산만해진 정신을 집중하기 위해 노력한다.


'안 돼. 놈이 모든 상황을 상정하고 움직인다는 생각 때문에 내 플레이가 위축 돼버렸어. 실제로 그런지 확인 해 봤어야 했는데, 이것 저것 실험해 봤어야 했는데 병신같이 수비만 하다가 라운드를 내주다니.'


게임을 하면서 생각에 빠지는 것은 보통 좋지 못한 행동으로 치부 된다.

게임은 몸과 직감과 경험으로, 분석과 연구는 게임이 끝난 이후에.

그것이 보통 게이머의 지론이고, 소연도 마찬가지였다.


'선생님같은 부류의 사람들은 게임 하면서도 상대를 연구한다고 하지만, 나는 아냐. 두 번째 라운드는 휘둘리지 않겠어. 내 스타일대로 간다!'


2라운드의 시작을 알리는 '액션' 소리와 함께 상대방에게 달려드는 소연의 붉은 진.

상대방 마이클의 검은 진은 그녀의 돌진을 확인함과 동시에 백스텝으로 물러난다. 두 번의 백스텝 이후 재빠른 미간을 노리는 상단 찌르기! 소연은 이때다 싶어 올려 베기를 사용했지만, 도트 단위의 거리가 부족하여 서로의 공격은 닿지 않는다.

그리고 서로 허공을 가르는 것을 본 소연은 또 다시 아연실색하고 만다.


진의 대쉬는 느리고, 백스텝은 좀 더 빠르다.

그렇기에 느린 대쉬로 상대에게 접근하려는 거짓 의도를 보여줘서 상대의 원거리 견제를 유도한 다음, 올려 베기로 그것을 카운터 치고 물건 소환을 연계하여 우위를 선점하려는 것이 소연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정말 손톱 만큼의 거리 차이로 무산되었다. 자신의 시도가 실패한 것 때문이 아니라, 그 거리조차 상대의 계산에 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사로잡히고 만 것이다.


서로의 공격이 허공을 가르고, 서로가 후딜이 끝나자마자 물건을 꺼내 든다.

마이클은 바닥을 느릿하게 기어다니는 인형을, 소연은 빠르게 적을 압박하고 견제하는 비둘기를 소환한다.

소연은 당장의 높은 우위를, 마이클은 지속적인 낮은 우위를 선택했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렇게 판단한 소연은 비둘기와 함께 다시 거리를 좁히려 달려들었다.

직선 판정으로 빠르게 날아가는 장풍 판정의 비둘기 때문에 상대는 막거나, 공중으로 도망치는 수 밖에 없다. 그러니 공중으로 점프하여 공대지 기술을 사용하여 들어간다.

공중으로 들어가니 바닥의 적 인형도 무시하고, 비둘기로 반격도 봉인하며, 상대에게 가드를 강요해 이후 상황을 유리하게 가져간다.

아주 정석적인 플레이였다. 보편적으로 가장 이득을 얻는다고 판단되는 행동.


"안됩니다! 일반적인, 정석적인 선택지는 마이클 선수의 밥이 되기 십상이에요!"


소연은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레버를 공중으로 향한 뒤였다.

스포츠 선수들이 극한의 상황에서 가끔 느낀다는 '자신을 제외한 주변이 느리게 느껴지는 현상'이 그 순간 소연에게 일어난다.

정말 찰나의 순간이었다.

자신의 캐릭터가 점프를 하기 위해 살짝 몸을 숙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상대 검은색 진이 몸을 돌리기 시작했다. 공중의 적을 격추시키는, 대공기의 시동 모션이었다.


'미친.'


반사적으로 욕이 나온다.

마이클의 저 대공기는 설마설마 하던 그녀의 생각에 종지부를 찍어 버렸다.

점프를 하기도 전에 대공기라니. 기일이도 아니니 몸을 숙이는 모션을 보고 반응 했을 리는 없으니까, 내 소환 오브젝트를 보자마자 내가 점프할 거라고 결론 내린 거겠지. 예측이 아니라, 계산으로!

거기다 내 점프 커맨드 입력과 거의 동시에 입력된 저 대공기는, 나를 맞추지 못한다면 비둘기 공격을 막을 프레임이 나온다. 나를 맞춘다면 비둘기에 피격 당하지만 대공기에 맞는 내 경직과 데미지가 더 크다.

진짜 모든 상황을 상정하고 있는 거야? 미친 거 아냐? 저게 사람이야?


"저게 사람입니까?"


소연의 생각과 같은 대사를 내뱉고 있던 정인성 해설.

이때까지 마이클 조셉을 상대했던 수많은 체스 플레이어가 느꼈을 경외감을, 지금 정인성 해설과 소연 선수가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소연의 진은 상대의 대공기에 격추 당한다. 레버를 뒤로 움직여 막을 찰나의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올려 베기도 그렇고, 방금 대공기 뿐이 아닙니다! 설명하기 좋은 상황이라 제가 두 예시를 들긴 했지만, 저 선수 지금 모든 상황. 그러니까 매 순간 순간마다 지금 어떤 행동을 하는 게 정답인가를 맞추고 있는 거에요!"

"예...... 그렇군요."


김인구 해설이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듯 미묘한 대답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평범한 사람들이 보기엔 그냥 다른 선수들의 경기랑 다를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지른 게 맞은 거 아냐? 적당히 긁은 거 아냐? 우연히 피한 거 아냐?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해 받지 못한 채, 소연은 두 번째 라운드마저 허망할 정도로 간단히 빼앗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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