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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꺽새의 서재

초급던전에 들어간 SS급 내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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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꺽새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7
최근연재일 :
2021.08.18 18:40
연재수 :
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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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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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6
글자수 :
447,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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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1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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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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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뜨거운 감자(1)

DUMMY

'도저히 안 되겠다.'


다음날. 병실을 빠져나가기로 계획했고, 실행할 차례였다.


"와우-"


병실은 둘째치고, 병원 입구에도 꽤 많은 수의 기자가 플래시를 터트리며 나를 죽일 듯 노려보고 있었다.


"한 말씀만 해주시죠!"


"최준성 씨, 다녀온 던전에서 다량의 테트리늄이 발견된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안에서 어떤 일이 있었던 건가요?!"


"던전 출입 승인 제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승인 제도를 왜 저한테 물어보세요.


번쩍, 번쩍 터지는 불빛들 하며, 질서 없이 쏟아지는 질문하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거, 좀 지나갑시다!"


그 인파를 무지막지한 덩치로 뚫어내는 고차장님. 기자들의 질문 세례를 피하고자, 나는 차장님 품에 안긴 채로 조용히 자는 척을 유지했다.


"차장님, 여기요!"


조심스럽게 실눈을 뜨자, 밴을 탄 채 소리치는 하진이가 보였다. 오랜만이네, 고차장님 전용 회사 차량.


텅-


던져지듯 실린 몸과 문이 닫히는 건 거의 동시였다. 창문 밖으로는 여전히 기자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좀비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다.


"한 말씀만 해주시죠!"


"최준성 씨! 준성 씨!"


부르릉-!!


눈앞에 사람 따위는 개의치 않겠다는 듯 사납게 울리는 엔진 소리 탓에 길을 막아서던 기자들도 얼른 자리를 비켰다.


우웅-!


"휴, 정신이 하나도 없네."


식은땀을 흘리는 고차장님이 점차 멀어지는 기자들의 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대표님 좋아하시겠네요."


"좋아하는 정도겠냐?"


백미러를 통해 하진이가 힐끗 내 쪽을 바라보았다.


"흐어엉- 수성아··· 이 못난 형을 용서해라."


"아 쫌! 수성이 무사하다니까요!"


괜히 수성이가 있는 병실에 갔다가 기자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릴 수도 있어, 결국 들리지 않고 나왔다.


"흐엉엉"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속상한 마음이 누그러드는 건 아니었다.


"어휴, 저 화상."


한숨을 푹 내쉬는 하진이 옆으로 고차장님이 라디오를 켰다.


「다른 나라에서는 개인이 던전 출입을 할 수가 있다고요?」


「네, 맞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에서는 '랭크제'를 시행하고 있죠. 기프트 등급을 포함하여 특정 성과에 따라, 개인이 던전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제도인데요. 반면 한국의 경우 개인의 역량과는 상관없이 공식 절차에 따라 허가를 받는 '승인 제도'를 채용하고 있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옛날부터 말이 많았죠?」


「제기되는 청원은 많았으나, 안전성에 대한 이유로 번번이 거절됐던 사항입니다. 하지만 이번 테트리늄 사건으로 인해 해당 제도에 대한 비판 여론이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개인의···」


틱-


"죄다 같은 내용이구만, 지겹지도 않나."


라디오를 끈 차장님이 슬슬 곁눈질하며 물었다.


"어디로 갈래? 좀 멀리 휴가라도 갈까?"


스마트폰을 켜자, 시간과 함께 오늘의 날짜가 붉은색으로 표시돼 있었다. 벌써 일요일인가.


"출근은 어떡하시려고요?"


"야! 너 위해서 연차 하나 못 내겠냐? 일이야 뭐 누구라도 하겠지!"


말하면서도 고차장님은 살살 하진이 눈치를 봤다. 가끔 보면 누가 상산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괜찮아요. 가도 기자들 귀신같이 냄새 맡고 올 텐데."


"따로 생각해 놓은 장소라도 있어?"


차장님의 물음에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병실에 있다가는 이리저리 휘말릴 것 같아서 일단 나왔을 뿐이지, 딱히 갈만한 곳을 생각해 놓은 것은 아니었으니까.


어디로 가면 시선을 피할 수 있을까? 위치를 들켜도 함부로 다가올 수 없는 곳이 있을까?


그런 장소가···.


"아."


한 군데 있구나.


"국던수로 가주세요."



+



하진이가 미간을 구긴 채 사납게 소리쳤다.


"밥 굶지 마요!"


가끔 보면 엄마 같다니까.


"챙겨줘서 고마워. 주말인데 쉬지도 못했겠네."


"이제 놀러 갈 거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땍, 땍. 소리치긴 하지만 차량의 방향은 왜인지 다시금 병원 쪽을 향하고 있었다.


'왜긴 왜겠어. 나 대신 수성이 챙겨주려는 거지.'


"휴-"


차량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쳐다보다, 뒤를 돌았다.


지잉-


주말이라 안 열었으면 어떡하지 고민했는데, 다행히 유리문에 가까이 가자 자동으로 열렸다.


하긴, 밖에서 보니까 불 들어와 있는 부서 많은 것 같더니만.


"···."


가만히 천장에 달린 CCTV를 쳐다보았다.


'정말 내 홍채까지 찍고 있는 건가?'


요리조리 한쪽씩 눈을 감았다, 떴다가 반복했지만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혼자 뭐하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시금 발걸음을 옮겼다. 주말이어서 안내 데스크에는 사람이 없었다.


'이모가 속한 부서에 대해 알고 싶은데···'


핸드폰을 열어 최근 통화목록 중 가장 윗부분에 떠 있는 번호를 클릭했다.


뚜르르- 달칵.


"아, 이모."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어···」


돌아오는 건 자동응답뿐이었다. 대체 뭘 하고 계신 걸까? USB는 뭐고, 거기엔 왜 던전 좌표가 찍혀있었을까?


그것도 노란 녀석에.


「미안하다, 준성아.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 지금, 지금. 그러니까, 일이 급해. 지금 일이 너무 급해서 빨리 가봐야 될 것 같아. 미안해.」


허둥지둥 무언가에 쫓기는 듯했던 이모의 모습이 마음에 걸린다. 생각해 보면 수성이 안부도 물어보지 않으셨다.

수성이는 나보다 이모를 거북해했다. 그래서 이모를 만나더라도 나 혼자 만날 때가 많았다.


수성이를 본 지 오래된 이모는 만나면 수성이 안부부터 물었었다.


부스럭-


바지 주머니에서 테트리늄으로 만들어진 USB를 꺼냈다. 맑은 날에 하늘보다도 영롱한 푸른빛과 기프트가 전혀 통하지 않는 결은 누가 봐도 테트리늄이였다.


'대체 뭘까.'


붕붕, 복잡한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결론적으로 동생은 돌아왔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사정이야 천천히 알아가도 늦지 않다.


USB를 도로 주머니에 넣은 채,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띵-


문이 열렸고, 안에는···


"어, 준성 씨."


국던수 홍보 및 인사팀 직원. 승무원처럼 단정하게 머리를 묶은 양민화 씨가 조금 지친 얼굴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일요일에도 출근하세요?"


양민화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하하, 네. 갑자기 일이 몰려서··· 이제 출근하시는 거예요?"


"아뇨, 그럴 리가."


던전테크에서 일할 때도 내 목표는 '추가 근무 없음'이었다. 현실과 타협하다 보니 야근을 하는 일은 종종 피할 수 없었지만, 쉬는 날 만큼은 절대 출근하지 않았다.


"잠깐 뭐 좀 가지러 왔어요."


구구절절한 상황을 다 설명하기도 뭐해서 적당히 둘러댔다.


"그러시구나, 저는 이제 퇴근하는 길이에요. 마음 같아서는 저녁이라도 하고 싶지만···"


힐끗 오후 6시를 가리키는 손목시계를 보고선, 그녀는 더욱 발걸음을 서둘렀다.


"오늘은 제가 저녁 약속이 있어서, 언제 한번 밥 한끼해요!"


어디에나 있는 그런 인사, 한국인들은 참 밥 좋아해.


"공동 구역에 있는 식당은 주말에도 24시간이니까, 한 번 들러보세요. 가성비가 괜찮아요!"


속사포처럼 말을 내뱉는 그녀가 점차 멀어져 갔다.


"그럼 다음에 봬요!"


"네, 조심히 가세요."


대답을 듣기는 한 건지, 그녀는 후다닥 국던수를 나섰다. 참 바쁘게 사는구나.


"오, 명칭 붙었네?"


저번에 왔을 때는 분명 아무 이름도 없던 자리. 엘리베이터 버튼 중 하나에는 새로운 각인이 새겨져 있었다.


「특수 실종 조사팀」


딸랑 인원 셋뿐인 조그마한 팀. 뭐면 어때? 동생도 찾았겠다. 금방 그만둘 건데.


내가 그만두면 던전테크에서 받기로 한 지원은 물 건너 가겠지만,


「대표님이··· 사진 사용 허락하셨다고···.」


알 바야? 그 영감탱이. 아무리 그래도 남의 사진을 멋대로 허락하기 있어? 나도 이제 퉤다, 퉤.


그건 그렇고,


「아직 부서 이름이 안 정해졌어요. 이번 주 중으로 정해진다네요.」


생각보다 일 처리가 빠르다 했더니. 주말까지 일 시켜서 그런 거였구만? 국립이기에 좀 다른가 했더니 여기도 뭐 비슷한가 보네.


나는 나중에 어디서 일하더라도 절대, 그런 짓은 말아야지. 내 커피집에서 일하게 되는 직원도 절대 추가 근무는 없다.


어떤 이유도 용납할 수 없다. 퇴근 시간이 되면 퇴근을 해야지! 정시 퇴근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야근도 한국에서나 어물쩍 통하는 거지, 해외였어 봐. 일을 그렇게 시키는 법이 어딨어?


띵-


목적지에 다다른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환한 사무실.


불 켜놓고 퇴근한 건가?


"전기 귀한지 모르고 이 사람들이···"


"안녕하세요."


"아익!! 깜짝이야!"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 공간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 탓에, 경련하듯 몸이 펄쩍 뛰어버렸다. 벌렁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돌린 시선 끝에는 백화연이 앉아있었다.


놀란 내 모습이 머쓱했는지 그녀는 살짝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 주말 아니야? 왜 아직도 회사에 있어?"


"자료 조사 중이었어요."


백화연은 두드리던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책상에 쌓여있는 인쇄물들을 한쪽에 정리하기 시작했다.


"너 설마···."


미처 진정되지 않은 가슴을 가라앉히며, 조심스럽게 책상에 놓인 인쇄물들을 뒤적였다.


"어이쿠야."


특징별로 분류된 파일철에는 각각 메모지가 붙어 있었다.


「인간형이면서 날개가 돋친 유형」


「인간형이면서 이목구비가 없는 항목」


「날개가 돋쳐있는 발광형」


「노란색과 관련된 종류」


내 기억이 맞다면, 이거 부탁했을 때가 금요일이었으니까···


"너 혹시 어제도 이거 조사하러 나왔니?"


백화연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이유도 용납할 수 없다. 퇴근 시간이 되면 퇴근을 해야지!」


쿡, 쿡. 아까의 생각이 부메랑이 되어 가슴을 후벼팠다.


「나는 나중에 어디서 일하더라도 절대, 그런 짓은 말아야지.」


추가 근무 없음이라는 내 지조가, 내 신념이.


「무리하지 말고, 적당히 찾아보다 가!」


분명 그렇게 말했건만··· 그래, 스무 살이 뭘 알겠어. 시키니까 그냥 하는 줄 알았겠지. 다 내 잘못이다.


"하아-"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 쉬고 있는데, 백화연이 다가왔다.


"오해하지 마세요. 아저씨 탓 아니에요."


아저씨?!


가뜩이나 흔들리고 있던 멘탈이 ‘아저씨’라는 단어에 와그작 무너졌다.

생각해 보니 내 동생보다 어리지? 스무 살이면 나랑 아홉 살 차이니까··· 아저씨가 맞나?


"하, 하하."


악의는 없어 보였다. 그래서 더욱 할 말이 없었다.


"저 그렇게 순진하지 않아요. 제가 만족스럽지 않아서 주말에 보충한 거고, 늦어도 오후 6시면 퇴근했어요."


범생이 아니랄까 봐 똑 부러지게 말을 잇는 녀석은 제법 어른인 척 굴고 있었다.


"오늘도 이만 돌아가려던 참이에요."


마지막 소리만 안 났어도, 제법 그럴듯했을 텐데.


꼬르륵-


그건 내 배에서 들리는 소리가 아니었다. 그녀를 바라보자, 순식간에 얼굴이 새빨개진 녀석은 금방이라도 얼굴이 터질 것 같았다.


"밥도 안 먹고 일하냐?"


배고프면 배에서 소리 좀 날 수도 있지, 딱히 부끄러울 것도 없다.


"아, 이건. 그, 아니에요!"


하지만 이제 막 성인이 된 녀석 입장에선 아니었나 보다. 귀까지 붉어진 녀석은 초점이 굉장히 흔들리고 있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그,. 그러니까, 소리 아니라고요!"


풉, 한껏 차분했던 녀석이 횡설수설하니 적잖게 웃겼다.


"소리가 아니면? 냄새야?"


장난스럽게 '킁킁' 냄새를 맡는 시늉을 하자, 백화연이 더욱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 어, 으."


순진하지 않다더니만··· 반응이 하도 좋아서 괜히 놀려 버렸다.


"됐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일 시켜 놓은 것 같아 미안하니까 사줄게."


뭐라고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지만, 꼬륵. 또다시 들려오는 소리에 그녀는 배를 움켜잡았다.


띵-


"얼른 가자, 마침 나도 배고파."


엘리베이터 소리에 못 들은 척하자, 녀석도 못 이기는 척 조용히 뒤를 따랐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너무도 따뜻한 응원 정말로 감사드립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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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급던전에 들어간 SS급 내 동생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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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초급던전에 들어간 내 동생(2) +2 21.05.12 1,100 3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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