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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진화 포탑만으로 일인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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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다땅
작품등록일 :
2024.09.08 05:46
최근연재일 :
2024.09.1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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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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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화-방향성(2)

DUMMY

2화-방향성(2)


「보유 골드: 1000」


「인구수: 10」


게임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내게 주어진 것은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게임의 방향성은 이것들을 사용하는 이 극초반 단계에서부터 갈리게 된다.


문제는 과연 내가 아는 게임처럼 흘러갈 것이냐는 점이다. 루나의 말대로 성을 빠져나왔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회의적이었다.


일단, 나는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부터가 너무 어색하고 이상했다.


“모두 조아려라. 이분이 바로 너희들을 다스릴 영주님이시다.”


이미 성 앞에는 10명의 남녀노소 사람들이 눈치를 보며 모여 있었다. 아무리 봐도 사람들이었다. 실제로 살아서 숨 쉬는 사람들 말이다.


나보다 한 걸음 뒤에서 따라 오던 루나가 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하게 말하자, 그들은 서둘러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집안 어르신께 세배할 때가 아니고서야 이렇게 납작 엎드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남이 나를 보며 엎드리는 경험 역시 처음이었다.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이들은 당신의 백성들이자, 당신께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하는 이들입니다. 격의 차이가 현격하니 마음껏 부리며 이용하십시오.”


루나는 그런 나를 보며 싱긋 웃어보였다. 적어도 나보다는 사람을 부리는데 익숙한 모습이었다.


하긴 그녀가 내 도우미라 일한 게 10년이니 익숙할만 하다.


“이제 와서 말하는 거지만, 지금 내 모습은 어떻게 된 거지? 내 원래 몸이 아니잖아.”


“영주님들을 본연의 모습으로 모셔오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비록 지금 영주님은 인간종을 선택하셨지만 <더 비욘드>에는 무수한 문명과 다양한 종족이 존재하니까요. 따라서 새로운 몸을 만들고 영주님들의 정신만 쏙 옮겨온 것이지요.”


마침 옆에 고여 있던 자그마한 물웅덩이.


그것을 흘끔거린 나는 루나에게 물었으나 그녀는 당연한 것이라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10년 전, 당신께서 친히 제 모습을 정해 주셨듯 이번엔 제가 감히 당신이 사용할 새로운 몸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어.”


딱히 따지고 들 수는 없었다. 어차피 지금 같은 상황에 내 겉모습 같은 건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까.


단지 나조차 모르고 있던 루나의 개인적인 취향을 알게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참 묘했다.


적어도 원래의 내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그래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마치 원래부터 내 몸이었다는 듯한 이 자연스러움이 내가 지금 원래 있던 세상과 전혀 다른 곳에 전혀 다른 존재가 되어 떨어졌다는 것을 실감나게 하는 데는 도움이 되었다.



***



“게임에서는 처음에 주어지는 사람들을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곳에 배분했다. 동시에 기본적으로 주어진 골드를 이용해서 더 많은 영주민들을 뽑고 필요한 시설을 지었지.”


“지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영주님이 유념하셔야 할 것들이 몇 가지 생겼습니다.”


엎드려 있는 영주민들을 일으킨 나는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려 했다. 게임에서 하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 순간 루나가 몇 가지 주의점을 알려주었다.


“지금 이곳이 엄연한 현실이라는 것을 생각하십시오. 게임이었다면 저 어린아이나 저 늙은 노인도 탄광 같이 힘든 일에 투입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선 그렇게 했다간 영주민이 하루만에 죽어버리고 말 겁니다.”


“그, 그런 식으로 제약이 생기면 대체 어떻게 자원을 확보하지?”


굉장히 현실적인 말에 당황한 나는 급히 영주민들의 상태를 자세히 살폈다.


무의식적으로 그들을 게임 속 유닛으로 생각해버린 처음엔 그저 10명이 있구나 싶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남자 5명 여자 5명. 이중 남자 1명 여자 1명은 허리가 굽고 머리가 백발인 노인들이었고, 남자 1명과 여자 2명은 각각 십대 중반과 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어린이들이었다.


“대신 게임과 달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내 반응을 예상 했다는 듯, 그녀는 손가락을 튕겨 내 앞에 무언가 보여주었다.


「영주성 하녀 고용: 0/1」


「영주성 하인 고용: 0/1」


「길거리 청소부 고용: 0/1」


...


주르륵 떠오르는 목록들은 영주민들을 어디에 배치할지 고르는 일종의 퀘스트였다.


게임에서는 기껏해야 농사, 수렵, 낚시, 광산 등 얼마 되지 않았던 것들이 지금은 매우 세세한 사항까지 나뉘어지게 되었다.


“그들을 일자리에 투입하면 일정량의 골드가 영주님께 들어올 것입니다. 영지를 확장하면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길 것이고, 그만큼 더 많은 골드를 벌 수 있지요.”


심지어 그들을 일자리에 배치시키고 일을 시키면 돈은 내가 받았다. 노동자의 권리 따위는 없다. 이곳은 그런 세상이었으니까.


“해보자.”


대충 이해를 마친 나는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했다.


영주민들은 내가 자신들에게 무슨 일을 시킬지 몰라 덜덜 떨고 있었지만 그들을 가혹하게 다루진 않을 것이다.


이제 그들과 나는 같은 배를 탄 신세니까.




“지금 가진 골드 1천 중 200으로 농지를 산다.”


성을 떠난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영주성과 허름한 목조 주택 몇 채가 전부인 이 마을 옆에 농지를 만드는 일이었다.


식량은 가장 중요한 자원 중 하나다. 식량이 없으면 인구수를 늘릴 수 없으니까.


농지를 만들려면 땅을 갈아엎는 것부터가 일이었지만, 다행히 이곳에선 내가 골드를 지불하기만 하면 단숨에 개간된 일정 크기의 농지 하나가 뿅 하고 튀어나왔다.


나는 그곳에 건장한 남녀 5명을 농부로 배치했다.


도저히 농사일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5명에게도 각각 일거리를 찾아 배치해 주니, 기본적으로 주어진 10명의 영주민들은 단번에 동나게 되었다.


‘이제 여기서 골드 300을 써서 영주민 30명을 더 뽑고, 남은 200, 300 골드를 써서 추가 농지와 철광산을 구매해 철을 캐게 만들면 정석인데.’


남은 800골드를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제부터는 정석과 달라질 때였다. 지금의 나는 전투 병력은 단 하나도 뽑지 않을 것이니까.


“영주민 30명을 더 소환한다. 농지도 하나 더 사고, 대신 남은 골드로 광산 대신 포탑 제작소를 구매해.”


결국 결단을 내린 나는 광산 대신 다른 것을 구매했다.


내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함이었다.


다행히 이 게임에 존재하는 하위 자원은 인구수를 늘리기 위한 식량과 마력을 다루는데 필요한 마석이 전부다.


목재, 철 등등 현실이 되었으니 실제로는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게 엄청 많겠지만...일단 시스템에 존재하는 시설을 구매하는 데는 문제없었다.


어떻게든 골드만 벌면 방어 포탑을 찍어낼 수 있다는 소리였다.


“새로운 영지민들이 소환되었습니다.”


영주민들이 소환되는 장소는 영지 중앙의 광장 비슷한 곳이었다.


문득, 이렇게 소환되는 영주민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해졌지만 지금은 그들에게 직접 물어보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기존에 있던 농지 옆에 꽤 넓은 밭을 하나 더 추가한 나는 그곳에도 5명의 건장한 사람들을 배치하고 남은 25명의 사람들에게도 나무 베기, 새로운 주택 건설 등 각자의 임무를 부여해 주었다.


“이제 남은 건...”


나는 내 앞에 푸른 마법진과 함께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건물 하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가진 특성, 「건설 가속」 덕분인지 그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포탑 제작소라는 간판을 붙이고 있지만, 이 건물은 ‘시설’이다.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조건을 충족시키는.


“이제 방어 포탑들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포탑 제작소가 만들어지는 순간 내가 볼 수 있는 상태창에는 새로운 시설물들이 활성화 되었다.


「1단계 방어 포탑」


생김새는 마치 석궁 하나를 거치대 위에 올려놓은 것처럼 생겼다.


그만큼 공격력도, 연사력도 형편없다.


게임에서 초반부터 방어 포탑에 자원을 투자하는 건 매우 비효율적인 행동이었다.


“그래도 두 개씩 나오면 이야기가 다르지.”


그걸 벌충하기 위해 가져 온 특성, 「포탑 증설」덕분에 나는 같은 가격으로 포탑 두 개를 설치할 수 있었다.




「보유 골드: 105」


“골드가 벌리고 있어.”


나는 농지에서 농사일을 하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이미 개간이 된 밭에, 주어진 종자를 뿌리면서 파종 작업을 하는 중이다.


10명에서 일하기에는 다소 좁다고 느낄 수도 있다. 이래서야 하루 만에 일을 다 끝내고 놀아나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10명을 투입한 이유가 있다. 그들이 씨앗을 뿌린 자리에서 단숨에 싹이 돋아나기 시작했으니까.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자라나기 시작한 작물들은 하루 만에 다 자라서 그 낱알을 수확하는 게 가능할 것 같았다.


아무렴 게임인 주제에 진짜 1년 동안 농사하고 있을 수는 없지.


그런데 지금 그걸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있으니 상당히 얼떨떨하다.


“이렇게 벌린 돈으로 대장간과 기초훈련장을 지어서 곧바로 병사를 양성해야 하는데...‘


이 게임에서 ‘병력’은 알파이자 오메가였다. 모든 행동이 병력을 통해서 이루어지니 말이다.


그런데 지금 나는 병력을 생산하지 않으려 한다.


하려면 할 수 있지만, 특성 3개를 싹 날려먹고 운영을 굴려봤자 내가 원하는 대로 굴러갈 리가 없다.


게임의 난이도를 생각하면, 심지어 현실이 되어 더 힘들어 졌을 것을 생각하면 필패할 것이 뻔했다.


“그렇다면 정말로 방어 포탑들을 구매하실 겁니까?”


“그래. 바로 설치한다. 10개를 채울 때까지.”


1단계 방어 포탑의 가격은 100골드. 나는 돈이 벌리는 족족, 그것들을 무려 10개나 영지 전체에 도배할 작정이었다.


‘10개면 충분해.’


극초반에 발생할 수 있는 이벤트는 방어 포탑 10개면 충분하다.


애초에 특성을 들고 오지 않으면 무려 1천 골드가 필요하다.


어지간히 미친 게 아니고서야 그 귀한 골드를 그렇게 낭비할 이유가 없다.


“어느 곳에 설치하실 생각이십니까?”


“성에 4개. 마을에 6개.”


루나의 질문에 칼 같이 답했다. 이미 어디에 지을지는 생각해 둔 상태였다.


나는 영주민들의 노동을 통해 골드가 모이는 대로 그녀와 함께 성,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포탑들을 설치했다.


「건설 가속」과 「포탑 증설로」 작업 자체는 굉장히 빠르게 끝났다.


푸르게 빛나는 마법진에서 성인 남자만한 크기의 포탑이 쑥 하고 그 모습을 드러내는 건 확실히 신비로웠다.


그 광경을 흘끔거리는 영주민들의 시선이 매우 신경 쓰였지만, 익숙해져야 할 일이라 생각하고 애써 태연한 척 굴었다.


“무슨 소리지?”


희미한 비명 소리가 들려온 것은 내가 마을에 약 4개의 포탑을 설치했을 때였다.


슬슬 해가 져가는 시점, 별 생각 없이 고개를 돌린 나는 숲에서 달려오는 사람들을 보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영주님! 습격자들입니다!”


루나가 굳어버린 내 어깨를 덥석 잡고 흔들었다.


내가 숲으로 가서 도구를 만들거나 장작으로 쓸 나뭇가지를 주워 오라 시킨 사람들을 쫓고 있는 것은 괴성을 지르는 한 무리의 초록색 괴물들, 고블린들이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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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화-방향성(5) +1 24.09.12 353 8 12쪽
4 4화-방향성(4) +1 24.09.11 381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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