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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진화 포탑만으로 일인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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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다땅
작품등록일 :
2024.09.08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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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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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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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3화-방향성(3)

DUMMY

3화-방향성(3)


“저 개자식들이...”


<더 비욘드>에 등장하는 저 고블린들은 무차별적으로 주변을 공격하는, 하급에 속하는 중립 몬스터중 하나다.


게임 초반에는 지겹게 마주칠 수 있는 적 중 하나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첫날부터 마주친다는 건 그만큼 지금 내 운이 더럽게 없다는 증거였다.


만약 정상적으로 진행했던 게임이었다면 무장한 병력도 없는 지금은 그냥 깔끔하게 포기하고 재시작을 해야 할 정도다. 다음엔 이런 일 안 벌어지게 빌면서.


“영주님, 어서 영주민들을 대피시키십시오.”


하지만 지금은 리셋 후 재시작 따위는 불가능하며, 다행스럽게도 몰려오는 적들에게 대항할 방법도 존재했다.


“모두 물러서! 성 안으로 피해!”


루나의 말에 정신을 차린 나는 급한 대로 나무 몽둥이라도 들고 저항하려는 영주민들을 말렸다.


설령 싸울 수 있다 해도 그들이 조금이라도 다치거나 죽으면 손해 보는 건 나다.


어차피 지금 미리 만들어 둔 방어 포탑이 무려 6개나 있다. 내가 가져 온 특성 덕분에 지금 시점에서는 만들 수 없는 숫자였다.


그것들을 모두 동원하면 기껏해야 열댓 마리에 불과한 저 고블린 무리는 쫓아낼 수 있을 것이다.


“배치한 방어포탑을 모두 해제해.”


우리를 만만히 보고 있는지, 고블린놈들이 조잡한 무기를 휘두르며 자기들보다 숫자가 많은 우리에게 거침없이 달려오는 그때.


나는 성에 배치한 방어 포탑과 마을에 배치한 방어포탑을 모두 해제했다.


이제 나는 이미 완성해 둔 6개의 방어 포탑을 내 마음대로 설치할 수 있다.


영주민들이 기겁해서 뒤쪽으로 도망치는 사이, 역으로 앞으로 나선 나는 그것들을 놈들이 달려오는 길목에 일렬로 설치했다.


“설치가 완료되었습니다. 어서 공격 명령을 내리시죠.”


“바로 쏴버려!”


아직 도망치는 이들이 고블린들 바로 앞에서 달려오는 중이었지만 나는 루나의 재촉을 듣고 방어 포탑들의 명중률을 믿고 사격을 지시했다.


그러자 일제히 쏘아지는 석궁의 화살들이 허공을 가르며 쏘아지기 시작했다.


“---!”


그렇게 날아간 화살들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사람들의 뒤를 쫓던 고블린들의 몸에 틀어박혔다.


일격에 동료들이 살해 당하자 당황한 고블린들이 비명을 지르며 멈칫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내 예상대로 방어포탑들의 명중률은 나쁘지 않다. 게임에서는 빗나갈 일도 없었겠지만, 6발 중 4발은 적들에게 제대로 명중했다.


‘연사력 나쁘지 않군.’


게다가 적어도 사람이 쏘는 것보다 재장전과 발사가 빨랐다.


위력 자체는 평범한 석궁 수준이라 해도, 제대로 된 방패도 갑옷도 입지 않은 일개 야생 고블린 따위에게는 이걸로 충분하다.


연달아 날아가는 화살들이 또 다시 여럿의 고블린들을 바닥에 눕혔다.


그러는 사이, 달려오던 생존자들은 숨을 헐떡이며 내 코앞까지 도달했다.


“여, 영주님...!”


“어서 뒤로 피해.”


머리 위에 [한스]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는 젊은 남자가 여기 저기 긁힌 몸으로 나를 보며 덜덜 떨었다.


뭔가 감격이라도 받은 것 같지만 그와 오래 이야기 할 시간은 없었다.


손을 저어 그를 뒤로 보낸 나는 이제는 뒤로 돌아 도망치기 시작한 소수의 고블린들을 바라보았다.


‘추격은 불가능하겠지. 그나저나 고블린들이 등장한 건 근처에 놈들의 둥지가 있다는 뜻인데...’


포탑의 단점 중 하나다. 사거리 밖에서 도주하는 적을 빠르게 쫓는 게 불가능하다.


안정성과 화력을 손에 넣은 대신, 기동성을 완전히 상실한 것이 바로 방어 포탑.


오직 그것만 써서 게임을 돌파해야 하는 지금의 나는 기본적인 전략 자체를 다르게 짜야 했다.




“다치거나 죽은 사람이 총 몇이지?”


“놈들의 기습으로 나뭇가지를 줍던 믹이 죽었습니다. 다리를 삐거나 긁힌 사람들은 있어도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사람은 없습니다 영주님.”


일시에 소집한 포탑들을 다시 사방을 경계할 수 있는 원래 위치로 돌린 이후.


나는 떨고 있는 영주민들에게 다가갔다. 피해 상황을 알기 위해서였다.


게임과 달리 인터페이스 딸깍으로 현황을 아는 건 불가능했으니, 직접 그들에게 물어보고 살펴야 했다.


그러자 [알베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중후한 인상의 남자 한 명이 대표로 나서 이미 파악하고 있던 상황과 현재 인원에 대해 알려주었다.


“뛰어나군.”


그 보고를 듣고 작게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필요한 순간에 알아서 판단하고 신속하게 일을 처리했으니 말이다.


새삼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사람들이 일개 데이터 따위가 아님을 되새기는 순간이었다.


“알베르 당신은 나를 좀 봐야겠어.”


다른 사람들에게 부상자를 치료하고 각자의 집으로 가서 쉬라는 지시를 내린 나는 알베르를 데리고 성으로 돌아왔다.


풍기는 분위기도 그렇고, 그는 아는 게 꽤 많아 보였으니 뭔가 대화가 잘 될 것 같았다.


이참에 그에게 이야기를 들어 볼 생각이었다. 나와는 또 다른 이 게임의 피해자, [영주민]들의 이야기를 말이다.


“차라도 내올까요?”


“그런 게 있어?”


“그리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영주의 성이니 있을 건 있습니다.”


어색한 분위기에 내 옆에 붙어 있던 루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농기구 하나 없던 현실에 어처구니없어 하던 게 오늘 낮이었는데 막상 성에는 별게 다 있었다.


“그렇게 해.”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루나가 싱긋 웃더니 자리를 비켜주었다.


덕분에 알베르와 둘만 남은 나는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그냥 먼저 입을 열었다.




“당신은 뭐 하던 사람이었지?”


“어떤 왕국에서, 어떤 영주를 모시던 집사로 일했었지요.”


알베르는 숨기는 것 없이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애초에 내 ‘명령’이니까 그에겐 거부권이 없었다.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한 입으로 두 말 할 수 있는 바깥세상과 달리, 이 세상은 철저하게 영주에게 복종해야 하는 곳이었으니까.


“그러던 중 가문이 멸문하는 과정에서 쳐들어 온 적들의 활에 맞아 죽었습니다. 다시 살고 싶냐는 누군가의 음성에 대답했고, <더 비욘드>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의 증언을 통해 이 게임이 정말로 살아 있는 사람들이나 마찬가지인 영주민들을 어디서 수급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들 모두 다른 세상에서 살던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다시 되살려준다는 말 한 마디에 일개 [영주민]이 되어 게임에 참가했다.


“아시겠지만 저희는 영주님께 몸도 마음도 바쳐야 하는 이들에 불과합니다.”


“알고 있어. 그보다 다들 원래 하던 일들이 있다면 내 임의로 작업에 투입하는 것보다는 직접 물어보는 게 낫겠군.”


당장 눈앞에 있는 알베르만 해도 글을 읽고 쓸 줄 알고 셈을 할 수 있는 뛰어난 자원이었다. 이런 사람을 일개 청소부나 나무꾼으로 쓸 수는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할 일이 많은 내가 계속 늘어날 영주민들의 개인 사정을 내가 일일이 체크하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


“당신이 성의 집사가 되어 그 일을 대신 해줬으면 하는데. 충분히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보여.”


그래서 능력 있는 대리인이 필요했다. 마침 전직 집사이기도 한 알베르는 딱 알맞은 인재였고, 그는 기꺼이 하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부족한 몸이지만 영주님께서 시키신 일,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혹시 눈치 챘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다른 영주들과 달라. 영주민들을 싸움터로 몰아넣는 일은 하지 않을 거다.”


“그 신묘한 석궁들을 말씀이시군요.”


“맞아. 딱히 내가 원해서 이러는 건 아니지만...아니, 원해서 이렇게 된 게 맞나? 어쨌든.”


그래도 내게 소환되는 영주민들은 운이 좋다고 생각해도 된다. 내가 그들을 각종 전투병으로 만들어서 굴려 먹진 않을 테니까.


전투는 오직 방어 포탑들이 전담한다. 공격이든 방어든.


“대신, 노는 사람 없이 모두 열심히 일해야 할 거야. 모두가.”


“물론입니다.”


대신 나는 전투병으로 쓸 영주민들까지 모조리 생산에 투입할 작정이었다.


생산에만 투입하는 만큼 더 많은 골드를 벌 수 있고, 더 빠르게 영지를 확장하고 더 많은 영주민들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그때까지 우리를 지켜 줄 방어포탑은 원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한계가 드러나는 게 문제였는데 나는 그 문제를 내가 가진 고유한 특성을 사용해서 해결할 작정이었다.


「보유 골드: 125」


늦은 밤인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누군가 일을 하고 있고, 골드가 벌리고 있다.


원래 목표로 했던 포탑 10개를 다 채우고 나면 한 번 그 특성을 써서 포탑을 업그레이드 할 것이다.




“알베르는 경력직이니까. 알아서 잘 하겠지. 아마 네게도 많이 찾아가지 않을까?”


“그렇습니다. 알단 이 성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는 건 저니까요. 상관없습니다. 이런 옷을 입고 있어도...알베르 역시 제가 일개 하녀가 아니란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루나가 가져 온 찻잔을 비운 나는 자리를 떠나 쉬러 간 알베르의 빈자리를 보며 피식 웃었다.


지금 그녀가 걸치고 있는 메이드복, 커스터마이징 하던 10년 전의 내가 입혀 놓은 것이다.


단아하고 정갈한 메이드복이 아니라 프릴이 달리고 길이가 짧은, 흔히 코스튬이라 부를 만한 옷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뭘 입고 있든 신경도 안 쓰는 것 같지만.


“알베르의 말대로 영주민들이 원래 다른 세상에 살던 사람들이라면 그 사람들도 비슷하겠네. 영웅들 말이야.”


“맞습니다. 희귀, 영웅, 전설급으로 나누어지는 특별한 유닛, 영웅들 역시 영주민들과 비슷할 것입니다.”


화제를 바꾼 내 말에 루나가 눈을 반짝였다.


게임엔 병력으로 칠 수 있는 이들 중 직접 생산하는 이들 말고도 다른 종류의 병력이 존재했다. 용병과 영웅들이다.


용병들은 골드를 주고 고용하는 이들이었고, 영웅은 조금 특별한 힘을 지닌 이들이다. 그들은 직접 생산하는 게 불가능하다.


영지를 확장하면서 직접 조우하거나 영지민 중 하나가 우연찮게 각성하는 것을 기다려야 했다.


‘굳이 그들까지 거를 이유는 없지. 영웅들은 특성과는 무관하니까.’


방어 포탑에 올인하기로 결정했지만 획득하는데 별다른 자원을 투자하지 않아도 되는 이들까지 거부할 이유는 없어 보였다.


어떤 영웅이 등장할지는 매번 달라져서 과연 누굴 만날 수 있을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게임을 하다보면 반드시 만나게는 되어 있었다.


“이제...자야겠어.”


“편하게 쉬십시오. 혹시 영지에 무슨 문제가 있거든 제가 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


문득 피곤함이 강하게 몰려왔다. 퇴근하고 저녁에 게임을 켰다가 이 세상에 끌려오고 한나절이 지났으니 거의 24시간 넘게 깨어 있는 상태였다.


긴장하고 있던 것도 다 풀려서 그런가, 눈이 미친 듯이 감겨왔다.


그녀가 안내해 준 침실은 화려하기 짝이 없다. 원래 내가 쓰던 침대가 두 개는 들어갈 법한 커다란 침대.


뒤 돌아 볼 것 없이 바로 그곳에 뛰어들어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혹시 잠에서 깨어나면, 모든 것이 한바탕 꿈이라 다시 내 자취방에서 눈뜰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


그러나 문득 잠에서 깨어나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자취방이 아닌 어제 밤 잠든 영주의 방에서 눈떴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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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화-화력(1) +1 24.09.13 349 9 12쪽
5 5화-방향성(5) +1 24.09.12 366 8 12쪽
4 4화-방향성(4) +1 24.09.11 393 9 12쪽
» 3화-방향성(3) 24.09.10 422 9 11쪽
2 2화-방향성(2) 24.09.09 474 11 11쪽
1 1화-방향성(1) 24.09.08 665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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