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님의 서재입니다.

무한진화 포탑만으로 일인군단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하늘바다땅
작품등록일 :
2024.09.08 05:46
최근연재일 :
2024.09.19 15:10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4,679
추천수 :
118
글자수 :
68,456

작성
24.09.08 15:15
조회
667
추천
12
글자
11쪽

1화-방향성(1)

DUMMY

1화-방향성(1)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나, 나는 분명...”


“너무 놀라실 필요 없습니다. 이 모든 것은 현실이며 잘못된 일도 아니니까요.”


그녀는 태연하게 답했다. 하지만 미친 소리였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안 놀랄 수 있단 말인가.


지금 내 목소리가 생각보다 차분해 보이지만 그저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고 어안도 벙벙해서 넋이 나갔을 뿐이다. 스스로도 직감하는데, 아마 조금 있으면 과호흡이 올지도 몰랐다.


“난 퇴근하고 게임이나 하려고 했어. 옷 벗고, 씻고, 컴퓨터를 키고, 게임을 실행하고. 그리고...”


“맞습니다. 게임.”


“그런 식으로 말해주면 아무것도 이해 못할 것 같아.”


조금씩 숨이 가빠지는 게 느껴진다. 놀라서 얼어 버리는 단계가 지나고, 공포에 빠지는 단계가 찾아오는 것이다.


그렇게 되기 전에 정신을 차리려 애쓴 나는 스스로의 뺨을 후려쳤다.


그러자 앞에 서 있던 그녀가 피식 웃는 모습이 보였다.


“루나.”


“그렇습니다. 바로 그것이, 그 이름이 당신이 일개 도우미인 제게 붙여주신 이름이지요.”


내가 멍하니 부르자 그녀가 기쁘다는 듯 손을 모으고 공손하게 인사했다.


메이드 복을 입고 있는, 은발 금안의 아름다운 여인.


분명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더더욱 혼란스럽다.


루나는 게임에 등장하는 플레이어의 조력자다.


게임에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는 플레이어 대신, 게임의 진행과 전반적인 관리를 맡아주는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유저들은 이 조력자들을 자기 마음대로 커스터마이징하고 이름도 붙일 수 있었다.


10년 전, 내가 아직 학생이던 시절 생성한 조력자인 루나는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와 무수한 생사고락을 함께했다.


“역시 꿈을 꾸는 건가?”


“꿈이 아니란 사실은 이미 알고 계실 텐데요. 제가 볼을 꼬집어드리기라도 할까요?”


그러나 요망하고 아름다운 눈웃음을 짓는 그녀와 이렇게 직접 눈을 마주치고 대화를 나눈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녀는 게임에 존재하는 데이터일 뿐이니까.


“진정한 게임이 시작되었다고 말씀드리면 어떻습니까. 지난 10년의 세월은 그저 준비운동이었을 뿐. 지금 영주님 말고도 무수한 이들이 자신들의 영지에서 조력자들을 만나고 있을 겁니다. 이러면 위안이 조금 되십니까?”


“다른 사람들도 나랑 똑같은 상태라고?”


내가 여전히 굳어 있으니 그녀는 더 충격적인 이야기를 해주었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이 비현실적인 일을, 다른 사람들도 함께 겪고 있다.


증명할 방법 하나 없는 그저 말 한 마디일 뿐인데 신기하게도 마음이 조금 진정되었다.


“조금 자세히 듣고 싶은데.”


덕분에 나는 그녀에게 먼저 설명을 요구할 수 있었다.


여전히 제정신이라고는 말 못하겠지만 적어도 뭐라도 듣는 게 울며불며 떼쓰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이미 상식을 아득하게 벗어난 상황이라 이제 무슨 말이 나와도 별로 놀라지 않을 것 같았다.




“<더 비욘드>는 단순한 게임이 아닙니다. 무수한 이들과 무수한 세상이, 무수한 가능성을 걸고 펼치는 결투죠.”


그녀는 내가 10년 간 즐겨 온 게임이 사실은 평범한 게임이 아니라는 말로 입을 떼었다.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감히 그녀의 말을 끊지는 못했다.


“이제 그간의 시험은 모두 끝났고, 자격을 증명한 영주들의 진정한 경쟁이 시작됩니다. 아마 상당히 어렵고 당황스러울 겁니다. 자신이 직접 ‘영웅’ 중 하나가 되어 영지를 다스리고 땅을 개척해야 하니까요.”


그녀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옆에 있던 창가로 걸어가더니, 그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내 자취방이 아니었다.


나름 정갈하면서도 고풍스러운 성에 위치한, 영주의 ‘의자’가 있는 접견실이었다. 천장은 높고 샹들리에가 반짝였다. 바닥에 깔린 붉은 융단도 고급스러운 물건이었다.


자연스럽게 내 고개도 루나를 따라 이동했다.


창 밖에 펼쳐진 풍경은 게임에서 보던 것과 비슷했다.


단지 지금은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게 아니라 직접 그 안에 들어왔다는 게 문제였다.


“그래도 많은 부분은 직접 해보셨던 ‘게임’과 비슷할 겁니다. 제가 잘 도와드릴 테니 이번에도 부디 경쟁에서 승리하시길.”


“게임과 비슷하다고? 그럼 패배하면 어떻게 되지?”


“패배 조건이라면 잘 아시지 않습니까? 게다가 현실에서는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을 겁니다.”


내 말을 들은 그녀가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내 눈앞이 캄캄해졌다. 게임에서 패배 조건은 결국 단 하나 뿐이다. 적에게 지는 것이다.


게임에서는 거기서 끝나고 말았지만, 만약 그녀의 말대로 ‘현실’인 이곳에서 패배한다면 그 비참한 말로는 생각하기도 싫다.


“내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승리자가 되는 것뿐입니다 영주님. 승리하기만 하면 모든 것을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힘, 영광, 명예 그 모든 것을. 당연히 집으로 돌아가시는 것도 할 수 있죠. 이곳에서 얻은 모든 것을 가지고.”


혹시나 해서 물어본 질문의 대답은 뻔했다.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어도 이미 완전히 바뀌어버린 내 현실은 차갑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지금 모든 것이 영주님께서 익숙한 조건이라는 겁니다. 매번 하시던 맵, 매번 하시던 종족, 매번 하시던 문명 아닙니까? 이 조합에서 영주님의 승률은 95% 이상. 그동안 질려서 안 하시던 조합을 용케 다시 들고 오셨습니다.”


“그게...”


루나는 나를 위로하려는 것인지 분명 사실인 것들을 언급했다.


다양한 문명, 다양한 세상, 다양한 종족을 플레이 할 수 있는 <더 비욘드>에서 취할 수 있는 전략은 적지 않았고, 나는 그중에서 직접 개발한 필승 전략 하나도 들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루나의 착각과 달리, 오늘 내가 게임을 켜고 하려던 건 평범한 플레이가 아니었다.


“전투 유닛 생산 안 하기 챌린지? 그게 대체 무슨?”


마침내 만났다며, 자신이 나를 불렀다며 시종일관 여유롭게 굴던 루나의 얼굴이 처음으로 하얗게 질렸다.




“그게 말이 됩니까? 이 게임은 자신이 육성한 대규모 군단을 지휘하여 전쟁을 벌여야 하는 게임입니다. 그, 그런데 전투 유닛을 단 하나도 생산하지 않고 대체 어떻게 승리할 수 있죠?”


“방어 시설로만.”


낭패라는 듯한 그녀의 반응에 나는 작게 탄식했다.


다른 전략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이 게임에도 공격 유닛과 방어 시설이 각기 존재한다.


내가 이번에 해보려고 마음먹은 기행은 유닛은 뽑지 않고 오직 방어 시설만 지어서 다른 이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었다.


그걸 위해서 나는 기본적으로 들고 시작하는 모든 특성을 바꾸고 왔다.


유닛에는 전혀 투자하지 않고, 오직 건물과 포탑에만 투자하는 특성들이었으니 내가 기존에 정립한 정석적인 공략과는 완전히 맞지 않았다.


“직접 특성창을 확인해 보십시오.”


루나는 내게 사용할 수 있는 게임의 인터페이스에 대해 알려주었다.


달라지는 부분도 있지만 게임과 같은 부분도 분명 있었다.


그렇게 내 눈앞에 반투명한 창 하나가 열렸다. 원래는 모니터 속에 있어야 할 물건이었다.


「건설 가속 LV 1: 건설 시간을 가속합니다」


「포탑 증설 LV 1: 1단계 방어 포탑을 2개씩 건설할 수 있습니다」


「건물 내구도 증가 LV 1: 특정 시설에 마력 방어막을 제공 합니다」


모든 플레이어는 기본적으로 3개의 특성을 선택해서 게임을 시작할 수 있었다. 무수한 특성들을 어떻게 조합해서 사용할지도 자신의 마음이었다.


가령 내가 원래 사용하던 「마력의 샘」이라는 특성은 영지에 마시면 마력을 각성할 수 있는 신비로운 연못을 만들 수 있는 특성이었다.


하지만 지금 내가 가져 온 세 가지 특성은 거의 사용해 보지 않았던, 순수하게 챌린지에 도전하기 위해 가져 온 것들이었다.


‘망했다.’


처음부터 제대로 꼬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으로도 클리어 못해 본 챌린지를, 목숨 하나 짜리 현실에서 해야 할 지경에 처했으니.


“혹시 모르는 일입니다. 영웅 특성도 확인해 보십시오. 신화급 영웅이 되어 게임에 참여하는 영주들은 그만큼 특별한 특성을 하나씩 들고 게임에 참여합니다.”


다만 루나가 아직 믿을 구석이 하나 더 있다고 동아줄을 내려주었다.


「아키텍트(EX): 상위 티어 방어 포탑 전 종류 개방」


“이건 뭐지?”


그녀의 말대로 나 자신의 힘을 확인해 본 순간.


나는 지난 10년 간 게임을 하면서 한 번도 보지 못한 스킬을 보고 당황했다.




“신화급 영웅은 본래 게임에 존재하지 않은 이들이지요.”


“그렇지. 희귀, 영웅, 전설 세 등급뿐이었으니까.”


“영주님들은 최초의 신화급 영웅인 셈입니다. 당연히 그만큼 특별한 힘을 품고 있죠.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달렸지만.”


다행이라 해야 할지 불행이라 해야 할지. 나는 새롭게 얻은 신화급 특성도 처음부터 노리고 있던 방어 포탑과 관련되어 있었다.


아니, 애초에 마치 내 사정을 다 알고 고의로 이런 힘을 준 것일지도 몰랐다.


‘상위 티어 방어포탑들이라. 직접 본 적은 한 번도 없지만 만약 투자하는 값만 제대로 해준다면 혹시 몰라.’


나는 내 눈앞에 주르륵 떠오르는 목록들을 보고 마른침을 삼켰다.


본래는 게임에 존재하지 않았던 무수한 종류의 방어 포탑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대체 그 진화의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단계가 올라갈 정도였다. 이 모든 것을 오직 나 혼자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잠시 소름이 돋았다.


“어떠십니까. 무언가 방법이...생각나십니까?”


“그래. 정말 방법이 이것밖에 없다면 할 수밖에 없지.”


그래도 덕분에 나는 혼란스러움과 어지러움을 가라앉히고 정신을 잡는데 성공했다.


패배하면 모든 걸 잃고 비참하고 끔찍한 말로를, 승리하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지옥의 경쟁.


이미 거기 한 번 빠진 이상 빠져나갈 구멍은 없다. 그러니 승리를 노리는 것만이 유일한 선택지였다.


“내가 해야 할 일은 게임과 똑같나?”


“그렇습니다. 다만 그 방식이 좀 다를 수 있으니, 제가 옆에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심지어 이미 게임이 시작되었다면 이런 사소한 시간조차 함부로 낭비할 수 없었다.


특히 초반 단계에서는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사소한 위험에 그대로 당해버릴 수 있으니까.


최대한 빨리 기초적인 방어 준비는 해둬야 했다.


‘처음에 할 일은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자원으로 기반을 마련하는 일.’


어느 문명, 어느 종족을 플레이 하든 효율적인 자원 생산과 배분이 가장 중요했다.


그리고 그 자원에는 다름 아닌 사람도 포함된다.


기본적인 [영주민] 신분인 이들을 다양하고 특화된 직업으로 배치해서 육성하는 것이다.


“그럼 그들을 만나러 가시죠. 그들은 당신에게 복종해야 하는 이들입니다.”


“응?”


하지만 현실에서의 운영은 게임과 좀 달랐다.


그저 마우스로 딸깍딸깍 하는 게 전부가 아니었던 것이다.


지금 내 시야 한쪽에 표시되고 있는 인구수 10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나는 사람들을 만나러 가자는 루나의 말에 당황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한진화 포탑만으로 일인군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 13화-앞서가는 자(3) NEW +1 14시간 전 132 7 12쪽
12 12화-앞서가는 자(2) +2 24.09.18 242 9 11쪽
11 11화-앞서가는 자(1) +1 24.09.17 289 8 12쪽
10 10화-화력(5) +1 24.09.16 325 9 12쪽
9 9화-화력(4) +1 24.09.16 336 9 12쪽
8 8화-화력(3) +1 24.09.15 336 8 11쪽
7 7화-화력(2) +1 24.09.14 343 10 12쪽
6 6화-화력(1) +1 24.09.13 350 9 12쪽
5 5화-방향성(5) +1 24.09.12 366 8 12쪽
4 4화-방향성(4) +1 24.09.11 395 9 12쪽
3 3화-방향성(3) 24.09.10 423 9 11쪽
2 2화-방향성(2) 24.09.09 475 11 11쪽
» 1화-방향성(1) 24.09.08 668 1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