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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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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추리

머리별
작품등록일 :
2020.01.08 19:45
최근연재일 :
2021.08.07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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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01.12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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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DUMMY

ㅡ 그렇... 다... 우리는 악신을 섬기는 탐욕의 형제들...


망자에게 술사의 명령을 거부할 권리따윈 없다.

망자는 뼛속이 시려오는듯한 목소리를 울리며 마벨의 물음에 답했다.


‘이 근방은 탐욕 지파의 녀석들이 관리하는 지역이었던건가.’


신성 라그나리온 왕국의 땅은 드넓기에, 사교도들은 여러개의 내부 조직을 두는 방법으로 활동하는 구역을 나누었다.

그것이 브룬헬교의 일곱 지파 ㅡ 오만, 나태, 색욕, 질투, 분노, 탐욕, 폭식.

각 지파마다 소속원들의 특징과 활동 방법에는 꽤나 큰 차이가 존재했다.

향후 놈들을 추격하는데 분명한 도움이 되는 정보였다.


“너희들의 목적은 무엇이지?”

ㅡ 고대 흑마법 유물에 숨겨져있는 힘을 손에 넣어...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을 완수하는 것...


이녀석이 말하는 사명이 무엇일지야 뻔한 얘기였다.

사회 부적응자들의 모임인 만큼 악신의 부활이라느니, 왕국의 멸망이라느니, 별 시덥잖은 목표를 가지고있겠지.

그러나 지금의 마벨에게 필요한건 그런 허무맹랑한 정보가 아니었다.


“이곳에 있던 네놈의 동료들은 어디로 간거야?”

ㅡ 크큭... 동료...? 우리에게 그런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가 한뜻으로 브룬헬님을 섬기는 일심동체의 형제들...

“...그래. 니 형제들이 어디로 이동한건지 말해.”

ㅡ 불청객이 찾아왔다는 첩보를 듣고 미리 다른 은신처로 피신했다...


서로를 형제로 여기기 때문에 조직을 지파(支波)로 구분한거였나.

아무튼, 사교도들의 끈끈한 가족관계는 둘째치고.

방금의 짧은 문답 속에는 마음에 걸리는 내용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우선 첫번째.


“그 은신처란건 이곳을 말하는건가?”


마벨이 붉은색 원이 그려진 지도를 들이밀며 말했다.

시체는 안광을 빛내며 지도를 확인하고선, 어깨를 들썩이며 가벼운 조소를 내뿜었다.


ㅡ 크크크... 나태와 질투의 머저리들이 머물고있는 남부로군... 우리의 근거지인 서부를 놔두고 굳이 다른 곳에 은신처를 마련해둘 이유는 없지... 탐욕의 성과를 그런 쓰레기들과 나눌 이유는 하등 존재하지 않으니까...


역시 지도는 함정이었던 모양이다.

그렇다는건 즉, 지금부터 물어볼 두번째 질문의 답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는 뜻이었다.


“네가 언급한 첩보 속 불청객은 날 두고 하는 말이었겠군.”

ㅡ 그렇다... 브룬헬님의 품에 안기지 못한 불쌍한 존재... 흑마법이라는 축복을 받았음에도 왕실의 개를 자처하는 어리석은 자...


마벨의 신상에 대해 놈들은 이미 정확하게 파악하고있었다.

이걸로 내통자가 있다는 사실은 확실해진 셈이다.

역으로 내통자의 신원을 파악해낼 수만 있다면 이 지역의 사교를 소탕해내는 데에 써먹을 수 있을 터.

그렇기에 마벨은 곧바로 내통자에 대한 질문을 던졌으나, 망자는 다소 아쉬운 답변을 내뱉었다.


ㅡ 정보를 제공한 것은 지파장이지만... 그가 누군지는 아무도 모른다... 서로의 신원은 철저하게 감추고 있으니...

“지파장?”

ㅡ 그래... 그저 실력있는 마법사이지 않을까 추측하기만 할 뿐... 그자의 이름, 얼굴, 능력... 그중 무엇하나 밝혀진 것이 없다...


마법사라.

내통자는 마탑에 있었던건가.

에나브의 앞에서 망자를 취조하지 않은 것은 올바른 선택이었다.

어쩌면 에나브가 사교도일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을테니까.


‘마탑 전체가 사교도의 소굴로 변질되어있을 확률은...’


너무 지나친 가정이라는 생각에 고개를 저었다.

사교에 그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면 이렇게 음지로 숨어들 필요가 없었겠지.

마탑을 지원하는 왕실 또한 무언가 이상함을 눈치챘을테고.

아마 내통자의 수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 틀림없었다.


“으윽... 슬슬 끝내야 할 시간인가.”


지금 이 순간에도 망자의 자아를 유지시키기 위한 생명력 소모는 계속되고있었다.

계속해서 피를 흘린 탓에 현기증이 발생하기 시작한 상태.

슬슬 멈추지 않는다면 이후의 행동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마벨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망자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마지막 명령을 내리겠다. 지금 현재 형제들이 피신해있는 은신처의 위치를 지도에 표시해.”


스윽ㅡ

피묻은 망자의 손가락이 지도 위에 커다란 X자를 그려넣었다.

두 개의 선이 겹쳐진 점은 여전히 칼라모르의 경계 안쪽에 위치해있었다.

남부로 이동하기는 커녕, 그리 멀리 가버린 것조차 아니었다.


‘좋아. 이정도면 필요한 정보는 다 얻었나.’


나름 만족하며 스킬 발동을 종료하려던 찰나.

문득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 마벨은 망자에게 또 하나의 물음을 던졌다.


“넌 왜 이곳에서 죽어있던거지? 내가 오기 전에 누군가의 습격이라도 당했던건가?”


이어지는 망자의 대답에, 마벨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사교에는 죄다 정신병자들밖에 없다는 마벨의 인식이 한층 더 강해지는 순간이었다.


ㅡ 크큭... 혼자서 유물을 독차지하려다 지부장에게 그만 당해버리고 말았지... 나는 탐욕의 화신 브룬헬님의 가르침을 따랐을 뿐인데 말이야... 크크크...




***




망자를 대상으로 한 심문을 끝낸 후.

마벨은 황급하게 붕대를 휘감아 손목을 지혈했다.

늘상 가지고다니는 지혈제를 붕대 위로 붓고선, 잠시 자리에 주저앉아 머릿속에 새롭게 주어진 정보들을 정리해보았다.


‘새로운 은신처의 위치는 파악했고, 내통자가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어.’


질겅질겅.

중간중간 약초를 씹어가며 생명력의 보충도 빼먹지 않았다.


‘그럼 뭐... 고민할 것도 없겠네.’


그렇게 얼마간의 휴식을 취한 뒤, 마벨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 지도를 꺼내들었다.

망자가 표시한 장소는 마벨이 서있는 바위산에서 그리 멀리 떨어진 곳은 아니다.

사교도들은 방해꾼이 사라졌겠거니 여기며 방심하고 있을게 뻔한 상황.

지금이야말로 속전속결이 필요한 때였다.


다시 한번 어둠 속에 몸을 숨긴 마벨은 곧장 사교도들의 두번째 은신처로 달려갔다.

녀석들이 은신처를 감추는 수단은 이미 한번 경험해보았다.

마벨은 손쉽게 결계를 찾아내고선 유유히 은신처의 내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너, 넌 누구냐?”

“침입자 발생! 모두 집합해!”


검정색 가면을 쓴 열댓명의 무리들.

뜻밖의 침입자를 마주한 사교도들은 제각기의 무기를 든 채 전투를 개시했다.


‘이들중에 마법사는 없어. 지파장은 다른 곳에 있는건가.’


마벨 또한 두 손 가득 검은 마력을 끌어모으며 자세를 갖추었다.

사교도 무리의 공격 방법은 다양했다.

검을 든 자도 있었고, 후방에서 화살을 쏘는 자도 있었으며, 자기 몸체만한 둔기를 휘두르는 자도 있었다.

그러나 탐욕 지파에 속해있는 이들에게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으흐흐, 브룬헬님을 위한 산 제물로 삼아줄테다!”

“다들 저리 꺼져! 은총은 내거야!”


그것은 바로, 공을 차지하기 위한 의욕이 넘치다 못해 서로 충돌한다는 점.

탐욕에 사로잡힌 탓인지 개개인의 무력은 상당히 뛰어난 편이었으나, 이곳 은신처처럼 좁은 공간에서는 서로간의 방해만 될 뿐이었다.

마벨을 향해 쏘아진 화살이 바로 뒤에 있던 사교도의 자세를 무너트렸다.

마벨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마력으로 이루어진 검은 칼날을 꺼내들어 심장에 찔러넣었다.


“라이징 데드, 데스 나이트.”


ㅡ 그어어...


피를 토하며 쓰러진 사교도에게 편히 누워있을 시간따윈 주어지지 않았다.

강제로 일으켜진 시체는 그 즉시 마벨의 편이 되어 무기를 휘둘렀다.


“젠장... 흑마법사 놈은 남부로 보내버린거 아니었어?”

“크윽, 지파장님이 분명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아무리 투덜거려봤자 소용은 없었다.

일대 다수의 싸움은 흑마법사의 특기이자 강점.

싸움은 눈 깜짝할 사이에 머릿수의 유불리가 사라진 채 난장판이 되어버렸다.


“죽어! 죽으라고! 블랙 샷!”

“브룬헬님이여, 제게 힘을! 암흑의 저주!”


결국 수세에 몰린 사교들은 최후의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악신의 힘을 빌린 기초적인 수준의 하급 흑마법들이 마구잡이로 쏘아졌다.


‘이러니까 흑마법에 대한 인식이 개판이지...’


마력의 발현 없이, 순전히 악신 브룬헬에게 영혼을 판 대가로 시전되는 마법들.

그 부작용으로 인해 사교도들의 피부가 빠르게 썩어들어갔다.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저항하는 사교도들은 진정한 의미의 광신도다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진짜 흑마법사인 마벨에게 통할만한 위력은 아니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

......


여유롭게 정리를 마친 마벨은 조심스럽게 은신처의 끝으로 걸어갔다.


‘찾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석판 하나가 마벨의 눈에 들어왔다.

국경지대에서 마벨이 손에 넣었던 석판 조각의 본체, 고대 흑마법이 각인되어있는 유물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언뜻 보기에도 불길해보이는 기운이 넘쳐흐르는 자줏빛 돌.

그 위로 새겨져있는 고대 문자에 손을 내밀자 마벨의 눈 앞에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퀘스트의 정보가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의 진행도가 상승했습니다.]


‘...갱신? 완료가 아니라?’


이번 메인 시나리오 퀘스트에서 요구했던 내용은 사교도 소탕 및 유물 추적.

유물을 탈취했던 사교도들은 대부분 처리했고, 유물 역시 무사히 손에 넣었다.

그런데도 퀘스트가 완료되지 않았다는건 무엇을 의미하는걸까.

손에 든 석판을 유심히 바라보던 마벨은 뒤늦게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석판이... 나뉘어져있어.’


흔적으로 봐서는 최소한 4등분.

원래 그런 형태의 유물이었는지, 아니면 사교도들이 쪼개버린건지는 모르겠다.

어쨌든간에 나머지 파편들의 행방을 찾아내기 전에는 퀘스트를 끝낼 수 없다는 의미였다.


‘첫 발에 끝내길 바란게 욕심이었나.’


하긴.

그 많은 서부의 도시들 중 이제 첫번째 도시를 방문했을 뿐이다.

오히려 시작하자마자 유물 일부를 찾아낸 것이 기적일지 모른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은 마벨이 은신처를 나서려던 때였다.


[긴급 퀘스트가 발생하였습니다.]


*


[긴급 퀘스트 : 유물 사수]


사교도의 수장이 빼앗긴 유물을 되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목숨을 걸고 유물을 사수하십시오.


난이도 : 상

퀘스트 보상 : 없음. 실패시 ‘서부에 스며든 그림자’ 퀘스트의 난이도가 ‘최상’으로 상승.


*


움찔ㅡ

순간 마벨의 온 몸에 전율이 흘렀다.

공기중으로 전해지는 진한 살기를 느낀 탓이었다.


저벅, 저벅.

저 멀리 은신처의 입구로부터 검은 가면을 쓴 남자가 걸어오기 시작했다.

가면에 뚫린 두 구멍 사이로 마벨을 지켜보는 눈빛에서는 아무런 감정을 읽어낼 수 없었다.


“......”


말없이 들어올린 남자의 손 위로 막대한 양의 마력이 모여들었다.

슈슉ㅡ

마력은 곧장 빛의 줄기로 변환되어 마벨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들었다.


“정체를 숨길 생각이 없으시군요. 꽤나 답답해 보이시는데 가면은 벗는게 좋지 않을까요?”

“......”


마벨은 시체를 방패로 삼아 공격을 막아내고선, 눈 앞에 서있는 남자에게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건냈다.

마치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사이인 것처럼.


“떠보는거 아닙니다. 마력을 그렇게 대놓고 드러내시면 알아채지 못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어이쿠, 역시 그런가. 힘을 숨기는게 좀 서툴러서 말일세. 그렇다고 자네정도의 흑마법사를 상대로 허투루 싸울 수도 없으니.”


여전히 가면을 벗지는 않은 남자였으나, 그 안쪽에서 들려온 목소리에는 꽤나 연륜이 묻어있었다.

불과 몇시간 전 마벨과 수십개의 질답을 나누며 머릿 속에 각인되어있던 목소리였다.


“오랜만입니다, 에이네크 원로님... 아니, 탐욕의 지파장님.”


작가의말

ㄴㅇㄻㄴㅇ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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