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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글쓰는사과 님의 서재입니다.

사이버틱한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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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사과
작품등록일 :
2022.10.23 06:24
최근연재일 :
2022.10.23 12:30
연재수 :
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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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05

작성
22.10.23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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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Episode 0. 웰컴투 사이버 시티

DUMMY

프롤로그 - 위험한 일탈




나는 새벽의 밤을 좋아한다.


고요한 정적과 함께 새까만 하늘을 올려다본다.

아무도 없는 거리를 걷는다는 것은 꽤 상쾌한 기분이다.


감성이 풍부한 소년은 별이라도 보이지 않으려나 하늘을

살피지만 야속하게도 도심 속 매연과 구름이

용납하지 않았다.


"아아. 세상 살기 힘드네."


타인과 관계를 갖는 것도, 가식적인 얼굴을 짓는 것도

지쳤다. 마치 삶이 공허한 느낌?


쥐꼬리만큼 산 꼬맹이의 같잖은 한탄이지만.

이렇게라도 정당화하지 않으면 자존심이

허락되지 않는다.


제대로 된 꿈조차 없던 나는 그렇게 방황하기 시작했고.


의무로부터 도망쳤다. 자신을 속박하고 있던 모든

짐 덩이들을 전부 내던지곤.


하지만 일탈은 어디까지나 잠깐.

결국 제자리로 돌아갈 운명은 변하지 않는다.


이것은 누군가의 저주가 아닐까.


"하 이런 생각을 다 한다니. 미친 건가."


아무래도 좋았다.


오히려 미쳤다는 말이 변명거리가 되어주지 않을까.

하찮은 거짓과 함께 나는 거리를 나아간다.

.

.

.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지만

소년은 알 수 있었다. 이제는 돌아가야 할 시간이란걸.


뚜벅 뚜벅 뚜벅


문뜩 밤하늘에 떠 있는 금빛의 달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어본다.


뭐랄까. 지금보다 낭만이 넘치고 스릴 있는 세상으로

데려가 주면 안될까요?

.....


달님의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병신같은 소원이라서 그런 것일까. 틀림없다.


"집이나 갈까."


나는 발걸음을 돌렸다.


저벅 저벅


가로등 사이로 보이던 내 그림자는 서서히 자취를

감춰간다. 후에 내가 행방불명되는 건 그리 먼 이야기가

아니리라.



001화- 웰컴투 사이버 시티



끔뻑 끔뻑.



머리가 아프다.


옛날부터 장식품 소릴 듣던 뇌가 회상을 시작한다.

분명 새벽에 집을 나왔고, 거리를 걸었을 터.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는데..."




희미하게 떠진 눈과 되살아나는 감각이

교차하며 나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저기 잘려 나간 왼팔... 내 것인가?


"?!?"


지금 상황을 설명하자면, 그래.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어울릴 것이다.


평생 고통이라곤 비가 내리던 시험지와

거대한 효자손의 따끔함 뿐.


"!"


아아. 이게 잘렸다는 통증인가.


말이 안 나온다. 아프다. 죽을 만큼 아프다.

죽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프다.


이어서 고통과 함께 동반된 건 흉악한 굉음이었다.


이런 소리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그래.

분명 전쟁 영화였던가.


지금 내 눈이 정상이라면 저건 미사일이 틀림없고.

여긴... 전쟁터일까. 그럼 나는 곧 죽을 위기?


전개 속도 장난 아니네.


나는 생각에 잠겼다.


밤거리를 걷던 평범한 소년이 눈떠보니 팔은 잘렸고

곧 죽을 상황이라. 존나 개연성 없는 이야기네.


아아. 이런 개같은 전개로 죽는 건 싫은데.


눈이 감겨진다. 조금씩 조금씩.

희망 따위 생각할 여유조차 없이.


그때, 거대한 팔이 소년의 머리를 붙잡았다.


"이봐 프라이드. 이 새끼 아직 살아있는데?"


거대한 근육질의 사내가 말했다.


"하아. 확실히 의뢰 내용은 '생포'였었지."


만사가 귀찮다는 표정으로 남자가 답했다.


"돈다발이 손에 굴러왔군. 그럼 네 거지 같은 기술로

이놈 좀 살려내 봐."


"합니다. 함요. 타들어 가는 돈을 그대로 두면 쓰나?"


"웃기는군. 아무튼 철수다. 조금 더 있다간 깡통이

될 것 같거든."


"동감이다. 머저리."


사내의 말이 맞았다. 곧 대규모 폭격이 이루어질 터.


하지만 전장의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눈치였다.

반면 근육질의 사내와 그의 팀은 우수한 정보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여유가 있을 뿐.


'루드. 탈출할 시간이야~ 지금 아니면 답도 없어 보이는데?.'


근육질의 사내는 음성 메시지를 받자마자 발길을 돌렸다.


"오늘은 내가 한턱 쏘지. 월급날이거든."


거대한 사내, 아니. 루드는 기괴한 미소를 지으며

'팀'에게 일반적으로 통보했다.


불평은 없었다. 그의 바보같은 리더십과 멍청한 술자리 시간을

싫어하는 자는 아무도 없으리라.


또한 그의 손길에 붙잡힌 소년은 여전히 깨어날 미동조차

없었고 말이다.


.

.

.

"이번 건수는 너무 위험했어."


"뭐 어때.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모르시나?"


"어이 어이. 알딴 마셔. 마시다 보면 좋은 일만 생긴다닌까?"


"나왔다, 나왔어. 저놈의 망할 술 만능주의."


루드를 포함한 그의'팀'이 아지트에 둘러앉아 한마디씩

말하기 시작했다.


"썩을 제국 놈들. 이번엔 또 무슨 계획이지?

이런 학살극까지 벌이다니."


제국, 소위 높은 양반들로 가득한 나라에 원한을 가진

파트가 말했다.


"제국 놈들이 늘 그렇지 뭐~ 아무튼 수고했어 루드, 닥터."


"하아. 다음부턴 이 머저리랑 같이 일하는 건 사양하지.

일머리가 없어도 너무 없단 말이야."


프로 해커, 레이크의 격려에 의료 전문가,

호칭 닥터가 호응했다.


"크하하하하. 앞을 가로막던 애송이는 죽인다. 이게 왜

일머리가 없는 건지 이해하기 힘들군."


술기운과 함께 웃어넘긴 루드는 그로 인해 위치가 발칵대

'해커'가 꾀나 고생했다는 사실을 결코 깨닫지 못 하리라.


"중요한 건 저 애송이를 어떻게 처분할지다."


루드의 말은 무거움이 담겨있었다.


그의 말에 모두 눈을 차갑게 가라앉혔다.


"의뢰주 양반은 연락 두절~ 하물며 의뢰 자체가 없던 걸로

기록돼있는데?"


"말도 안 돼. 애초에 의뢰주는 신용등급이 높던 놈이라고?"


사이버 시티에서 살아남기에 필요한 조건 중 하나는 신용이다.


그런 면에서 우수했던 남자가 연락 두절과 의뢰 내용 삭제?

하물며 기록 삭제라는 거대한 위협을 동반해서?

이건 신용파괴는 물론이고 나는 살기 싫어요~ 와 같은 셈이다.


"크흐흐흐. 그게 아니지."


"...?"


낮게 울리는 루드의 목소리에 모두 물음표를 내걸었다.


"방금 우리가 처먹은 술값. 내가 내야 하는 거냐?"


"...역시 머저리. 지금 그게 중요한가?"


닥터는 벌레 이하의 생물과 대화하는 건 질색이라며

먼저 일어섰다.


"뭐, 루드 아무튼 잘해보라고 돈 주는 건 잊지 말고."


"맞아요. 리더님~ 이번 건수는 상당히 힘들었답니다."


"어이. 이봐! 재미없는 농담 말라고!"


그렇게 루드 혼자, 면밀히 말해서 소년과 함께 남은 그는

서러운 눈물을 흘리며 화산 같은 분노를 삼킬 뿐이었다.


.

.

.


'나, 아직 안 죽었네.'


정신을 차린 소년은 맨 처음 안도감과 마주했고

이어서 불안감에 휩싸였다.


"일어났냐. 망할 꼬맹이."


".....네."


사실 술 먹기 시작할 때부터 눈을 떴기에 대충 돌아가는

상황의 맥락을 파악할 수 있었다.


원래 나는 돈과 교환할 소중한 상품..이었던 것.


'씨발.'


웬만해선 욕하지 않는 내가 속으로 내질렀다.


"그래. 느꼈겠지만, 너. 좆된거야."


"그런가요."


맞대답했다. 자신 역시 현 상황을 이해하긴 힘들었지만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모든 감정을 억눌렀다.


기계 같은 장치가 가득한 팔과 흉포한 얼굴. 그와 매칭되는

날카로운 목소리까지 맹수를 쏙 닮았다.


"무슨 생각인지 알겠는데. 일단 축하해라."


"....."


나는 답하지 않았다.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상품성이 없는 건 아닌 것 같거든."


루드는 나름 합리적인 판단이라 생각했다.


거액의 금액과 교환할뻔한 애송이,

제국군이 이를 물고 죽이려 했던 애송이, 마지막으로.


"아지트에서 피 보는 건 질색이고."


하찮은 동정심까지.


"뭐, 가장 중요한 건 이거다 망할 놈아."


무엇인가 대답해야 할것 같은 기분이었다.


"...작은 희망?"


크흐흐흐흐


루드는 작게 웃음을 보였다.


물론 미소가 분노로 변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희망은 얼어 죽을. 멍청한 꼬맹아, 술값만큼 일해라 당장!"


"윽. 술값..말입니까?"


"그래. 크크 꽤 고급스러운 걸 먹어서 말이지.

마침 허드렛일 하는 머저리가 필요하기도 했고. 딱 좋네."


"하, 하하. 알겠습니다. 까짓거 해봐야지 않겠습니까."


죽이지만 않는다면 어떤 일이든 전부 하리라.


"크하하하하. 좋다, 좋아. 어린놈이 유쾌하군.

덤으로 좋은걸 알려주지."


루드는 속으로 겁대가리 없이 나불대는

소년의 주둥아리를 칭찬했다.


제법 담력 있지 않은가? 그것도 나를 상대로.


"덤...말씀인가요?


"크크, 그래."


루드가 작게 말하자, 큰 목소리가 아지트에 쩌렁 쩌렁 울려 퍼졌다.


"이봐! 루드! 네놈 현상금이 그렇게 크다지?

머리만 잘라갈 테니 좀 빌려달라고. 크큭."


사이버 시티에서 나름 명당에 위치한 루드 패밀리의 아지트.

그런 엘리트 집단은 거의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게

이 구역의 룰이었다.


"가끔 있다고 저런 병신이.

너도 일하다 보면 저런 거 많이 볼 거다."


루드는 어디서 꺼낸 건지 모를 총 한 자루를 나에게 건넸다.


"쏴롸."


"....네?"


루드는 답하지 않았다. 자신은 더 이상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겠다는 표정이다. 소년은 그것을 읽었다.


나는 아직 이 세상이 어떤 곳인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는 확실히 느꼈다.


'살인은 처음이란 말이야."


나 같은 애송이는 한참 배려가 필요하다고. 심지어

지금 몸뚱아리는 훨씬 어린놈의 몸이 아닌가?


나름의 시련이었다.


도덕과 윤리로 가득한 내가 무언가를 죽인다라.

이건 잔혹하지 않을까 싶지만 이것도 나름의 경험이었던 걸까.

잘린 팔 한쪽이 서럽게 시려왔다.


"...걱정마라. 그거 자동 조준이걸랑. 크크."


"풉, 크하하하하.


웃음의 주인공은 소년이었다. 정말이지. 내 앞에 서 있는

거대한 괴물, 루드는 역시 어딘가 바보인 게 틀림없다.


"호오. 네놈이 루드냐?"


삼류 악역 같은 대사다. 나는 삼류 악역을 좋아한다.


"...왜인지 아냐? 그야."


-땅-


더럽게 약하거든.


나는 말하기 힘든 성취감과 첫 살인의 혐오감에

몸부림칠 무렵 호쾌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 큭, 크하하하하하하하."


루드가 비웃는다. ...뭔가 기분이 더럽다.

내가 총을 돌려주기 위해 등을 돌리자 귓가에 루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웃긴 애송이. 방심하지 말라고. 이 세상에 자동조준이

있을 리가 있겠냐? 크크."


"...?"


내 의문은 머지않아 굉음에 의해 사라졌다.


루드가 총을 쐈기 때문이다.


시체로 변한 놈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역시 애송이는 애송이군."


소년의 얼굴은 빨갛게 물들었다.


나름 용기와 다짐을 가지고 쐈는데 전부 장난처럼 받아들이다니.


"크하하하하하, 이거 내가 주워온 게 인간인지

토마토인지 모르겠구먼."


"..됬습니다."


"뭐, 망할 애송이.

환영한다. 낭만과 스릴로 가득한 사이버 시티에 온걸."


"낭만...스릴?"


그래 낭만과 스릴. 아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내가 그토록 꿈꾸던 세상을.


작가의말

히익 낭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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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isode 0. 웰컴투 사이버 시티 22.10.23 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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