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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돌집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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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대마두의 제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이돌집
작품등록일 :
2022.05.11 13:37
최근연재일 :
2022.07.15 14:42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35,963
추천수 :
653
글자수 :
229,726

작성
22.06.21 13:42
조회
511
추천
7
글자
12쪽

움직이는 무림 (2)

DUMMY

비에 홀딱 젖은 악규가 막사의 문을 걷고 들어섰다.


막사 안 모든 이들의 시선이 악규에게 모였다가, 순식간에 흩어졌다.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악규는 더 이상 그들에게 위험인물이 아니었다.


초췌한 안색과 탁하게 풀린 동공. 애병인 창조차 들고 다니지 않는 태도.


혐의가 완전히 벗겨져 경계를 받지 않는다기보다는, 지금의 악규가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왔는가?”


오직 양휘만이 악규를 마주 봤다. 악규는 그런 양휘와 눈을 맞추며 느릿하게 포권을 취했다.


“부르셨습니까.”


그의 양 소매에서 빗물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악규의 꼴을 본 양휘의 인상이 잠시 구겨졌다가, 빠르게 되돌아왔다.


“앉게. 이야기를 나눠야 할 것이 많으니.”


“예.”


악규가 자리에 앉자, 애써 악규를 무시하던 이들이 멀찍이 자리를 피했다.


오랫동안 씻지 않아 나는 냄새가 지독했던 탓이었다.


양휘는 그런 악규를 바라보다, 차를 권했다.


“차 한잔하게.”


탁.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차가 악규의 앞에 놓였다.


악규는 거뭇한 찻물을 잠시 바라보다, 찻잔을 두 손으로 감쌌다.


“감사합니다.”


악규가 넋 나간 이처럼 대답했다. 그는 인형처럼 감정이 없어 보였다.


양휘는 탁상에 펼쳐진 중원의 지도를 가리키며 악규에게 말했다.


“자네도 들어서 알고 있겠지? 사천당가로 이송되던 비룡이 구패문의 소문주, 사일도의 조력으로 탈출했다는 소식 말일세.”


양휘가 손에 쥔 비룡의 목패를 지도의 한 곳에 내려놨다.


탁!


“바로 여기. 이곳에서 그를 이송하던 제 일 검각주와 그의 단원들이 모조리 목숨을 잃었네.”


“······.”


악규가 말없이 지도를 내려 보자, 양휘가 비룡과 사일도의 목패를 쥐고 손을 움직였다.


“이후 구패문의 잔당들은 남서쪽으로 움직여서 무당산을 공격했고, 사일도와 비룡은 서쪽의 서안으로 움직였지.”


목패를 서안에 내려둔 양휘는 인상을 구기며 말을 이어갔다.


“그들은 이곳에 체류하며 정보를 수집한 것 같네. 주로 무당과 관련된 이야기들 말일세. 객잔에서 다른 무인들과 무당과 관련된 이야기로 잠깐의 실랑이가 있었다는 걸 목격한 이가 많네. 그리고 이들은 서안에서 무당의 속가제자 셋을 무참하게 살해했지.”


“··· 다른 사람일 가능성은 없습니까?”


“······.”


양휘는 한숨을 내쉬며 악규를 바라봤다.


악규는 아직 비룡을 믿고 있었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되었음에도 말이다.


“자네도 알다시피, 비룡 그자는 꽤 준수한 외모를 가졌네. 그 정도 외모라면, 사람들의 뇌리에 남기 마련일세. 반반하게 생긴 무인은 이곳 서안에 드무니 말일세.”


“······.”


“만들어둔 초상으로 목격자들의 확인도 모두 마친 상태일세. 그들 모두가 비룡을 목격했노라 확언했네. 다른 사람일 가능성은 없네.”


“그렇습니까······.”


악규가 어두운 낯빛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양휘는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이쯤 되면, 자네가 무슨 사술에 당한 건 아닌지 의심이 될 지경이군. 제갈세가에서 확인까지 마쳤는데 말이야.”


“······.”


비룡을 향한 악규의 맹목적인 믿음 때문에, 양휘는 그를 제갈세가의 인물들에게 맡겨 확인까지 받았다.


혹시나 어떤 사술에 당해, 맹목적으로 비룡을 추종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어떠한 사술의 증거나 징후도 찾을 수 없었다.


그 결과 때문에 오히려 청룡단의 제갈길은 악규를 더욱 싫어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제갈길은 맹목적인 태도를 보이는 악규를 보고 첩자의 끄나풀이 틀림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그 생각을 여과 없이 악규에게 표현했다.


양휘는 그런 제갈길을 나무라지 않았다.


제갈길의 의심은 합리적이었고, 악규는 비룡이 첩자라는 사실을 아직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제 모든 걸 말해줘야 할 때일세. 그자와 어디서 어떻게 만났는지, 어떤 관계였는지. 자네가 왜 그토록 그자를 믿는 건지.”


“······.”


“자네가 그토록 믿던 이가 사실은 첩자였다는 증거가 이리도 차고 넘치네. 이 증거들을 보고도 부정할 생각인가? 이미 검각의 일각주와 수하들이 죽었고, 무당산이 불타고, 그 제자들도 죽었네. ”


양휘의 말에, 악규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양휘의 말이 맞았다. 증거라고 하면 차고 넘쳤다. 그 녀석이 첩자가 아니라면 구패문에서 그 녀석의 탈주를 도울 일이 없었다.


허나 비룡의 무능만큼은 악규도 확신하는 바였다.


비룡은 내력을 사용하지 못했다.


답답해하는 비룡을 위해 직접 등에 손을 대고 운공을 도우려던 악규조차, 그의 내력을 움직일 수 없었다.


‘그 모든 것이 거짓이었단 말인가··· 어떻게······?’


악규는 고갤 흔들어 사념을 털어냈다. 양휘는 그런 그에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우리는 비룡을 잡으러 갈 걸세. 곧 만나게 되겠지. 자네가 가진 모든 의문과 감정들은 그자와 대면함으로써 자연스레 해결되리라 생각하네. 내가, 비룡 그자와 자리를 만들어 주겠네.”


양휘는 비룡을 잡은 뒤, 악규에게 대화 나눌 시간을 주겠다며 제안했다. 그리고 악규는 양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양휘의 말대로, 그가 지금 느끼는 이 온갖 감정들은 비룡과 만나 직접 대화를 나눠야만 해소될 감정들이었다.


악규의 눈에 다시금 힘이 들어갔다.


“알겠습니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좋아. 드디어 우리의 방향이 일치하게 됐군. 그렇지 않은가?”


양휘의 입에 호선이 그려졌다. 죽은 눈을 하던 악규의 눈빛이 조금이나마 돌아왔다는 것이 상당히 기쁜 것처럼 보였다.


“예. 제가 무얼 하면 되겠습니까?”


“모든 것을 말해주게. 나는 그자의 모든 것을 원하네. 만나게 된 경위와 이유부터,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성격, 신체적 특징, 걸음걸이, 가진 무공, 취미 등등 말이지. 그 모든 것들이 그자를 잡는 데에 도움이 되어 줄 테니 말일세.”


“······.”


악규는 조용히 지도를 내려 보다, 비룡과 있었던 짧지만 긴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 * *



토해내듯 모든 이야기를 쏟아낸 악규가 막사를 나서고, 조용히 대화를 듣고 있던 흑우와 현오가 탁상에 다가와 앉았다.


비각의 일 각주, 흑우가 인상을 구긴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생각이 많아 보이는 얼굴이었다.


현오는 그런 흑우의 눈치를 잠시 살피다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도움이 될 만한 정보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양휘가 고개를 끄덕이며 현오의 말에 동의했다.


악규의 이야기는 길었다. 하지만 영양가 있는 이야기는 없었다. 애초에 비룡이 악규에게 사실을 이야기했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절강성 출신이라는 것과 무공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 그리고 어린 시절 잃은 사부와의 인연까지.


비룡이 악규에게 말한 자신의 과거사 중 무엇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고개를 끄덕이던 현오가 양휘를 바라보며, 동의를 구하듯 말했다.


“어차피 모든 것을 거짓으로 꾸며내 이야기했을 겁니다.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없었습니다.”


그러자 미간을 좁힌 채 생각에 잠겨있던 흑우가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다.


“제 생각도 같습니다만······, 걸리는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뭔가?”


흑우는 양휘의 물음에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눈을 감은 채 무언가를 계산하듯 손가락을 접었다 피기를 반복했다.


양휘와 현오는 인내심을 가지고 그런 흑우를 기다렸다.


이내 번쩍 눈을 뜬 흑우가 쏟아내듯 말을 시작했다. 마치 금방이라도 잊어버릴까 무서워서 빠르게 말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우선 첫 번째. 비룡이 무공을 전혀 사용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점입니다.”


“그건 얼마든지 속일······.”


현오가 대답하자, 흑우가 손을 뻗어 현오의 말을 끊었다.


“악규는 비룡의 처지를 동정해, 운기조식을 도와주려고 격체전력(隔體傳力)까지 시도했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악규는 비룡의 단전에서 그 어떤 움직임도 느낄 수 없었다고 했지요. 마치 단전이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말입니다.”


“······.”


양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흑우는 양휘의 눈치를 살핀 뒤, 다시금 말을 이어갔다.


“악규의 증언이 사실이라는 가정하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몇 가지 있습니다. 바로 마교의 역혈기공(逆穴氣功)을 익힌 자에게 정파의 내공심법을 익힌 자가 격체전력을 시도할 경우, 이런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역혈기공은 운기하려는 내공의 방향이 제 멋대로인 경우가 많아, 정파의 내공심법으로는 격체전력이 불가능합니다.”


“비룡이 마교의 첩자라는 이야기인가?”


양휘가 놀란 눈으로 묻자, 흑우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확신할 수 없습니다. 모종의 이유로 단전에 금제를 걸어두었을 수도 있습니다. 악규를 속이기 위해선, 그 방법이 확실할 테니 말입니다.”


“······.”


현오가 질렸다는 듯 흑우를 바라봤다. 설마 내력에 금제를 걸면서까지 첩자 짓을 했을 리가 없다. 내력을 쓰지 못한다는 건, 무인으로서 목숨을 내놓고 다니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흑우는 그런 현오를 바라보며 설명을 이어갔다.


“또 하나의 수는··· 악규의 내력이 부족해, 비룡의 단전에서 반응을 끌어내지 못했을 경우입니다. 단전 속 내력은 쌓일수록 무거워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비룡의 내공이 너무도 많아서, 악규의 내력으로는 꿈쩍도 하지 않았을 경우······.”


“그건 아닐걸세.”


양휘가 고개를 저으며 흑우의 말을 끊었다.


“악규는 정파 무림이 자랑하는 최고의 신성이자, 최강의 후기지수일세. 악규의 내력으로 격체전력이 실패하려면, 독왕 선배님 정도의 내력을 가진 자가 아니면 힘들걸세. 당장 악규가 내게 격체전력을 시도한다고 해도, 내 단전은 악규의 내력에 반응해 꿈틀댈걸세. 비룡이 아무리 강하다고 할지언정, 독왕 선배님과 같은 경지라고는 믿기 힘드네.”


“······.”


잠시 말을 멈춘 흑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단주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저 또한 비룡이 왕(王)이나 제(帝), 선(仙)급의 내력을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음······.”


양휘는 조용히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흑우는 양휘가 생각에 잠길 틈을 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두 번째. 비룡이 악규에게 말한 사부의 정체입니다.”


“그건 거짓임이 틀림없습···.”


현오가 흑우의 말을 끊으며 끼어들었지만, 흑우는 이번에도 손을 뻗어 현오의 말을 막았다.


“비룡은 악규에게 팔 년 전 스승을 잃고, 절강성의 산에서 내려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해를 계산해보니, 실제로 그의 말과 딱 맞는 사람이 하나 있습니다.”


“··· 그게 누구인가?”


양휘가 고개를 끄덕이자, 흑우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팔 년 전. 대마두 독고천이 절강의 한 야산에서, 저희 개방의 장로들과 후개. 그리고 혈룡문의 장로들에게 협공당해 죽었습니다. 알고 계시겠지요? 정사가 연합해 마두를 추살한, 최초이자 마지막 사건이 바로 팔 년 전이었습니다.”


“······.”

“······.”


흑우의 말에, 양휘와 현오의 표정이 급변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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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움직이는 무림 (4) 22.06.23 504 6 10쪽
34 움직이는 무림 (3) +1 22.06.22 511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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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각성의 전조 (1) 22.06.15 594 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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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기묘한 동행 (4) 22.06.13 497 7 11쪽
26 기묘한 동행 (3) 22.06.10 527 1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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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기묘한 동행 (1) 22.06.08 613 11 10쪽
23 고요한 밤 (4) 22.06.07 641 12 12쪽
22 고요한 밤 (3) 22.06.06 648 1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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