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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돌집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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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대마두의 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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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이돌집
작품등록일 :
2022.05.11 13:37
최근연재일 :
2022.07.15 14:42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35,966
추천수 :
653
글자수 :
229,726

작성
22.06.14 13:20
조회
501
추천
8
글자
10쪽

기묘한 동행 (5)

DUMMY

터벅.

터벅.


태양 빛이 산등성이를 넘어 서서히 하늘을 밝히는 이른 시간.


나는 허리를 숙이고 가슴을 감싸 쥔 채 걸었다.


오랜만에 정비되지 않은 흙길을 밟는 것 같았다. 마른 흙바닥에 발바닥이 닿을 때마다 누런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몇 걸음 나아가던 나는 흘긋 뒤를 바라봤다.


멀리서 나를 보고 손을 흔드는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나는 머쓱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허리를 숙이고 있었기 때문에, 자세가 상당히 어색했다.


하지만 그들은 내 어색한 인사에도 기뻐하는 듯 보였다.


내가 손을 흔들자, 그들의 손이 더욱 빠르고 격해졌다. 자리에서 껑충껑충 뛰며 내게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내게 손을 흔드는 녀석들.


놈들은 사일도와 그 수하들이었다. 맞다. 무당산을 불태우고 비급을 훔쳐 온 바로 그 녀석들이다.


살인을 저지른 사일도 때문에 서안의 야산에서 하룻밤을 묵었는데,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저 녀석들이 와 있었다.


수하들과 대화를 나누던 사일도는 내가 일어나자, 내게 다가와 천으로 감아둔 무언가를 건넸다.


나는 그 내용물이 뭔지 눈치채고 극구 사양했다. 아마도 무당의 비급일 터. 하지만 저런 물건은 들고 다니는 것이 아니었다.


괜히 들고 다니다가 무슨 화를 입을지 몰랐다.


하지만 사일도의 완고한 고집은 이길 수 없었다.


나는 내용물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품속에 물건을 집어넣고 도망치듯 자리를 떴다.


그리고 지금. 나는 녀석들의 배웅을 받으며 걷고 있었다.


내 걸음은 느렸다. 품속에 있을 무당의 비급을 생각하니 허리를 펼 수도 없었고 뛸 수도 없었다.


실수로 비급을 떨어뜨려서 모서리라도 찍히면 큰일일 테니 말이다.


나는 조심조심 걷다 다시 뒤를 돌아봤다.


여전히 녀석들은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 시발."


나는 웃으며 다시 한번 녀석들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길을 재촉했다. 품속의 물건이 유난히 무겁게 느껴졌다.


녀석들이 시야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걸은 나는 주위를 살피며 사람이 없는지 확인했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비교적 서안에 가까운 곳이었음에도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안심할 수가 없었다. 사람이 없다고 해도, 갑자기 어디선가 튀어나올지도 모를 노릇 아닌가?


결국 나는 방향을 틀어 야트막한 산으로 몸을 숨겼다.


산을 오르는 내 걸음은 점점 빨라졌다. 불안한 마음에, 흘긋 돌아보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삼보 일 흘긋이랄까?


비급을 노리고 나를 쫓아올 녀석이 있을 수도 있었고, 마음이 바뀐 사일도가 갑자기 쫓아올지도 몰랐다.


그렇게 산을 오르다 보니, 중턱에 있는 갈림길 앞에 놓인 커다란 바위앞에 도착하게 되었다. 사람 하나가 앉아서 쉬기에 딱 좋은 크기의 바위였다.


나는 그곳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다 다시 주위를 살폈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만 들릴 뿐.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조심스레 품속에서 사일도에게 받은 물건을 꺼냈다.


하얀 천으로 고이 싸인 사각형의 물체. 멍청이가 아닌 이상 모를 수가 없는 물건이었다.


이건 사일도가 훔친 무당파의 비급이 틀림없었다.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사일도는 이 비급을 마교에 건네고 우호를 다지라고 했지만, 이건 그렇게 사용하기엔 너무도 과분한 물건이었다.


내가 무당의 태극혜검이나 제운종 비급을 들고 있다는 이야기가 퍼지는 순간, 중원의 모든 무인들이 이 비급을 뺏기 위해 찾아올 정도의 위험한 물건이었다.


날 죽이고 비급을 뺏은 녀석은 더 강한 녀석에게 죽임을 당해 비급을 뺏길 것이고, 그 녀석은 다시 더 강한 녀석에게 죽어 비급을 뺏길 것이다.


그리고 종국엔 무당파가 총전력을 동원해 비급을 되찾아 가겠지.


이 이야기에서 알아야 할 맹점이 있다.


바로 내가 제일 먼저 죽는다는 것이다.


나는 눈을 질끈 감은 채 비급을 쥐었다.


두께를 보아하니, 제운종이나 태극혜검 중 한 권의 비급만 들어있는 것 같았다.


"제발···, 제발!"


나는 바위 위에 무릎을 꿇은 채 비급을 앞에 두고 절을 올렸다.


"제발!! 제운종이어라!!"


제운종은 아주 대단한 신법이다. 만금을 줘도 못사는 신법이 바로 제운종이다. 무당에서도 극소수에게만 허락된 신법.


하지만 태극혜검은 그 격이 다르다. 태극혜검은 무당의 장문인들만이 익힐 수 있다고 전해 내려오는 진짜 진산 절기다.


검(劍)이라는 이름이 붙어 검법 비급서 같은 느낌을 풍기지만, 실상은 무당의 기본 내가기공인 양의심공을 한 단계 발전시킨 심법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태극혜검을 익힌 무당의 장문인들이 늘 검선(劍仙)이라 불리며 사파들을 썰고 다녔다는 이야기는 이미 무림에 유명한 이야기였다.


만약 사일도가 내게 건넨 비급이 태극혜검이라면 백만금, 천만금을 줘도 살 수 없는 신공이다.


태극혜검은 나 따위가 들고 다녀도 될 비급이 아니었다. 물론 제운종 또한 그 가치가 어마어마한 비급임은 틀림없었지만, 그 와중에 그나마 나은 걸 고르라고 한다면 제운종이었다.


나는 조심스레 비급을 감싸고 있는 천을 풀었다.




* * *



그 시각 호북성 무한의 한 마을.


텅 빈 마을의 거리를 수많은 무인들이 걷고 있었다.


화려한 푸른색의 무복이 이른 아침의 햇살을 받아 번쩍거렸다. 무림맹 산하 청룡단의 무인들이었다.


"모두 도망쳤군요."


"쥐새끼 같은 놈들. 우리의 계획을 어떻게 눈치챈 거지?"


마을은 쥐새끼 한 마리 남지 않은 듯 고요했다.


구패문의 잔당들이 버티고 있던 유일한 마을이었는데, 야음을 틈타 모조리 도망쳐버린 것이다.


텅 빈 마을을 보던 제갈길이 어두운 안색으로 양휘에게 말했다.


"습격계획은 완벽했습니다. 정보가 새어 나간 것이 틀림없습니다."


"······."


양휘 또한 같은 생각을 했는지,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구패문은 이미 대부분 소탕했다. 무당이 돌아가기 전에, 이미 대다수 잔당의 토벌을 마친 상태였다.


그리고 오늘이 대망의 마지막 날이었다. 양휘는 오늘의 습격을 위해 무당의 후퇴까지 이용해가며 정보전을 펼쳤다. 무당과 함께 청룡단이 후퇴하듯 이동하다가, 우회해 녀석들의 거점을 공격하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녀석들은 양휘의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사라져 버렸다.


일이 이렇게 되다 보니 양휘는 자연스레 또 다른 첩자의 존재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무당의 비급을 훔친 사일도가 수하들에게 후퇴 명령을 내린 줄 모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양휘가 초췌해진 무인 하나를 바라봤다.


손과 얼굴에 거뭇거뭇한 혈흔들이 말라붙어, 끔찍한 몰골의 무인.


그는 바로 산동악가의 소가주이자, 창귀라 불리던 악규였다.


악규는 자신의 오명을 씻으려는 듯, 늘 앞장서 구패문의 잔당들을 죽여왔다. 양휘는 그런 악규를 보며 그가 첩자가 아니었음을 확신했다.


악규는 잔당들을 죽이는 데에, 일말의 망설임조차 없었다. 오죽하면 구패문 녀석들이 자신보다 악규를 더 무서워했을까.


하지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악규에게 시선이 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악규는 첩자였던 비룡의 절친으로, 함께 의심받았던 전적이 있었으니 말이다.


"······."


금방이라도 쓰러질듯한 악규를 바라보던 양휘가 고개를 저었다.


몇 날 며칠 계속된 전투에서, 악규는 스스로 첩자가 아님을 증명했다.


하지만 제갈길의 생각은 다른 듯 보였다. 양휘의 시선이 악규에게 향하자, 제갈길은 기다렸다는 듯 악규를 노려봤다.


"단주님. 저 녀석이 틀림없지 않습니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하네."


양휘의 단호한 말에 제갈길이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곁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남궁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양휘의 말에 동의하듯 말했다.


"악규는 애초에 첩자 노릇을 할 동기가 없어요. 산동악가의 소가주라는 배경에, 출중한 실력이 있으니······."


남궁연이 악규를 감싸자, 제갈길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부단주께선 놓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뭐죠?"


"저 녀석은 비룡이 죽은 줄로 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


남궁연의 미간이 좁아졌다. 제갈길의 말은 합당했다. 친우라고 생각했던 비룡이 그렇게 죽었으니, 그것에 앙심을 품고 첩자를 자처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그를 첩자라 여기기엔 무리가 있었다. 비룡처럼 출신이 불분명한 것도 아니었거니와, 무려 창왕의 직계가 고작 그런 일로 첩자 노릇을 한다고 하기엔 어폐가 있었다.


"하지만 고작 그걸로 첩자를 자처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어요."


남궁연의 반박에 제갈길은 답답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저 녀석. 아직도 비룡이 첩자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그럴 리가 없다고 매일같이 단주님께 찾아와서······."


"그만."


양휘가 두 수하의 대화를 막았다. 대화가 과열되어 언쟁이 될 양상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내 생각도 남궁부단주와 같네. 악규는 비룡에게 이용당한 게야. 비룡은 철저하게 첩자임을 숨기고 순진한 그를 조종해왔겠지."


"······."


양휘의 말에 제갈길은 차마 대들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양휘는 어느새 완전히 동이 튼 하늘을 보며 말했다.


"첩자는 비각에게 맡기도록 하지. 그들이라면 비룡을 찾아낸 것처럼 손쉽게 찾아낼걸세."


두 사람은 깊이 고개를 숙여 대답을 대신했다. 양휘는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 남궁연과 제갈길을 보며 말했다.


"구패문이 모두 사라진 시점에서, 우리 임무는 끝일세. 흑혈무독이 없어진 상황에서 수로채와 전투를 벌일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일세. 이만 맹으로 돌아가지. 단원들도 많이 지쳤으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예!"


임무를 마친 청룡단은 맹으로의 귀환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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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움직이는 무림 (3) +1 22.06.22 511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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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움직이는 무림 (1) 22.06.20 573 6 11쪽
31 각성의 전조 (3) 22.06.17 618 9 9쪽
30 각성의 전조 (2) 22.06.16 591 8 10쪽
29 각성의 전조 (1) 22.06.15 594 9 10쪽
» 기묘한 동행 (5) 22.06.14 502 8 10쪽
27 기묘한 동행 (4) 22.06.13 497 7 11쪽
26 기묘한 동행 (3) 22.06.10 527 10 10쪽
25 기묘한 동행 (2) 22.06.09 550 9 11쪽
24 기묘한 동행 (1) 22.06.08 613 11 10쪽
23 고요한 밤 (4) 22.06.07 641 12 12쪽
22 고요한 밤 (3) 22.06.06 648 1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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