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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돌집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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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대마두의 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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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이돌집
작품등록일 :
2022.05.11 13:37
최근연재일 :
2022.07.15 14:42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35,964
추천수 :
653
글자수 :
229,726

작성
22.05.11 14:05
조회
2,540
추천
49
글자
10쪽

입맹 시험 (1)

DUMMY

내 사부는 시정잡배들과 거지에게 맞아 죽었다.


자신의 일검으로 산조차 베어 넘길 수 있다던 사부는 변변찮은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죽었다.


강한 척, 협객인 척, 늘 시끄럽게 떠들어대던 사람의 최후치곤 비루하고 쓸쓸한 죽음이었다.


협을 행하라는 둥, 정의를 세우라는 둥, 알아듣지도 못 할 말들을 지껄여대던 나의 사부는 그렇게 죽었다.


알고는 있었다. 내 사부가 좋은 사람이었다는 걸. 산속에 혼자 틀어박혀 사는 노인네치고는 그렇게 괴팍한 성격도 아니었다.


호탕하게 웃는 호인이었고, 어렸던 나를 배려해준 좋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사부는 거짓말쟁이였다. 말처럼 강했다면, 길거리에서 그렇게 비참하게 맞아 죽진 않았을 테니 말이다.





* * *




나의 사부 독고천. 어렸던 나에게 자신을 무림맹 소속 고수라고 소개한 사기꾼.


그는 맞아 죽던 때의 모습 그대로 내 앞에 서 있었다.


피가 줄줄 흐르는 입가를 훔쳐낸 스승이 입을 열었다.


-꼭 가야겠니?


-······.


꿈이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늘 이런 꿈을 꿨는데, 지금도 분명 비가 오고 있는 모양이었다.


-안 가면 안 되겠니?


스승은 애절한 눈빛을 보니, 알 수 없는 반발심이 끓어올랐다.


-사부가 협객이 되라면서요? 사부도 무림맹 출신이었다면서요? 왜 말리는 건데요?


-그건······.


-어차피 사부한테 배운 무공으로는 출세도 못 하고, 할 수 있는 것도 없어요. 농사나 지으면서 청춘을 바칠 바에는 철밥통 무림맹에서 한 30년 일하는 게······.


-······.


조용히 내 말을 듣던 사부의 얼굴이 갑자기 일그러졌다. 거지들에게 얻어맞아 퉁퉁 부은 얼굴이 녹아내리듯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그 끔찍한 광경에 놀란 나는 뒷걸음 칠 수밖에 없었다.


사부는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살가죽들을 멍하니 바라보다, 내게 소리쳤다.


-갈(喝)!



“흐악!”


비명과도 같은 사부의 외침에, 소리를 지르며 깼다. 끔찍한 악몽이었다. 이미 죽은 지 한참이나 된 사부였지만, 비가 오는 날엔 어김없이 꿈에 등장해 나를 괴롭혔다.


비가 오던 날. 죽어가면서도 나를 보고 웃던 사부의 표정이 떠올랐다.


쿵쾅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거칠게 숨을 내쉬다 보니, 문틈 사이로 쏟아지는 빗소리가 들려왔다.


역시나 비가 내리고 있었다.


“젠장. 비만 오면 이 지랄이라니까.”


내리는 비 때문인지, 쿰쿰한 흙냄새가 났다.


등허리가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있는 것을 보니 식은땀을 비처럼 흘린 모양이었다.


“또 그 꿈이냐?”


내가 지른 비명에 깬 걸까. 옆자리에서 일어난 악규(岳叫) 녀석이 잠이 덜 깬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 재수가 없으려니 꿈자리까지 뒤숭숭하네.”

“꿈에 너무 의미부여 하지 마라.”


악규가 고개를 몇 차례 흔들며 잠을 쫓더니 방문을 열었다.


날이 밝지 않아 아직 새벽인 줄 알았는데, 하늘에 가득 낀 먹구름 때문에 바깥이 어두웠던 모양이었다.


어느새 약해진 빗발 사이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가자. 늦으면 손해다.”


악규가 얼굴을 몇 번 쓸어 눈곱을 털어내곤 천으로 감아둔 창을 쥐었다. 태연해 보이는 모습이 부럽기까지 했다.


“서둘러. 벌써 많이들 간다.”

“알았다고!”


악규의 잔소리를 들으며 저잣거리에서 사온 무복을 집어 들었다. 고운 검은색이 고급스러워 보이는 흑의무복.


원래라면 수십 냥은 줘야 할 상등품처럼 보이는데, 웬일인지 어제는 유독 헐값에 팔고 있길래 얼른 업어 온 녀석이었다.


“흐흐. 시험 잘 부탁한다.”


무복을 만지작거리며 중얼대는 내 목소리를 들은 모양인지, 악규가 나를 흘긋 쳐다봤다.


“응?”

“아냐. 가자.”


무복의 허리춤을 정리하고, 마찬가지로 저잣거리에서 산 싸구려 검을 꺼내 들었다.


가벼운 무게를 보니, 잡철을 섞어 만든 검이 틀림없었다. 왜 이런 검을 샀냐고 물어본다면 돈이 없었다고밖에.


멋들어진 흑의무복에 외관만큼은 멀쩡한 잡철검을 차고 방을 나섰다.


비는 이미 그쳤고, 거리는 수많은 무인으로 가득했다.


“다들 입맹 시험을 보러 가는 건가?”

“그렇겠지.”


악규가 조용히 눈알을 굴리며 주변을 살폈다. 무인들과 마주하니 호승심이 꿈틀거리는 모양이었다.


“너는 좋겠다.”

“뭐가?”

“너는 입맹 시험 합격 정도는 따 놓은 당상이잖냐,”

“그렇긴 하지.”


악규 녀석이 내 칭찬을 당연하다는 듯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악규의 실력이라면 입맹 시험 합격 정도는 무난할 터였다. 저 녀석의 재능은 진짜였으니까.


산동악가의 소가주라는 배경은 둘째치고, 13살 때 창을 깨우쳤다는 소문이 도는 천재 중의 천재였으니 말이다.


악규 녀석의 눈이 뱀 눈알처럼 번들거렸다. 끊임없이 주변을 살피며 자신의 적수가 될만한 자들을 찾는 듯 보였다.


물론 겉모습만 보고 진정한 실력을 알아보긴 힘들다. 그런 것이 가능한 자들은 구파일방의 장로급이나 되는 고수들뿐이었다. 그들은 내력을 마치 손발처럼 사용하는 괴물들이었으니까.


천재라 불리는 악규조차 아직 그 정도 경지에 오르진 못했다. 악규는 대신 무인들의 손발, 그리고 걸음걸이를 보며 그들의 경지를 유추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먹잇감을 찾는 독사 같아서 괜히 소름이 끼쳤다.


“올해는 단련을 많이 한 무인들이 꽤 보이는데.”


'무서운 새끼······.'


주변을 살피던 악규가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올해는 시험을 보러온 자들도 유난히 많고······. 작년보다는 훨씬 재밌겠어."

“그거··· 좋은 거냐?”

“응? 당연한 거 아냐?”


경쟁자가 많아졌고 좋아하다니. 정말 무섭고 변태 같은 새끼였다.


"작년에도 왔었다고 했지? 그땐 어땠는데?"


"달라. 올해 물이 훨씬 좋아 보여."

“무, 물······?”


씩 웃는 악규 녀석의 표정을 보니 정말 행복해 보였다.


‘물이 좋다는 표현을 이럴 때 쓰던가······?’


악규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정신세계를 가진 녀석이었다.


작년에 입 맹 시험을 보러 산동에서 무림맹까지 먼 길을 와놓곤, 시험을 치르러 온 수험생들의 수준이 낮다며 입맹 시험을 보지도 않고 돌아갔다고 한다.


자신의 수준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나 뭐라나?


물론 돌아가서 산동악가의 가주, 창왕(槍王) 악진(岳振)에게 대가리가 깨지도록 맞고 올해 다시 시험을 치르러 왔다고 하지만······.


'이번에도 돌아가면 뒤지게 맞을 테니······.'


사방을 살피는 악규의 모습이 갑자기 측은해진 나는 악규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합격만 하면 아버지가 용서해 주실 거다."


"······."


내 응원에 악규 녀석의 표정이 썩은 듯 일그러졌다. 이 녀석. 아버지에게 얻어터진 충격이 아직 남아있나 보다.


하긴, 슬슬 자신의 힘을 과신하며 대가리가 커질 시기에 아비의 창으로 먼지 나게 두들겨 맞았으니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쯧. 사내새끼가 말이야. 응? 거 아버지한테 좀 맞을 수도 있지! 난 때려줄 아버지도 안 계시는데!”


“군자복수 십년불만(君子復讐 十年不晩).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걸려도 늦지 않는 법.”


“응? 아버지한테 좀 맞았다고 그걸 복수한다고? 이거 완전 불효자네?”


“······.”


악규가 잔뜩 약 오른 표정으로 나를 노려봤다.


“애초에 10년이나 복수를 꿈꾸는 게 군자냐? 응? 그런 좀생이가 군자라면 너나 많이 하세요.”


내 헛소리에 악규의 눈동자가 뜨겁게 불타올랐다.


“입맹 시험 전에 가볍게 대련이라도 할까?”


창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보니 분노가 가득 차오른 모양이었다.


“어허! 군자라는 자가 어찌 그리 경박하게 무기를 뽑아 든단 말이오!”


“······.”


악규가 졌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래. 오늘도 내가 이겼다.


하지만 이겼다는 기쁨도 잠시. 무인들의 수준이 높다는 악규의 말이 떠올랐다.


“후우······. 내가 문제지. 내가 문제야.”


사실 악규 녀석의 걱정을 해줄 만큼 내 팔자가 좋은 것은 아니었다.


저 녀석이야 명가로 유명한 산동악가의 소가주라는 신분에 뛰어난 무재를 겸비해서 입맹 시험쯤은 문제없이 합격할 녀석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내게 무공을 알려준 스승은 거지와 왈패 녀석들도 이기지 못하는 약골이었다. 그런 스승 밑에서 배워봤자 뭘 배웠겠는가?


나는 약하다. 무림맹의 기준으로 본다면 하급 무사나 문지기 정도나 되면 다행인 실력이랄까?


그렇다면 내가 노리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외모 전형”이다.


무림맹에서 무인을 뽑는 기준에, 외모가 포함되어있다는 소문은 공공연하게 퍼져있었다.


입맹 희망자의 신분만큼이나 용모를 본다는데, 그 덕에 입맹 시험엔 외모가 출중한 무인들이 몰리는 편이었다.


입맹 시험이 끝나면 잘생기고 아름다운 합격자들을 모아다가 무슨 봉이니 용이니 같잖은 별호를 붙여주기까지 하니, 어쩌면 내가 그 용들 중 하나가 될지도 모르는 일.


저잣거리에서 무복을 새로 산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화려하진 않지만, 이 고급스러운 흑의무복은 나를 더 멋지게 만들어줄 테니 말이다.


외모만으로 입맹 시험을 치른다면, 나의 합격은 정해진 거나 다름없었다. 객관적으로 나는 꽤 준수한 외모를 가졌다.


재수 없다고?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사실이니까.


실력이 조금 떨어져도 무림맹 간판 문지기 정도는 시켜주지 않을까? 하는 꿈과 희망으로 이곳까지 왔다.


나의 새 인생을 시작할 무림맹. 그 무림맹의 거대한 전각들을 눈에 담으며, 나는 미소 지었다.


해맑은 나의 미소와는 달리,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낼 것처럼 어두컴컴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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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움직이는 무림 (3) +1 22.06.22 511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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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움직이는 무림 (1) 22.06.20 573 6 11쪽
31 각성의 전조 (3) 22.06.17 618 9 9쪽
30 각성의 전조 (2) 22.06.16 591 8 10쪽
29 각성의 전조 (1) 22.06.15 594 9 10쪽
28 기묘한 동행 (5) 22.06.14 501 8 10쪽
27 기묘한 동행 (4) 22.06.13 497 7 11쪽
26 기묘한 동행 (3) 22.06.10 527 10 10쪽
25 기묘한 동행 (2) 22.06.09 550 9 11쪽
24 기묘한 동행 (1) 22.06.08 613 11 10쪽
23 고요한 밤 (4) 22.06.07 641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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