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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딱 님의 서재입니다.

겨울 왕국에서 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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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딱
작품등록일 :
2021.02.16 15:15
최근연재일 :
2021.02.26 14:18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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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63,510

작성
21.02.17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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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겨울신과 카타이크

DUMMY

먼 옛날 지구가 온통 얼음과 눈으로 뒤덮여 있던 빙하기 시절. 어느 날 겨울신에게 나머지 계절의 신들이 찾아왔었다. 지구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던 겨울신의 힘을 거두고, 자신들과 균형을 맞추자는 것이었다.


지구를 자신만의 행성처럼 독차지하고 있던 겨울신은 그들의 요구를 단 칼에 거절했다. 셋의 힘을 합쳐도 자신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했기에, 그들의 요구 따위는 들어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겨울신에게는 약점이 한 가지 있었다. 지구에 애정이 많다는 것이었다.


이런 와중에 지속되는 빙하기를 버티지 못하고, 어느덧 지구에서는 생물들이 차례로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겨울신은 지구를 정말 좋아했기에, 자신의 힘 때문에 죽어가는 생물들을 보고는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보다 못한 겨울신은, 더 나은 환경의 지구를 위해 다른 계절 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른 계절의 신들은 균형을 맞추기 위해선 겨울신의 힘을 반으로 나누어 자신들에게 주면, 본인들이 돌아가면서 맡겠다고 했다.


하지만 겨울신은 반절이라 해도 강력한 자신의 힘이었기에, 속을 알 수 없는 다른 신들의 손에 그것이 들어간다면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결국 겨울신은 자신의 반절 힘을 응축한 ‘눈의 결정’을 들고 한 인간을 찾아갔다.


“카타이크.”


겨울신의 부름에 건장한 체격의 남자 한 명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긴 머리칼과 수염은 세찬 바람에 한쪽으로 쏠려 빗자루 마냥 꽁꽁 얼어있었다.


“누구쇼? 우리 부족은 아닌 것 같은데.”

“나는 겨울신이라고 하네.”

“겨울신?”

“그렇다네. 지금 이곳에 눈보라를 불게 하는 장본인이지.”

“그렇군요. 대단하구만.”


겨울신의 말을 장난처럼 받아들인 카타이크는, 신을 무시한 채 자신이 하던 일을 마저 하기 시작했다. 그는 큰 뿔 사슴을 잡기 위해 덫을 설치하고 있던 중이었다.


겨울신이 손을 한번 휘두르자 그들 주변으로 강하게 불던 눈보라가 순식간에 그쳤다.


눈조차 제대로 뜰 수 없던 눈보라가 그치자, 주변 풍경이 그렇게 맑고 청아해 보일 수가 없었다.


카타이크는 눈보라가 그치자, 어리둥절해 하며 주변을 둘러보다 다시 뒤돌아 겨울신을 바라보았다.


“당신이 한 거요?”

“당신이 아니라, 겨울신이라네.”

“아무튼 고맙소, 앞이 잘 안 보여 고생하고 있었는데.”

“부탁이 있네, 카타이크.”


겨울신은 눈으로 보기만 해도 차가워 보이는 보석함을 막무가내로 카타이크에게 내밀었다.


“이것 좀 맡아주게나.”

“하 나 참. 뭔 뜬금없이 나타나, 뜬금없는 이야기를 하실까나. 가쇼, 가족들 먹여 살리기 바쁘니까.”


카타이크는 겨울신의 부탁을 거절했다.


카타이크는 대부족에 소속되어 있는 한 지파의 사람이었다. 그가 속한 대부족은 빙하기 시대의 인류 중, 끈질기게 살아남고 있던 몇 없는 무리였다.


그 중 카타이크라는 이 사내의 핏줄은 유달리 겨울에 매우 강했는데, 그렇기에 항상 어떤 일을 할 때면 부족의 선발대 역할을 해왔었다.


“부탁이네 카타이크, 냉혹한 빙하기에 가장 강한 핏줄인, 당신 가문밖에 맡아 줄 사람이 없네.”

“됐수다. 그게 뭔 줄 알고... 맡는다고 고기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고기가 그렇게 좋은가?”

“고기 안 먹고, 어디 살아갈 수 나 있겠수?”


카타이크는 귀찮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고는, 만들던 덫을 마무리하기 위해 뒤를 돌았다.


“그럼 내가 고기보다 좋은 것을 주지.”

“뭐요?”

“나의 가호를 베풀어, 겨울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겠네.”

“흥”


카타이크는 겨울신을 쳐다보지도 않고 코웃음을 쳤다. 순간 큰 뿔 사슴이 그들 앞을 빠르게 뛰어 지나갔다.


“에헤이, 젠장 덫을 다 만들지도 못했는데.”


카타이크는 지나가는 사슴을 보고는 미처 덫을 완성시키지 못한 것에 아쉬워했다. 그러자 뒤에서 그의 귀를 스쳐 뭔가가 굉장히 빠르게 날아갔다.


‘푹 푹푹’


날아간 것은 사슴에게 꽂혀 그 자리에서 고꾸라져버리게 했다. 카타이크가 놀라 뒤를 돌아보니 겨울신이 손 위에서 날카로운 얼음 결정체 몇 개를 만들어 보이고 있었다.


그리곤 확인 사살을 하듯, 한 발을 더 날려 헐떡거리고 있는 사슴의 목을 맞춰 즉사시켰다.


겨울신은 카타이크를 보며 으쓱거렸다.


“이런 거?”


그 모습을 본 카타이크의 눈빛에서는, 겨울신이 사용한 능력을 부러워하고 있음이 뚝뚝 묻어났다.


저것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사냥 한 번을 위해 하루 종일 개고생 하는 것보다는 훨씬 편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카타이크는 최대한 동요하지 않은 척 말을 이어갔지만, 너무 티가 나버리고 말았다.


“다... 다른 것도 있소?”

“있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방법도 무궁무진하고.”


이번에는 겨울신이 손을 펼치자, 손에는 얼음 결정체들이 모여들어 투명한 단검 모양을 이루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겨울신은 죽은 사슴에게로 다가가 카타이크가 들고 옮기기 쉽도록 부위별로 잘라내기 시작했다.


“어때 이제 좀 구미가 땡기나?”

“...”


카타이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굉장히 놀라웠지만 속내를 들키고 싶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신은 괜히 신이겠는가? 카타이크가 동요하고 있다는 것을 진즉 눈치채고 있던 겨울신은 슬슬 밀고 당기기를 시작했다.


“그렇게 싫은 건가?”

“...”

“알겠네, 다른 사람을 찾아봐야지. 아깝네, 카타이크. 이 정도 힘이면 부족장도 꿰찰 수 있을 텐데...”


부족장을 꿰찬다는 말에 별안간 카타이크가 호탕하게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하하, 내가 그딴 자리를 원하고 있다면 오산이오.”

“아닌가?”

“전혀,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소.”

“그래? 부족장을 볼 때마다, 다른 부족원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하던데?”


그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듯이 겨울신이 말하자, 카타이크가 별안간 털 옷 속에서 투박한 손도끼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는 겨울신을 향해 겨눠들며 말했다.


“어디서 왔냐?”

“왜 그러는 건가? 카타이크. 마음속이 훤히 들켜버렸나?”

“오르트르 부족이냐?”

“허허... 아니 나는 겨울신이라니...”


카타이크는 눈이 쌓여 푹푹 박히는 발을 빠르게 굴려, 겨울신에게 뛰어가 도끼를 내리찍었다.


-땡


겨울신은 들고 있던 얼음 단검으로 그의 공격을 가볍게 막았다. 돌과 얼음이 부딪혀 맑은 듯 둔탁한 소리를 내었다.


“염탐은 끝이다. 다른 부족의 주술사여.”


카타이크는 겨울신을 다른 부족에서 염탐 온 주술사라고 오해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겨울신이 보여주었던 능력들은, 주술사들이 신의 힘을 빌려 작게나마 흉내 내던 것과 비슷한 부류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카타이크는 힘을 더 강하게 주어 자신의 도끼로 연약해 보이는 얼음 단검을 깨부술 심산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힘을 주어도 얼음 단검에는 금조차 가지 않았다.


카타이크가 계속해서 휘두르는 도끼질을 겨울신이 물 흐르듯 막아내며 말했다.


“카타이크, 추위를 어디까지 겪어봤나?”

“여유 있는 척 말아라. 세상 모든 추위를 겪어 온 ‘나’ 카타이크다. 이야야야야.”


카타이크가 추위에 대해 자부심을 드러내며 또다시 일격을 가하려는 찰나, 겨울신은 이번에는 단검으로 그의 도끼를 막지 않고 흘린 뒤, 카타이크의 팔을 살짝 건드렸다.


“아직 아닐세. 더 느껴보게.”


그러자 카타이크의 팔이 얼어붙어 딱딱해지기 시작하더니, 곧이어 빠르게 몸 전체로 전이되어가기 시작했다.


“뭐 하는 짓...”


카타이크가 말을 하던 도중 얼굴까지도 얼어붙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곤 그의 의식마저도 얼어붙고 있는지 점점 앞이 희미해져만 갔다.


겨울신은 얼어붙은 카타이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금방 끝날 걸세.”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카타이크는 설원에서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눈을 떴다. 몸의 뒷면에서부터 부드러운 눈의 촉감들이 느껴졌다.


“좋구만...”


온천욕을 즐기는 듯 편안해 보이던 카타이크는 돌연 화들짝 놀랐다. 자신이 발가벗겨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 가지 이상한 건, 발가벗은 채 칼바람이 몰아치는 설원에 누워있는데도 전혀 춥지 않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겨울의 강한 카타이크라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었다.


이상함에 고민에 빠져 누워있는 그의 시야에 불쑥 겨울신의 얼굴이 드리웠다. 카타이크는 곧바로 손을 더듬거려 도끼를 찾아봤지만 어디 갔는지 잡히지 않았다.


“이따위로 내게 수치심을 줄 생각이라면 오산이다.”


카타이크는 겨울신이 자신에게 수치심을 주려고 옷들을 전부 벗긴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인간에게 수치심을 뭐하려고 주겠나.”

“그럼 뭐냐 이건?”

“내 가호를 불어 넣어 준거네.”


카타이크는 상체를 불쑥 일으켰다. 겨울신은 그의 상체로부터 얼굴을 피했다.


온전히 일어난 카타이크는 겨울신에게 맨몸으로 덤벼들기 시작했다. 겨울신은 징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아직도 내 말을 안 믿는 건가?”

“너 같으면, 믿겠냐?”

“일단 그 덜렁거리는 것 좀 가리고 말하세.”


겨울신은 흉측한 것을 본 표정으로 카타이크의 중요 부위를 가리키며, 달려드는 그를 피했다.


“흥 웃기는 소리 하네, 내 유일한 자랑거리다.”

“휴... 이따위 의미 없는 행동은 이제 그만하지.”


겨울신이 카타이크의 다리 부분을 손으로 가리키자, 그의 다리 주변에 눈들이 얼어붙으면서 그의 발목을 꽉 붙들었다. 그리고는 겨울신은 아등바등 대는 카타이크의 팔이 닿지 않는 곳에 서서 말했다.


“모르겠나? 이 정도로는 추위가 더 이상 안 느껴지는 것이?”

“발이나 묶고 야바한 놈이구나?”

“하... 그럼 카타이크 눈보라를 상상해보게.”

“당장 이거 풀어라 어서!”

“그냥 속는 셈 치고, 눈보라가 분다고 상상해 보게나. 얼른.”


카타이크는 자꾸만 이상한 요구를 하는 겨울의 신을 의심쩍게 쳐다보았다. 너무 절실하게 요구를 하길래 어차피 움직일 수도 없는 것, 눈보라를 상상했다.


-휘우우웅


그러자 잠깐이었지만 그들의 주변으로 눈보라가 스쳐 지나갔다.


“응?”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한 카타이크는 다시 한번 눈보라를 상상했다. 그러자 이번에도 잠깐이지만 눈보라가 불었다.


“그렇게 하는 걸세. 앞으로 여러 방법들을 터득하면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을 거야. 인간은 똑똑한 생물이니까.”


카타이크는 겨울신의 말을 무시하고, 손으로 자신의 발목을 붙들고 있던 눈들을 매만져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발목을 옥죄고 있던 얼어붙은 눈들이 폭신한 상태의 눈으로 돌아갔다.


카타이크의 표정이 얼떨떨해졌다. 거기에는 놀라움과 당혹감, 두려움 등이 한데 어우러져 있었다.


발이 자유로워졌음에도 잠시 망설이던 카타이크는, 겨울신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진짜 겨울신이십니까?”

“이제야 믿는 겐가?”


자신에게 일어난 이 신비한 일을 직접 경험하고도 부정할 수는 없었기에, 카타이크는 겨울신의 존재를 서서히 믿어가기 시작했다.


“겨울신을 몰라본 제 불찰을 용서하십시오.”


카타이크는 겨울신 앞에 두 무릎을 꿇고는 고개를 숙였다.


“괜찮네, 카타이크. 대신 이제 이것을 맡아 줄 수 있겠는가?”


겨울신은 카타이크에게 ‘눈의 결정’이 담긴 새하얀 보석함을 내밀었다.


“저밖에 못한다면, 제가 하겠습니다.”

“고맙네. 카타이크.”


카타이크는 보석함을 받아들었다. 전율이 일어날만한 한기가 보석함에서부터 느껴졌다. 그럼에도 그가 버틸 수 있었던 건 겨울신의 가호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카타이크는, 겨울신에게서 자신의 힘의 절반을 맡길 수밖에 없는 사정들을 들었다. 그리고는 신에게서 카타이크만큼은 아니지만, 부족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겨울의 기운을 나눠주는 법을 배웠다.


그 후 신과 함께 카타이크는 눈보라를 타고 그의 부족 앞으로 이동했다. 카타이크는 겨울신을 보며 인사했다.


“그럼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카타이크는 보석함과, 사슴고기를 짊어진 채 부족으로 걸어 들어갔다. 멀어져 가는 카타이크를 보던 겨울신은 그를 불러 세웠다.


“카타이크, 자네가 부족장이 된다면, 잘 이끌 걸세.”


카타이크는 뒤돌아 겨울신에게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부족을 향해 마저 걸어 들어갔다.


곧이어 눈보라가 거세져 카타이크가 보이지 않게 되자, 겨울신은 안타까운 표정을 짓더니 뭔가를 망설이는 듯해 보였다.


한참을 고민하던 신은 결국 결심이 섰는지 손을 휘둘렀다.


겨울신의 손짓에 카타이크의 대부족이 자리 잡은 커다란 대륙이 눈들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그곳에서 사라져 버렸다.


대륙이 사라지고 난 자리에는 바다가 파도를 일으키며 소리치고 있는 것 같았다. 이곳에 대륙이 언제 있었냐고.



겨울신은 카타이크에게 차마 말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겨울신의 반절의 힘을 담은 ‘눈의 결정’은 자신의 손을 떠났기에, 다시 돌아오기 전까지는 제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결국 겨울신은 당장은 보석함으로 인해 괜찮으나, 언제 힘이 뚫고 나와 세상 모든 것을 얼어붙게 만들지 모르는 ‘눈의 결정’을 다른 차원으로 격리시키기로 계획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눈의 결정’을 맡아 줄 그릇으로 카타이크의 핏줄을 선택 한 것이었다.


“마안하네 카타이크...”


겨울신은 대부족이 있던 자리에 남겨진 바다를 보며 중얼거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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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왕국에서 왔소이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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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기업 썬라이즈 21.02.26 18 0 13쪽
9 재회 21.02.25 21 0 15쪽
8 가자 코리아로 21.02.24 25 0 16쪽
7 봉인 해제 21.02.22 30 0 14쪽
6 반란 21.02.21 34 0 14쪽
5 겨울 왕국 (3) 21.02.20 36 0 13쪽
4 겨울 왕국 (2) 21.02.19 41 0 14쪽
3 겨울 왕국 (1) 21.02.18 47 0 14쪽
» 겨울신과 카타이크 21.02.17 49 0 14쪽
1 프롤로그 21.02.16 7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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