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PnP의 서재

희귀병과 면역인자, 그리고 사신님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jybero
작품등록일 :
2017.07.28 19:50
최근연재일 :
2017.09.13 17:01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1,998
추천수 :
8
글자수 :
225,553

작성
17.07.29 02:59
조회
78
추천
2
글자
13쪽

[희귀병과 면역인자, 그리고 사신님] - 제1장. 여름, 시작, 성공적? 01.

DUMMY

---- 제1장. 여름, 시작, 성공적?


“······그런 고로, 여름 방학도 이제 1달 밖에 안 남았으니 다들 좀만 더 힘내도록!”

“네~!”

문 밖에서 담임선생님으로 추정되는 어른 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상응하듯 학생들이 입을 모아 대답하는 소리가 이어서 들려왔다.

“음! 자 그러면 오늘은 수업 시작하기 전에 먼저 전학생을 소개하고자 한다!”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학생들의 웅성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자, 조용히 하고! 확실히 이런 방학을 앞둔 시기에 전학 오는 건 드물지? 보통은 학기 시작에 딱 맞춰 오니까······”

학생들의 웅성거림이 수그러들자 선생님이 말을 이으셨다.

“일이 생겨서 해남에서 급하게 서울로 전학 오게 된, 김경석이라는 친구야. 들어와, 경석아!”

그 말을 듣고 문 밖에 서 있던 경석은 미닫이 문을 옆으로 밀어젖혔다. 그리고는 성큼성큼 앞으로 들어왔다.

경석의 등장으로 웅성거리던 학생들의 모습은 소곤거림으로 바뀌었다.

‘뭐야, 쟨? 표정이 다 죽어가는 사람의 표정인데?’

‘시골에서 도시로 와서 긴장한 거 아니야?’

‘쟤 표정을 보고 있자니 나까지 기분이 나빠지는데······’

이러한 소곤거림이 오고 갔으나, 선생님과 경석은 신경 쓰지 않았다.

“자, 그럼 경석이는 친구들한테 자기소개 한 번 할까?”

“······네.”

전학생 김 경석은 무표정으로 대답했다.

“안녕, 난 김경석이라고 해. 나이는 너희랑 같은 18세 고등학교 2학년이고, 아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시피 해남에서 갑자기 일이 생겨서 서울에 있는 이곳 장신고로 전학 오게 되었어. 잘 부탁해.”

경석은 가볍게 손을 흔들면서 인사했다. 그러나 말투와 톤은 전혀 너희들에게 흥미 없다는 듯한 국어책 읽기에 일자 톤이었다. 그의 자기소개 때문에 학생들의 그에 대한 이미지는 더 안 좋아지는 듯 보였다.

‘뭐야? 저 국어책 읽기는?’

‘그보다, 나이는 우리랑 같은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왜 굳이 밝히는 거지?’

‘우리한테는 전혀 관심 따위 없다는 듯한 잘난 표정인데······우웩, 역겹다 진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눈치 챈 선생님이 흐름을 끊고 말했다.

“자자, 아직 경석이가 도시로 온 지 얼마 안 돼서 적응하는 데 아직 서투른 것뿐이니까, 다들 잘 도와주길 바란다. 경석이는 왼쪽 끝에서 두 번째 줄 맨 뒤에 남은 저 자리로 가서 앉도록 해.”

“······네.”

경석은 선생님께서 지정해주신 자리로 갔다. 그의 자리 주변에 앉은 학생들은 벌칙 제비라도 뽑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들 나름대로 감춘다고는 하지만 그 내색이 힘든 모양이었다.

그의 이러한 태도와 표정은 그가 앓고 있는 희귀병으로 인한 것이었다. 사실 희귀병인지 아닌지도 확실하지는 않았다. 전학 전 그가 보인 병의 증상은 사람과의 접촉을 극단적으로 거부, 신체가 닿기만 해도 극도의 거부 반응을 보이는 등의 증상이었다. 처음에 의사는 교통사고의 후유증이라고 판단을 내렸으나 그의 증상이 점점 더 심해지자 경석은 결국 스스로 희귀병이라고 진단을 내렸다. 인터넷이나 책 등을 찾아보았으나, 아직까지 인류의 역사에 있던 적이 없는 병이였기에 경석은 편하게 부르기 위해 멋대로 희귀병이라고 불렀다. 희귀병을 앓던 그는 점점 심해지는 병 증상의 일환으로, 주변의 사람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태도, 모든 것이 귀찮다는 듯한 표정이 나타났던 것이다.

경석도 이러한 자신의 태도를 좋아하고 반길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도 억지로 남들과 가까이 지내려 하지 않았고, 친해지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는 역으로 남들을 멀리하였다. 자신과 접촉하면 나타나는 거부 반응으로 인하여 자신과 친했던, 혹은 친해질 수 있었던 사람들조차 상처 줄 수 있다는 것이 그는 두려웠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누구와도 친해지지 않으면, 누구도 상처주지 않아도 된다.’ 그것이 그가 남들을 일부러 멀리하는 이유였다.

그의 새 학교 첫날은 이처럼 대 실패였다. 이따금 같은 반에서 호기심 많은 친구들이 말을 걸어왔으나, 몇 마디 나눠보고는 질렸다는 표정으로 혀를 내두르며 친해지기를 포기하기 일쑤였다. 그의 이러한 태도와 표정은 꽤나 교내에서 유명해져서, '해탈의 경지에 이르렀다', '무관심의 전학생' 등등의 좋지만은 않은 형태로 소문도 퍼져나갔다. 가끔 소문을 듣고 온 다른 반 학생들이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고자 찾아오기도 하였다. 그러면 경석은 언제나처럼 일관된 무표정, 무관심의 태도로 답해주었다. 그의 이러한, 속된 말로 뭐가 없는 듯한 태도는 그를 어느덧 교내 왕따로 만들었다. 엄밀히 말하면 왕따라기 보다는 공기가 맞는 표현일 것이다. 적어도 교내에서 그를 괴롭히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정말 필요한 경우가 아닌 이상 아무도 그와 엮이려고도, 대화조차 시도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공기 취급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학교 생활은 오히려 경석에게 심리적인 안정감과 아무도 상처 입히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을 주었다.


그는 이렇게 처음에만 화려했고(?), 점점 존재가 잊혀져 갔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실패한, 외톨이 일직선일 것만 같던 고등학교 공기 생활이 변해버린 것은 한 순간의 일이었다.


*


경석이 장신고로 전학 온 지 약 2주, 여름방학도 2주밖에 남지 않은 월요일, 여느 때처럼 경석은 교실 한 구석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그날 따라 아침에 피곤해서 그랬는지, 경석은 코까지 골았다. 평소 같으면 조용히 핸드폰을 하고 있었겠지만, 최근 재미있는 책 한 권을 찾아서 그것을 밤늦게까지 읽다 보니 피곤해진 것이었으리라. 아무튼 평소엔 조용해서 아무도 그의 존재감을 느끼지 못하다가 오늘따라 소음으로 인해 그의 존재감이 더해진(배가 된 것이 아니다. 0에 아무리 큰 수를 곱해봤자 0이기 때문이다.) 그를 주변 반 친구들이 가끔씩 힐끔 쳐다보곤 했다. 하지만 경석에게 직접적으로 말을 꺼내기는 모두가 꺼려했는지, 다들 참거나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다던가 하는 방식으로 각자 자신들만의 시공간을 확보했다.

조회시간이 되자 담임선생님께서 들어오셨다. 때마침 운 좋게도 경석도 타이밍 맞추어 눈을 떴다. 담임선생님께서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아무 의미도 없는(물론, 경석 입장에서의 생각이다.) 조회를 마치신 후 평소와는 다른 한 마디를 덧붙이셨다.

"자, 그러면 오늘은 이곳으로 새로 전학 오게 된 학생을 소개할게."

학생들의 동공은 자연스레 커졌다. 여름 방학을 불과 2주 정도 밖에 남기지 않은 이러한 시기에 전학생이 온다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었기 때문이다(경석의 경우를 포함하여). 물론 경석의 경우가 있지만 반 아이들의 마음과 머리 속에서 경석의 존재는 매우 희미했기 때문에 그 속에는 '누군가 전학 왔었다'는 사실만 남아있었다. 아무튼 한 명이든 두 명이든 – 두 명이나 그랬다는 것이 더욱 신기했지만 – 이런 시기에 전학을 온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드문 일이고 해당 학생에게도 쉽지 않은 선택이라는 건 분명하다. 이런 애매한 시기에 전학을 오게 되면 남들과 미처 친해지기도 전에 방학을 맞이해버려서 같은 반 친구들과 친해지기도 쉽지 않은 데다, 2학기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시기에 전학 온다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인데 우리 반에만 2명씩이나 전학을 오다니 무슨 일이 있나?"

선생님께서 조용히 중얼거리시자 몇몇 학생들은 '왜 둘이지?'하는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며 눈빛을 교환했다. 그러던 중 시선을 돌리다가 뚱한 표정의 경석을 보고서는

'아...... 저런 녀석도 있었지......'하는 표정으로 다시 선생님을 쳐다보았다.

"뭐, 어쨌건 오늘부터 우리 반으로 전학 오게 된 강나영이라는 친구야. 나영아~! 들어오렴~"

"네, 선생님."

맑고 청아한 여학생의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 그러자 미인일거란 기대감에 남학생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여학생들은 불만 서린 표정을 했다. 안 그래도 전학 왔던 남학생이 저 모양인데, 엄청난 미인이거나 실력자라면(여러 방면에서) 긴장해야 했기 때문이리라.

문이 드르륵 소리를 내면서 조심스럽게 열리고, 전학생이 또각 또각 낮은 구두 굽 소리를 내며 교실로 들어왔다. 전학 온 학생은 긴 검은색 생머리에 몸매는 평범하지만 희고 고운 살결을 지닌 전형적인 미인상의 여학생이었다. (당연히 남학생들은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잘 다린 듯한 교복은 그녀의 올곧고 바른 성격을, 하얀 피부는 그녀의 순수한 영혼을, 크고 맑으면서 깊이가 있는 눈동자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대변해주는 듯 하였다.

“자, 이쪽은 지방의 다른 학교를 다니다가 사정이 생겨서 이곳 장신고로 전학 오게 된 강나영이야. 자, 나영이는 새로운 반 친구들한테 자기소개를 해 볼까?"

"네, 선생님."

선생님이 전학생을 소개하자 다시 한 번 청아한 목소리로 그녀가 답했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이곳의 새로운 학생이 된 강나영이라고 합니다. 서울에 살고 있지만 얼마 전 까지는 시골에서 살았기에 아직 서울 생활이 적응되지 않아서 여러분들에게 폐를 끼칠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저를 많이 도와주시길 부탁 드릴게요. 애매한 시기에 전학을 오게 되었지만, 여러분들과 친해지고 학교 생활도 적극적이고 보람차게 하고 싶어요. 잘 부탁 드립니다!"

조금 길지만 강나영이라는 학생의 포부와 당찬 모습, 그리고 무엇보다 예의 바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던 자기소개였다. 강한 인상을 남긴 자기소개는 반 학생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자, 그러면 나영이는....... 왼쪽 줄 맨 뒤에 밖에 자리가 없네? 나영아, 뒷자리도 상관없니?"

"네, 괜찮아요, 선생님."

"그러면 저 자리에 가서 앉으렴."

"네."

나영이가 지정된 자리로 발걸음을 옮김과 동시에 반 학생들의 시선도 그쪽으로 쏠렸다. 시선을 옮기던 학생들은 그녀의 빈 자리 옆에 또 다른 전 전학생이 있었다는 것을 눈치챘다.

'아아, 불쌍하기도 하지, 기껏 전학 와서 활기차게 시작하지 못하고 저런 녀석의 옆자리라니......'

라고 그들은 속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나영은 자신의 지정된 자리에 착석한 후 가방을 풀고 책과 필기구 등을 꺼냈다. 시선이

자연스레 쏠리니 옆에 앉은 경석도 그녀를 힐끔 쳐다보았다.

딱 봐도 매우 아름다운 미인의 상이다. 특히나 눈매가....... 경석의 어머니의 눈매와 많이 닮아 있는 듯 보였다. 경석이 희귀병에 걸리지만 않았다면 딱 경석이 좋아할만한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경석은 그 이상도 이하도 생각하지 않았다. 자기 스타일의 사람이라고 해서, 혹은 엄청난 미인이라고 해서 자기 병의 증상이 달라지는 일은 그의 경험상 없었기 때문이다.

일전에 있었던 한 예를 들자면, 경석이 볼일이 있어 외출하던 중에 우연히 tv에서 본 한 아이돌 가수의 팬 사인회를 하고 있어 참석하게 되었었던 적이 있었다. 경석이 평소에 좋아하는 음악을 해오던 가수였기에 사인을 받고자 경석도 갔었다. 그런데 사인을 받은 후 그 아이돌 가수가 가볍게 악수를 하기 위해 손을 내밀었었는데, 경석도 악수를 하기 위해 손을 뻗었다가 떨려오는 자신의 손을 보고는 흠칫했다. 경석은 아이돌 가수의 악수를 정중히 거절했다. 좋아하는 가수의 앞에 있어서 긴장해서 그런지 손에 땀이 많이 나서라는 허울 좋은 이유였지만, 사실은 손이 닿자마자 강하게 그 손을 쳐낼 것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가수는 괜찮다고 했지만, 구태여 거절한 뒤 조용히 그곳을 빠져 나온 경석이었다. 가수 본인에게 상처주기도 싫었고, 그 자리에 있던 수많은 팬들의 사나운 눈초리를 받기도 싫었기 때문이다. 경석은 그러한 경위로 이 전학생이 아무리 미인이고 자기 스타일이더라도 자신의 병 증상에는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기에, 관심을 끄고 자신만의 시공간에 집중했다.

담임 선생님의 조회 시간이 끝나고, 반 학생들이 일제히 나영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모여든 학생들은 이것저것 자신들의 궁금한 점들을 나영에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혼란스러워서 나영이 곤란해한 나머지 반장이 나서서 아이들에게 한 명씩 차례차례 물어보라고 중재할 정도였다. 경석은 나영이라는 새로운 존재로 인해 자신만의 시공간이 방해 받을 것을 직감하고, 한 마디로 그냥 시끄러워서 조용히 자리를 빠져 나와 복도로 나섰다.


......그런 경석을 지켜보는 누군가의 시선이 있었다. 그러나 경석은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66 장수거북
    작성일
    17.07.31 00:04
    No. 1

    분량도 좋고 수작인데 카테고리를 현대판타지나 퓨전으로 바꾸시는게 어떨까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jy****
    작성일
    17.07.31 06:39
    No. 2

    호평 감사드려요!! 말씀하신 장르에 관한 부분은 퓨전은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현대판타지라고 하기에는 판타지적인 요소가 사신과 관련된 부분 이외에는 없어서 조금 애매할 것 같습니다. 소중한 의견 감사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희귀병과 면역인자, 그리고 사신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 [희귀병과 면역인자, 그리고 사신님] - 제1장. 여름, 시작, 성공적? 02. 17.07.29 65 1 15쪽
» [희귀병과 면역인자, 그리고 사신님] - 제1장. 여름, 시작, 성공적? 01. +2 17.07.29 79 2 13쪽
2 [희귀병과 면역인자, 그리고 사신님] - 프롤로그 02. 17.07.29 61 2 14쪽
1 [희귀병과 면역인자, 그리고 사신님] - 프롤로그 01. +2 17.07.29 215 2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