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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집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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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불량집사
작품등록일 :
2021.06.23 14:20
최근연재일 :
2021.09.13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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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03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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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카드.

DUMMY

“씨팔. 이런 꼴을 당할 줄은 상상도 못했어.”

“김 실장님. 괜찮으십니까?”

“괜찮을 리 있어? 다른 것도 아니고, 형님이 돈 문제로 날 의심해서, 회계사를 불러왔는데.”

“혹시 무슨 걸릴만한 일이 있습니까?”

“그거야. 뭐. 그보다 지금 어디야? 잠깐 보지.”

“네. 제가 움직이는 게 낫지 않을까요?”

“아냐. 지금 여기 있어봐야 속만 터지고. 괜찮으면 자네 집으로 가도 돼?”

“그러시죠. 기다리겠습니다.”


김 실장은 얼마의 시간이 지나지 않아 왔는데, 아직도 화가 가득했다. 술을 몇 잔 했는지, 취기는 없었지만 술냄새가 진하게 났다.


“물을 좀 드릴까요?”

“그래. 찬물로.”

“네.”


김 실장은 이번 일을 완전한 배신으로 간주하고 있었다. 물을 벌컥벌컥 들이킨 김 실장이 털어놓은 회한이 가득한 말을 듣다 보니, 일견 그의 말이 이해되기도 했다.


“형님 재산이 수백 억인데, 그거 어떻게 모았겠어?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깨끗하게 번 거겠어? 내가 이 선생에게도 말했던 것처럼, 이 일은 손에 피를 묻히는 만큼 수익이 좋아. 그래서 내가 빌어먹을 놈의 아들내미가 살인죄를 저지르고 빵에 들어갔어도, 제 살고 싶은대로 살게 해 주겠다는 거잖아.”

“그렇죠. 하지만, 김 사장은 저와 실장님의 합의에 대해선 모르니까요. 차라리 이번 기회에 계획을 털어놓고, 미래를 다시 계획하는 건 어떨까요?”

“안 돼. 자넨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 약속을 지키겠지만, 김현일이는 아니야. 씨팔, 내가 한 달에 얼마 받는지 알아?”


그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은 없다. 하지만, 무려 450억 재산을 실질적으로 굴려서 수익을 창출하는 총 책임자다. 지분이 있지 않을까 했다.


“지분이 있지 않습니까?”

“하. 지분? 한 달에 꼴랑 700 받아. 그것도 감지덕지라는 거지. 난 부리는 사람이니까. 형님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김현일이는 너무 인색해. 내가 자네 계획에 그대로 동의한 것도 자네가 이 소장에게 쓰는 걸 보고서야. 같이 일했으면 같이 나눠 먹어야지. 그게 상식 아니야.”

“그렇긴 하죠. 그런데, 회계사가 털면, 무슨 문제가 생길까요?”

“씨팔······.”


김 실장은 전에 없이 욕이 늘었다. 분배에 불만이 많은 불법적인 일을 하는 실무 책임자다. 오히려 수익을 건드리지 않았을 경우가 더 적어 보였다. 그리고 내 집 거실 쇼파에서 연거푸 줄담배를 피우는 김 실장의 초조한 모습 속에서 김 실장이 합의안으로 제시한 100억을 제외한 나머지 재산으로 계속 사채업을 하겠다는 제안이 거대한 이권과 관계가 있다는 걸 알았다. 애초부터 두 주머니를 찰 셈이었다.


뒷통수를 맞은 셈이지만, 화가 나진 않았다. 손에 들어오기 전까지 김현일 사장의 돈은 내 돈이 아니고, 아직 내 뒷통수는 멀쩡하기도 했다. 회계 감사를 통해 김 실장의 비위가 발견되면, 그의 입지는 급속도로 축소될 것이고, 그 줄어든 영역은 아마도 나나 최 변호사가 맡을 공산이 컸다. 돈 욕심이 많은 사람일수록, 자신의 범죄자 부하들을 믿기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김현일 사장에겐 몇 번이나 자신의 제안을 거절한 나라는 대안이 있기도 했다.


“제가 뭘 해야 할까요?”

“응?”

“조사가 완료되면, 아마도 실장님은 추궁을 당하거나, 조직 내에서 축출되거나 하시지 않을까요? 김 사장님은 아마도 지금까지 실장님이 맡았던 역할을 제게 맡기려고 할 겁니다. 전 그다지 마음이 없지만, 실장님 판단에 따라서 그 역을 맡을 각오도 돼 있습니다.”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병민 형님이 나오면, 모든 게 다시 시작일 겁니다. 김 사장님의 병세는 실장님도 확인하셨던 것처럼 완치가 가능한 수준이지만, 어떤 치료를 받느냐에 따라 어떻게 변할지는 또 모르는 일 아닙니까? 병민 형님이 나오고, 상속을 통해 재산을 물려받고, 관리를 제게 맡기면 전 다시 실장님을 등용할 겁니다. 핑계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몇 년 해보니, 제가 운용할 때보다 김 실장님이 운용할 때의 수익률이 몇 배나 된다거나, 전 이런 일에 관심도 흥미도, 기량도 없다는 것을 병민 형님에게 말하면 됩니다. 그때쯤 사장님은 더 아플 것이고, 형님은 세상의 누구보다도 절 믿을 테니까요.”


김 실장과 김 실장의 아마도 직속 똘마니인 듯한 사람이 내 말에 눈을 빛냈다. 난 해야할 일을 알려준 셈이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김 사장의 건강이 악화되는 것이다. 김 사장의 건강이 악화될수록 김 사장의 선택지는 줄어들고 만다. 아무리 생각해도 김 사장의 옆에 있는 사람들 중 김 사장이 믿을만한 사람은 없다. 아내에게 재산을 모두 넘기는 방법도 있지만, 김병민의 모친이라고 해서 손을 잡을 사람이 나나 최 변호사 이외의 사람을 찾기란 어렵다. 김 사장 일가와 가까운 사람들 중 유일하게 접촉할 수 있는 사람은 허민수 판사 정도였지만, 허민수 판사의 끔찍함은 누구보다 김 사장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허 판사가 수백억을 위해 김병민을 괴롭힐 수 있는 수단은 수도 없이 많다. 허 판사를 택하진 않을 것이다.


“약속할 수 있어?”

“네?”

“약속할 수 있냐고. 2년 8개월 뒤에, 조직에서 축출된 날 쓰겠다고 약속할 수 있겠냐고?”

“말한 것처럼, 전 힘에도, 돈에도 그다지 큰 욕심이 없어요. 나름대로 돈을 잘 벌고 있기도 하고, 솔직히 김 사장의 위협과 협박이 아니었다면 현일과 제가 얽힐 일은 아예 없었을 거예요.”

“그건 알지. 일단 형님을 만나봐야겠어.”

“내밀 카드는 있으세요?”

“있지. 걱정할 것 없어. 다녀올게. 좀 기다려.”

“네.”


뭔가 결기가 있는 눈이었다. 난 재빨리 이 소장과 최 변호사, 그리고 형수님을 집으로 불렀다. 사건은 벌어졌고, 일이 어떻게 발전할지 추이를 예상해두는 편이 좋았다. 이 소장이 가장 먼저 도착했고, 나머지 두 사람을 기다리는데, 김현일 사장에게 전화가 왔다.


“네. 사장님.”

“그래. 나야. 뭐하고 있어?”

“글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일은 왜 하신 겁니까?”

“뭐야? 알고 있어?”

“헌국이가 전화를 해줬습니다.”

“아아. 그랬구만. 한 번쯤 확인하고 싶었어. 그리고 김 실장 입지를 좀 줄이고도 싶었고.”

“김 실장 입지를요?”

“해 먹는 거야 알고 있었지. 김 실장도 눈치가 빤해. 이 선생이 김헌국이를 비롯해서 아이들 부모들이랑 밥을 먹은 걸 이미 알고 있더라고. 그래서 야코 한 번 죽이려고 회계를 검사한 거야. 그런데, 이놈 장난 아니야.”

“많이 건드렸습니까?”

“김 실장 명의를 알아보라고 했거든. 이놈 재산이 30억이 넘더라고. 내가 준 적이 없는데 말이야. 그게 다 어디서 낫겠어?”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일단은 달래야지.”


확실히 김 사장은 나름 재주가 있었다. 김 사장은 그 동안 동생을 잘 챙기지 못했던 자신을 탓하며, 김 실장의 지금 재산을 그대로 인정해주려 한다고 했다.


“돈을 먹이고, 대신 일을 뺏어야지.”

“일을요? 어떻게요?”

“재성이 네가 맡아야지. 1/4만 관리해 봐. 연습 삼아서.”

“그건 절 조직에 들인다는 말인데, 전 생각이 없습니다.”

“생각이 없다니?”

“김 실장은 무서운 사람입니다.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릅니다. 돈이 더 필요한 것도 아니고, 일을 뺏기는 순간 절 완전한 경쟁자로 생각할텐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아냐. 그렇진 않을 거야. 난 이 선생을 김 실장 아래에 둘 생각이거든. 망해도 좋아. 워낙 돈복이 있는 사람이라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지만.”


여러모로 합리적인 대안이긴 했다. 난 두 사람 모두와 속내를 털어놓는 사이다. 진짜 어떻게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건지 알 수 있으니 됐다. 지금 자기네 회사로 와 달라는 김 사장의 부탁을 글을 써야 한다는 핑계로 거절하고서는 시간이 흐르길 기다렸다.


“김 실장이 가지고 있는 카드는 모르신다는 말이죠?”

“네. 하지만 어차피 김 사장이 실수를 포용하는 식으로 나온다면, 김 실장도 그 카드를 물리지 않을까요?”

“아니야. 절대로 그렇지 않을 거예요. 김 사장은 용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김 실장은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작가님이 슬쩍 귀띔한 것처럼, 병원 쪽에 작업이 들어가겠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김 실장은 다른 카드를 가지고 있을 거예요.”

“그게 뭘까요?”

“짐작가는 바가 없으세요?”

“네. 지금으로서는요. 그런데, 꽤 자신만만하긴 했어요.”

“그럼, 아들 쪽 아닐까요? 아버지가 아니면, 아들 쪽이겠죠. 더구나 아들은 갇힌 몸이잖아요.”


이 소장의 말에 정신이 들었다. 그렇다. 김 사장의 조직은 김천을 중심으로 활동해 왔고, 선칠이파등 김천 유력 조직과도 오랫동안 협업해 왔다. 큰 결정은 김현일 사장이 직접 했겠지만, 실무는 모두 김 실장의 손에 있었고, 자연스레 김천 교도소에 있는 조직원들과의 소통도 김 실장의 몫이 되었을 것이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교도소 안에서 무슨 사건이 벌어질까요? 영화도 아니고요.”

“아닙니다. 의외로 교도소 안에는 사건 사고가 많습니다. 사회에 나올 가능성이 없는 늙은 무기수나 사형수들은 공통적으로 가족과의 연락이 끊어지기 마련입니다. 영치금 1-200에도 무리한 사고를 일으킵니다. 더구나 그 놈들 입장에서도 몇 달 요시찰 대상이 되는 것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변하는 게 없거든요. 건드리면 안 된다는 놈으로 구분돼서 독방을 살거나, 혼거방에서도 대우를 더 받을 수 있어서 놈들에겐 불리한 게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김병민이 사고를 당해서 감옥 안에서 변을 당하면 우린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럼, 뭐 손을 떼는 거죠. 지금 김 사장과 저와의 사이는 김병민이라는 끈으로 겨우 유지되는거나 마찬가지니까요.”

“소장님, 김 사장 가족 구성이 어떻게 되나요?”

“부모님은 다 돌아가셨고, 형이 하나 있는데, 사이는 좋지 않습니다. 왕래가 거의 없어요. 처가 쪽으로도 사이가 좋지 않은 처남이 하나 있습니다.”


이 소장의 말 대로라면, 김병민이 사라지는 순간 450억이나 되는 재산이 붕 뜨게 된다. 그때 쯤이면, 김 사장의 건강은 더 악화돼 있을 것이고, 유일한 상속 대상자인 김병민의 모친은 조직에 대해서 전혀 아는 게 없다. 김 실장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김 실장과는 이 건으로 완전히 분리될 것이다. 형수님과 이 소장, 최 변호사의 눈길이 내게 향했다.


“왜들 그러세요?”

“이야기가 그렇게 흘러갈 것 같아요. 제가 김 사장이라도 만약 아들의 목숨이 위협받거나 한다면, 위암 2기의 자기를 돌아본다면 작가님 밖에는 대안이 없을 것 같아요. 예전의 작가님이라면 아닐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지금 작가님은 조직 막내들의 마음을 매우 쉽게 잡아가고 계시잖아요.”

“김 실장이 어떤 카드를 빼드는가가 문제겠네요.”


그때였다. 내 전화기가 진동했다. 재빨리 전화를 확인했다. 전화기 화면엔 김현일 사장의 이름이 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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