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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플러스 님의 서재입니다.

혀준 이 선생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해피콩
작품등록일 :
2018.07.16 17:32
최근연재일 :
2018.08.10 18:00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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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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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898

작성
18.08.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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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혀준 이 선생 18화

DUMMY

천종원은 장필면의 천막을 가리켰다.

“첫 번째로 저 그릇입니다.”

“그릇이요?”

이해정은 그릇이 뭐가 잘못되었나 싶었다.

“예쁜 그릇인데요?”

“맞습니다. 크기도 크고 예쁜 그릇입니다. 하지만 푸드 트럭에서 저 그릇으로 음식을 많이 팔 수 있을까요?”

“어머머. 그렇네요!”

이해정은 바로 알아들었다.

“맛있는 음식을 예쁜 그릇에 담아 파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여긴 식당이 아닙니다. 저 그릇을 어떻게 감당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이해정은 한쪽에 쌓여 가는 빈 그릇을 봤다. 다 먹은 손님마다 그릇은 어떻게 하냐고 장필면에게 물어보는 것도 보였다.

장필면은 라면을 만드느라 바빠서 한쪽에 놓으라는 말만 한다.

“반면에 이진명 참가자는 무난한 종이 김밥 포장 용기를 사용합니다.”

천종원이 말하지 않아도 안다. 지금 김밥을 먹고 있으니까.

“만약 여건이 된다면 이진명 참가자는 100인분이 아니라 200인분도 팔 수 있을 겁니다.”

이해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명이 김밥을 200인분을 만들 수 있다면 충분히 팔 수 있다. 그리고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지금이야 진명 혼자서 만든다. 그러니 최대 100인분이다. 시설 좀 늘리고 아르바이트 한 명 정도 쓴다면 가능했다.

무쇠 밥솥 늘리면 밥도 많이 지을 수 있으니까.

“원래 필면이는 푸드 트럭에서 라면을 포장해 갈 수 있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어머? 정말이요? 성공했나요?”

“제가 지금 말할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본선에서 선보이려 감춰 둔 것 같아서요.”

이해정은 성공했다는 소리로 들렸다. 면이라는 특성상 포장이 쉽지 않다. 면이 불어 버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감추지 말고 최선을 다하고 더 고민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진명 참가자는 2차 예선 때의 튀김 김밥에 소스를 더 추가해 맛을 더한 것은 물론 이익까지 늘렸습니다.”

이해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다가 조청을 넣어 만든 소스라니······. 고객의 건강까지 생각했습니다.”

조청 이야기가 나오니 한식 전문가인 이해정은 신이 났다.

“호호. 음식의 소스로 조청은 정말 좋지요. 소화를 도와 위를 편하게 해 주죠! 노폐물 해독을 도와줘서 혈액 순환을 돕지요! 당 함량이 높아 집중력 향상도 되죠! 장의 소화를 도와 변비에 도움 되죠.”

이해정은 조청의 좋은 점을 계속 말했다. 기침 완화 작용과 칼로리가 낮아 체중 조절에 좋다는 것까지.

“어머! 죄송해요. 제가 너무 떠들었어요.”

“아닙니다. 맞는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호호. 감사해요. 그런데 이진명 참가자는 어디서 저런 것을 배웠을까요?”

천종원도 궁금했다. 요리 실력만 좋은 것이 아니다. 천종원이 궁금해할 때 이해정은 진명과 장필면을 한 번씩 번갈아 봤다. 그리고 천종원에게 말했다.

“으음. 저는 장필면 참가자의 마음도 이해가 가요.”

“필면이의 마음이 이해가 가신다니요?”

“장필면 참가자는 천종원 선생님께서 가르침을 받았잖아요. 천종원 선생님에게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요? 자기가 이렇게 성장했고, ‘이 정도 실력이다!’라고요. 저도 그런 적이 있었거든요. 돌아가신 시어머니께 보여 드리려고요.”

천종원은 이해정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 역시 젊었을 적에는 그런 실수를 했다. 천종원은 장필면이 실수를 딛고 더 발전하기 바랐다. 그러면서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은 것 같은데 알아서 하는 진명이 기특해 보이기도 했다.

진명이 열심히 김밥을 튀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어머머! 이를 어째!”

이해정이 손을 올리며 깜짝 놀라 소리쳤다. 그리고 동시에 와장창하는 소리가 들렸다.

천종원의 시선이 진명에게서 소리가 난 곳으로 돌아갔다. 장필면의 천막이다.

라면을 다 먹고 아무렇게나 쌓아 놓은 그릇이 쓰러져 깨졌다.

장필면이 라면을 만들다 말고 당황했다. 그리고 어쩔 줄 몰라 했다. 깨진 그릇을 치우면 라면을 못 만든다. 줄 서서 기다리는 손님이 아직도 많다. 이제 50그릇을 팔았다.

선택해야 했다. 손님이 다치지 않게 깨진 그릇을 치우느냐 아니면 이기기 위해 라면을 계속 만들어 팔아야 하나.

그 모습을 본 천종원이 혀를 찼다.

“망설일 필요가 있나!”

천종원이 안타깝게 생각할 때 장필면은 라면 만드는 것을 포기하고 나왔다. 그리고 깨진 그릇을 치우기 시작했다. 깨진 그릇 때문에 누군가 다치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천종원은 그제야 굳은 인상을 폈다. 그리고 장필면에게 갔다.

“선생님!”

장필면은 천종원이 다가와 깨진 그릇을 치우자 깜짝 놀랐다.

“네가 올바른 선택을 한 것 같아 도와주는 거다.”

“하지만 선생님께······.”

“이 정도 일 가지고 참가자를 도왔다고 욕먹는다면 그냥 먹을 테니까 빨리 치우기나 해라.”

“감사합니다.”

장필면은 묵묵히 천종원과 함께 깨진 그릇을 치웠다. 깨진 그릇을 다 치운 천종원은 장필면의 어깨를 두드려 줬다.

“네 실력은 충분해. 그러니까 이기려 하지 말고 좋은 점을 가져와서 발전하려고 해. 네가 발전하면 상대방도 발전한다.”

장필면은 천종원이 말하는 이기려 하는 상대가 누군지 말 안 해도 알았다. 천종원의 시선이 진명을 향해 있으니까.

“고생해라.”

“네. 선생님.”

장필면은 천종원에게 고개 숙인 다음 다시 라면을 만들러 갔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바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장필면이 사과하자 기다리던 손님들은 손뼉 쳐 줬다. 하지만 기다리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간 손님들도 있었다.

진명의 천막 앞에 줄어 더 길어졌다. 라면 마니아가 아닌 손님이었다.

결국, 가장 먼저 준비한 100인분을 다 판 참가자는 진명이었다.


[네! 100인분을 다 판매한 참가자가 나왔습니다. 1차 예선과 2차 예선에서도 가장 먼저 음식을 만든 이진명 참가자입니다. 튀김 김밥은 매진입니다.]


음식을 사 먹기 위해 돌아다니는 손님을 위해 공필남 과장이 방송해 줬다. 공필남 과장의 방송에 참가자들 천막을 돌아다니던 손님 중에는 말다툼까지 일어났다.

“아이 씨! 거봐! 김밥부터 먹자니까!”

“어차피 줄이 길어서 못 먹었어!”

“아! 젠장! 일부러 외근까지 만들어서 왔는데.”

아쉬운 사람들은 진명의 천막에 와서 기웃거렸다. 하지만 다 팔린 튀김 김밥이 있을 리가 없다.

곧 공필남 과장이 또 방송했다.


[두 번째 매진 음식이 나왔습니다. 왕돈 참가자입니다. 돈가스 매진입니다. 아! 연이어 세 번째 매진 음식도 나왔습니다. 강용민 참가자입니다. 스테이크 매진입니다.]


진명은 천막을 정리하면서 방송을 들었다.

“모두 주황색 음식을 만든 사람이네.”

진명이 눈여겨본 참가자들이다. 본선에서 만날 것이 확실한 사람들.

진명의 시선이 맞은편 장필면에게 향했다. 장필면도 마지막 라면을 만들어 손님에게 주고 있었다. 마지막 라면을 손님에게 준 장필면의 시선이 진명에게 향했다.

진명과 장필면의 시선이 마주쳤다.

장필면은 어색하게 웃은 다음 다 팔렸다는 것을 알리고 천막을 나섰다. 그리고 진명에게 갔다.

“이진명 씨!”

“네.”

“반칙입니다.”

“반칙이요?”

오자마자 반칙이라고 말하니 황당했다.

“네. 반칙이요. 튀김 김밥도 맛있는데 거기다가 맛있는 소스까지 곁들이면 반칙이죠.”

웃으며 말하는 것을 보니 농담이었다.

“하하. 그냥 더 맛있었으면 해서 고민해 본 겁니다.”

“덕분에 제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어요. 끊임없이 고민하고 발전해야 하는데 음식보다는 다른 것으로 이기려 했네요.”

“그게 무슨 말인지······.”

진명은 장필면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튀김 김밥 진짜 안 남겨 놨어요?”

장필면은 아쉬운 표정으로 물었다. 있을 리가 없다.

“네. 다 팔았어요.”

“나는 이진명 씨에게 주려고 한 그릇은 남겨 놨는데.”

사실 주려고 남겨 놓았다기보다는 진명보다 빨리 팔고 난 후에 자랑스럽게 주려고 한 라면이다. 마음을 비운 지금은 진명에게 진짜로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진명 덕분에 무엇을 잘못 생각하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라면 한 그릇 대접할 테니 와요.”

장필면은 몸을 돌렸다. 그리고 깜빡 잊은 듯이 고개만 돌려 말했다.

“튀김 김밥은 없어도 소스는 있죠? 소스라도 맛보게 해 줘요!”

“네.”

소스는 좀 남아 있었다. 다른 것은 없다. 어쩔 수 없이 소스만 가지고 장필면의 천막으로 갔다. 장필면은 진명이 올 것으로 생각했는지 이미 라면을 만들고 있었다.

곧 맛있어 보이는 도미 뼈 국물 라면이 나왔다.

“자,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여기 소스요.”

“이거 기대되는데요.”

장필면은 진명에게 라면을 주고 소스를 젓가락으로 찍어서 맛을 봤다. 그리고 다시 찍어서 맛을 봤다. 정말 맛있었다.

짜지도, 달지도 않다. 갑자기 장필면이 일어서서 면을 삶기 시작했다. 면을 삶고 난 후 면의 물기를 쫙 뺀 장필면은 이성진의 소스에 간장과 와사비를 살짝 더 탄 다음 면을 비볐다.

“와우. 이거 먹어 봐요.”

장필면이 비빈 면을 내밀었다. 이진명은 이미 맛있을 것을 알고 있었다. 면을 비비는 순간 무색에서 주황색으로 바뀌었으니까.

그래도 진명은 장필면이 주는 면을 입에 넣었다.

“약간 짜게 한 소스가 면과 어우러져 적당한 짠맛을 내면서 톡 쏘는 매콤함이 추가되니까 색다르네요. 역시 라면에 있어서는 제가 따라갈 수 없는 것 같네요.”

“하하! 그럴 리가요. 이건 그냥 면만 삶은 다음 간장과 와사비만 넣은 건데요. 이진명 씨의 소스가 없으면 만들 수 없는 건데요.”

장필면은 진명의 소스를 만들 자신이 없었다. 너무 끈적하지도 않다. 그렇다고 묽지도 않다. 적당한 농도였다. 설탕이나 물엿 대신 조청이 들어간 것을 모르니 당연했다.

아직 장필면의 실력으로 조청을 분간해 낼 수 없었다. 전문 분야도 아니니까.

“어쨌든 본선에서는 더 나은 것을 보여 줄 겁니다.”

장필면이 진명에게 라면을 대접한 이유였다. 진명에게 말하는 것은 장필면 자신에게 말하는 것이다. 각오를 다진다고나 할까?

“저도 본선에서는 더 나은 것을 보여 줄 겁니다.”

진명도 장필면처럼 각오를 다졌다. 서로 좋은 경쟁 상대가 될 것 같았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저도 소스 잘 먹었습니다.”

진명과 장필면은 서로 웃었다. 서로를 발전시키는 좋은 경쟁 상대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진명이 천막으로 돌아가고 3차 예선은 끝났다. 3차 예선 결과는 금방 나왔다.

미리 말한 심사 기준대로 심사가 이루어졌다.

가장 빨리 팔린 순서대로 원가 대비 수익률 그리고 음식을 사 먹은 손님들의 투표를 기준으로 한다.

그리고 심사위원의 점수가 추가된다.


[지금부터 3차 예선 순위를 발표하겠습니다.]


본선에 갈 수 있는 참가자는 1등부터 32등까지 32명이다. 나머지 32명은 아쉽지만 탈락이다.


[64등 오나라 참가자. 63등 조정만 참가자······.]


끝에서부터 거꾸로 부르기 시작했다. 64등부터 45등까지는 자신들이 떨어질 것을 알고 있었다. 가장 늦게 팔았다. 하지만 40등부터 33등까지는 희망을 가졌다. 자신의 이름이 불릴 때마다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가장 안타까운 참가자는 33등이었다.


[33등 강만불 참가자! 32등 이영수 참가자······.]


33등 강만불 참가자 이름이 불리자 나머지 대부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무조건 본선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32등 참가자부터 환호성을 질렀다.


[이제 2등과 1등의 발표만 남았습니다. 이진명 참가자와 장필면 참가자입니다.]


장필면은 그릇 때문에 조금 늦게 팔았는데도 2등이었다. 그렇다고 장필면이 그릇 문제가 없었어도 진명을 넘어설 수는 없었다. 제아무리 애를 써도 가장 먼저 다 팔린 음식은 진명의 튀김 김밥이었을 테니까.


[3차 예선의 1등은! 두구두구두두······. 60초 후에 발표하겠습니다.]


공필남 과장이 누구를 패러디하는 것인지 다 아는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공필남 과장은 곧 다시 소리쳤다. 편집은 JBC 방송에서 알아서 할 테니까.


[3차 예선의 1등은! 이진명! 참가자입니다.]


카메라가 진명을 잡고 모두의 시선이 진명에게 모였다. 진명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익숙하지 않았다.

그런데 누군가 소리쳤다.

“이 결과에 이의 있습니다! 예선 대회의 규칙을 지키지 않은 참가자가 있습니다.”

당황한 공필남 과장이 이의를 제기한 참가자에게 물었다.


[33번 강만불 참가자! 규칙을 지키지 않은 참가자가 있다니요?]


“네. 있습니다. 1등을 한 이진명 참가자입니다!”

말도 안 된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결과를 지켜보던 사람들까지 웅성이기 시작했다.




본 작품은 픽션이오니 그저 즐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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