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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초거북 님의 서재입니다.

웹툰 속 도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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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초거북
작품등록일 :
2021.07.26 12:02
최근연재일 :
2021.08.09 20:40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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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517

작성
21.08.06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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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Ep 4 제일 오래된 보디가드

DUMMY

" 뭐야, 정말 둘이 아는 사이였어? 그럼 같이 손잡고 오지 뭐하러 따로따로 와? "


어이없다는 듯 웃는 양화의 곰방대에서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


“ 친구 만나러 가신다고 하셨잖아요. 왜 도깨비시장에 계세요? ”

“ 허허허 만나기로 한 친구 놈이 자취를 감춰버렸지 뭡니까. 제가 기껏 만나러 간다고 얘기까지 했건만. ”


월묘는 친구의 행방에 대해 양화가 혹시 알고 있지 않을까 싶어 찾아온 것이었다.


경주에서 살아가는 요괴들에 대한 모든 정보는 양화의 손안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 그보다 우치 님은 경주까지 무슨 일이십니까? 마루까지 데려오시고. ”


우연히 만난 월묘가 몹시 반가운지 마루는 꼬리가 떨어질 듯 흔들어 대고 있었다.


“ 관리청에서 제게 사건을 의뢰했거든요. 지금 경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계세요? ”


.

.

.


연쇄 실종 사건에 대한 얘기를 들은 월묘는 곧바로 사건의 심각성을 파악한 눈치였다.


“ 흠, 특별 주시 대상만 골라 노리는 요괴라. 서두르지 않으면 다른 피해자들이 더 생길 수도 있겠습니다. ”

“ 그래서 일단 이곳에 온 거예요. 어떤 녀석이 일을 벌이는지를 먼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


어, 잠깐만.


분명히 양화는 나와 월묘가 같은 내용을 물어보았다고 했었다.


친구의 행방을 찾는 일과 사건의 범인에 관해 묻는 게 같은 내용이라는 건?


“ 영감님의 친구가 그럼··· ”


" 푸흣, 나름 신선한 추측인데? 하지만 완전히 초점을 잘못 잡았어. "


어느새 좁은 가게 안은 양화의 담배 연기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 안 그래도 그쪽이 궁금해하는 일 때문에 여기도 아주 비상이야. 하루가 멀다 하고 관리청에서 심문을 나오는 바람에 얼마나 귀찮은지 원. ”


심지어 정보 상인들이 범인을 숨겨주고 있는 게 아니냐며 자기 가게까지 뒤집어 놓았다고 양화는 진저리를 쳤다.


“ 우리 쪽에서도 탐색 범위를 최대로 넓혀서 있는 대로 정보를 끌어모아 봤지만, 아직 어떤 놈인진 확실하게 파악하지 못했어. ”


“ 그럼 저희에게 팔려 했던 정보는 뭐죠? 설마 거짓말로 지어내려 했던 거에요? ”

“ 얘가 얼굴만 믿고 상인의 자존심을 막 긁네. 큰일 나려고. ”


그녀의 차가운 손가락이 내 턱을 가볍게 움켜쥔다.


“ 뭐, 특별히 한번은 봐줄게. 맘에 들었으니까.

관리청에서 사건을 파악하기 전부터 혼자서 이를 조사하고 있었던 요괴가 있어.

그 사람이 영감님의 친구라는 얘기고.

내 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 이번 일에 대해선 아마 나보다 더 알고 있는 게 많을걸? ”


“ 허허허 그 친구가 먼저 나서고 그러는 성격이 아닌데. 이것 참 별일이군요. ”


“ 어때 이제 정보를 살 생각이 조금 생겼니? ”


훅 얼굴을 들이민 양화에게서 달콤한 동백꽃 향이 났다.


“ 좋아요. 거래하도록 하죠. 얼마에 파시겠어요? ”


요괴의 세계에서는 당연히 원화를 사용하지 않는다.


지금 주머니 속에서 만져지는 이 엽전이 바로 이쪽 세계의 통화.


문제는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건, 첫 의뢰를 해결하고 받은 엽전 10개가 전부라는 것이다.


정보는 취급하는 상인 맘대로 가격이 달라지기에 10개 안에서 해결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았다.


“ 그냥 줄게. ”

“ ....뭐요? ”


“ 이번엔 공짜로 넘겨준다고. 첫 고객한테는 내가 원래 막 퍼주는 편이야. ”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다.


자신이 내뱉는 문장의 철자 수까지 따져 돈을 받는 걸로 유명한 저 양화가 공짜로 정보를 넘겨?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게 확실하다.


" 왜, 맘에 안들어? 싫으면 말고. "


하지만 또다른 피해자가 생길지도 모르는 지금은 물불 가릴 때가 아니다.


“ 알겠어요. 그래서 대체 누군데요? ”


숨결이 닿을 듯, 입을 내 귓가에 가까이 가져다 대는 그녀.


“ 지귀(志鬼). 신라의 옛 불의 신이야. ”


바로 그때.


드르륵!


“ 헉헉. 내가 실마리를 찾았소. 지귀 님을 만나보라더군. ”


온몸이 땀에 젖은 채 거친 숨을 내쉬는 도헌이 가게로 들어왔다.



+ + +


< 올라갑니다 >


다시 지상으로 올라가는 덩굴 엘리베이터 안.


“ 7 지부의 월묘 님을 이리 만나게 될 줄은 몰랐소. 정말 영광이오. ”


내 생각보다 이쪽 세계에서 월묘의 위상은 더 대단한 것 같다.

양화의 가게에서부터 도헌은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누가 보면 아이돌인 줄 알 정도로.


“ 그보다 우치 자네도 용케 실마리를 찾았군. 내 한시라도 빨리 소식을 전하려 날 듯이 뛰어왔건만. ”


그의 말을 들어보니 내가 가게에서 한참 얘기하고 있던 사이, 반대쪽 거리에 있는 정보 상점들을 전부 훑고 왔다고 했다.


못해도 웬만한 소도시 정도 크기의 도깨비시장을 그 짧은 시간에 다 돌았다니.


웹툰의 주요인물답게 도헌도 만만치 않은 괴물인 듯하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 우치 님, 아까부터 한마디도 안 하시고 무슨 일 있으십니까? ”

“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


물론, 새빨간 거짓말.


지금 내 머릿속은 어느 때보다 빠르게 회전하고 있었다.


원작의 중반부에 다다르면, 드디어 악한 요괴들로 이루어진 제대로 된 적대 세력이 등장한다.


흑야(黑夜)단.


이 집단은 도력을 얻어 강해지기 위해서라면, 사람을 습격하는 일쯤은 밥 먹듯이 하는 굉장히 위험한 녀석들이다.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다섯 마리의 상위 요괴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 지귀. ”


“ 역시 우치 자네도 지귀 님을 빨리 만나 뵙고 싶은가 보오? 그분께 내 불의 도술을 한번 선보여 드릴 수 있다면 좋겠건만. ”

“ 허허허 이제 그렇게 대단한 친구는 아닙니다. 신라의 불의 신이라 불린 것도 이젠 먼 옛날 일이니. ”


분명 원작 속 지귀는 자신의 검은 불길로 도시 3개를 전소시켜버린 말 그대로 ‘화마(火魔)’였다.


그러나 지금 월묘와 도헌이 말하는 분위기는 전혀 그런 위험한 요괴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알고 있던 이야기의 거대한 흐름이 서서히 바뀌어 가고 있는 느낌.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든다.


그 마음이 전해졌는지, 걱정하는 눈빛으로 나를 핥는 마루.


괜찮아.

지금은 일단 부딪혀 보는 거야.


< 문이 열립니다 >


꿈틀대며 사라지는 덩굴들.


도깨비시장 안에서 얼마 시간을 보내지 않은 거 같은데, 밖은 이미 밤이 되어 있었다.


시장 안에서는 시간이 두 배 빠르게 흐른다는 설정 탓일 테지.


“ 영감님, 지귀를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진 알고 계신 거예요? 원래 만나기로 했던 곳엔 없었다면서요. ”


“ 그건 녀석이 당연히 제집에 있을 줄 알았을 때 아닙니까. 이번 사건을 쫓고 있다는 걸 알았으니 찾아가야 할 곳은 한 곳뿐입니다. ”


대답을 끝내자마자 잔디밭 위로 균열을 여는 월묘.


오랜만에 보는 검은 구멍이 반갑다.


“ 크허허 이제부터 경주 시내를 이 잡듯이 샅샅이 뒤져보려 했건만, 월묘 님이 동행하시니 이리 편할 수가 없구려. ”

" 감탄 그만하시고 안으로 절 따라서 뛰어드세요 "


.

.

.


위로 보이는 군열의 작은 출구.


도헌의 어깨가 걸리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모두 무사히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붉게 깜빡이는 신호등 아래.

횡단보도 너머에는 작은 파출소가 보인다.


“ 제대로 온 거 맞아요? 여기 그냥 길거린데. ”


신호를 기다리는 몇 사람만이 한복 차림인 나와 도헌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 잠시만 기다려 보십쇼. 그 친구가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 ”


잠시 후, 초록불이 들어온 신호등.


횡단보도를 건너온 사람들은 저마다 제 갈 길로 향했다.


이제 거리 위에는 우리 일행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 월묘, 여기까진 어떻게 찾아온 거야. ”


위에서 갑자기 들려온 젊은 청년의 목소리.


파지직!


신호등의 빨간불이 점멸하기 시작하더니 사람의 형체가 안에서 튀어나왔다.


머리엔 깃털이 달린 작은 관모.

창백하게 하얀 얼굴과 붉게 칠한 눈가.


외모는 내가 알고 있는 원작 속 지귀의 모습 그대로였다.


“ 제가 만나러 오겠다고 연락까지 보내지 않았습니까. 집에 없으면 없다고 얘기를 하셨어야죠. ”

“ 미안, 내가 요즘 바빠서 깜빡했어. 그보다 뒤에 저 도사들은 뭐야. 혼자 온 거 아니었어? ”


귓속말로 월묘에게 소곤대는 지귀.


“ 이리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이오. ”


순식간에 뒤에 서 있던 도헌이 튀어나와, 지귀의 손을 잡고 세차게 흔들어 댄다.


저걸 지금 악수라고 하는 건가.


“ 네, 네. 알겠어요. 제발 이것 좀 놓고···. ”


처음 보는 사람하고 말하는 게 어색한지 바로 말투가 바뀌었다.


무자비하게 도시를 불사르던 원작의 모습이 전혀 연상되지 않는 소심한 모습이다.


“ 저희는 경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연쇄 실종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파견됐어요. 당신이 이 사건을 쫓고 있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

“ 아니 그걸 어떻게···? ”


“ 여기 오기 전에 양화 양을 만나고 왔습니다. 대체 무슨 바람이 불어서 속세의 일에 다시 관여하기로 하신 겁니까. ”

“ 그냥 개인적인 일이야. 별로 중요한 것도 아니고. ”


“ 지금까지 알아내신 걸 저희에게도 알려주실 수 있으시겠어요? 한시가 급한 상황이란 건 이미 알고 계실 테니. ”


그 순간,


삐이익!


느닷없이 허리춤에서 들리는 새소리.


종이 새 한 마리가 내 두루마기를 비집고 튀어나왔다.


“ 아. 아. 듣고 있어? 방금 들어온 따끈따끈한 정보야. 실종되었다 무사히 돌아온 사람이 있대. 지금 병원으로 이송 중이라니까 거기로 가보는 게 좋지 않겠어? 주소는···. ”


양화의 목소리로 지저귀기 시작하는 새.


대체 언제 이런 건 또 숨겨 논거야.


“ 이것 좀 놓으시라고요! ”


새로운 정보를 듣자마자, 지귀가 자신을 잡고 있던 도헌의 손을 강하게 뿌리쳤다.


그리곤 발끝부터 타오르기 시작하는 그의 몸.


순식간에 커다란 불덩이로 변한 지귀는 마치 혜성처럼 공중에 꼬리를 남기며, 어딘가로 날아가 버렸다.


“ 저쪽으로 간 걸 보니, 아무래도 병원으로 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성격이 급한 친구가 아니었는데. ”


다행히 월묘는 경주 지부에서도 근무한 적이 있었다.

그말은 웬만한 곳이라면 우리가 사랑하는 사기적인 이동도술을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


“ 저희도 어서 서두르죠. 왠지 느낌이 심상치 않아요. ”


.

.

.


서둘러 균열을 타고 도착한 병원 앞은 하나둘 모이기 시작한 기자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우리는 일단 주차장 으슥한 곳으로 몸을 피했다.


“ 이대로 들어가면 너무 눈에 띌 거예요. 옷이라도 어떻게 좀 해야겠는데. ”

“ 아니. 굳이 병원 안으로 들어갈 필요는 없소. 여기선 내가 힘 좀 쓸 시간인 것 같구려. ”


도헌의 손 위로 일렁이며 피어나는 아지랑이.

곧, 어느 병실이 풍경이 투영되었다.


침대에 누워있는 여자와 경찰 두 명이 얘기하는 모습이 보인다.


“ 이건 또 신기한 도술이군요. 천리안 같은 겁니까? ”

“ 크허허 아직 그런 거창한 수준은 못 되오. 지금 이 화면은 지귀 님이 바라보고 계신 걸 그대로 투영한 것이요. 나는 도력이 닿은 상대의 감각을 잠시 빌릴 수 있거든. ”


“ 잠시만요. 지금 뭐라고 얘기하고 있어요. ”


- - -

“ ...... 그래서 납치한 사람의 모습은 못 보았고, 목소리만 들으셨다는 거죠? ”


“ 네, 젊은 남자 목소리였어요.

이 여자도 아니야, 팔하고 다리가 맞지 않잖아. 대체 딱 맞는 반쪽은 어디있는 거냐고.

분명히 그렇게 말했어요. ”

- - -


반쪽?


아지랑이에서 그 단어가 들려오자, 우리 셋의 눈빛이 교차했다.


드디어 알 수 없었던 범인의 윤곽을 잡아챈 순간이었다.


작가의말

좋은 하루 보내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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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Ep 3 조금 늦은 기념품 21.08.02 48 1 12쪽
7 Ep 2 세상에 나쁜 요괴는 없다 +2 21.07.31 65 2 12쪽
6 Ep 2 세상에 나쁜 요괴는 없다 +3 21.07.30 79 3 11쪽
5 Ep 2 세상에 나쁜 요괴는 없다 21.07.29 74 3 13쪽
4 Ep 1 완결길도 한 걸음부터 21.07.28 86 4 12쪽
3 Ep 1 완결길도 한 걸음부터 21.07.27 110 15 13쪽
2 Ep 1 완결길도 한 걸음부터 21.07.26 166 18 12쪽
1 Ep 0. 댓글을 달 때는 신중하게 +3 21.07.26 200 2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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