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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상] [산문시] 거두리 3번소독수

“제치국 사이소”

노모의 각혈이 새벽녘을 찢어 놓기 전에 6시 알람 내세우면

마음은 편한데 입춘맞이 행사가 왼 무릎에서 발각됩니다

이것은 일거리가 있다 고로 혀 깨물 일 없다

비쩍 마른 내 허벅지에도 피가 통하게 한답니다


자아 나는 이제 점심밥을 국에 익사시키기도 전에

어여쁜 일당을 흘겨 볼겁니다

이제 옷장에 쑤셔 놓았던 세금딱지들을 꺼내놓아

죽으란 법은 없다 호통을 칠 수 있거든요


차가운 소독 통은 8kg 이 무개만큼으로도

나는 덩실 덩실 춤추기엔 벅차지요

우리집은 풀독이 올라 발 뻗을 걱정이 많은데

오늘 만나는 15층 아파트는 집지마다 졸려서

잔뜩 곪아 있는 것이 아니겠나요


훠어이 훠어이 온갖 잡균들을 구제합니다

위장을 통채로 부셔 부지런히 토악질을 하는 변기통에

고들빼기 향 물씬 나는 액체들을 분사합니다


내 자손심은 그릇이 작아 이가 나갔는지라

이런 쓰레기통쯤은 거칠게 응시합니다

결국 할당량이 절뚝거려 모지리처럼 질겅질겅 날이져도

이것은 모두 물주들의 지시사항,

방긋 웃는 허드렛 미소로 소독입니다 를 외쳐야지요


이제 자정을 기해서 내복을 꺼내 입고

뒤척이는 혀를 잔뜩 씹어두고 자려구요

그럼 새벽잠이 달콤한 것도 모르고

어매의 제첩국 통 보다 먼저 이가 시려올 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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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제목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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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내 일상 | [시] 대화 15-04-21
» 내 일상 | [산문시] 거두리 3번소독수 15-04-20
2 내 일상 | [시] 돌담 15-04-20
1 내 일상 | 예전에 썼던 시와 수필들을 올려볼까 합니다 15-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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