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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무 님의 서재입니다.

증오의 시대 1부 아르카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이진무
작품등록일 :
2022.05.11 15:51
최근연재일 :
2022.07.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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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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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13,897

작성
22.06.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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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제 36화 아툼의 뿌리

DUMMY

제 36화 아툼의 뿌리



한편 ‘카푸트’의 사장실.


짙게 드리운 커튼으로 밖과 완벽히 차단되어 낮인지 밤인지 알 수가 없다.


해무는 아무렇게나 흩어져있는 서류 뭉치들을 밀어내며 새로 올라온 기획안을 읽고 있었다.


그 때 미야가 들어오며 말했다.


“아유, 사장님! 이게 뭐에요. 정리 좀 하세요.”


해무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나는 이렇게 어지럽혀져 있어야 편해.”


“그러면 필요한 서류는 어떻게 찾아요?”


“걱정 없어. 나는 쉽게 찾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사장님은 참 게을러요.”


해무는 멋쩍게 미소를 지은 후 물었다.


“그런데 무슨 일이야?”


미야는 책상 위에 얄팍한 서류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것 좀 보세요. 제가 ‘아툼’을 조사한 내용이에요.”


해무는 미야가 가져온 서류를 읽다가 깜짝 놀란다.


“뭐야, ‘아툼’의 뿌리가 일제 강점기에 인체 실험을 주도했던 731부대라고?”


“그래요.”


“말도 안 돼.”


해무는 거칠게 고개를 흔들었지만 미야는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틀림없어요. 게다가 ‘아툼’의 현재 대표이사는 에타라는 자인데 그는 731부대의 대장 시로(군의관 출신)의 후예입니다.”


해무는 숨이 탁 막힌다.


731부대가 무엇인가? 일제가 세계 제 2차 대전 당시 생화학 무기 개발을 위해 만든 비밀 부대가 아닌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임산부까지 실험에 동원했다. 실험과 해부는 모두 마취 없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미야의 말처럼 731부대의 후예가 국내에서 어엿하게 기업을 설립하고 활동하고 있는 거라면 한국인으로서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아니, 용서해서는 안 된다.


“미야. 이것은 보통 일이 아니야. 우리나라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일이야. 정확한 거야?”


해무는 미야에게 재차 물었다. 제발 아니라고 대답해주길 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미야는 눈을 반짝이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처음 해킹을 했을 때는 아무 것도 의심할 것이 없었어요. 그냥 평범한 회사였죠.


그런데 자금 흐름이 이상했어요. 일본 본사에서 정기적으로 갑자기 큰 자금이 뭉텅이로 들어오는 거예요. 회사 규모로 보아 말도 안 되는 금액이었어요.


나는 너무 이상해서 계속 파고들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일본으로 전송되는 비밀자료를 발견했어요.


그 자료를 따라가다 보니 731부대가 나온 거예요. 본사의 보안이 너무 철저해서 세밀하게 보지는 못했지만 말이에요.”


“731부대는 일본 패전 후 전범 재판을 받고 관련자들이 모두 처형되지 않았나?”


“그렇지 않아요. 나도 이상해서 자료를 찾아봤어요, 놀랍게도 이시이 시로를 비롯해 731부대 관련자 중 누구도 전쟁 범죄자로 기소되지 않았다고 해요, 미국이 인체실험 자료를 넘겨받는 조건으로 관련자 전원을 석방했기 때문이에요.”


“뭐라고? 그렇다면 인체실험 자료 값으로 끔찍한 만행을 덮었다는 거 아냐?”


“그래요. 관련자들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여전히 살아서 활동하고 있는 거예요.”


“하! 그럴 수는 없어. 악마의 집단을 처벌하는 대신 작은 이익을 취하고 정의를 싹 뭉개버렸다는 소리 아닌가! 아무리 악랄하고 잔인한 범죄라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다 용서가 된다는 거야? 어처구니가 없네.”


해무는 여전히 믿기지 않는 듯 연거푸 탄식을 하며 말했다.


“그래도 너무 황당한 일이야. 구체적 증거가 있어?”


미야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컴퓨터로 본 것 외에는 없어요. 하지만 나는 확신해요.”


해무의 시선이 허공으로 향했다.


“731부대는 절대 존재해서는 안 될 망령들이야.”


“저도 처음 해킹을 했을 때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어요. 이런 악마집단이 여전히 이 세상에 남아있다는 사실을 말이에요.”


“이를 어쩐다?”


“경찰에 신고를 하죠.”


해무는 피식 웃었다.


“증거가 없다며. 무엇으로 신고해?”


“하지만···.”


“당분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증거도 없이 발설했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가 있어. 너무 엄청난 일이야.”


“그냥 덮을 건가요?”


“천만에. 몰랐다면 모르겠지만 알게 된 이상 절대 내버려둘 수가 없어.”


“저도 도울 게요.”


해무는 손을 내저으며 한숨을 토해냈다.


“이유가 뭘까?”


“뭐가요?”


“그들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이유 말이야. 그리고 나에게 접근하는 이유?”


“아직은 알 수 없어요. 하지만 곧 꼬리를 드러내겠죠. 오히려 지금 알게 된 게 다행이에요. 덕분에 조사를 하고 준비할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됐잖아요.”


해무는 피식 웃었다. 긴장된 상황에서 냉정하게 판단하는 미야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래. 미야가 나 보다 더 난 것 같아. 나는 무서워 죽겠는데.”


미야는 살짝 눈을 흘기며 말했다.


“누군 무섭지 않은 줄 알아요?”


해무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러면 회사를 팔아서는 안 된다는 얘긴가?”


“아니에요. 이제 와서 팔지 않겠다고 하면 의심하게 될 거예요.”


“하지만 저들의 의도도 모르는데 덥석 팔 수 없잖아.”


“아니에요. 일단은 원하는 것을 주고 조사를 해야 해요. 사실 사장님이 자리를 비웠을 때 노 검사로부터 연락이 왔었어요.”


“무슨 연락?”


“사장님 아버지께 돈을 송금한 사람이 살해됐다는 거예요.”


해무는 깜짝 놀라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뭐라고?”


“저들이 증거를 없애는 방법인 것 같아요. 목숨을 끊어 꼬리를 자르는 거죠. 만약 회사를 팔지 않으면 사장님도 목숨이 위태로울 수가 있어요.”


해무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나는 그렇게 쉽게 당하지 않아.”


“함부로 목숨을 갖고 장담하지 말아요. 일단 프로그램을 주되 프로그램에 우리가 해킹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놓으세요. 저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있도록 말이에요.”


“그걸로 될까?”


“그리고 파이안 박사의 핸드폰을 빨리 확보하도록 해요. 파이안 박사의 핸드폰이 없으면 프로그램도 무용지물이잖아요.”


“모순되는 거 아냐? 해킹프로그램을 깔라고 하면서 프로그램을 사용 못하도록 하라니.”


“두 가지 방법으로 대비를 하자는 거예요. 한 가지가 실패하면 다른 한 가지로 대응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해무는 깊이 생각에 잠긴다. 미야의 말이 맞다. 그렇게라도 대비를 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그야말로 단기적인 준비에 불과하다.


저들의 진정한 목표와 의도를 알아야한다.




다음 날 한 사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이, 해무 사장.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복구가 됐나?”


“그럭저럭 다 된 것 같습니다.”


“잘 됐군. 그러면 회사는 얼마에 팔지 생각해 봤어?”


“글쎄요. 얼마면 좋을까요?”


“회사 가치로 볼 때 30억이면 되지 않겠어?”


해무는 피식 웃었다.


“30억 원이라. 웃기지도 않네요. 더군다나 그 중 내 지분은 50%니까 나는 15억만 받고 물러나라는 거겠죠?”


“해무 사장. 이 제안에는 돈만 있는 게 아니야. 검찰 수사를 무마해주는 대가도 포함되어 있는 거야.”


“아직 기소도 안 되고 조작된 증거만 있는 사건 말인가요?”


“크크. 아무리 큰 댐도 작은 틈으로 무너질 수가 있지. 네가 아무리 정당하다고 해도 여기저기 틈에서 물이 줄줄 새면 견딜 수 있을까? 감옥에 가서야 내 제안을 받아들일 걸 하고 눈물을 흘려야 다 소용이 없는 거야.”


“그래요? 좋습니다. 회사는 그렇게 팔도록 하죠. 하지만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따로 팔아야 하겠습니다.”


“무슨 소리야? 그 프로그램도 회사소윤데 따로 팔다니.”


“이 프로그램은 온전히 내 능력으로 만들었습니다. 회사 소유가 아닙니다.”


“그런 법이 어디 있어?”


“내가 내놓지 않는데 회사 소유가 될 수 있습니까?”


“······.”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다시 한 사장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좋아. 자네 몫으로 20억 원을 더 주지. 그러면 됐나?”


“하하하. 한 사장님. 그만 웃기십시오.”


“뭐하는 짓이야? 나를 모욕하는 거야?”


“당신의 ‘아툼’에서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나에게 그런 제안을 할 자격은 있는 겁니까? 회사 매수의 전권이라도 위임받은 겁니까?”


“음-.”


“그게 아니라면 왜 나서는 겁니까? 싸게 매입하면 ‘아툼’에서 보너스라도 준답니까?”


“검찰에 기소당하고 싶어?”


“협박까지 하나요? 닥치고 제 이사에게 오후 3시까지 사무실로 오라고 하십시오.”


해무는 말을 마친 후 대답도 듣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카푸트’의 회의실. 오후 4시.


긴 탁자를 사이에 두고 해무와 변호사, 제 이사와 한 사장이 마주 앉아있다.


회의를 시작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듯, 한 사장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연거푸 물을 들이켜고 있었다. 그는 입술을 혀로 축이며 말했다.


“백억 원도 안 된다고 하면 도대체 얼마를 달라는 거야?”


해무는 몸을 크게 뒤로 재끼며 씩 웃었다.


저들은 이미 몸이 달아올랐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나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몹시 필요한 모양이다.


제 이사는 표정 없이 가만히 있기 때문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한 사장은 안달이 나서 몸을 배배 꼬며 잔뜩 흥분해있다.


드문드문 제 이사가 눈치를 주고 있었지만 한 사장은 보지 못하는 것 같다.


협상을 해봤어야지. 해무는 혀를 끌끌 찼다.


이제 그가 배팅을 할 차례다. 오백 억 쯤 불러볼까? 잔뜩 달아오른 저들은 따라올 것 같았다.


좋아. 올인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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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제 50화 분노하는 괴물들 22.07.06 24 1 10쪽
49 제 49화 무의식의 세계 22.07.05 13 1 10쪽
48 제 48화 아르카의 괴물 22.07.04 23 1 9쪽
47 제 47화 아버지 22.07.02 24 1 9쪽
46 제 46화 위기 22.07.01 19 1 10쪽
45 제 45화 핸드폰의 영혼 22.06.30 19 1 10쪽
44 제 44화 저주받은 능력 22.06.29 18 1 10쪽
43 제 43화 아르카 22.06.28 19 1 10쪽
42 제 42화 격투 22.06.27 18 1 9쪽
41 제 41화 빙의 22.06.25 18 2 9쪽
40 제 40화 소녀의 원혼 22.06.24 26 1 9쪽
39 제 39화 추적자들 22.06.23 33 1 10쪽
38 제 38화 몽타주 22.06.22 26 1 10쪽
37 제 37화 음파무기 22.06.21 24 1 11쪽
» 제 36화 아툼의 뿌리 22.06.20 21 1 10쪽
35 제 35화 세 번째 살인 22.06.18 18 1 9쪽
34 제 34화 정 실장 22.06.17 17 1 9쪽
33 제 33화 신생과 중이 22.06.16 22 1 9쪽
32 제 32화 협박 22.06.15 24 1 9쪽
31 제 31화 마지막으로 할 일 22.06.14 24 1 10쪽
30 제 30화 유령수술 22.06.13 35 1 10쪽
29 제 29화 배신 22.06.11 52 1 10쪽
28 제 28화 위기의 조제 22.06.10 28 1 9쪽
27 제 27화 아버지 이야기 22.06.09 25 1 10쪽
26 제 26화 증오의 힘 22.06.08 25 1 10쪽
25 제 25화 제 이사 22.06.07 22 1 9쪽
24 제 24화 사건조작 22.06.06 30 1 10쪽
23 제 23화 박 형사 22.06.04 21 1 10쪽
22 제 22화 올바른 길 22.06.03 27 1 10쪽
21 제 21화 네글레리아 22.06.02 27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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