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 17년. 월식이 일어난 어느 날 밤,
공주는 부용지의 호수에서 낯선 남자를 만난다.
그는 붉은 달 아래 피어난 꽃처럼, 신비로운 사람이었다.스산한 공기 속, 코를 스치는 비릿한 냄새에그가 피로 얼룩진 상태라는 것을 인지했다.
적막을 깨고 섬뜩하게 낮은 목소리가 작지만 선명하게 들려왔다.
“제가 당신을 죽이러 왔다면, 당신이 눈앞에 있는 지금이 기회입니다.”
구름이 걷히고 달이 모습을 드러내며그의 눈을 비쳤다.
정확하게 저를 바라보는 선명한 눈동자를 마주하자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도망치셨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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