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했던 모험과 도전의 나날들이 내겐 바로 엊그제 있었던 일인 양 생생하기만 한데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렀다네.
다시 만나기 전, 그러니까 자네는 동쪽의 이튼 지방을 향하고, 나는 이곳 남쪽 서쓰 지방에 남았을 때 내가 했던 말 혹시 기억하는가. 자네의 전기를 쓰겠다는 나의 다짐 말일세. 자네는 내 말에 폭소를 터뜨렸지만, 나는 진심이었다네.
자네는 결코 스스로가 영웅이라거나, 구원자라 생각하진 않겠지. 그저 스스로 마음이 이끄는 길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걸었던 자네니까 말일세. 하지만 그런 자네의 발걸음은 누군가에겐 구원이었고, 희망이었다네. 지금 듣는다 한들, 여전히 자네는 당치도 않다며 손사레나 칠 테지만, 그렇지 않은가?
게다가 인간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일들을 겪고, 그 중 오직 몇몇의 특정적인 사건을 제외하면 전부 다 잊어버리게 마련이지. 모두 다 담아두기엔 인간은 너무나도 작고, 세월은 너무나도 기니까 말일세. 자네는 공감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평범한 인간인 나 같아도 그 때의 기억이 군데군데 얼룩이라도 진 양, 흐릿하니 제대로 떠올릴 수가 없더군. 그래서 이렇게 펜을 쥔 것이지. 정말로 늦어버리기 전에 말이야.
한 글자, 한 글자 새겨가면서 새록새록 떠오르는 기억들이 어찌나 반가운지, 당장이라도 자네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네. 자네의 영향으로 꿈을 쫒던 나날들 또한 나에겐 축복이었지만, 역시 자네를 만나고, 자네를 따라다니던 그 시절에 비할 수는 없을 것 같더군.
나에게 앞으로 남은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는 감히 나로썬 짐작조차 할 수 없다네. 어쩌면 자네의 관한 이야기를 전부 다 풀어내지 못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렇게 쓰고 있다네. 이 글이 누군가에겐, 자네를 만났을 당시의 나처럼 한 줄기 빛이 될 수도 있으리라 믿거든.
혹시 아는가, 이 글이 널리 퍼져간 끝에 자네에게 닿을지. 물론 자네는 질색하면서 읽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말일세. 그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 같아.
만일 이것에 대해 접하거나, 듣게 된다면 그저 오랜 친구로부터의 편지라 생각하고 부담 없이 읽어주게나.
잊을 수 없는 그 때를 추억하며
자네의 오랜 친구이자, 영원한 동료 와그너
<다이안 전기> Prolouge 中
https://blog.munpia.com/pathiz/novel/113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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