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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트라 빙의자의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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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리감투
그림/삽화
오소리감투투투
작품등록일 :
2024.06.29 15:17
최근연재일 :
2024.06.29 15:20
연재수 :
1 회
조회수 :
6
추천수 :
0
글자수 :
3,192

작성
24.06.29 15:20
조회
6
추천
0
글자
7쪽

빙의자 특전없음

DUMMY

불행과 행운은 타이밍이 있다.


이를테면 집 앞 버스 정류장에 불행 버스와 행운 버스가 있는데, 불행 버스가 도착하면 줄 서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불행 버스 위로 올라타는 것처럼.


좋은 일이던, 나쁜 일이던 정확한 타이밍에 우르르 몰려온다는 말이다.




난데없이 이런 얘기는 왜 꺼내느냐...

“운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있나?”




난 사막같이 건조하게 말라버린 입술을 혀로 최대한 적셨다.

눈앞에 서 있는 장정들 때문에 정신줄이 바싹 타들어가는 느낌이다.


자신을 철창 안에 잡아 가둔 장정들은 이른바 ‘불행’ 이다.





나는 살기 위해 입을 열었다.


“저... 대공님을 한번만 뵙게 해주시면 안될까요. 죽기 전에 한마디라도 하고 싶은데요.”


철창 안에 갇혀있는 나를 내려다본 장정이 대꾸도 하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노예와는 말도 섞지 않겠다는 건가. 차갑다 차가워.




말 상대가 없어진 나는 대공이 심판하러 오기 전까지 잠시 머리를 정리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아까의 불행에 이어 말하자면 나는 현재 소설에 빙의되어버렸다.

그것도 이름 없는 엑스트라로.



몇 번 읽지도 않은 웹소설이었는데, 심지어 초반만 보고 덮어버렸단 말이다.


다른 사람들은 소설의 결말이나 전설아이템 나오는 광산이라도 알고 있던데 내가 아는 거라곤 소설 주인공이 지독하게 굴려지다가 흑화해서 사람이고 몬스터고 다 썰고 다니는 내용 뿐이었다.



그 와중에 혹시나 해서 조용히 상태창을 불러보았지만,


“....상태창.”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빙의자에게 내려지는 특권, 이런건 없나?

이대로 대공을 만나게 되면 바로 성밖에 목이 걸릴 준비를 해야 하는데 신이 있다면 뭔가 신체 관련 특성이라도 줘야하는 것 아닐까.



원래 빙의하면 트럭에 치이고 눈뜨면 주변 사람들이 도련님- 이러면서 잠을 깨우거나 하는거 아니냐고 왜 나는 철창신세로 시작이냐...



당연한 말이지만 한숨만 쉰다고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다행히도 끌려오면서 귓동냥으로 들어보니 대충 내 처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들은 정보를 얼추 조합해보니 내가 빙의한 몸은 바이에른 백작가의 사생아이면서 유물도둑 따위로 불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기서 유물도둑이야 뭐, 말만 다르지 유물사냥꾼과 다를 바 없는 흔한 직업이지만 상대가 대공이면 말이 달라진다.


‘이 새끼는 겁도 없이 대공의 유물을 훔치냐..’



라이메르 대공.

소설 세계관에서도 칼 같기로 유명한 인사인데 이런 인간의 유물까지 훔쳤다니, 정말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막 붙잡혀 왔을 땐 몸을 뒤져봐도 유물이라고 할 법한 건 안 나왔는데 대체 그새 어디에 팔아먹은 건지.


사실대로 얘기해볼까도 생각해봤지만...




‘제가 기억을 잃어버려서요 그 유물도 행방을 몰라서. 암튼 시간을 주시면 열심히 찾아보겠습니다!’

‘스릉-’

‘철퍽!’

말이 끝나면 내 머리는 몸에서 안녕을 고하고 있을 것이다.


대공은 대륙에서도 손꼽히는 검귀다. 이른바 소드마스터라 불리는데 성격도 그닥 좋지 못하다는 소문이 있다. 그 말인 즉, 눈먼 칼에 맞을 확률이 높다는 얘기.




대충 지난 날을 회고하며 살 궁리 반, 죽을 준비 반을 하고 있을 때 눈앞의 육중한 철문이 열렸다.


그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대공이 내가 있는 철창 앞으로 걸어왔다.


“저거 꺼내. 얘기나 들어보자고.”




응접실 비슷한 곳으로 옮겨진 나는 장정들에 의해 대공 앞에 무릎을 꿇었다.


빙의된 후로 심장을 밖에 두기라도 한 것처럼 이상하리만치 침착했는데, 검귀라는 이명에 걸맞게 대공과 대면할 때가 되자 위압감으로 심장이 미친 듯이 두방망이질 쳤다.



그래도 나 죽일 놈 얼굴은 한번 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올렸다.


...보통 사람은 아래에서 위의 각도로 쳐다볼 때 못나 보인다고 하는데 대공은 굴욕샷이랄 것도 없다. 색소 옅은 금발과 예리한 파란눈, 올려다봐도 모난데 없이 냉철하게 생긴 미남이다.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오게 생겼는걸.




내가 말도 없이 얼굴 감상에 빠져있을 때, 대공이 의자의 손잡이를 손으로 툭 치며 주의를 환기했다.


“그래서, 소환체는 어디있나?”


“예. 예?”


“유물을 준 대가말이야. 의식을 치루고 고위급 소환체 혹은 그에 버금가는 뭔가를 보여준다고 했지않나.”


“아..”


난 그제 막 빙의했다고. 그런 걸 알 턱이 있나. 소설이나 부지런히 읽어놓을걸.


미적지근한 반응에 대공이 무릎에 올려놓은 검집을 닦았다. 그러더니 검집에서 검을 반 뼘정도 빼놓았다.


뭔가를 보여주지 않으면 이 검이 다 뽑혀져 나올 것이라는 무언의 압박.




검을 보며 식은땀이 흘렀다. 뭔가가 소환되기는 했지. 소환이라기보단 빙의지만!

그것도 고위급 악마는 무슨, 서민급 인간이라고...


마음속 소리는 수도 없이 외쳐졌지만 분위기상 이걸 입 밖으로 내뱉었다간 검에 꼬챙이가 될게 뻔하다. 아니면 자기를 우롱한 죄로 성 밖에 머리가 달리거나.



손을 비비며 침착하게 대답하려했다. 대공이 방금 뭐라고 했더라...!


“네, 네엡 그렇지요. 의식은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다만..”

“다만?”


대공의 칼집에서 검이 두 뼘 나왔다. 나는 서둘러 말을 이었다.


“원래 이렇게 고위등급의 소환은 하루아침에 뚝딱 되지는 않습니다. 정성과 마음이 있어야 응하고 그렇지요. 길지는 않을테니 일주일의 시간을 주시면..”

“하루.”

“아, 아니 무.... 네, 넵! 알겠습니다. 하루면 뭐든 소환하고도 남지요!”


대공이 칼을 꺼내들자마자 기겁하며 말을 바꿨다. 이 남자 왜 이렇게 성질이 급한거야.

하루만에 여길 도망칠 수 있을까?



대충 철장 안에 있는 동안 감시자들이 움직이는 동선이나 위치를 파악하기는 했는데 잘 빠져나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대공이 칼을 집어넣고는 손짓했다.


“그럼 하루 시간을 주지. 데려가.”


대공의 손짓에 내 옆을 지키고 있던 장정들이 나를 억지로 일으켜 문 앞으로 앞장세웠다. 울 것 같은 마음으로 문 손잡이를 잡았다.



쉬익!


등을 돌려 방을 나서려는데 날카로운 무언가가 뺨을 스치고 벽에 꽂혔다.


“뭐...!”


뜨거운 느낌이 나는 뺨을 한 차례 쓸자 붉은 피가 묻어져 나왔다.

고개를 드니 열쇠 하나가 벽에 박혀있었다.


“열쇠를 잊었군. 챙겨가도록.”

“예에...”


대공은 나를 다트판, 검 연습용 더미 정도로 보고 있는 게 아닐까. 나는 양옆에 감시자들을 낀 채 헬쓱해진 얼굴로 방을 나섰다.



긴 복도를 지나 어느 방 앞에 멈춰서자 감시자들이 내 등을 툭 쳤다.

이 방이라는 건가. 말로 해주시면 좋겠는데.


울적한 마음으로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방 안의 전경이 눈앞에 들어찼다.


방 안은 난장판이었다. 온갖 물건들이 위아래 할 것 없이 어질러져 누군가 급하게 뒤진 흔적이 있었다.

누가 봐도 도망가려다 잡힌 흔적이잖아... 입안에 주먹이라도 넣고 울고싶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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