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남다른

초월급 드래곤으로 착각당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남다른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9.20 19:08
최근연재일 :
2024.09.20 19:20
연재수 :
2 회
조회수 :
93
추천수 :
7
글자수 :
11,562

작성
24.09.20 19:20
조회
50
추천
5
글자
12쪽

드래곤의 벗

DUMMY

* * *


오래도록 공들여 온 목표를 이뤘다.


“오케이. 업적작 끝!”


뭐 사실 원대한 목표를 이뤘다거나 위대한 업적을 세운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에겐 그저 데이터·그래픽 덩어리일 뿐인 게임에 관한 얘기였으므로.


급격하게 회의감이 들었으나,


‘알게 뭐야. 나한텐 블스가 인생인데!’


굉장히 설레는 순간이었기에 금세 벅차오르는 감정을 되찾았다.


부모도 친구도 없이 살아온 내게,

이 「블랑드 스토리」라는 게임은 그 정도로 의미가 컸다.


국내에서는 보통 블스라고 줄여 말하는 블랑드 스토리는 개발자의 정보조차 불분명한 인디 게임이다.


나는 과거에 우연히 이 게임을 접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오래도록 즐겨오고 있었다.


‘무료인 주제에 파고들 컨텐츠가 많다는 이유가 제일 컸지. 가성비가 미쳤어.’


블스에는 인디 게임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수많은 컨텐츠들이 존재했다.


주머니 사정이 나쁜 내가 오래도록 물고 뜯고 맛볼 수 있는 갓겜이라는 말씀.


‘너무 심취해서 그 많은 컨텐츠들을 금세 다 소모했다는 게 문제지만······.’


으레 그렇듯,

이미 게임을 맛볼 대로 맛본 자들은 사소한 부분까지 핥기 위해 업적작을 시도한다.


블스에도 이를 위한 무수히 많은 도전 과제들이 있었고, 나는 방금 막 그 모든 업적을 달성한 참이었다.


‘개발자도 몰랐겠지. 그걸 다 달성할 미친놈이 있을 줄은. 애초에 이제는 관심도 없을 것 같다만.’


어찌됐든 막판 스퍼트를 올리겠다며 며칠 밤을 지새운 보람을 느꼈다.

이 게임만을 마스터하겠다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바쳐왔던가.


“이 공지찬 님의 대업을 블뮤에 자랑 좀 해 보실까.”


블뮤는 블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커뮤니티 사이트.

내게는 남들과 소통을 하는 유일한 창구이기도 했다.


블뮤에 접속하니 메인 화면의 베스트 게시글들이 눈에 띄었다.


「[제로] 천둥새의 둥지, 1시간 23분 컷하는 법 알려드림」

「[제로] 네프리크 길드 지하 미궁 지도 최신 업데이트」

「[제로] 아카샤 크뢰츠발트 호감도 최대로 높이기」

······


제로는 내가 블뮤에서 활동하는 닉네임. 베스트 게시글에는 온통 내 닉네임이 박힌 공략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만큼 내가 이 블뮤에서도 고인물로 취급을 받는 플레이어라는 의미.


나는 바로 자유게시판으로 들어가 오늘의 자랑거리를 작성했다.


「[제로] 업적작 끝냄.」


얼마 지나지 않아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 미친놈. 그걸 진짜 하네ㅋㅋㅋ

- 일상생활 가능하냐? 얜 진짜 블스에 인생을 갈아 넣었음ㅋㅋ

- 반도 못 채운 애들이 대부분인데;

- ONE 발작하는 소리 들린다!


블스에 존재하는 모든 업적을 달성한 플레이어는 내가 최초이며 유일하다.


아마 적어도 몇 년 안에 이걸 성공해낼 사람은 없을 거라 자신했다.


당연히 이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 뭐 특전 없음?

- 아직 업데이트 버튼 안 눌렀음.

└ 아 궁금하네ㅋㅋ 빨리 누르고 후기 좀 남겨 주라!


업적을 달성한 후에는 업데이트를 해야 목록이 갱신된다.

기념비적인 순간 전에 관심을 좀 끌어놓고 싶어 아껴두고 있었다.


- ㅇㅇ 좀만 기다려. 공략도 바로 올릴까? 보고 싶은 사람 있음?

└ 어차피 공략 올려도 너밖에 못 깨잖아. 우리 실력으로는 안 됨;

└ ㄹㅇ 난 얘가 몇 년 전에 올린 글도 아직 시도조차 못 해봄ㅋㅋㅋㅋ

└ 따라 할 수가 있어야지;


이들의 말이 맞았다.

블스의 난이도는 미친 듯이 높은 편이었다. 세세하게 들어가면 답이 없을 정도로.


그래서 어느 시점부터는 내 글을 공략보다는 그냥 일기처럼 보는 이들도 많아진 상태였다.


- 근데 제로 이 새낀 가끔 엉뚱한 공략글도 쓰잖아.

└ 뭐 평소에도 캐릭터들 대사 따라하라고 한다며?

└ 맞아. 캐릭터에 몰입하라면서ㅋㅋㅋㅋ

└ 수치심이 제로인 듯ㅋㅋ


‘이것들이···. 깊은 뜻을 몰라보네.’


난 정말 블스에 진심이었다.

각 캐릭터에게 감정을 이입하기 위해 최선을 다 했다.


그러다 실제로도 말투가 좀 이상해지긴 했지만······.


‘뭐 어때. 하루에 거의 입도 뻥끗 안 하는데!’


어쨌든 이제 업데이트를 해 보자.

그렇게 다시 게임 창으로 돌아가려는 찰나,


「ONE : 진짜 업적작 끝냈음? 거짓말 아니고?」


쪽지가 하나 도착했다.


‘ONE이네? 한 동안 안 들어오는 것 같더니.’


ONE은 나처럼 블스를 초창기부터 즐겨온 플레이어.

그리고 내 이전에 가장 많은 공략글을 베스트 게시글로 보낸 주인공이었다.


‘처음엔 진짜 얘가 개발자 아닌가 싶었지. 남들은 생각도 못하는 기발한 공략들만 올렸었으니까. 꼭 블랑드 대륙에 살아본 것처럼!’


블스의 초기에는 ONE의 공략이 곧 법이며 교과서로 여겨졌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라이벌 취급을 받았고, 이제는 완전히 관계가 역전되었다.


업적작 진행률도 내가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었고.


‘뭐 싱글 게임에 이런 걸로나 경쟁하는 거지. 재미로.’


답장을 위해 키보드를 두드렸다.


「제로 : 내가 거짓말을 왜 함? 진짜 다 깼지. 며칠 밤 새가면서 했다.」

「ONE : 별 일은 없었고?」

「제로 : 별 일? 뭐 특전 같은 거? 아직 업데이트 안 했음.」


조금 놀려줄까.

맨날 내 공략 보고 별 거 아니라면서 내려치기만 하는 놈인데.


「제로 : 근데 너 이제 어떡하냐? 업적작도 영원히 2등인데ㅋㅋㅋ 닉네임 그냥 TWO로 바꿔^^」


답장이 오지 않았다.

화났나?


「ONE : 너는나를존중해야한다나는과거수많은공략글을베스트게시글로보냈으며내말이곧법이었고교과서였다또한5번이나최고의플레이어상을···[더보기]」


삐진 거였군.

그냥 대꾸해 주지 않고 게임 창으로 돌아왔다.


- 드르륵.


스크롤을 내리며 내가 달성해온 업적들을 음미했다.


- 《영리한 전략가》

- 《천상의 화술》

- 《만병의 귀재》

······


끝도 없이 쌓여 있는 업적들을 보자,

열심히 노력한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하나하나 조건을 채우려고 개같이 굴렀지. 말 같지도 않은 것들도 많았는데.’


업적의 달성 조건은 천차만별이다.


특정 이벤트에 관련된 것일 수도,

아이템에 관련된 것일 수도,

스킬에 관련된 것일 수도 있고,


그 외에 수많은 요소들이 업적화 되어 목록에 추가된다.


때문에 나는 온갖 클래스의 캐릭터들을 키우며, 배경 내 존재하는 장소들 곳곳을 돌아다녔다.


‘이런 것까지 해?’라고 들을 법한 짓도 서슴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물이 내 낙이고 행복이었으니까.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진짜 블스에는 재능이 넘쳤어.’


서글픈 얘기지만 살아오면서 내게 재능이라 할 법한 것은 거의 드물었다.


하지만 블스는 달랐다.

블스를 플레이 하는 동안만큼은 신기하리만치 침착해지고 판단이 빨랐다.


워낙 매 순간 임기응변이 중요한 게임이기에, 이러한 내 특유의 성정은 크게 도움이 됐다.


괜히 블뮤의 네임드가 될 정도로 공략글을 써 온 게 아니었다.


- 드르륵. 드륵!


손가락이 아려올 정도로 스크롤을 내리자 거의 끝이 보였다.


- 《성검의 주인》

- 《위대한 용사님》

- 《마왕 시해자》

······


블스는 기본적으로 블랑드 대륙에 도래한 마왕을 처치하는 스토리다.


‘처음 몇 년 동안은 마왕을 잡는 것만 해도 굉장한 영예로 꼽혔었지.’


아마 아직까지도 마왕을 구경도 못한 플레이어들이 대부분일 터였다.

나 같은 고인물이나 업적작을 한답시고 놈이 불쌍해질 정도로 잡는 거고.


결국 기억도 안 남을 만큼 마왕을 처치했을 때야 《마왕 시해자》라는 업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 툭.


이제 스크롤이 전부 내려갔다.


[업데이트]


직전에 달성한 업적을 목록에 갱신시킬 업데이트 버튼이 활성화됐다.


‘자, 가 보자.’


곧바로 이를 누르자 비어 있던 칸에 글씨가 채워졌다.


- 《드래곤의 벗》


드래곤.

여느 판타지 장르의 게임에서 등장하는 막강한 환수.


블스의 스토리 내에서 드래곤을 본 적은 꽤 많았으나, 이 《드래곤의 벗》은 약간 조건이 특이했다.


‘유희(遊戲) 중인 드래곤을 우연히 마주친 덕에 달성할 수 있었지.’


그녀를 만난 건 아주 우연이었다.


- ······인간? 용케도 내 정체를 알아냈네.


설정상 대륙의 역사 속에 등장했던 드래곤들의 유희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었다.


한데 실제로 플레이 중에 폴리모프를 한 드래곤을 조우한 건 처음이었다.


‘스토리에 크게 연관을 주는 이벤트는 아니었어.’


마왕을 처치하는 메인 시나리오는 진즉에 질린 상태였으니, 나는 한 동안 그 드래곤을 따라다녔다.


- 왜 자꾸 따라오는 거야? 넌 내가 무섭지도 않아?


솔직히 《드래곤의 벗》이라는 업적을 얻을 정도로 가까워졌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는 자신이 어떤 종의 드래곤인지를 포함한 대부분의 정보를 밝히는 걸 꺼려했으므로.


- 미안. 현 시점에 드래곤이 유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길 바라진 않거든. 너무 귀찮아질 거야.


- 그렇다고 네가 그걸 말하고 다닐 거라 의심하는 건 아니야. 조금··· 조심하고 싶을 뿐야.


- 머리가 푸른색이니까 블루 드래곤일 것 같다고? 푸흣! 너는 참 단순하구나. 뭐, 그래서 마음에 들어.


그나마 이름은 헤어질 무렵에라도 알게 되었다.


- 에키드나. 내 이름은 에키드나야. 필멸자에게 알려 주게 될 줄은 몰랐네.


그 말을 끝으로 에키드나는 내게서 떠나갔다. 유희를 끝마친 건지 그저 떨어지고 싶었던 건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그 정도의 교류만으로도 그녀에게는 내가 ‘친구’라고 인식된 모양이었다.


필멸자인 내가 지고한 드래곤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겠나.

얼떨떨했지만 내심 기분은 좋았다.


어찌됐든 중요한 건, 에키드나 덕분에 내 마지막 업적이 달성되었다는 것이었다.


“···근데 특전은 따로 없는 건가?”


은근히 바라고 있었던 업적 달성률 100% 기념 특전.

블스 자체가 워낙 히든 피스가 많은 게임이었기에 제법 기대를 하고 있었건만.


“에라이, 별 거 없었네.”


───라고 말하기 무섭게,


[모든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특전이 주어집니다.]

[고유 특성 《삼라만상(森羅萬象)》이 해금되었습니다.]

[캐릭터 신규 생성 시 고유 특성으로 《삼라만상》이 자동 적용됩니다.]


알림 메시지가 쭉 떠올랐다.


“와!”


역시 블스는 날 배신하지 않는구나.

덕분에 블뮤에 자랑할 거리가 더 늘어났다.


‘근데 무슨 특성이지?’


마우스 커서를 메시지로 옮겼다.


━━━━━

▣ 삼라만상

▸ 등급 : 초월

▸ 내용 : 우주 만물의 본질과 원리를 관통하며, 자유자재로 그 힘을 구사하는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능.

━━━━━


“······뭐가 이렇게 거창해? 거기에 ‘초월’이라고? 그런 등급도 있었어?”


잘은 모르겠지만,

업적작을 마치고 받은 고유 특성이니 분명 사기적인 능력일 터.


“새 캐릭터를 만들면 적용이 된다고 했지.”


졸음이 몰려오긴 했지만 게이머로서의 본능이 좀 더 앞섰다.

나는 곧바로 캐릭터 생성 창으로 넘어갔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음?”


낯선 순서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원래는 캐릭터명을 입력하기 전에 외형을 먼저 커스터마이징해야 하니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반복 회차를 겪은 나조차도 처음 겪어 보는 절차였으므로.


‘설마 특전 때문인가? 공략글에 이것도 추가해야겠다.’


일단은 절차에 따라야겠지.

캐릭터명은 뭐가 좋을까.


고민은 길지 않았다.

그동안 아껴 두었던 이름을 이제는 쓸 때가 된 듯싶었다.


“제로.”


이름을 타이핑하고 확인 버튼을 눌렀다. 이제 특전을 보유한 채로 생성된 캐릭터가 블랑드 대륙으로 소환될 터.


《삼라만상》이 과연 어떤 능력을 지닌 고유 특성일지 너무나 기대됐다.


[블랑드 대륙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언제나처럼 반겨 주는 환영 인사.

매번 반복한 과정임에도 이 순간만큼은 항상 가슴이 두근거린다.


- 두근두근.

- 두근두근.


그리고 오늘은 유난히도 심장이 요동을 치듯이 뛰었다.


“으윽······.”


내 기억도 거기까지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초월급 드래곤으로 착각당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 지하 미궁 (1) NEW 22시간 전 43 2 13쪽
» 드래곤의 벗 NEW 22시간 전 51 5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