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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천하제일미인을 마누라로 둔 남자 (원희전)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신유(愼惟)
작품등록일 :
2024.05.27 22:14
최근연재일 :
2024.06.29 21:2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64,789
추천수 :
3,946
글자수 :
236,828

작성
24.06.01 21:20
조회
6,704
추천
132
글자
16쪽

제4화. 원희, 존재감을 발휘하다.

DUMMY

업성에 도착한 나는 매우 놀랐다. 영천군 출신 대호족이자, 중신인 순심이 마중 나왔기 때문이었다. 이 몸에 대한 업성의 평가가 매우 낮았기에 더욱더 의외였다.


“유주자사를 뵙습니다.”

“순 별가. 오랜만에 뵙소.”


순심은 원소가 낙양에 거주할 무렵에 등용한 인재였으므로 이 몸의 전주인과 친분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안면은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난 처음 보았지만, 오랜만이란 표현을 썼다.


“강해지셨군요.”

“그렇소?”


난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순심은 강렬한 내 눈빛을 접하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자신감이 흘러나오는 강렬한 눈빛은 흉내 내고 싶다고 흉내 낼 수 없을 만큼 오만하면서도 흉포했다.


“좋은 일이 있었습니까?”

“부친께서 이뤄놓은 업적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했고, 더 강해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살았소.”

“그렇군요. 자,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모두 자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맙소. 안내를 부탁하겠소.”


난 순심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주요 관리와 장수는 나를 보자, 절도 있게 예를 취했다. 이런 걸 보면 이 몸의 전 주인이 유주자사부를 얼마나 개판으로 관리했는지 알 수 있었다.


직접 옆에서 보고 들은 유주자사부의 관리·장수보다 멀리 떨어진 업성의 관리·장수가 나를 더 잘 파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후계자가 될 수 있겠다는 작은 희망이 조금씩 샘솟기 시작했다.


‘냉정해지자.’


들뜨는 마음을 애써 억누르며 마음을 안정시키려고 노력했다. 아직은 누구도 나를 인정하지 않았고, 넘어야 할 장애물은 많았다. 후계자가 되어도 끝은 아니었다. 원담도 문제고, 고간도 문제였다. 또 조조도 상대해야 했다.


문득 견씨가 떠올랐다. 얼굴도 모르는 그녀가. 어이가 없었다. 이런 중차대한 상황에서 여자를 떠올릴 줄이야. 이래서 미인계·미남계가 제일 잘 먹히는 계책인가?


원소치소.


“들어가시지요. 기다리고 계십니다.”

“고맙소.”


난 순심에게 감사를 표하고는 안으로 들어섰다. 실내는 크고 깨끗했으며, 어두운 분위기였다. 그래서였을까? 위압감에 나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들었다. 애써 어깨를 펴고 당당하게 걸어 원소 앞에 서서 예를 취했다.


상좌에 앉아 무심한 듯 바라보던 원소가 손으로 가까운 자리를 가리켰다. 난 가만히 걸어가 자리에 앉으며 원소의 얼굴을 살폈다.


‘중병이 확실하구나. 안색이 저 정도면 이 시대의 의술로는 고치기 어려울 것이다. 조조에게 대패하고 큰 충격을 받으셨겠지.’


역사대로 원소는 내년에 죽을 것이다. 비록 내가 원희의 몸에 들어오면서 많은 상황이 바뀌겠지만, 원소의 죽음은 나와 상관관계가 없으니 변하지 않을 것 같았다.


“달라졌다더니 사실이로구나.”


원소는 무심한 듯 툭 내뱉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다소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그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의문을 뒤로하고 씩씩하게 대답했다.


“우리 원씨가 조씨로 인해 위기에 처했으니까요. 많은 시간을 고민하고, 부족한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마음가짐이 바뀌었습니다.”

“단순히 마음가짐이 바뀌었다고 보기엔, 너무 달라졌구나. 특히 그 눈빛. 마치 여봉선을 보는 듯하구나. 아니 그와 또 달라.”


원소는 나를 여포와 비교했다. 올해로 51살인 원소는 풍부한 경험과 영특함, 결단력을 모두 갖춘 거인이었다. 그렇기에 단번에 원희의 몸속에 감춰진 나의 존재를 어느 정도 알아차린 듯했다.


물론 빙의된 나를 본 게 아니고, 그전과 달라진 부분을 비교적 정확하게 파악했을 것이다. 무능한 원희는 원소에게 내놓은 자식이나 다름없었을 텐데, 그래도 부자지간은 부자지간인 모양이었다.


“어찌 그런 마음을 먹었느냐?”

“제가 중심을 잡지 않으면 혼란이 가중될 테니까요. 조씨(조조)는 천하 최강세력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우리 원씨의 혼란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겁니다.”

“내가 그간 누누이 조언했을 때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더니, 포기하니까 변하는구나. 네놈은 전생에 청개구리였느냐?”

“아무래도 그런가 봅니다. 죄송합니다.”


난 속으로 원희의 무능함을 욕했지만, 겉으론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원소의 말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동시에 짠한 생각도 들었다. 그간 원소는 얼마나 답답했겠는가?


“다행이로구나. 너무 늦지 않게 정신 차려서.”


난 입을 다물고 두 귀를 활짝 열어 원소의 말에 경청했다. 당분간은 원소와 중신의 속내를 파악하는 게 중요했다. 그다음에 때가 되었을 때, 후계자 자리에 욕심내야 한다.


나에 대한 그들의 신뢰가 바닥인 상황에서 열심히 떠든다면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아직 그들에 대해 잘 모르니 경청이 우선이었다.


“강력한 군대를 양성하여 이 아비를 도와라.”

“예.”

“조씨놈에게 당한 치욕을 갚아줘야지.”

“그때는 소자가 선봉에 서겠습니다.”


당당한 표정으로 대답하자, 원소는 힘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좀 더 대화를 나누고 싶었는데, 원소가 기침을 심하게 했다. 그러고는 빨리 나가라며 손짓했기에, 어쩔 수 없이 물러났다.


밖에서 하늘을 보며 시간을 보내던 나는 진료를 마치고 나온 의원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를 가까이 끌어당겼다.


“부친의 병이 위중하신가?”

“위중하지만, 결국에는 훌훌 털고 일어날 것입니다.”


‘거짓말이다.’


난 의원의 표정과 몸짓을 보곤 거짓말임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굳이 그걸 따지지 않았다. 신하로서 원소가 위중하여 곧 죽을지도 모른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기침을 심하게 하시던데···. 자세히 말해보게.”

“그것이···.”


의원은 내 눈치를 보더니 최대한 긍정적인 부분을 강조하며 병세를 설명했다. 더는 말하기 꺼리는 눈치였기에, 그를 놓아주었다. 주변의 눈이 많아 눈치가 보였고, 원소의 미래를 알고 있었기에 더 자세히 추궁하지 않았다.


그저 내 기억이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였을 뿐이다. 그는 이 몸의 생물학적 부친이었지만, 특별한 감정은 느껴지지 않았다. 전생에서 50년 넘게 산 내가 처음 본 원소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꼈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그때 누군가 다가왔다. 심배였다. 처음 보았지만, 유주에서 업성 중신의 외모와 특징을 공부했기에,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심배는 감군으로 기주군권을 책임진 실력자였다.


치중종사, 별가종사를 거친 만큼 그는 문무최고직을 두루 경험한 원소의 핵심 신하였다. 또 봉기와 함께 후계자로 원상을 지지했다.


“유주자사를 뵙습니다.”

“심 감군. 반갑소.”


심배가 정중히 예로 대하자, 나 역시 정중하게 예를 취했다. 그는 가만히 나를 살피더니 뜻 모를 나직한 탄성을 토해냈다.


“정예기병을 이천이나 이끌고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사방에 도적이 많아서. 그리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소. 부친께서 조금이라도 마음에 평화를 찾길 바라면서.”


일부러 길게 대답했다. 이제까지 바보 이미지를 벗어나려면, 기회가 될 때마다 적극적으로 달라진 점을 어필할 수밖에 없었다.


“기병의 체구가 작아졌더군요.”

“덩치 큰 자들은 경기병이나 보병으로 보직을 변환했소. 기병운용의 핵심은 속도가 생명이니까.”


난 자신 있는 표정으로 담담하게 기병 운용 방침을 설명했다. 원소와 대화하면서 내가 후계자가 될 가능성을 보았기에, 원상을 지지하는 심배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싶었다.


“마치 다른 분을 뵙는 듯하군요. 이제까지 세상을 속이고 사셨습니까?”


웹소설에서 주인공이 가장 많이 듣던 상투적인 질문을 내가 심배에게 들을 줄이야.


“속일 이유가 있겠소? 정신을 차린 것이지요. 언제까지 그렇게 살 수 없지 않소? 원씨가 위기에 처했는데.”

“그렇지요. 그렇게 사시면 안 됩니다. 참으로 잘하셨습니다.”


심배는 싱긋 웃더니 가까이 다가와 나직하게 말했다.


“현보공자를 도와주십시오.”

“물론이오. 아끼는 동생이니, 기꺼이 도울 것이오.”

“그럼, 편히 쉬다 가십시오.”


심배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가 공손히 예를 취한 후, 물러났다. 나 역시 그의 속내를 짐작했다. 후계자 자리를 넘보지 말고, 원상을 도와달라는 부탁이자 경고였다.


그걸 알고 있음에도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은 건, 굳이 지금 싸울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빨을 드러낼 때는 반드시 목덜미를 물어뜯어 숨통을 끊어 놓아야 한다. 물론 지금은 그때가 아니었다.


업성에서 원상과 원담의 기반은 확고했지만, 내 기반은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은인자중하면서 힘을 기르고, 언제 찾아올지 모를 기회를 노려야 했다. 그래도 많은 이가 나를 주시하니, 그것만으로도 고마울 따름이었다.


제일 무서운 건 무관심이었으니까.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당당하게 걸음을 옮겼다. 도착한 곳은 원소의 부인 유씨의 처소였다. 유씨는 원소의 후처였는데, 원상을 극단적으로 총애했다.


솔직히 지금 이 여자와 대화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럼에도 원소 다음에 그녀의 처소를 방문한 이유는 부인 견씨를 데려오기 위함이었다.


원희가 유씨를 잘 보살피라며 견씨를 맡기고 유주로 떠났으니까. 이번에 그녀를 데리고 유주로 돌아갈 것이다.


‘기다려라. 복宓아. 내가 왔다. 음, 미인 이름치고는 어울리지 않는군. 견복甄宓이라니.’


견씨 아니 견복을 볼 생각에 절로 아빠 미소가 지어졌다. 아내를 볼 생각에 설레다니. 전생에서 마상희와 연애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는 행복했었는데. 결혼하고 나서 지옥이 펼쳐졌다. 난 가만히 고개를 흔들어 머릿속에서 마상희를 떨쳐냈다.


‘마상희는 스탑럴커였어. 처음엔 몰랐는데, 겪어보니 그랬어. 스타크래프트에서 스탑럴커에 당하면 빡이 돌았는데, 그것도 모르고 결혼했다니. 그러니 결혼생활이 행복할 리가 없지. 쯧쯧.’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여자였다. 결혼하기 전에 모든 걸 속이고 결혼한 희한한 여자였다. 그땐 내가 너무 순진했었다.


유씨처소.


“어서 오십시오.”


당장에라도 울 듯한 표정의 가녀린 미녀를 보자, 난 속으로 원희에게 쌍욕을 퍼부었다. 한걸음에 달려가 그녀를 꼭 안았다.


“고생하셨소.”

“고생은 낭군님께서 하셨지요.”


품에서 빠져나온 견복은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냈다. 현대의 미디어에서 접했던 그런 유형의 미인은 아니었지만, 단아하고 우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명문가에서 태어나 예의가 몸에 배었고, 제대로 된 가치관을 지녔다는 느낌이 들었다. 역사에서 현명하다고 기록했으니, 부인으론 최고의 여자라 생각했다. 원희가 다른 건 몰라도 장가는 잘 갔다.


“미리 채비하시오. 유주로 함께 갑시다.”

“어머니를 보살펴야 합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내 아들을 생산하여 대를 잇는 것이오. 안 그렇소?”


견복은 살짝 얼굴을 붉히더니,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시대의 여자는 아들을 낳아야 비로소 인정받았다. 견복 역시 이런 사회적 압박을 피할 수 없었다.


조비를 만나 재혼한 후, 일 년 만에 조예를 낳았고 그 후에 딸도 낳았으니, 불임은 아니리라 생각했다. 설령 견복이 불임이더라도 난 그녀를 내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평생 노심초사하며 살 것이다. 그녀가 아들을 낳고, 마음 편하게 살기를 바랐다. 그녀와 인사 나눈 후, 곧장 유씨의 방으로 들어갔다.


“어머니, 현혁입니다.”

“들어오너라.”


난 가만히 문을 열고 들어가 유씨에게 절을 올린 후,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건강해 보이는구나.”

“예. 건강하십니까?”

“그래. 우리 복이가 옆에서 이 어미를 많이 챙겨주고 있다.”


견복을 ‘우리 복이’라고 표현하는 걸 보면, 유씨도 견복에게 좋은 감정을 지닌 듯했다. 하긴 그녀의 인성은 업성에서도 소문이 자자했으니까. 어떻게 인성과 미모를 한꺼번에 지닐 수 있을까? 이 정도면 상위 1%의 여자였다.


“건강하신 듯하니, 아내를 유주로 데려가고 싶습니다. 후사를 이을 아들이 없으니, 이 또한 큰 죄입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유씨가 다른 말 못 하도록 아예 쐐기를 박았다.


“그래, 그게 더 중요하지. 어서 데려가거라.”

“예.”

“좀 달라졌다면서?”

“제가 아니라도 우리 원씨의 위세는 충분하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관도대전 이후, 조씨는 큰 위협으로 다가왔고 그때부터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조씨에게 치욕을 두 번 당할 순 없으니까요.”


뻔뻔하게 그럴듯하게 거짓말했다. 이 정도면 반박하지 못할 것이다. 유씨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내 손을 붙잡으며 당부했다.


“참으로 대견하구나. 우리 현보(원상)를 많이 도와다오. 네가 옆에서 많이 도와준다면 현보는 우리 조씨에게 눌렸던 원씨의 위세를 다시 세워 놓을 것이다.”


유씨는 참고 참았던 속내를 드러냈다. 그녀 역시 심배처럼 내게 조연 역할에 충실하라고 요구했다. 충분히 예상한 상황이었기에, 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분란이 생기면 안 되지요. 현보는 영특하니, 제가 형으로서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소자는 원씨의 위세를 드높이기 위해 뭐든지 할 생각입니다.”

“그 역할이란 게 현보를 돕는다는 것이냐?”

“형제인데 어려울 땐 도와야지요. 그런 뜻으로 말씀드린 겁니다.”


사적인 부분을 강조했는데, 알아들었는지 모르겠다. 잠시 대화를 나눴지만, 유씨에게서 그리 똑똑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심배처럼 그냥 도와주라고 말하고 거기서 끝냈어야 했다.


나도 후계자 자격이 있는데, 자꾸 조연 역할을 강요해서 어쩌자는 것인가? 답답했지만, 원소의 부인으로 큰 권력을 지녔기에 최대한 유화적으로 대화를 이어 나갔다.


“그런데 일부 중신은 형님을 밀고 있던데, 어찌 생각하십니까?”


원담을 언급하며 슬쩍 찔러보자, 유씨는 펄쩍 뛰며 반대했다.


“이미 폐출된 자식인데, 어찌 후계자를 넘본단 말이냐? 또한 자사(원소)의 마음은 정해졌으니, 현혁(원희) 너도 흔들리지 말고 현보를 도와다오. 그것이 조씨에게 당한 수모를 씻는 길이다.”

“그렇군요. 조씨에게 당한 수모를 되갚아줘야지요. 저와 현보가 힘을 합치면, 형님도 어쩌지 못할 겁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유씨는 확실하게 내게 조연 역할을 맡아달라고 강요했지만, 난 그에 대해 확실한 답변을 주지 않았다. 대화를 마치고 밖으로 나온 나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어이가 없군. 협상할 생각은 하지도 않고, 무조건 찍어 누를 생각만 한다니. 그간 업성에서 나를 어찌 평가하고 있었는지, 훤히 보이는구나. 앞으로 중신들을 만나봐야 알겠지만, 대충 돌아가는 분위기는 파악했다.’


견복이 내게 다가왔다.


“걱정하지 마시오. 잘 이야기했으니까. 어머니께서도 부인을 유주로 데려가는 걸 허락하셨소.”

“그렇군요.”


견복은 내 말에 동의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난 그녀와 나란히 걸었다. 잠시 입을 다물고 조용히 걷던 그녀가 나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상공께선 현보공자를 도와주실 겁니까?”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다. 설마 견복이 이런 질문을 할 줄이야. 하긴 유씨는 원상을 후계자로 올리려고 열을 올렸고, 견복은 그녀를 지근거리에서 봉양했으니 당연했다. 내가 그걸 이제 눈치챘을 뿐이었다.


“우리 원씨가 분열되지 않고 똘똘 뭉쳐야 하오. 그렇지 않으면 조씨에게 또 패배할 것이오.”

“그 중심은 누구입니까?”


견복이 핵심을 찔러왔다. 원소가 중병에 걸렸기에 모두 후계자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고, 견복 또한 마찬가지였다. 다만 유씨가 오직 원상만을 바라보고 있는 반면에, 견복은 조금 열린 자세를 취했다는 점이다.


문득 아쉬움에 한숨이 흘러나왔다. 아름다운 미인과 이런 무거운 대화를 나눠야 하다니. 어서 빨리 밤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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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제5화. 후계자가 되기 위한 조건. +8 24.06.02 6,542 134 16쪽
» 제4화. 원희, 존재감을 발휘하다. +6 24.06.01 6,705 132 16쪽
3 제3화. 군권을 장악하다. +7 24.05.31 7,154 128 16쪽
2 제2화. 일단 급한 불은 껐다. +17 24.05.31 7,915 138 15쪽
1 제1화. 삼국지속으로[지도포함]. +28 24.05.31 9,180 14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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