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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愼惟)님의 서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다정마도(多情魔刀).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신유(愼惟)
작품등록일 :
2020.01.11 00:03
최근연재일 :
2020.02.29 08:50
연재수 :
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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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1,501
추천수 :
6,619
글자수 :
273,152

작성
20.02.25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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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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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글자
10쪽

47화. 현경玄境.

DUMMY

수월루 객잔.

남무련과의 협상을 수월하게 끝낸 단목을청은 단목세우, 한무상을 데리고 육천린이 머물렀던 방으로 들어섰다.

협상 내용을 보고하기 위해 밝은 표정으로 문을 열었지만, 휑한 기운만이 그들을 반겼다.


단목세우는 탁자 위에 놓인 죽간을 발견하고는 급히 단목을청에게 넘겼다.

이어 한무상, 단목세우로 넘겨졌고 그들의 표정은 허탈해졌다.

한참 후에 단목을청이 입을 열었다.


"이게 문주님의 뜻이라면 따라야지요."


"하지만 이것은 말도 안됩니다!"


단목세우가 핏대를 올리며 고함을 질렀다.


"쉿! 조용하거라."


단목을청을 그를 눌러 자리에 앉히고는 한무상에게도 앉으라고 눈짓을 했다.

그는 엄한 표정으로 둘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문주님의 지엄한 명령을 거부한다면 누구도 용서하지 않겠네."


한무상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단목세우는 씩씩대며 좀처럼 그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서!"


"하지만 아버님."


"가주라 불러야지. 여긴 공적인 자리다."


"가주님. 이건 말도 안됩니다. 두 달 뒤에 문주님 홀로 무림맹으로 들어가셨다가 변이라도 당하시면 어쩌려고요? 그들이 초절정고수를 다 모으면 200명은 될 겁니다. 또한 그들은 질적으로 동무련 고수들보다 높고요. 이건 말리셔야 합니다."


"너도 문주님의 무위를 보았지 않느냐? 나 역시 너처럼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문주님의 명령은 지엄한 것. 우리가 그분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면 형산파의 위계질서는 무너질 것이고 세상 사람들은 손가락질을 하며 비웃을 것이다."


"하지만 가주님."


단목세우가 다시 반발하자 단목을청이 엄하게 꾸짖으려고 했다.

그때 한무상이 그의 손을 잡고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이후 한무상은 둘에게 동시에 전음을 날렸다.


-가주님을 믿으십시오. 지금 현경의 벽에 막혀 계신데 완호현에서 며칠 동안 머무르시면서 벽을 넘는 계기를 찾으신 듯 합니다. 실제로 상주현에서 보여주신 무위는 상상이상이었으니까요. 아마도 우리는 현경의 고수를 실제로 보는 기회를 얻을지도 모릅니다. 실로 광영일 것입니다.


"현경!"


단목을청과 단목세우의 입에서 동시에 터져 나왔다.

이번에 육천린이 보여준 무공을 보고서 굉장한 무위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현경의 벽에 이르는 무공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한무상은 다시 전음으로 그들을 다독였다.


-저는 오래전부터 문주님을 모셨기 때문에 잘 압니다. 그분은 결코 허튼소리를 하실 분이 아니시지요. 또한 화경의 고수였던 천마교주께서도 제 병을 고치시지 못했는데 막 초절정에 오르신 그분께서 고쳤습니다. 그분은 무위는 현재 밖으로 드러난 것으로 평가하면 안됩니다.


그제야 단목세우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지만, 여전히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한 장로. 고맙소. 내일 아침 출발할 테니 모두 일찍 주무시오. 우리는 문주님의 명대로 장사현에서 머무르면서 형산파와 독곡, 자부문, 남무련, 혈마련, 동무련과 문제가 없도록 조율하는 중요한 임무를 맡았소이다. 나는 이것을 차질 없이 진행시켜 형산파를 더욱 강하게 키울 것이오."


단목을청이 강한 어조로 말하며 지그시 단목세우를 압박했다.


"알겠습니다."


단목세우도 짧은 한숨을 내쉬며 그의 뜻을 따랐다.


오늘은 동무련이 형산파 휘하에 들어온 기쁜 날이었지만, 분위기는 축 쳐졌다.

다그친 단목을청이나 걱정하는 단목세우나 차분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한무상이나 모두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그들은 다음날 새벽 서쪽으로 신형을 날렸다.


대별산 비익봉.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인상적인 이곳에 육천린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초가집으로 향했다.


'사존님!'


그의 목소리가 그리웠다.

처음에는 무섭고 엄한 그였지만, 차차 친근한 할아버지처럼 느껴졌다.

그는 육천린이 화경에 오른 이후 대화가 급속도로 줄었고, 장강에서 깨달음을 얻은 이후에는 아예 말이 없었다.


매운 사천요리 집을 찾아도 그는 말이 없었다.

고민 끝에 예전에 그의 거처였으며, 육천린과 함께 머물렀던 이곳을 찾았다.

하지만 그래도 그는 말이 없었다.


'왜? 말씀이 없으십니까? 왜요?'


그저 공허한 목소리일 뿐이었다.

'잘했다'는 칭찬 한 마디를 듣고 싶었다.


육천린은 이곳에 머무르며 떠오르는 해를 보고 지는 해를 보며 세월을 보냈다.


'왜일까? 사존님께서는 어째서 나를 떠나셨을까? 그분께서 내 몸에 들어오시면서 동패에 정교하게 음각되었던 아수라 모양이 사라졌어. 내가 어떤 문제가 있던 것일까?'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때 약 50장(150m)떨어진 나무 위에서 뱀이 새알을 노리고 나무를 기어 오르고 있었다.

뱀이 나무를 오르는 모습은 참 경이적이었다.

몸을 길게 세워 올리고는 머리가 위의 나무 가지에 닿으면 그것을 축으로 삼아 몸통과 꼬리를 끌어 올렸다.

그리고 다시 몸을 세웠다.

이렇게 반복하면서 새집에 점점 가까워졌고, 작은 어미새는 뱀이 두려워 날아 올라 새집 주위를 빙빙 돌며 연신 울부짖을 뿐이었다.


오늘 따라 뱀의 행동이 육천린의 눈에 거슬렸다.

평소 이런 자연 법칙에 관여하지 않았던 그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때였다.

뱀은 힘을 잃더니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뭐지?'


궁금증이 인 육천린은 왼손을 뻗었다.

뱀이 떠오르더니 그대로 날아와 그의 앞에 떨어졌다.

이미 뱀은 숨통이 끊어져 있었다.

그것도 속의 내장이 터져 죽은 채로.


-생각이 일어나면 그것으로 상대를 죽일 수 있다.-


육창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했는데, 이제는 알 것 같았다.

지금의 상황이 그와 같았다.


'이것이 현경의 경지인가? 만약 생사경이라면 생각이 일어나면 화경의 고수도 죽일 수 있지 않을까? 끔찍하군. 내가 지금 경험을 하면서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


그는 현경에 오르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아니 무공이 조금 증진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이대로 정진하면 생사경에도 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여전히 그의 마음은 착 가라앉았다.


'그 전에 일류고수도 힘들었던 나다. 그런 삼류무사였던 내가 생사경을 꿈꾸고 있다. 화경에 오르기도 힘든데 덜컥 오르더니 얼마 안돼 현경까지 올랐어. 아마도 지금의 경지가 현경이 확실할 것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생사경을 바라보고 있다. 당연하게. 아, 그렇구나. 사존님과 내가 하나가 되었구나. 그래서 대답이 없으셨구나.'


육천린의 두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다.

만약 그가 있었다면 '무슨 말도 안되는 헛소리냐?'며 호통을 쳤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머릿속은 조용하다.


'맞아. 그게 확실해. 그렇지 않다면 내가 어찌 이렇게 쉽게 현경에 오르고 생사경을 넘보겠는가? 그것도 아주 쉽게. 그러고 보니 사조(육의량)께서 익히셨던 자전신공의 원리도 알겠구나. 그분의 독창적인 절기도 모두 떠오르고.'


이제는 모든 것이 확실해졌다.

이제 더 이상 사존 육창의 존재는 없다.

있다면 오직 육천린의 존재만 있을 뿐이다.


'앞으로 나는 형산파의 장문인이면서 동시에 아수라혈황의 전인으로서 살아갈 것이다.'


결심이 서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 그의 신형은 하나의 점이 되어 사라졌다.


무림맹.

회의실은 시끄러웠다.

구영호린은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왼손으로 관자놀이를 만지고 있었고, 구파일방, 오대세가는 계속해서 자신들의 주장만을 펼치고 있었다.


"비록 문파가 봉문되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항복은 있을 수 없소이다. 구영맹주. 그따위 말도 안되는 제안을 듣고 와서 우리에게 전달하다니 부끄러운 줄 아시오!"


화산파 장문인 설의추는 수염을 부르르 떨면서 노기를 쏟아냈다.

맹주 측근인 몇 문파를 빼고는 모두 설의추처럼 끝까지 저항할 것을 주장했다.


'너무 평화로웠어. 최근 30년 간 싸움다운 싸움도 없었고. 저들은 육천린의 무서움을 모른다. 어쩌면 봉문이 아니라 문파가 사라질 수도 있거늘.'


구영호린은 강경한 문주들을 바라보자 한숨이 절로 흘러나왔다.


"구영맹주. 어찌 말씀이 없으시오?"


무당파 장문인 종정이 웅혼한 내공을 실어 질문하자, 회의실이 비로소 조용해졌고, 그들의 시선은 일제히 구영호린에게로 쏠렸다.

구영호린은 쓴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육문주는 현경의 벽에 이르렀소. 어쩌면 그가 이곳에 나타났을 때는 현경의 고수가 되었을지도 모르오. 그런 고수를 상대로 싸움은 무리오. 문파가 멸문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시오."


팡.

구영호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설의추가 탁자를 내리치며 일어섰다.


"설령 멸문이 되더라도 싸워야지요. 사파놈들에게 강남무림을 빼앗긴 것도 억울한데 그놈을 상전으로 떠 받들고 살라니요? 그래서야 죽어서 조상들을 뵐 면이 서겠습니까? 차라리 싸우다가 죽는 게 이기는 겁니다. 여러분 저항합시다. 또한 그 자의 나이가 많아야 삼십대 초반인데 어찌 현경에 이르겠습니까? 이건 말이 안됩니다. 화경도 어쩌다 올랐을 텐데, 구영맹주께서 지나치게 과대평가하신 게 분명합니다."


"옳소!"


이후 많은 강경파 문주들이 설의추를 지지했고, 결국 육천린에 맞서는 것으로 중지가 모아졌다.

특히 무림맹에서 연수합격을 하자는 구영호린의 제안도 무참히 거부되었다.

그들은 문파 별로 육천린에게 대항하겠다며 결사항전을 다짐했고, 그것으로 회의는 끝이 났다.


힘없이 맹주실로 들어선 구영호린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다.


'육천린이 너무 젊은 나이에 높은 경지에 오르자 모두 질투심에 눈이 뒤집혀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다 끝났다. 그저 육천린의 선처를 바라는 수밖에.'


구영호린의 가슴은 먹먹해졌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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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에필로그. 자전혈림. +22 20.02.29 3,216 66 8쪽
51 51화. 생사경을 향해(완결). +24 20.02.29 3,856 76 8쪽
50 50화. 대의명분인가? 아집인가? +15 20.02.28 4,070 107 10쪽
49 49화. 뜻이 갈라지다. +13 20.02.27 4,220 104 10쪽
48 48화. 무림맹과의 비무. +12 20.02.26 4,205 99 10쪽
» 47화. 현경玄境. +15 20.02.25 4,432 108 10쪽
46 46화. 대화. +14 20.02.24 4,383 108 10쪽
45 45화. 비무. +19 20.02.23 4,532 108 10쪽
44 44화. 속고 속이기. +9 20.02.22 4,469 101 10쪽
43 43화. 동무련. +14 20.02.21 4,643 111 10쪽
42 42화. 이합집산. +11 20.02.20 4,889 113 10쪽
41 41화. 육천린, 강서성을 얻다. +11 20.02.19 5,127 106 12쪽
40 40화. 남궁세가 멸문. +10 20.02.18 5,070 108 12쪽
39 39화. 구영호린의 분노. +9 20.02.17 5,240 105 12쪽
38 38화. 거성이 떨어지다. +19 20.02.16 5,300 114 13쪽
37 37화. 담합(談合). +11 20.02.15 5,367 112 11쪽
36 36화. 협상. +13 20.02.14 5,431 115 12쪽
35 35화. 전운(戰雲)-3. +15 20.02.13 5,901 119 12쪽
34 34화. 전운(戰雲)-2. +13 20.02.12 5,885 115 13쪽
33 33화. 전운(戰雲)-1. +13 20.02.11 6,034 109 13쪽
32 32화. 단목세가. +15 20.02.10 6,053 117 13쪽
31 31화. 부하를 얻다. +9 20.02.09 6,235 114 12쪽
30 30화. 화경의 조건-3. +11 20.02.08 6,360 125 12쪽
29 29화. 화경의 조건-2. +12 20.02.07 6,151 122 11쪽
28 28화. 화경의 조건-1. +17 20.02.06 6,458 133 13쪽
27 27화. 경쟁자. +9 20.02.05 6,370 127 11쪽
26 26화. 새출발. +12 20.02.04 6,620 127 11쪽
25 25화. 천마교의 내분-4. +7 20.02.03 6,610 1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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